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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미국은 정말 몰랐을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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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미국은 정말 몰랐을까 <2> 석달전부터 외국정부 경고
***의심스러운 미국의 태도**

백악관 관계자에서부터 무장한 비행기 납치범의 탑승을 허용한 항공사 직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들을 의심할 필요는 없다. 이들 모두를 9.11테러의 음모자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9.11 사태와 관련, 미국 정보 당국은 피랍 항공기가 세계무역센터와 펜타곤을 강타할 때까지 테러리스트들의 활동에 대해 적절한 주의와 대처를 하지 않았다는 신빙성 있는 추측이 가능하다.

사건이 발생한 직후 FBI 의장 로버트 뮬러 등 관계당국에 따르면, 미국 정부의 그 누구도 9.11 납치범들의 신원과 그들이 훈련된 방법, 혹은 어떻게 목표를 선택했는지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가지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드러난 정보를 주의깊게 되돌아보면 파편적으로나마 이러한 주장은 잘못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카리아스 무사위의 경우를 보면 9.11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은 단순히 FBI와 CIA가 엄청난 실수를 저지른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보다는 정보 당국이 9.11 사태 발생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을 거부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자살 납치와 유사한 공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와 테러 조직의 우두머리로 간주되는 모하메드 아타를 포함해 다수의 납치범들에 대한 경고에 대해 미국 당국은 감시활동을 벌이지 않았다.

테러리스트들이 그토록 잔인하고 파괴적인 임무를 완수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 보안당국이 반복되는 경고를 무시하고 기본적인 방어임무를 수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미국 본토에 대한 주요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의 가능성을 정보당국이 무시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점이 결코 과장은 아니다.

게다가 미국 정부의 어느 부처도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한 사건에 대한 조사하지 않고 있다. 9.11 이후 넉달 동안, 사건에 대한 책임소지를 따지려는 아무런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있다.

미국은 9.11 테러 3개월전인 지난 해 6월경부터 항공기를 이용한 테러 가능성에 대해 독일, 이스라엘, 이집트, 러시아 등 최소한 4개국으로부터 경고와 제보를 받아 왔다. 실제로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열린 G-8 정상회담에서는 이에 대비책으로 인근 지역에 방공포대를 설치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 내에서도 지난 1993년부터 납치 항공기를 이용한 테러 공격에 관한 연구가 있었으며 1994년에는 3차례나 이같은 항공기 자살 테러 시도가 있었다. 나아가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 2000년의 시드니 올림픽 등에서도 항공기 자살테러에 대한 대비책을 실제로 가동한 전례가 있다.

이처럼 무수한 사전 경고와 항공기 테러에 대한 대비 경험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이번 9.11 테러에 대해서는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은 것이다.

***대형 테러에 관한 거듭된 경고**

9.11테러가 발생하기 수개월 전부터 미국은 최소한 4개국(독일, 이집트, 러시아, 이스라엘) 정부로부터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이 임박했다는 구체적 경고를 받았다. 이 정보들은 비록 단편적이기는 했지만 공격의 규모와 대상을 예견했을 뿐만 아니라 민간 항공기를 납치하여 테러 무기로 사용할 것이라는 점을 암시한 경고도 있었다.

9.11 직후 독일의 유력 일간지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자이퉁은 독일 정보기구 BND가 지난 6월, 미국과 이스라엘 정보당국에게 중동의 테러리스트들이 “미국과 이스라엘 문화의 중요 상징물에 대한 공격을 위해 민간 항공기를 무기로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익명의 독일 정보 관리를 인용, 이같은 정보는 전세계 통신을 감청하는 미국의 위성 시스템 에셜론으로부터 입수된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에셜론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데 1백20개의 인공위성이 동원된 이 감청시스템은 미국을 비롯, 캐나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자이퉁, 2001년 9월 14일자)

지난 해 6월 13일, 이집트 정부는 오사마 빈 라덴이 제작한 비디오에 근거해 미국 정부에 긴급 경고를 보냈다.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은 경고 메시지를 제노바에서 열린 G-8 회의 직전 전달했다고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에 밝혔다. 이 경고는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져 이탈리아내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공군기지에 방공포대가 설치될 정도였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빈 라덴은 부시 대통령을 비롯, 제노바에 온 각국 수반들에 대한 암살할 것이라고 말했다. 폭발물로 가득 채워진 항공기를 무기로 사용할지도 모른다는 정보였다. 이에 대한 사전 경고가 있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 2001년 9월 26일자, ‘2명의 외국 지도자 부시 암살 음모에 관해 말하다’ 데이비드 생거 기자)

러시아 언론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정보당국은 지난 해 여름, 미 중앙정보국(CIA)에 25명의 테러리스트 조종사들이 자살테러 임무를 위해 특별 훈련을 받았다는 정보를 전했다. 9월15일 MSNBC와의 인터뷰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8월 러시아 정보당국을 통해 미국 정부에게 공항과 정부 건물에 대한 공격이 임박했음을 ”가능한한 가장 강력한 톤으로“ 통보할 것을 명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MSNBC 웹사이트)

부시정부를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는 보수적 신문인 영국의 선데이 텔레그라프는 이스라엘 정보기관인 모사드가 지난 8월 FBI와 CIA에게 오사마 빈 라덴의 추종자 2백여명 가량이 “미국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준비하기 위해” 잠입했다는 경고를 전했다고 보도했다. 관계자는 미국의 “거대한 목표물”이 “타격을 입기 쉬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도 익명의 미국 관료의 발언을 인용, 이같은 모사드의 경고가 전달됐다는 것을 확인했다. (선데이 텔레그라프 2001년 9월 16일자, ‘이스라엘 정보기관 미 CIA에 대규모 테러 공격에 관한 긴급 경고를 보내다’ 데이비드 와스텔.필립 제이콥슨 기자;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9월 20일자, ‘미 관리들, 대규모 공격 계획에 관해 제보받다’ 리차드 세라노.존-쏘 달버그)


영국의 자유주의적 일간지인 인디펜던트도 “미국에 대규모 참화를 불러일으킬 만한 공격에 대해 지속적인 경고 메시지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인디펜던트는 오사마 빈 라덴이 런던의 아랍어 신문 알-콰즈 알-아라비와 가진 인터뷰를 근거로 지난 해 8월 말 이같이 보도했다. 그 무렵 뉴욕의 세계무역센터에는 아무런 이유없이 보안 조치가 강화됐다. (인디펜던트 2001년 9월 17일자, ‘부시, 수차례의 테러 경고를 무시하다’ 앤드루 검벨)

이러한 일련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정보기관들은 미국의 목표물에 대한 공격 가능성과 관련한 어떠한 경고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CIA와 FBI가 관심을 가진 것은 해외의 미국 군사기지나 중동, 유럽, 아시아에 있는 미국 대사관에 대한 공격 가능성이었다.

9월 7일, 미 국무부는 전 세계 해외공관들에 대해 빈 라덴 추종자들의 공격이 임박했다는 경고를 발했다. 그러나 그 대상은 아시아, 특히 일본에 있는 미국 관련 목표물에 대한 공격이었지 미국 본토에 대한 공격은 아니었다. 상원 정보위원회의 공화당 의원인 리차드 쉘비에 따르면 “이것은 명백히 엄청난 실수다. 우리는 미국이 공격당할 것이라는 점에 아무런 구체적 경고도 내리지 못했다”라고 인정했다.

특히 외국 정부들로부터 이같은 경고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FBI가 자카리아스 무사위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기로 결정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미국 정부는 민간 항공기가 테러에 이용될 소지가 있다는 경고를 지속적으로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또 프랑스 정보기관이 오사마 빈 라덴과 연계됐다고 제보한 인물이 747 점보제트 비행술을, 그것도 이착륙은 빼놓고 공중에서의 조종술만 배우려 했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FBI는 이에 대한 본격적 조사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게다가 무사위의 신병은 9.11 사태가 터질 때까지 FBI가 아닌 미 이민귀화국의 감독하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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