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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대통령의 자격과 시민의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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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대통령의 자격과 시민의 권리 [평화에 투표하자] 복지국가와 평화국가는 동전의 양면
프레시안과 참여연대는 올해 총선과 대선 국면에서 벌어지는 긴장 고조 행위를 감시하고, 올바른 대외전략의 비전을 제시하고자 '평화에 투표하자' 시리즈를 공동 기획했습니다. 여러 전문가들이 필자로 나서는 이 연재에서는 현안에 대한 대응은 물론 평화를 바라는 이들이 외교ㆍ안보 쟁점에서 가져야 할 기준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어제(12월 16일) 유력 대통령 선거 후보 초청 3차 토론회가 진행됐다. 사회안전·과학기술·교육 분야에 대한 두 후보간의 열띤 토론이 이루어졌다. 이번 대선에서 처음으로 양자 토론이 진행되면서 두 후보의 식견과 정책을 판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우리는 대내적으로 복지국가를 실현시키면서도 대외적으로는 평화 구축에 힘쓰는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평화와 복지는 대통령이라면 어느 하나 포기해서는 안 될 불가분의 두 정책과제다. 복지를 확대하려면 평화가 정착되어야 하고 지속가능한 평화를 수립하려면 복지가 튼튼해야 하기 때문이다.

평화 대통령이란 무엇을 말하는지 한번 생각해보자. 내년에도 세계경제가 불확실하다는 전망이 높은 가운데 (대선 후보들의 공통된 공약에도 불구하고) 복지국가, 경제민주화가 얼마나 가능한지 의문을 가지는 여론이 높다. 합리적 경제정책이 우선적으로 필요하지만, 그런 우려를 크게 줄일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은 바로 평화를 잘 구축할 줄 아는 대통령을 선택하는 일이다. 남북간 군사적 대치 상태와 역내 긴장을 줄일 수 있다면 군사비에 투입된 자원의 상당 부분을 경제 체질을 개선하고 복지를 늘리는데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대선 국면에서 그런 문제에 대한 토론과 정책대안 제시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평화 대통령은 남북간, 역내 대결 구조와 대내적 갈등을 협력과 공동번영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비전과 능력을 갖춘 최고지도자를 말한다. 여기서 '평화' 대통령이 대북정책이나 대외정책에만 한정되지 않고 대내정책에도 적용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내적 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대북, 대외정책을 평화지향적인 방향으로 끌고 가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나아가 안보 중심의 전통적인 혹은 냉전시대 통념은 오늘날 어울리지 않는다. 다른 정책과 마찬가지로 세계화, 민주화 시대에 평화문제 역시 경계를 초월하는 국민들의 지지와 참여 속에서 실현가능하기 때문이다.

평화 대통령의 자격으로 먼저, 소통과 공감 능력을 꼽고 싶다. 선거 국면에서 후보들은 표를 얻기 위해 공약을 남발하는데, 이때 갈등해결과 평화정착을 실현할 수 있는지는 후보의 소통과 공감능력을 통해 판별할 수 있다. 북한과의 대화에 긍정적인가, 그렇다면 적극적인가, 또한 그렇다면 전면적인가? 가령, 한반도 평화정착에 관해 자신의 입장만 주장하고 상대의 입장을 무시하는 것은 합의된 관련 국제합의를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며 관련국들 사이에 분란을 가져와 평화정착을 더 멀어지게 할 수 있다. 대내적으로도 유세 기간 중 논쟁적인 현안에 대해 이해당사자들과 대화에 나서고, 특히 약자들의 목소리를 들어 국정에 반영할 자세를 보이는가 하는 점도 중요하다. 그런 소통과 공감의 자세가 평화 대통령의 제일 자격이라고 꼽는데 이견을 달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실 이 요건 하나만으로도 대선 주자들 중에서 누가 평화 대통령에 가까운지를 판단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만약 어렵다면 다음 요건을 더 생각해보자.

평화 대통령의 두 번째 요건은 "평화적 수단에 의한 평화"를 확립하겠다는 의지와 그런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북한의 핵개발과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해 억지와 제재, 그리고 그를 위한 "국제공조"를 추구하는 것이 한반도 평화에 유익할지는 의문이다. 물론 그런 상황에서 무조건 대화만 주장하는 것은 악행(惡行)에 면죄부를 주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반도 비핵화를 포함한 평화정착이 상호 불신에 기초한 군사적 대립, 특히 군비경쟁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명박 정부 5년간 일련의 남북관계가 보여주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이념 공방의 소재로 삼고 남북간 기존 합의를 부정하며 일방적 주장만 내세우는 행태도 대표적인 예이다. 안보 딜레마에 편승한 관련 정치·경제 특정 집단에게 평화는 그저 이익을 추구하는데 편리한 수사(修辭)로 호명될 뿐이다. 대화를 반대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분명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체면치레 혹은 억지력 강화 조치가 과연 평화를 가져올 평화적 방법인가? 평화 대통령은 국민의 안전을 수호하는데 부족하지 않을 정도의 억지력을 유지하는 가운데 남북간 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갖고 있어야 한다.

세 번째 꼽을 수 있는 평화 대통령의 요건은 신뢰 형성 능력과 호혜주의 원칙이다. 한반도 평화정착의 당사자인 남북이 서로 불신하고 대결을 지속하는 한 평화는 요원하다. 오랜 대립과 갈등을 거쳐 온 남북 사이에 일방적인 주장은 대립과 갈등을 증폭시킬 뿐이다. 신뢰와 호혜주의는 한반도 평화정착의 주요 원칙이고, 이는 그동안 남북간 혹은 남북이 참여한 다자 회의에서 여러 차례 합의된 바 있다. 그렇다면 관건은 남북간 신뢰 형성과 호혜주의를 담은 구호가 아니라 그것을 실현할 구체적인 방안이다. 물론 그 방안은 남북이 협의해야 하지만 그것은 백지상태가 아니다. 남북기본합의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6.15 공동선언, 10.4 남북정상선언 등에서 이미 많은 사항들을 합의해 두었다. 이들 내용은 북한에만 이익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남북 양측에 호혜적이고 궁극적으로는 한반도 평화정착과 남북통일에 유익한 것들이다. 그런 논리에서 남북간 기존 합의를 '존중'한다는 입장에 그치는 것과 합의 '이행' 방안을 논의하는 대화에 나서겠다는 입장 사이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는 것이다.

북한이 두 차례 핵실험을 감행한 데 이어 장거리 로켓 발사에 성공하고 주변국들의 국내정세가 변화하는 등 한반도 정세가 크게 요동치고 있다. 정권교체기인 남한의 경우 대북정책을 국내정치에 이용해 변덕을 부리는 현상이 재현되었다. 위에서 제시한 평화 대통령의 세 가지 요건에 부합하는 정치세력을 선택하는 일은 한반도 평화정착은 물론 평화지향적인 국민여론, 남북관계, 국제협력, 그리고 국제 이미지 형성에 긴요하다. 대립과 긴장으로 안보를 만들어간다는 발상은 시대착오적이다. 복지국가와 평화국가는 동전의 양면이다. 이 둘이 함께 나아가게 하는 방법으로 서로 다른 두 가지 길이 제시되어 있다. 하나는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이고, 다른 하나는 '평화는 평화적 수단으로 이루어진다'이다. 우리나라가 평화복지 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취해야 할 길을 오는 수요일(12월 19일) 유권자들이 판단하는 것이다. 우리들은 평화롭게 살 권리가 있다. 그것은 정파적 이익을 초월하는 보편적 인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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