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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미국은 정말 몰랐을까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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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미국은 정말 몰랐을까 <7> 빈 라덴과 CIA가 만났다?
***빈 라덴과 CIA, 그리고 칼라일 그룹**

아마도 9.11테러에서 가장 밝혀내기 어려운 부분은 빈 라덴과 미 정부의 관계일 것이다. 빈 라덴은 물론 10년 남짓 CIA의 정보제공자로 일했다. 그는 사우디 백만장자 건설업자의 아들이었는데, 그의 가족은 미국, 특히 부시 대통령 가족과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했다(빈 라덴의 가족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사외에서 영항력을 행사하며 중동지역에 새로운 사업을 개척하고 있는 거물 벤처기업 칼라일 그룹의 투자자였다. 그들은 9월 11일 이후 칼라일 주식을 처분했다).

빈 라덴이 미국을 사우디에서 몰아내겠다고 선언한 뒤 4년이 지난 1996년에, 미국 정부는 그를 인도해 가라는 수단의 제안을 거절했다. 이에 대해 미 외교관들은 미 법정에서 그의 테러행위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해명했다. 1998년 미 대사관 폭발사건으로 그가 유명해졌을 때도, CIA는 놀랍게도 아프간에서 그의 행방을 쉽게 찾지 못하고 있었다.

***9.11 2개월전, 빈 라덴과 CIA가 만났다?**

지난 해 10월 31일, 프랑스의 보수계 신문 르 피가로는 빈 라덴이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에 있는 미국 병원에서 그 해 7월 4일부터 14일까지 거의 2주동안 머물며 CIA 요원들과 만났다는 충격적인 기사를 보도했다.

물론 미국과 아랍에미리트는 이 기사를 단호히 부정했다. 이 말이 사실임을 증명할 방법은 현재로서는 없다. 그러나 르 피가로의 기사를 단순히 오보로 흘려 버릴 수는 없다. 르 피가로의 투자자 중 하나가 칼라일 그룹이며 빈 라덴 가족과 부시 가족은 모두 이 회사의 주식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자.

미국 정부와 이슬람 테러분자들이 미 언론에 보도된 것과는 상당히 다른 관계를 유지했다는 징표는 또 있다.

2001년 6월 뉴욕주 국경 부근의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나빌 알-마라브라는 자가 위조여권을 가지고 화물차에 잠입해 미국으로 밀입국하려다 미 이민국에 의해 적발됐다. 그는 캐나다로 강제 송환됐다.

“9개월 전, 미 정보기관은 그가 빈 라덴의 미국내 공작원임을 확인했다. 미 세관의 수사요원은 그가 중동에 있는 빈 라덴 조직으로 송금한 사실도 밝혀냈다. 보스턴 경찰은 보호관찰기간중 친구를 칼로 찔러 죽인 그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알-마라브는 캐나다에서 보석으로 풀려났으나, 9월 11일 테러 직후 시카고에서 다시 체포됐다. 캐나다에 수감돼 있는 동안, “마라브는 감방친구들에게 자신이 FBI의 특별 대우를 받고 있는 사람이라고 떠벌이고 다녔다.”(2001년 10월 5일 뉴욕 타임스)

***9월 10일 미 국방부 고위 관리, 다음 날 여행계획 돌연 취소**

9월 24일자 뉴스위크 기사에는 이런 얘기가 있다. 9월 10일 “국방부 고위 관료들이 갑자기 다음날 여행 계획을 취소했는데 아마도 안전상의 이유 때문인 것 같았다”는 것이다. 이는 미 정부의 고위층에서는 사전에 테러 발생은 물론 정확한 발생시각까지도 알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물론 미국의 어느 언론도 이 사실을 추적하지 않았다.

그러면 9월 23일 워싱턴 포스트 1면에, “수사기관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빈 라덴과 관계된 4, 5개의 조직을 찾아냈다. 그러나 이들의 조직원들과 19명의 공중납치범과 사이에 연관성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는 보도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9.11 직후 미국내 알 카에다 조직원을 체포하지 않은 이유는?**

이 기사는 FBI가 “지난 수년동안” 미국에서 활동했던 알 카에다 조직을 확인했으나 9.11 테러를 저지른 19명의 공중납치범들과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아프간에 대한 미국의 군사행동이 빈 라덴이 9.11 테러의 배후조종자라는 근거에 입각해 취해졌음을 감안한다면 이는 실로 놀라운 얘기가 아닐 수 없다. 기사는 다음과 같이 계속된다.

“FBI는 최근 이 조직원들이 합법적으로 입국했고 입국 후에도 아무런 불법행동을 저지르지 않았기 때문에 체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부 관리들은 이 조직원들이 무슨 목적으로 미국에 왔으며 테러계획을 가지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모른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관리들은 그들의 존재를 수상쩍은 눈초리로 보면서 뭔가 대응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그들이 미국에 있다 해도 ‘별 문제가 될 것 없다’고 말하는 관리도 있었다.”

정말로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가 없다. 9.11 직후 전국적으로 수사망이 확대되면서 단지 아랍 출신이라는 이유로, 또는 이슬람교도라는 이유만으로 수백명의 ‘용의자’들이 마구잡이로 체포되는 와중에 FBI는 미국 유수의 언론에 대해 빈 라덴의 협력자임이 분명한 사람들을 단지 미국에서 아무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기 때문에 체포하지 않았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다니.

***밥 우드워드와 월터 핀커스**

이 기사는 밥 우드워드와 월터 핀커스가 썼다. 이 사실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또다른 대목이다. 70년대 초반 워터게이트 스캔들을 파헤친 우드워드는 별도의 설명이 필요없는 인물이다. 그는 미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기밀정보를 제공받은 사람이다. 당시 우드워드에게 정보를 제공한 사람은 “Deep Throat"라는 별명으로 불릴 뿐, 정확한 신원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미 국가안보기구의 고위급 인사일 것이라는 게 정설이다.

월터 핀커스는 워싱턴 포스트의 국가안보 담당 기자로, CIA와 국방부를 출입한다. 그는 1960년대에 전국학생연맹(NSA)의 멤버였는데 그로부터 20년 뒤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당시 그는 CIA 프락치였다고 한다.

일찍부터 미국의 국가안보기구와 깊은 관계를 맺어 온 이 두 기자의 기사가 워싱턴 포스트의 1면을 화려하게 장식했다는 사실은 빈 라덴과 미국 정보기관과의 관계가 현재 미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는 것보다는 훨씬 복잡하다는 사실을 미 정부 스스로가 반쯤은 시인한 것으로 받아들여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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