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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협정 59주년, 남북은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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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협정 59주년, 남북은 어디까지 왔나 [평화에 투표하자] 평화협정이 필요한 이유
프레시안과 참여연대는 올해 총선과 대선 국면에서 벌어지는 긴장 고조 행위를 감시하고, 올바른 대외전략의 비전을 제시하고자 '평화에 투표하자' 시리즈를 공동 기획했습니다. 여러 전문가들이 필자로 나서는 이 연재에서는 현안에 대한 대응은 물론 평화를 바라는 이들이 외교·안보 쟁점에서 가져야 할 기준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오늘은 정전협정을 체결한 지 59주년이 되는 날이다. 그리고 2013년 정전협정 체결 60주년을 앞두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한겨레> 7월 24일자에 게재된 19대 국회의원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전협정을 개정해 평화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에 새누리당 의원 38.6%가 동의했다.

사실 평화협정에 대한 논의는 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북한이 1974년 3월 최고인민회의 제5기 3차회의에서 북미평화협정 체결을 공식 요청하는 '미국의회에 보내는 서한'을 채택한 것이 당시 미중관계 정상화를 배경으로 인해 많은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남한에서는 정부가 이를 일종의 정치공세로 간주했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진지한 협상이 진행되지는 않았다. 여기에는 북한이 미국과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한 것도 중요한 원인이었지만(북한은 이전에 남한과의 평화협정체결을 주장한 바 있다), 남한정부와 미국이 평화협정 체결 자체를 달갑게 생각하지 않은 것이 더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평화협정 체결이 유엔사와 주한미군의 지위에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6자회담의 2005년 9·19 공동성명에서 직접 관련 당사국들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을 별도로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2007년 10.4 남북공동선언에서 남과 북의 정상은 "남과 북은 현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변화는 왜 발생했을까? 주요 당사국들이 정전체제로는 한반도에서 대규모 군사충돌을 방지하고 평화를 보장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정전협정 제4조 60항의 "3개월 내에 각기 대표를 파견하여 쌍방의 한급 높은 정치회담을 소집"하여 "외국 군대 철수 및 한국 문제의 평화적 해결 등의 문제를 협의"한다는 합의에 따라 1954년 4월 개최된 제네바회담이 성과 없이 끝난 것이 정전체제가 지금까지 지속된 출발점이 되었다. 이러한 조건에서 정전협정은 한반도에서 대규모 군사충돌을 방지하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해왔다. 정전협정은 전쟁재발을 방지하는 유일한 합법적 문서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전쟁발발의 원인을 제거하는 데는 전혀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오히려 정전체제는 군사충돌이 발생할 경우 초래될 피해를 상상할 수 없는 수준으로 증가시키는 기제로 작용해왔다. 가장 큰 문제는 전쟁이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상태에서 남북이 상대로부터의 위협을 이유로 삼아 군비경쟁을 벌여온 것이다.

정전협정 제13항 ㉣항목은 "한반도 경외로부터 증원하는 작전비행기, 장갑차량, 무기 및 탄약을 들여오는 것을 정지한다"고 규정해 군비경쟁을 막는 조항이 됐다. 그러나 미국은 1957년 6월 이 조항의 폐기를 일방적으로 선언하고 신무기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신무기에는 당연히 전술핵무기도 포함되었다. 이는 남한에 주둔하는 주한미군을 새로운 무기로 무장시켜야 할 필요성과 재래식 군사력에서의 열세를 신무기로 보완할 필요에 따른 조치였다.

그리고 1990년대 초반부터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섰는데 이 역시 군사력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후 두 차례의 핵실험을 거치며 북한이 핵보유국의 지위를 인정받으려고 시도하자 이제 남한에서도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다시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등장하고 있다. 한반도의 군비경쟁이 핵경쟁으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정전체제 하에서 가속화되어 온 군비경쟁에 제동을 걸지 않으면 한반도는 핵무기의 위협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고 우발적인 충돌이 민족과 인류의 대재앙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는 냉전체제의 해체 이후 한반도에 새로운 안전보장체제가 구축되지 않으면서 더욱 커지고 있다. 정전협정이 양측에게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는 장치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군사력 균형이 유지되는 상황에서만 가능하다. 전쟁이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정전상태에서 적대관계가 계속 유지될 수밖에 없고, 세력균형이 무너지게 되면 열세에 처하게 된 측은 자신의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1990년대 초반 냉전체제의 붕괴는 동북아에서 북한이 유일하게 다른 국가들과 냉전시기 구축된 대립관계를 청산하지 못한 고단한 처지에 빠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 시기에 경제위기를 겪기 시작한 북한은 재래식 군사력을 증강해 세력균형을 유지하는 것도 어려웠다. 따라서 북한은 군사적으로는 핵무기 등 비대칭적 전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열세를 보완하려고 하고 있지만, 이는 다시 자신을 고립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따라서 북한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정전협정을 무력화시키고 자신의 안전에 대한 새로운 보장책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상호작용은 한반도를 언제든지 우발적인 군사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에 빠뜨리고 있다.

따라서 한반도의 안정적인 평화를 위해서는 정전체제를 대체하는 항구적 평화체제의 수립이 시급한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그리고 평화협정 체결이 항구적 평화체제의 핵심적 구성요소가 될 것이다.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은 과거보다 평화협정 체결의 현실성이 크게 높아졌다는 점이다. 북한이 평화협정과 관련한 논의에서 주한미군의 철수를 전제조건을 삼거나 미국과의 협상만을 추구하는 입장을 변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사망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에서 통일 이후에도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할 수 있다는 점에 동의를 표한 바 있다. 10·4 남북공동선언에서는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와 관련해 3자나 4자 정상들이 논의하자는 제안을 담고 있다. 주요 관련국들이 동의할 수 있는 내용으로 평화협정의 내용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이 만들어진 것이다.

물론 북한의 핵문제가 평화협정으로 가는 가장 큰 장애물로 남아 있다. 평화협정의 내용에 한반도 비핵화가 원칙으로 포함되어야 하지만 평화협정 체결은 반드시 핵문제의 해결을 전제로 할 필요는 없다. 평화협정이 잘 작동된다면 북핵문제의 해결과 한반도 비핵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핵문제의 최종적 해결은 북미수교 등의 다른 의제와 연계시키며 추진될 수 있다. 현재 중요한 것은 한반도의 위태로운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시킬 수 있는 모멘텀을 만들어내는 것이고, 정전협정 60주년을 맞아 평화협정 체결을 의사일정에 올리는 것이 그 첫 출발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올해 대통령 선거에서 각 후보들이 이에 대한 얼마나 분명한 비전과 프로그램을 갖고 있는지가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한다.

▲ 26일 오전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정년 59주년에 즈음한 727 평화선언'에서 참가자들이 평화협정 실현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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