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ama Won: What Will Happen Now?)
미 대선에서 오바마가 일반투표와 선거인단 투표 양쪽에서 큰 격차를 벌리며 승리했다. 민주당은 상원의원 선거에서도 경합을 벌였던 지역에서 1석만 빼고 모두 승리했다. 이는 걱정이 많던 민주당을 안심시켰고, 승리를 확신하던 공화당을 경악케 했다. 이제 전 세계는 이번 선거가 미국과 세계가 마주할 가까운 미래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고 싶어 한다. 답은 간단치 않다.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
대외정책부터 보자. 미 정부는 아직도 전 세계에서 제국주의적 정책을 추구하길 원한다. 미국이 마주한 문제는 매우 간단하다. 제국주의적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미국의 역량이 급격하고 감소하고 있지만, (오바마를 포함한) 엘리트들은 이를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그들은 여전히 미국이 '필수적인' 국가이며 역사상 '가장 위대한 나라'라고 이야기한다. 이는 미국의 엘리트들이 해결할 수 없는 모순이다. 평범한 미국시민들의 경우, 출구조사에서 자신들의 투표 기준으로 대외정책을 꼽은 이들은 4%밖에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평범한 시민들은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국가라는 말을 여전히 믿는다.
그러므로 우리는 오바마가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을 계속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말은 거칠되, 이란·시리아·이스라엘·이집트·파키스탄·중국·멕시코 등의 국가와 상대할 때 실제로는 신중하게 행동하는 것이다. 물론 이는 다른 대부분의 국가와 모든 정치가들을 짜증나게 만든다. 특히 미국이 더 이상 다른 이들의 행동을 대부분 통제할 수 없게 된 이후로 오바마가 실패하지 않고 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계속할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
오바마는 미국과 전 세계의 경제 문제와 관련해 거의 속수무책이다. 필자는 그가 미국의 실업률을 크게 감소시킬 수 있을지 의심이 든다. 그리고 이는 2014년과 2016년 공화당이 재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 가장 중요한 이슈는 소위 재정절벽(fiscal cliff)이라는 (잘못 이름 붙여진) 사안이다. 여기서 진짜 문제는 누가 미국의 경기 하락에 따른 부담을 가장 많이 감당할 것인가에 있다.
이와 관련해 오바마는 대중이 바라는 공약을 걸고 당선됐지만 실제로는 중도우파적인 노선을 추구하고 있다. 그는 공화당에 보건 재정, 그리고 아마도 국민 다수의 연금 지출을 크게 삭감하는 대신 부자 증세를 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이는 미국판 긴축정책이다.
이러한 제안은 미국 시민 대부분에게 좋지 않은 일이지만 오바마는 활발하게 이를 추구할 것이다. 그렇더라도 공화당의 우익들이 멍청하게 거절한다면 이 제안은 실현되지 않을 수 있다. 미국 재계는 공화당에 제안을 받아들이라고 압력을 넣고 있다. 노조와 (민주당 안팎의) 진보 진영은 이 제안에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반대파들의 위세는 재계보다 크게 약한 상황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매우 전통적인 유형의 계급투쟁이며, '99%'는 이러한 투쟁에서 항상 이기지 못했다.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과 민주당 사이에 견해차가 확실했던 소위 사회 문제에 있어 미국 유권자들은 손쉽게 우파들을 패배시켰다. 4개 주에서 동성 결혼이 투표로 통과됐고, 여론의 전환은 이러한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더 중요한 점은 흑인과 히스패닉 유권자들이 오바마와 민주당에 일방적으로 표를 던졌다는 것이다. 이들의 투표를 지연시키려는 공화당 소속 주지사들의 맹렬한 시도가 더 많은 투표 참여를 부르는 등 역풍을 맞은 것 같다. 히스패닉들의 가장 중요한 이슈는 이민법 개정이다. 그리고 (차기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꼽히는 젭 부시를 포함해) 공화당의 주요 인사들은 이제 이민법 개정에 협조하지 않고서는 어떤 전국 단위의 (그리고 많은 주의) 선거에서 공화당이 이길 희망을 버려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필자의 추측으로는 몇몇 법안이 실제로 의회를 통과할 것 같다.
오바마는 환경 및 생태계 이슈와 관련해 자신을 지지한 이들을 크게 실망시켰다. 그는 말은 그럴 듯하게 했지만 행동은 그렇지 못했다. 이유 중 하나는 다른 그룹의 지지자들, 즉 노조가 일자리에 미칠 위험을 우려해 다른 방향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미적거렸고, 아마도 앞으로도 미적거릴 것이다. 그래도 (만약 당선됐다면) 환경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정부 기구들을 폐쇄시켜버렸을 롬니보다는 조금 낫다.
민권 문제와 관련해 오바마의 점수는 좋지 못했고, 몇몇 부분에서는 조지 부시보다 최악이었다. 그는 내부고발자에 대해 공격적으로 대응했다. 그는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하지 않았고 애국법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또 미국의 적으로 간주된 이들을 암살하기 위해 무인전투기(드론)을 활용했다. 이러한 행동은 의회 및 사법부 구성원 대부분의 지지를 받았다. 이 사안과 관련해 그가 입장을 바꿀 것이라고 볼 이유가 없다.
4년마다 민주당 대선후보를 지지하게 만드는 주요 이유 중 하나는 대법관 지명 문제 때문이다. 만일 롬니가 선출되고 보수가 아닌 대법관이 한 명 사망하거나 사임한다면 앞으로 20-30년간은 대법원이 더 오른쪽으로 치우치게 될 것이다.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한 지금은? 현재 70세 이상의 대법관이 4명이다. 대법관은 정년이 없다. 심지어 현재 병에 걸린 긴스버그 대법관을 포함 4명 중 아무도 사임할 것 같지 않다. 하지만 오바마가 변화를 가져올 기회는 케네디 대법관이 사임 또는 사망하든가, 그리고 스칼리아 대법관이 사망할지(그는 확실히 사임 의사가 없다)에 달렸다. 이는 전적으로 예측불가능하다. 그러나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했다는 사실은 진정으로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국 정치의 미래는? 이 문제가 가장 불확실하다. 공화당에서는 이미 티파티와 나머지 분파 간에 내전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티파티를 제외한 공화당 내 다른 세력들은 공화당이 상원에서 다수를 차지할 기회를 날려버렸다며 이는 '당선이 확실한 후보'들이 티파티의 지지를 받는 과격 성향의 후보들에게 예비 선거에서 패배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롬니의 득표 중 백인 아닌 유권자에게 받은 표는 11%에 불과했다. 공화당 텃밭인 텍사스와 조지아에서도 히스패닉 유권자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공화당이 보다 중도 노선을 걷게 된다면 전통적 지지자들이 기권함으로써 상당한 표를 잃게 되지 않을까?
민주당도 심각하진 않지만 유사한 문제를 겪고 있다. 그들은 '무지개 연합'(rainbow coalition)으로부터 표를 받았는데 이들은 여성(특히 미혼모와 직장여성), 흑인, 히스패닉, 유대인, 무슬림, 불교신자, 힌두교신자, 노조, 청년, 빈곤층, 그리고 교육수준이 높은 사람들이다. 그들의 요구는 오바마를 포함해 민주당을 장악하고 있는 이들이 선호하는 것과 상충된다. 이번 대선만큼은 지지층이 충성심을 보였다. 심지어 제3의 후보를 지지하는 이들조차도 민주당이 확실히 이기는 주에서만 제3후보에게 표를 준 것 같다. 경합주(swing state) 중에서제3의 후보가 선거 판도를 바꾼 것으로 보이는 주는 없었다.
민주당 내 진보진영이 제3의 정당으로 옮겨갈까? 현재로서는 아닌 것 같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다. 부분적으로 이는 향후 4년 동안 미국이 얼마나 심각하게 추락하는가에 달렸다. 또 오바마가 '대중 인기 영합적'인 이슈에 대해 얼마나 잘 처신하는가에 달렸다.
요지는 오바마의 재선으로 인해 변화는 있겠지만 그가 표방한 정도라든가, 공화당이 두려워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필자는 모두에게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우리는 전환기의 혼란스러운 세계에 살고 있다. 현재의 세계에서는 모든 거센 변화들이 일어날 수 있으며 정치적 충성 또한 예외는 아니다.
* <월러스틴의 '논평'>은 세계체제론의 석학 이매뉴얼 월러스틴 예일대 석좌교수가 매달 1일과 15일 발표하는 국제문제 칼럼을 전문번역한 것입니다. <프레시안>은 세계적인 학자들의 글을 배급하는 <에이전스글로벌>과 협약을 맺고 월러스틴 교수의 칼럼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 * 저작권 관련 알림: 이 글의 저작권은 이매뉴얼 월러스틴에게 있으며, 배포권은 <에이전스 글로벌>에 있습니다. 번역과 비영리사이트 게재 등에 필요한 권리와 승인을 받으려면 [email protected]으로 연락하십시오. 승인을 받으면 다운로드하거나 전자 문서로 전달하거나 이메일로 보낼 수 있습니다. 단 글을 수정해서는 안 되며 저작권 표시를 해야 합니다. 저자의 연락처는 [email protected]입니다. 월러스틴은 매월 2회 발행되는 논평을 통해 당대의 국제 문제를 단기적인 시각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조망하고자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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