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은 이 '외국의료기관'은 외국인을 위한 편의시설이고 또 경제자유구역에만 있으므로 국내의료제도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 말한다. 과연 그럴까?
우선 이 외국의료기관은 말로는 외국의료기관이지만 사실상 국내영리병원이다. 이 병원은 국내기업 50%가 투자가 가능하다. 당장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투자자가 바로 삼성증권, 삼성물산, KT&G이고, 이들 국내기업이 50%, 그리고 일본 다이와증권이 50%를 투자한 것으로 사실상 삼성재벌 소유의 기업이다. 국내기업이 직접 운영도 가능하다.
내국인 진료도 100% 가능하다. 외국인 진료를 위한 것이라지만 전체 의료진의 10%만 외국면허를 가진 의사를 두면 된다. 이름은 외국병원 이름을 빌려오겠지만 사실상 국내기업이 운영하고 한국인이 한국인을 대상으로 진료를 하는 국내영리병원이라는 의미이다.
문제는 경제자유구역에만 한정돼 있으므로 문제가 없을까라는 점이다. 그러나 경제자유구역도 이미 6곳으로 전국에 분포되어 있다. 인천송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대구, 부산 등 광역자치시만 3곳이고 강원도를 제외한 전국에 있다.
게다가 경제자유구역만으로 끝난다는 보장도 없다. 당장 병원협회는 "해외자본에게만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것은 역차별"이라고 주장하며, 한국에 전면적인 영리병원의 허용을 주장하고 있다. 결국 이번 경제자유구역의 영리병원 허용은 한국의 병원자본과 재벌들이 애타게 기다려온 영리병원 전면허용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삼성특혜병원 허용
이명박 정권은 임기 말까지 국민의 의사와 반대로 한 나라의 의료제도를 바꿀 수 있는 중차대한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 임기 말까지 이렇게 영리병원을 밀어붙이는 이유가 무엇일까?
내게는 이 정권 말기 영리병원 허용조치가 삼성재벌을 위한 이명박 정권의 막판 먹튀로 볼 때에만 겨우 이해가 간다. 애초 이명박 정권의 영리병원 허용정책도 삼성이 낸 정책이다. 기재부와 복지부가 삼성경제연구소에 단독으로 용역을 준 영리병원 도입보고서가 그것이다(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 필요성 연구. 2009.12.15).
이후 이명박 정권은 국회에서 법개정을 통해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에 영리병원 설립을 하려고 여러차례 시도를 했다. 특히 2011년 3월, 삼성이 인천송도의 영리병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18대 국회 막판까지 법개정이 집요하게 시도되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압도적 다수를 점했던 18대 국회에서도 워낙 반대여론이 커서 법 개정은 실패했다.
국민들의 반대로 영리병원 허용이 실패하자, 이 때 두 발 벗고 나선 것이 사실상 삼성계열인 <중앙일보>다. 법개정이 안되면 시행령을 바꾸어서라도 영리병원을 허용해야 한다고 <중앙일보>가 1주일 동안 1면부터 사설까지 기사 도배를 했다. <중앙일보>가 정부에 지령을 내리자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지시 하에 지식경제부가 시행령을 바꾸었다. 이것이 올해 4월 20일이다. 이때 지경부는 아예 솔직히 말했다. "인천 경제자유구역청이 우선협상대상자를 다시 선정한 상황에서" "하위법령 개정을 추진"한 것이라고. 여기서 우선투자협상대상자는 이미 밝혔듯이 물론 삼성이다. 그리고 국민건강을 담당하는 부서인 보건복지부가 어제 기어이 일을 냈다. 이명박 정권이 끝나기 전에 일을 해치워 버리겠다는 것이다.
ⓒ보건의료단체연합 |
국책연구원조차 "영리병원 허용 시 진료비 급증"
영리병원의 폐해에 대해서는 길게 설명하지 않겠다. <이명박 정부 막판 영리병원 허용 10문 10답>(☞ )을 낸 적도 있고 <프레시안> 지면을 통해서도 여러 번 설명했다. 다만 이명박 정권에서 나온 보건산업진흥원(국책연구원이다)의 보고서를 몇 줄만 인용하자. 이 보고서는 개인병원의 20%만 영리병원으로 전환해도 "연 1.5조 원(2.5% 인상) 의료비 인상"이 예상되고 "영리병원의 비급여 진료비가 1% 상승 시 1070억 원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비급여 즉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진료비가 20%만 늘어난다고 가정해도 연간 3조 2000억 원의 의료비가 오른다는 이야기다.
이것만이 아니다. 보건산업진흥원은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전국의 지방병원 100개가 문을 닫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금도 52개 지자체가 응급의료기관이 없고 48개 지자체는 분만실이 없다. 여기서 또 100개의 지방병원이 문을 닫는다는 것이다. 지방에서는 살지 말라는 이야기다.
정부나 어떤 논자들은 OECD 국가들은 모두 영리병원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다른 나라들? 그 나라들은 공립병원이 90%가 넘는 나라들이다. 미국조차 공립병원이 35%이고 OECD 평균 공립병원 비중은 75%다. 한국의 공립병원은 7%다. 93%의 사립병원이 이미 대도시에만 모여 지극히 상업적 진료를 하고 있는데 여기에 영리병원까지 허용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재앙일 뿐이다.
민영화 = 의료비 폭등, 가스요금, 철도요금 폭등
문제는 이명박 정권이 의료민영화만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지금 이명박 정권은 가스민영화도 추진하고 있다. 가스 직도입권을 재벌에게 넘겨주겠다는 것이다. 그 재벌은 바로 우리가 매일 주유소나 도시가스 요금고지서에서 보고 있는 SK, 현대오일뱅크, GS, 에쓰오일(한진) 등의 재벌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잘 알려진 대로 철도민영화도 추진하고 있고 심지어 KS마크까지도 민영화를 하려한다. 그 결과는 의료비 폭등, 가스요금 철도요금 폭등으로 이어질 것이다. 요즘 복지국가를 이름붙인 조직도 많고, 주장도 많다. 그런데 '복지국가라고?' '공공요금'자체가 재벌에 내는 요금이 되어 천정부지로 올라가는데 무슨 복지국가가 가능하겠는가.
▲ 지난해 공공기관 선진화 워크숍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 ⓒ연합뉴스 |
그리고 이를 모두 이 정권이 끝나기 전에 끝내려 한다. 국민들의 공공재산인 의료와 가스, 철도를 빼앗아 재벌에게 넘겨주고 정권을 내놓겠다는 것이 이명박 정권의 다짐인 모양이다. 그리고 이것이 임기 마지막까지 일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다짐의 실체다. 마지막까지 재벌들을 위해 서민들을 등쳐먹겠다는 것.
민영화 반대 없는 복지공약은 거짓
ⓒ보건의료단체연합 |
문재인과 안철수 후보도 마찬가지다. 이들 또한 지금 당장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민영화조치에 대해 한마디 말이 없다. 영리병원이나 자유무역협정(FTA)을 시작한 민주당의 후보라서? 아니면 기업가 출신 후보라서? 복지는 줄 수 있지만 복지를 가로막는 민영화에는 동의한다는 것인가?
수많은 복지공약 이전에 박근혜, 그리고 문재인과 안철수가 해야 할 일은 지금 당장 이명박 정권이 막판까지 몰아붙이고 있는 민영화를 중단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없다면 그들의 모든 복지공약은 거짓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마디. 임기가 4달도 남지 않은 정권이 제정신이 아닐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정권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참아야만 하는가. 10월 31일 사회보험과 가스노동자 등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이 정권 막판 '막장 민영화'에 반대하는 집회를 하는 모양이다. 오늘도 복지부 앞에서 무상의료운동본부 제 시민사회단체는 영리병원 강행 규탄 기자회견과 항의행동을 벌였다.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 15만 볼트 철탑 위에는 올라가지 못하더라도. 대통령 선거만 바라보고 기다리다간 그전에 나라가 결딴날 지경이다.
▲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가 30일 보건복지부 앞에서 영리병원 강행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