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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공약 짓밟는 홍준표, 홍준표 눈치 보는 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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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공약 짓밟는 홍준표, 홍준표 눈치 보는 여당? 여당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폐업 강행하면 못 막아"…보건노조 "핑계"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진주의료원 폐업을 밀어붙이는 가운데,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이 중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근본적으로는 경상남도의 결정이 중요하다"고 밝혀 경남도의회가 폐업을 강행할 경우에 대해 선을 그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은 오는 5일 열리는 당정협의회에서 진주의료원 사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고 중재안을 내놓을 방침을 밝혔다. 당정협의회에는 홍준표 도지사도 참석키로 했다.

중재안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첫째, 노조가 경영 개선안을 성실히 이행하는 조건으로 경남도가 폐업을 당분간 유보하는 방안이다. 둘째, 폐업을 승인하는 도의회의 조례 개정 결과를 지켜보고 대응하는 방안이다. 후자의 경우 경남도의회의 재적 의원 58명 가운데 40명은 새누리당 소속이어서 조례 개정안이 통과될 확률이 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유재중 의원은 3일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진주의료원과 경남도가) 서로 득이 되면 상생하는 길을 찾는 게 좋다"면서도 "폐업을 하는 게 좋은지 아닌지는 보건복지부와 도청의 의견을 더 들어봐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유 의원은 "근본적으로는 도의 결정이 중요하다"며 "우리는 단지 공공 의료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는 차원이지 결정권을 쥔 것은 도 아닌가. (도의회가 폐업을 결정하더라도) 법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 진주의료원 ⓒ프레시안(김윤나영)

상위법 개정안 있는데, 조례 막을 수 없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조례안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오제세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은 지난달 22일 지방의료원을 설립하거나 해산할 때 지자체 조례가 아니라 보건복지부 장관의 인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지방의료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지방의료원법)'을 발의한 상태다.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은 "국회에 지방의료원법 개정안이 올라와 있고 8일 임시국회가 예정돼 있는 반면, 경상남도의회 본회의는 18일에 잡혀 있다"며 "상위법 개정안이 올라가 있는데, 조례 때문에 폐업을 못 막는다는 주장은 핑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지방의료원법 개정에 협조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유 의원은 "해당 법안 내용을 아직 살펴보지 못했다"며 "당정협의회가 끝난 이후에 (여당과 정부의) 의견을 모아서 공식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진주의료원 폐업, 박근혜 '공공 병원 활성화' 정책에 위배

새누리당이 모호한 답변을 내놓은 까닭은 정부와 홍 지사 양쪽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지방의료원 활성화, 지역 거점 병원 육성' 정책을 제시한 바 있다. 경남도의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은 박 대통령의 '지방의료원 활성화' 공약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 관련 기사 : 홍준표, 박근혜 대통령을 거짓말쟁이로 만들다)

폐업을 방관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만만치 않고, 그렇다고 해서 폐업을 강행하려는 홍 지사를 적극적으로 만류하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복지부 또한 지난달 26일 진영 장관 명의로 경남도 측에 폐업을 재고해달라고 권고했지만, 그 이상은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지방의료원 폐업은 지방자치단체가 정하는 정관이나 조례에 달려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새누리당 복지위원회 관계자는 "노조가 양보하고 도나 복지부가 진주의료원을 지원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안이라고 본다"면서도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를 떠나서 (진주의료원이 어쩔 수 없이 폐업되더라도 박근혜 정부가 제시한) 공공 의료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은 올해 상반기 안에 조속히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나 정책실장은 "진주의료원 폐업부터 일단 막아놓고 공공 의료를 어떻게 활성화할지 논의해야지, 폐업과는 무관하게 공공 의료를 강화한다는 것은 뒷북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진주의료원 폐업을 수수방관하면서 나머지 지방의료원을 활성화한다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오제세, 이목희, 양승조, 김용익, 이학영, 남윤인순, 최동익, 김성주, 이언주 민주통합당 의원은 지난달 25일 "경남도는 진주의료원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고 관계 당사자와 협의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는 동시에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도 진주의료원 폐업 결정 철회에 나서야 한다"고 정부·여당을 압박했다.

휴업 길어지면 사실상 폐업, 다음 차례는 강원도?

이러한 상황에서 경남도는 진주의료원을 다음달 2일까지 한 달간 휴업한다고 3일 공식 발표했다. 폐업을 재고하라는 정부 권고와 상관없이 폐업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현재 진주의료원에는 50여 명의 입원 환자가 남아 있으며, 의사들의 계약 기간도 오는 20일이면 종료된다. (관련 기사 : <"'200명 사형 선고' 홍준표, 당신이 말기 암 걸린다면…"><홍준표의 '공공 병원 죽이기', 진짜 목적은 1000억 원?>)

반대 여론을 우려한 도의회가 당장 이달 안에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키지 않더라도, 정부나 국회 차원의 대응이 없다면 진주의료원이 폐업 수순을 밟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전략기획단장은 "경남도가 휴업 공고 기간을 늘려 환자를 다 쫓아내면, 진주의료원은 사실상 강제 폐업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보건의료계는 '폐업 도미노' 현상을 우려한다. 이 단장은 "진주가 무너지면 제일 먼저 강원도 지방의료원에 불똥이 튈 것"이라며 "강원 지역 5개 의료원도 적자 때문에 올해 말까지 경영 상황을 진단하고 추이를 보기로 도의회가 결정했다. 내년에는 강원도의회 결정에 따라 폐쇄, 매각, 위탁 방침이 결정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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