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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미국은 정말 몰랐을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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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미국은 정말 몰랐을까 <1> 테러 용의자를 방치한 까닭은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내년도 국방예산을 4백80억 달러 증액하겠다고 발표했다. 발표대로 된다면 내년도 미 국방비는 3천8백억 달러로 전년에 비해 무려 15%나 늘어나게 된다. 1982년 레이건 행정부가 스타 워즈를 위해 17%를 증액한 이래 20년만의 최대 증액이다.

뿐만 아니다. 미국은 테러 전쟁을 빌미로 중앙아시아에 군사력을 대거 파견했다. 또 이라크나 소말리아 공격을 들먹이고 있으며 필리핀 등 아시아 쪽으로도 군사력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바야흐로 군사력에 의한 미국의 세계지배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미 군사력 확대의 빌미가 된 것은 물론 9.11테러이다. 9.11 테러를 계기로 미국은 국내외의 반발과 저항을 잠재우고 한발 한발 군사력을 넓혀가고 있다.

그런데 세계 최강의 정보력을 자랑하는 미국의 정보기관이 9.11테러를 사전에 전혀 몰랐을까. 자그마치 1백20대의 위성으로 전세계를 감청하는 미국이, 19명의 테러리스트가 4대의 대형 여객기를 공중납치하는 거대한 계획을 왜 눈치채지 못했을까.

미국의 진보적 인터넷 매체인 wsws.org는 지난 1월초부터 이 문제에 관한 연속 기사를 게재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언론 보도를 종합, 분석해 보면 미국이 9.11 테러를 사전에 모를 수가 없다는 것이 이 기사들의 결론이다. 기사를 쓴 패트릭 마틴은 미국은 9.11 테러 계획을 사전에 알고 있으면서 모종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를 방치했다고 주장한다.

모종의 정치적 목적이란 바로 지금 벌어지고 있는 미 군사력의 확대를 말한다. 패트릭 마틴이 쓴 기사들의 주요 내용을 몇 회로 나누어 게재한다. 편집자

***유일한 생존 용의자**

9.11 테러의 범인들은 모두 범행현장에서 사망했다. 그러나 이 사건과 관련해 미국 법정에 기소된 ‘생존 범인’이 딱 한 명 있다. 자카리아스 무사위란 인물이다. 모로코 출신이지만 프랑스에서 태어나 프랑스 국적을 갖고 있는 그는 살인 및 테러 음모 등 6개 범죄 혐의로 기소됐는데 이 가운데 4개 혐의에 대해서는 사형을 받을 수 있다.

무사위는 지난 1월 3일, 워싱턴 근교의 연방 지방법원에서 열린 법정 신문에서 무죄를 주장했다. 재판장은 그에 대한 재판 기일을 오는 10월로 잡았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9.11 테러의 피해지역 중 하나인 미 국방부 부근의 법정에서, 그리고 9.11 테러 1주년에 맞추어 재판을 여는 것은 모종의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배심원 구성에 영향을 미쳐 그에게 사형을 내리게 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어쨌거나 무사위에게 사형이 언도된다면 그는 1976년 미국의 사형제도가 복원된 이래 미국에서 사형되는 최초의 프랑스인이 된다.

그런데 무사위가 체포된 과정, 그리고 체포 이후 미 정보기관들의 대응은 숱한 의문을 낳고 있다.

자카리아스 무사위가 미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된 것은 9.11 테러 약 한 달전인 2001년 8월 16일이었다. 당시 그는 미네소타주 미네아폴리스 외곽에 있는 팬암 국제항공아카데미에서 체포됐다. 무사위는 이 항공학교에서 보잉 747 비행술을 배우려 했었다.

***FBI는 왜 숱한 제보를 무시했나**

그의 체포는 FBI의 작품이 아니었다. 항공학교측이 수차례 신고를 한 끝에 잡아들인 것이었다. 무사위를 체포한 후에도 FBI는 그의 배후를 캐는 데 열성을 기울이지 않았다. 미네아폴리스 현지 FBI 요원이 그에 대한 압수 수색 영장을 요청했으나 워싱턴 본부에서는 근거가 희박하다며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무사위 체포 열흘 후인 8월 26일 프랑스 정보기관이 그가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끄는 알 카에다와 관련이 있다는 정보를 전달했음에도 미 정보기관은 거의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약 보름이 지난 후 미국은 9.11 테러를 당한다.

왜 그랬을까. 세계 최강이라는 미 정보기관의 무능 때문인가, 아니면 고의적 방관이었을까.

팬암 항공학교의 교사들에 따르면 무사위의 행적은 여러 면에서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매우 호전적인 태도를 취했고 개인적 배경을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 자신이 프랑스인라고 밝혔으면서도 한 항공학교 교사가 프랑스어로 말을 걸자 대화를 거절했다. 이 교사에 따르면 무사위는 프랑스어를 모르는 것 같았다고 한다.

또 6천3백 달러나 되는 수업료를 현찰로 지불했다. 소형비행기 조종기술조차 없는 게 분명한데도 점보기 조종술을 배우겠다고 고집했다. 게다가 이 조종사 지망생은 비행기 이착륙 기술은 배우려 하지 않고 단지 공중에서의 조종술만 배우려 했다.

팬암 항공학교의 지도교사와 부학장은 지난 11월, 두 명의 미네아폴리스 출신 민주당 의원들에게 무사위에 대한 FBI의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를 설명했다. 그들의 주장은 12월 21일 현지 신문인 미네아폴리스 스타 트리뷴에 최초로 보도됐고 다음 날 뉴욕타임스에 보도됐다.

두명의 민주당 의원, 제임스 오버스타와 마틴 사보에게 이를 보고한 항공학교의 부학장은 FBI에게 4~6회에 걸쳐 조사인력을 보내달라는 전화요청을 했다고 말했다. 지도교사는 FBI에 여러 차례 연락을 했지만 하도 반응이 없어 나중에는 “연료를 가득 채운 747기는 폭탄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극단적 경고까지 했다고 밝혔다.

결국 무사위는 체포됐지만 테러 용의자가 아닌 비자기간 위반 혐의로 연방 이민귀화국(INS)에 넘겨졌다. 미네아폴리스 현지의 FBI 수사관은 즉시 무사위를 테러리스트 용의자로 간주하고 그의 집에 있는 컴퓨터를 조사하기 위해 특별방첩수색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워싱턴의 고위관료들은 영장청구에 필요한 법적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이를 기각했다.

***비행기 납치범들의 항공학교**

FBI 수사관의 조사에 따르면 무사위는 미네아폴리스에 오기 전인 2001년 초, 오클라호마주 노르만에 있는 에어맨 항공학교를 다녔었다. 그는 57시간의 비행기록을 갖고 있었지만 비행기술이 부족해 단 한번도 단독 비행을 한 적은 없었다.

지난 90년대 중반 CIA 본부에 대한 항공기 자살 테러를 계획했던 압둘 하킴 무라드가 바로 그 학교(에어맨 항공학교)에서 비행훈련을 받았다고 자백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미 정보기관의 경각심은 높아졌어야 했다. 무라드는 1993년 세계무역센터 차량폭파 사건의 주동자였던 람지 아흐메드 유세프에 대한 1996년의 재판에서 이같은 계획을 증언했다.

9.11 테러 후의 수사에 따르면 납치범들 중 다수가 바로 이 항공학교에서 조종술을 배웠거나 방문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8월 26일, FBI 수뇌부는 프랑스 정보기관으로부터 무사위가 알카에다 조직 및 오사마 빈 라덴과 관련이 있다는 정보를 전달받았다. 이러한 경고마저도 미국 정보기관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자극하지는 못했다.

무사위가 심문에 불응하고 프랑스측이 알 카에다와의 연계 사실을 알렸음에도 불구하고 FBI와 CIA의 특수 방첩 수사팀은 무사위에게서 위협적인 행위로 간주될만한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무사위는 9.11 테러가 발생할 때가지 연방 이민국에서 FBI에게 신병이 이양되지 않았다.

프랑스 정보기관의 경고는 9.11 테러범중 두 명이 9월 11일자 일등석 편도항공권을 구매한 바로 다음날 전달됐다. FBI가 무사위와 그의 컴퓨터에 대한 조사요청을 거부하고 있는 동안 다른 테러범들의 항공권들이 8월 26, 27, 28, 29일에 구매됐다.

뉴욕타임스는 12월 22일, 무사위의 사례를 살펴보면 “FBI와 기타 정보기관들이 왜 비행기 납치를 방지하지 못했는가 하는 새로운 의구심을 불러 일으킨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FBI는 항공학교측으로부터 경고를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FBI의 한 고위관료는 1월 2일 워싱턴포스트에 “건물에 비행기를 충돌시킨다거나 비행기를 폭탄으로 활용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고 밝혔다. 그들이 우려했던 것은 일반적인 하이재킹이었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대단히 중요한 대목이다. 또 주목해야 할 것은 항공학교 교사는 FBI와는 달리 거짓말을 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9.11테러가 발생한 후, 로버트 뮬러 FBI 국장은 테러리스트들이 비행기를 납치해 폭탄비행을 할 것이라는 어떠한 경고도 받은바 없다고 밝혔다. 미국 언론은 그의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했다. 그러나 항공학교의 조사요청은 이러한 주장이 거짓말이라는 점을 드러내는 것이다.

***최소한 4개국 정부가 사전 경고**

무사위의 사례는 주요 테러리스트들의 움직임이 미국 내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수많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 정부가 사전 예방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다음의 많은 사례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 최소한 4개국(러시아, 독일, 이스라엘, 이집트) 정부가 미국에 대해 테러리스트들이 비행기를 납치, 테러 무기로 활용할 것이라는 등의 특별 경고를 9.11 발생 수개월 전부터 전달했다.

* 오사마 빈 라덴과 알 카에다 조직이 자행한 다른 테러 공격에 대한 조사를 바탕으로 미국 정부는 비행기 자살납치가 발생할 수 있다는 많은 단서를 보유하고 있었다.

* 미국 정부는 9.11 공격을 계획되고 추진된 수개월 동안 빈 라덴과 그의 조직의 전자 통신을 감시하고 있었다.

* 주모자로 추정되는 모하메드 아타를 포함, 9.11 납치범들 중 다수가 2000년부터 2001년 까지 미국 정보기관의 직접적인 감시하에 있었다. 그러나 정보기관들은 그들이 미국 내외를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도록 허용했으며 궁극적으로는 테러공격을 수행하도록 방치했다.

9.11은 미 정보기관의 보안망이 아무런 이유없이 사실상 붕괴한 가운데 발생했다. 테러리스트들이 공격을 감행할 수 있었던 여건은 보다 신중하고 밀도있게 조사될 필요가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은 FBI, CIA 및 기타 정보당국의 역할에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주장에 대한 조사를 거부하고 있다.

정부의 고위 관료들은 주요 테러리스트들의 공격 준비가 진행되고 있었다는 점을 알고 있었으나 이를 방지하기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정치적 목적이 여기에 개입됐을 가능성이 있다. 테러계획의 정확한 규모를 알고 있었건 아니건, 그들은 공격이 진행되도록 방치했다.

그리고 이는 외국에 대한 군사적 개입과 국내의 민주주의적 권리 압살을 획책하는 우익의 주장을 관철시키는 데 필요한 구실과 명분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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