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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의 '공공 병원 죽이기', 진짜 목적은 1000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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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홍준표의 '공공 병원 죽이기', 진짜 목적은 1000억 원? [위기의 공공 의료 ②] 경남도, 진주의료원 신축 이전 5년 만에 뒤엎기
"혁신과 개혁에는 고통이 따른다. 힘들고 저항이 따르더라도 당당한 길을 걸어야 한다."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지난달 18일 도청 회의실에서 열린 실·국·원장 회의에서 공공 병원인 진주의료원 폐업을 밀어붙이며 한 말이다.

지난달 14일 홍 도지사는 "24조 원에 육박하는 사업비(국비 58%, 민자 33%, 도비 9%)"가 드는 공약을 제시함과 동시에 재정난 해결 방안을 발표했다. 1조3500억 원에 달하는 경남도의 부채를 2017년까지 6608억 원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첫 구조조정 대상은 진주의료원이었다. 경남도는 지난 2월 26일 진주의료원 폐업을 발표하면서 "진주의료원이 매년 40억-60억 원의 손실로 현재 300억 원의 부채를 안고 있어 폐업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예정대로 폐업이 강행되면 진주의료원은 지방자치단체가 '적자'를 이유로 강제로 폐업한 최초의 공공 병원 사례가 된다. 일제 강점기인 1910년 '진주자혜원'으로 개원한 지 103년 만이다.

위기의 공공 의료
"'200명 사형 선고' 홍준표, 당신이 말기 암 걸린다면…"

"경남도, 신축 이전 결정해놓고 이제 와서…"

▲ 홍준표 경남도지사 ⓒ프레시안(최형락)
보건의료노조는 "103년의 역사를 가진 진주의료원을 2008년 최고의 시설과 장비를 갖춰 신축 이전한 지 5년 만에 폐업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고 맞섰다. 부채가 발생하는 신축 이전은 경남도가 결정한 사항이라는 것이다.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는 기존 건물이 협소하고 시설도 노후화되자 2008년 진주의료원을 중안동에서 초전동으로 이전했다. 병상 수도 기존 200병상에서 400병상(일반 병상 240, 노인요양병상 160) 규모로 늘렸다. '지역 거점 공공 병원'을 육성한다는 정부 정책에 따른 조치였다.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전략기획단장은 '진주의료원 폐업 결정의 부당성과 올바른 해결 방안'이라는 글을 통해 "경상남도는 타당성 조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외곽 변두리로 의료원을 신축 이전했다"며 "환자 접근성 부족으로 지난 5년간 경영상 어려움이 많았으나, 최근 주택 단지와 혁신도시 조성으로 입지 조건이 좋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 진주의료원이 있었던 중안동이 진주 시내 한가운데인 것과 달리, 신축 이전한 초전동은 개발 예정지였을 뿐 주변에 주택이나 기반 시설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교통수단도 미흡했다. 2012년 5월까지만 해도 진주의료원을 거치는 시내버스는 1개 노선에 불과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신축 이전한 진주의료원 주변에 4000세대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으며, 3km 거리에 1만3000세대 규모의 혁신도시가 건설되고 있다. 혁신도시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11개 공공 기관이 이전할 예정이다. 진주의료원을 거치는 시내버스 노선도 어느 정도 구축된 상태다. 개발이 완료되면 경영 수지 개선을 기대할 만한 상황이었다.

진주의료원에서 일하는 행정직원 박창범(가명·37) 씨는 "경상남도 결정대로 허허벌판으로 이전해서 허덕였는데 도는 지원은 별로 하지 않고 부채만 떠넘겼다"며 "아파트도 들어서고 개발되려고 하니까 이제 그 부지가 탐난다고 폐업을 '때렸다'"고 맹비난했다.

실제로 2012년 기준 진주의료원의 총 부채 279억2100만 원 가운데 33.6%에 달하는 93억7000만 원은 신축 공사비, 신축 장비 구입비, 운영 자금 등으로 빌린 지역개발기금이 차지하고 있다. 진주의료원은 2012년 320억 원에 달하는 지역개발기금 원금과 이자를 갚기 위해 18억3500여만 원을 냈다.

▲ 휴업 예고 마감을 앞둔 3월 28일 진주의료원 로비. 보건복지부가 진주의료원을 최우수 응급의료기관으로 선정했다는 플래카드가 보인다. 보건의료노조는 2008년 신축 이후 진주의료원이 5년 동안 3차례나 우수 응급의료기관으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프레시안(김윤나영)

허허벌판이었던 진주의료원, 현 건물·땅값 시세 1000억 원?

전문가들은 진주의료원의 부채 규모가 폐업할 정도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회계상 손실로 계산되지만, 현금으로 빠져나가지 않는 감가상각비와 퇴직 급여 충당금을 제외하면 2011년 진주의료원의 실제 부채는 10억-20억 원대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2011년 기준으로 300병상이 넘는 전국의 지방의료원 8개소의 연평균 적자는 40억 원대이다.

게다가 경남도가 지난 3년간 진주의료원에 지원한 도비는 연평균 12억 원에 불과하다. 1조3500억 원에 달하는 경남도의 부채를 줄이기에는 터무니없이 지원 금액이 작다.

그렇다면 경남도는 왜 진주의료원 폐업을 강행했을까? 홍 도지사 뜻대로 폐업이 현실화되면 경남도는 막대한 수입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신축 이후 부채가 늘어났지만, 건물 가격과 땅값 또한 뛰어 자산 가치가 대폭 늘어난 탓이다. 실제로 2011년 기준 진주의료원의 부채 비율은 63.9%이며, 순자산은 396억 원이다. 진주의료원의 자산 가치에서 모든 부채를 빼도 396억 원이 남는다는 뜻이다.

김동근 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은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의 숨겨진 진실'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진주의료원 부지 가격이 공시 지가를 기준으로 183억 원 올랐다"며 "진주의료원을 폐업하면 경남도는 579억 원(순자산 396억 + 오른 땅값 183억)을 거둬들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중개업자들에 따르면, 시세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진주의료원의 실제 자산 규모는 1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경남도가 진주의료원을 신축 이전할 때 투입된 국비 부분도 논란이다. 2008년 당시 신축 이전에 들어간 예산 534억 원 가운데 200억 원이 국비다. 이때 투입된 도비는 92억 원에 불과하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진주의료원을 매각할 경우 경남도에는 자체 투입금(92억 원)의 6배가 넘는 금액(최소 579억 원)이 들어올 전망이다. 경남도가 "공공 병원 육성을 위해 투입된 국비를 경남도 재산으로 전용하는 '먹튀' 행각을 벌인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진주의료원 자산이 1000억 원대로 올랐다는 지적에 대해 윤환길 경남도청 복지보건국 복지노인정책과 주무관은 "공시 지가에 따르면 진주의료원 자산은 610억 원"이라고 반박했다. 국고 200억 원 '먹튀' 논란에 대해서 윤 주무관은 "보건복지부에 국고를 어느 정도 돌려줄 방침이지만, 의료원을 팔더라도 부채를 청산하면 200억 원 전액(을 복지부에 지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홍 도지사, 진주의료원 부지에 제2청사 건립 검토 중?

진주의료원의 자산 가치가 대폭 늘어나는 상황에서 홍 지사가 '제2청사 건립'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진주의료원을 희생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커지고 있다.

홍 지사가 내건 24조 원 규모의 공약 중에는 진주 지역에 제2청사를 설립하겠다는 공약도 있다. 홍 지사는 2월 19일 제2청사를 2년 안에 짓겠다고 못 박았다.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신축한 지 5년밖에 안 된 의료원 건물과 토지를 환수한다면, 최소 579억 원에 달하는 건물과 토지를 환수해 재정도 아끼고 공약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경남도 관계자는 지난달 6일 경남도의회 문화복지위원회 업무 보고에서 이러한 의혹을 어느 정도 인정했다. 경남도의회 문화복지위원회 소속 김경숙 의원이 "진주의료원을 리모델링해서 제2청사로 활용할 계획이 있느냐"고 묻자, 도 관계자는 "소관은 아니나 여러 가지 대안 중 하나로 검토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한 바 있다.

윤 주무관은 "제2청사 부분은 여러 대안 중 하나로 검토되고 있을 뿐"이라며 "(다른 부서 방침과는 상관 없이) 우리 부서는 (진주의료원을 전용하지 않고) 매각할 방침을 분명히 했다"고 해명했다. 윤 주무관은 "진주의료원 건물과 토지는 가능한 한 병원 법인이 샀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 진주의료원 ⓒ프레시안(김윤나영)

공공 병원 폐업 사태, 또 나올 수 있어

이주호 단장은 "가뜩이나 공공 병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지자체 단체장의 정치적 성향과 목적에 따라 지방의료원의 존폐가 좌우되는 폐단은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의료노조는 특히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는 경남도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경고한다. 일단 적자를 이유로 폐업을 허용하면, '제2의 진주의료원 사태'는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국의 34개 지방의료원 가운데 의료 수지 흑자를 내는 곳은 단 한 곳이다. 나머지 33곳은 적자다. 장례식장 운영 등 의료 이외 수익까지 포함해 흑자를 내는 지방의료원도 7곳에 불과하다.

심지어 전국에는 진주의료원보다 부채가 많은 공공 병원도 있다. 2011년 기준 진주의료원의 총 부채는 253억 원이었는데, 군산의료원은 416억 원, 부산의료원은 368억 원, 서울의료원은 315억 원이다. '수익성 부족'을 이유로 폐업해야 한다면 한국에 남아 있을 만한 공공 병원은 거의 없는 셈이다.

진영 복지부 장관 권한으로 폐업 철회 가능

해법은 없을까. 지자체의 폐업 강행에 제동을 걸려는 방편으로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오제세 의원은 지난달 22일 지방의료원을 설립하거나 해산할 때 지자체 조례가 아니라 보건복지부 장관의 인가를 받도록 하는 '지방의료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박근혜 대통령 또한 핵심 정책 과제로 '지방의료원 활성화, 지역 거점 병원 육성' 정책을 제시한 바 있다. 이 단장은 "홍 지사의 폐업 방침은 박근혜 정부의 공공 병원 육성 정책과 정면으로 어긋난다"며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홍 지사에게 폐업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했음에도 박근혜 정부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새 정부가 진주의료원 폐업 반대에 더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현행법상 정부는 의료원 폐업에 개입할 수 있다. 의료법 제59조를 보면 보건복지부 장관, 시도지사 등은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으로 휴업하거나 폐업해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을 때, 그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업무 개시 명령을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진영 복지부 장관의 명령으로 폐업이 철회될 수 있다는 말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은 "진주의료원 폐업 문제는 박근혜 정부의 공공 의료 정책을 가늠할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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