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우리가 차기 교황 선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우리가 차기 교황 선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월러스틴의 '논평'] 제2의 요한 23세를 기대하며
누가 차기 교황이 될지, 비(非) 가톨릭인들이 신경 쓸 일인가?
Should Non-Catholics Care Who is Named Pope?

물론이다. 교황청은 주요한 지정학적 행위자다. 전 세계 사람들이 누가 미국·독일·러시아·중국·브라질의 지도자가 될 것인지에 신경 쓰는 것처럼 우리는 누가 교황이 될 건지에도 흥미를 갖는다. 스탈린은 "교황에겐 병사가 얼마나 있지?"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지정학적 힘은 군사력보다 더 강력하다.

교황이라는 직위가 가톨릭의 장기적인 이해관계와 역사적 흐름에 얽매여 온 건 사실이다. 그러나 모든 주요국 지도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또한 특정 지도자에 따라 다른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제약 속에서 지도자는 정책의 방향을 어느 한쪽, 또는 반대쪽으로 기울일 수 있다.

교황청의 경우 1945년 이후 5명의 교황이 있었다. 교황 선출 결과는 대부분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았는데, 딱 하나 예외가 있다. 요한 23세(1881-1963년)는 힘도 별로 없고 나이도 많은, 과도기적 성격의 교황으로 보였고 추기경들 사이에서 큰 이견도 없었다. 그러나 요한 23세는 상대적으로 짧은 재임기간(1958-1963년) 동안 교황청의 정책(신학과 세속적인 분야 모두)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왔다. 그가 (1962년 시작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교회의 현대화라고 칭한 것들이었다.(*요한 23세는 교회의 사명을 선교보다는 인류의 존엄성과 공동선 실현 등에 맞춤으로써 권위주의적인 기존의 가톨릭계에 큰 변화를 가져온 것으로 평가된다. 편집자), 그가 미친 충격은 매우 커서 혹자는 후임 교황의 최우선 목표에 대해 요한 23세가 해온 일을 되돌리거나 적어도 그가 입힌 피해로 간주되는 것들을 제한하는 데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

교회 안에서의 신학 논쟁은 다중적이고 중요하긴 하지만, 거의 전적으로 독실한 교인들에게 만 주요 관심사 일뿐이다. 그러나 모든 단계의 - 교황청에서부터 전국 단위의 주교, 그리고 지역 단위의 작은 교구에 이르기까지 - 교회 지도자들은 신학이론으로부터 세속적인 결론을 이끌고, 그 직접적인 결과로 정치적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

주교와 사제들이 해방 신학을 지지할지, 혹은 극단적으로 (가톨릭 보수단체) 오푸스 데이회의 관점을 지지할지, 혹은 좀 더 보수적으로 성 비오 10세회의 관점을 지지할지는 정치적으로 큰 차이를 가져온다. 교회는 전 세계 곳곳에 따라 지지자 수에 차이를 보이는 반면, 많은 곳에서 국가 인구 상당수를 차지하기도 한다. 미국, 서유럽과 남유럽 국가 다수, 동유럽 국가 일부, 아프리카 여러 국가,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국가 일부, 그리고 호주까지 명단은 길다. 오늘날 세계 인구의 16%가 가톨릭이다. 이들보다 더 큰 집단은 22%에 달하는 무슬림이 유일하다.

이들 국가에서 교회 지도자들은 종종 암암리에 선거에 나선 후보들을 지지한다. 그들은 정기적으로 사회적 관행 및 관용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종류의 법안에 선명한 입장을 취한다. 그들은 종종 사회 복지 문제에 입장을 취한다. 그들은 때때로 전쟁과 평화에 관한 문제에 입장을 취한다. 세계체제에서, 그리고 확실히 많은 국가에서 우리는 종종 교회 안에서 아군을 찾기도 하고, 적을 만나기도 한다.

확실히 비 가톨릭 인들은 교황의 선출에 아무런 발언권이 없다. 하지만 가톨릭 신도 중에서도 발언권을 가진 사람은 극히 소수다. 교황청은 지구 상에 마지막 남은 절대 군주국 중 하나다. 교황청은 매우 특이한 선거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데, (선대 교황 몇몇이 지명한) 80세 이하 추기경들이 자신 들 중 한 사람에게 비밀 투표를 해 그중 한 명이 과반 득표를 할 때까지 투표를 반복한다.

현재 추기경회에서 80세 이하 구성원 다수는 베네딕토 16세가 뽑았다. 베네딕토 16세가 우선적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신학적 입장을 그들이 대부분 공감하는지가 주요 선출 기준으로 보인다. 그렇긴 하지만 그들 각각의 관점, 그리고 어디에 비중을 두는지는 많은 차이가 있어 보이며 몇몇 차이는 중요한 정치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다음 교황으로 누가 부상하고, 그 선택으로 전 세계의 정치적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 이례적으로 재직 중 사임을 발표한 교황 베네딕토 16세. ⓒ뉴시스

우리가 또 다른 요한 23세를 맞을 가능성은 매우 적어 보인다. 그러나 과거에도 요한 23세가 등장할 가능성은 매우 낮았었다. 교황청과 유사한 구조를 가진 선거 시스템, 예컨대 중국 같은 곳에서 우리는 다음 번 지도자를 선택했을 때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인지는 불확실 했고, 어느 정도는 현재도 마찬가지다.

알아야할 한 가지는 교회로부터 매몰찬 취급을 받거나 교회의 현실에 환멸을 느끼고 있는 가톨릭인들조차도 - 필자는 브라질의 프레이 베투(*대표적인 해방신학자로 룰라 대통령의 고문을 지냈다), 니카라과의 에르네스토 카르데날(*해방신학자이자 시인으로 오르테가 정권에서 장관직을 역임했다), 독일의 한스 큉(*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교황의 권한과 무오류성에 반대입장을 보여 훗날 로마 가톨릭 교회 교사직을 발탁당하기도 했다), 혹은 미국의 게리 윌스(*가톨릭 조직을 비판하는 책으로 퓰리처상을 받은 역사학자. 이상 편집자)가 떠오른다 - 가톨릭 교적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은 계속해서 교회의 개혁을 시도하거나, 가톨릭이 본래의 진정한 임무로 돌려가야 한다는 관점을 유지한다.

우리는 중국이나 미국, 혹은 인간이 활동하고 잠재적인 사회 변혁이 일어나는 다른 곳을 포기할 수 없는 것처럼 교황청에 대한 기대 역시 내려놓을 수 없다.

* <월러스틴의 '논평'>은 세계체제론의 석학 이매뉴얼 월러스틴 예일대 석좌교수가 매달 1일과 15일 발표하는 국제문제 칼럼을 전문번역한 것입니다. <프레시안>은 세계적인 학자들의 글을 배급하는 <에이전스글로벌>과 협약을 맺고 월러스틴 교수의 칼럼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 저작권 관련 알림: 이 글의 저작권은 이매뉴얼 월러스틴에게 있으며, 배포권은 <에이전스 글로벌>에 있습니다. 번역과 비영리사이트 게재 등에 필요한 권리와 승인을 받으려면 [email protected]으로 연락하십시오. 승인을 받으면 다운로드하거나 전자 문서로 전달하거나 이메일로 보낼 수 있습니다. 단 글을 수정해서는 안 되며 저작권 표시를 해야 합니다. 저자의 연락처는 [email protected]입니다. 월러스틴은 매월 2회 발행되는 논평을 통해 당대의 국제 문제를 단기적인 시각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조망하고자 합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원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