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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행복주택'이 가져올 불행…섞는 게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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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행복주택'이 가져올 불행…섞는 게 답이다 [기고] 행복주택으로 게토 만들 셈인가
박근혜 정부가 첫 부동산 정책인 '4.1 부동산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각론을 두고 우려와 기대감이 격돌한다. 주요 쟁점은 주택 시장 활성화 정책에 맞춰져 있다. 그러나 이번 대책에는 박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던 행복주택 건설 계획도 포함돼 있다. 한국의 무계획적 도시 개발 사업의 문제점을 비판해 온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행복주택 계획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을 보냈다. <편집자>

정책의 의도가 아무리 훌륭하고 좋아도 이상에 그칠 뿐, 현실에서는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인 결과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근래의 대표적 사례는 보금자리주택일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역점 사업인 보금자리주택은 그린벨트를 훼손한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산층 이하의 서민들에게 저렴한 주택을 제공한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또한 중산층과 저소득층이 함께 사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소셜 믹스(social mix)를 추구하려는 정책의 목표는 평가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보금자리주택은 민간 주택 시장을 약화시키는 엄청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였다. 보금자리주택이 그린벨트에 지어지기에 토지 가격이 굉장히 저렴할 수밖에 없었고, 인근 주택 가격의 70% 선에서 아파트를 소유할 수 있다는 로또 분위기가 사회적으로 조성되었다. 주택 수요자는 당연히 로또 당첨을 위해 기존 민간 주택 시장 참여를 미루었다. 즉, 보금자리주택이라는 로또로 인해 주택 구매 시기가 늦춰져, 민간 주택 시장의 수요가 심각하게 위축됐다.

또한 주택 공급자(민간 개발업체와 건설회사)는 가격 경쟁력 차원에서 보금자리주택과 도저히 경쟁할 수 없는 형편에 몰리게 되어 아파트 건설을 미루게 되었다. 이는 민간 건설을 위축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결론적으로 보금자리주택은 수요자와 공급자의 주택 시장 참여 기회를 모두 위축시켰다. 따라서 미국 주택 시장이 2008년 이후의 기나긴 침체기를 벗어나 드디어 바닥을 다지고 올라서려는 현재도 한국의 주택 시장은 여전히 길고 긴 암울한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행복주택은 낙인 효과를 낳는다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정책이 긍정적인 측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정적인 결과가 더 큰 단적인 예라면, 박근혜 정부의 행복주택 역시 마찬가지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좋은 정책일 수 있으나, 커뮤니티 측면에서 예상되는 부정적인 결과는 매우 우려스럽다.

행복주택의 주요 내용은 기차 철로 위에 약간의 상업 시설과 대규모 아파트를 지어 저소득층 서민들이 살게 한다는 것이다. 보금자리주택 정책처럼 토지 가격이 들지 않기에 건설비만으로 주택을 지음으로써 저소득층에게 값싼 주거를 대량으로 지원한다는 좋은 취지를 갖고 있다.

하지만 주거 복지 차원에서 행복주택을 바라보면 다른 결론을 낼 수 있다. 소음과 진동 등의 문제는 부차적이다. 이마저도 기술력으로 해결했다손 치더라도 다른 심각한 문제가 존재한다.

우선 행복주택의 예상 수요자 측면을 고려하면, 기차 철로 위에 중산층이 거주할지에 대해서는 매우 회의적이다. 행복주택 수요자는 저소득층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가 될 확률이 높다. 만약 그렇다면, 기차 위에 지어진 행복주택 단지는 '저소득층 밀집 주거 단지'의 다른 이름이 될 것이고, 이것의 낙인 효과는 매우 클 것이다. 이는 오히려 보금자리주택 정책의 취지(소셜 믹스)보다 못한 정책 지향점을 갖고 있다.

강북의 저소득층 밀집 지역 소재 지역아동센터 이야기를 하고 싶다. 지역아동센터는 방과 후 학습이 부족한 학생들에게 더 나은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일종의 비영리 공부방이다. 따라서 지역아동센터에 다니는 학생 중에는 가난한 집안의 아이들이 많다. 학생 분포를 살펴보면, 초등학생은 꽤 많으나 고학년이 될수록 수가 줄어드는 경우가 있다. 저소득층 동네에서도 '지역아동센터에 다니는 아이'는 더 가난한 아이라고 놀림을 받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고학년이 될수록 지역아동센터에 가는 것을 기피한다. 창피하기 때문이다. 낙인 효과다.

강동구의 한 아파트 단지의 경우는 어떠한가? 임대 아파트와 분양 아파트가 함께 있는 한 아파트 단지에서 분양 아파트 주민들이 자신들의 아이가 임대 아파트 아이들과 놀면 안 된다는 이유로 분양 아파트와 임대 아파트 사이 골목길을 막은 사례도 있다. 역시 낙인 효과다.

▲1950년대 미국의 서민용 아파트 단지로 조성됐으나 게토로 전락한 프루이트 아이고의 폭파 장면. 저소득층 밀집화는 낙인 효과에 따른 부작용을 낳는다. ⓒ영화 <프루이트 아이고> 장면에서 캡처

섞는 게 답이다

저소득층 주민을 위한 저렴한 주거가 제공되어서는 안 된다는 게 아니다. 반드시 제공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 방식은 매우 스마트해야 한다. 일반인이 한눈에 봐서 '저기는 못사는 집 아이들이 사는 곳'이라는 느낌이 들게 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차별이다.

은평뉴타운 1단지는 좋은 사례다. 아파트 평형이 비슷비슷한 은평뉴타운 1단지에는 임대 세대와 분양 세대가 섞여 있다. 과거에는 임대 아파트 한 동(건물)에 작은 평수의 임대 주택을 집중 배치하여 큰 평수의 다른 동과 구별하였는데, 이곳은 같은 아파트 건물 안에 옆집이 분양인지 임대인지 알 수 없게 섞여 있다. 당연히 낙인 효과는 존재하지 않으며, 임대 아파트 주민들의 만족도는 높다.

그리고 중앙정부에서는 이미 여러 해 전부터 다세대 주택이 모여 있는 지역의 일부 다세대 주택을 매입하여 저소득층에게 저렴하게 제공하는 방법도 취하고 있다. 주민은 누가 임대 주택에 사는지를 구별할 수 없다.

따라서 행복주택과 달리, 저소득층이 낙인 효과로 인해 괴로워하지 않고 행복한 주거 환경을 누릴 수 있는 정책과 사례가 이미 존재한다.

박근혜 정부의 철학 중에서도 사회적 약자의 주거 복지 향상은 좋은 정책 방향이다. 하지만 현재의 행복주택이 과연 미래 주민에게 행복감을 줄지는 의문이다.

제아무리 소음과 진동을 기술적으로 해결한다고 하여도 청소를 한다든지 환기를 시킨다든지, 각자의 생활 방식에 따라 어느 순간에는 창문을 여는 순간이 있을 수 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매일같이 창문을 닫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세운상가. 오세훈 전 시장은 게토화된 세운상가를 녹지로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뉴시스

주거 약자의 진정한 행복을 위한 전략은?

좋은 정책 취지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고자 한다면, 그 정책이 반드시 행복주택의 유형일 필요는 없다. 철로 위에 주택이 아닌 다른 부동산 타입을 중점적으로 개발하고 그 수익금을 기금 형식으로 적립한 후, 사회적 약자 주거 복지에 사용하면 된다.

따라서 철로 위에 주택을 짓는 대신 소음과 진동에 무관심한 사람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예를 들어 (부자들을 위한 최고급 호텔이 아니라, 출장객들이 주로 묵는) 비즈니스 호텔이나 대형 마트와 같은 쇼핑 시설, 또는 창고와 같이 비주거형 수익 부동산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비즈니스 호텔 투숙객은 오랜 기간 머무르는 사람이 아니기에 어느 정도 불편은 충분히 감수하고 지낼 수 있다. 1층에 지하철이 지나든 고속도로가 지나든 쇼핑객 역시 그리 상관하지 않는다. 창고는 말할 필요도 없다.

행복주택을 건설할 공간에 비즈니스 호텔과 쇼핑 시설 혹은 창고를 건설하고 운영 회사로부터 임대료를 받은 후, 임대료를 기금에 적립하고 이를 사회적 약자를 위한 주택을 건설하거나 기존 주택 매입 및 리모델링을 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행복주택은 그 정책의 선함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는 도시 내에 거대한 차별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또한 그 차별이 심하면 심할수록 해당 지역은 게토화될 것이다. 그리고 게토화된 행복주택 단지의 많은 주민은 결국 행복주택을 떠나게 될 것이다. 행복주택단지가 서서히 비어간다면, 철로 위에 세워진 거대한 건축물은 도시 안의 위험 공간이 될 것이다.

이는 단순한 상상 속의 이야기가 아니다. 1950년대 중반 미국 세인트루이스 시의 프루이트 아이고(Pruitt Igoe) 임대 아파트 단지는 최고의 아파트상을 수상하는 등 커다란 찬사를 받으며 탄생했다. 하지만, 그 임대 아파트의 결말은 처참했다. 임대 아파트 단지 거주 학생들의 중고등학교 중퇴율이 증가하고 그들의 대학 진학률이 낮아졌다. 자연스레 범죄율이 증가하였고, 주민 중 소득이 그나마 높고 일하려는 의지가 있으며 자녀 교육에 관심이 있는 '양질'의 주민들이 아파트를 떠났다. 결국 프루이트 아이고 단지는 40%에 가까운 빈집이 있는 우범 지대가 되었고, 불과 20년이 지난 1970년대 초반 폭파됐다. 저소득층 주거 향상의 획기적 계기가 될 것이라 여겨졌던 아파트 단지의 폭파 장면은 미국 전역에 생중계되었다.

한국에도 비근한 사례가 있다. 1층에는 자동차 도로가 있고, 2층 이상에는 최고급 상업 시설과 당대 최고급 아파트가 건설되었던 세운상가가 주인공이다. 한국 건축의 대가 김수근 선생의 작품인 이 건물은 초기의 선풍적인 인기와 관심과 달리 지속적으로 노후화되었고 결국 게토화돼, 끊임없는 철거 요구에 시달렸다. 한 지역이 게토화되는 순간 그 해결책은 매우 요원하다. 좋은 정책의 취지를 살릴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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