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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뒤덮은 미군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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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세계를 뒤덮은 미군기지 '先軍정치'의 미국 <2>
다음 글은 미국의 젊은 연구자 졸탄 그로스만이 쓴 '미국의 새 군사 기지 : 전쟁의 부산물인가, 아니면 전쟁의 원인인가' 전문을 번역한 것이다.

그로스만은 이 글에서 미국이 냉전 종식 이후 보스니아에서 파키스탄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에 정력적으로 미군기지를 건설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일본·유럽 등 경제적 경쟁자들을 통제하려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90년대 이후 미국의 국지전 개입의 진정한 목표는 인도주의적 구호가 아니라 전략적 요충지에의 군사력 확대를 통한 세계경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새 미군기지들은 이들 전쟁의 부산물이 아니라 다가올 전쟁의 원인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졸탄 그로스만은 위스콘신-매디슨 대학의 지리학 박사과정에 있으며 남아시아 정보 그룹의 회원이다. 원문은 www.zmag.org에서 볼 수 있다. 편집자

***미군기지: 전쟁의 부산물인가, 아니면 전쟁의 원인인가**

냉전이 끝난 후 지난 10여년간 미국은 이라크, 소말리아, 유고슬라비아, 아프가니스탄과 전쟁을 벌였다. 미국은 침략 격퇴, 독재정권 해체, 테러 방지 등 인도주의적 명분을 이유로 타국에 무력으로 간섭했다. 미국이 외국에 무력간섭을 할 때마다 미국의 지지세력과 비판세력 모두의 관심은 '다음 차례는 어디가 될 것인가'였다. 그러나 미국의 무력개입이 남긴 영향에 대해서는 모두 무관심했다.

냉전이 끝나면서 미국은 유럽과 동아시아라는 두 거대 경제세력과의 경쟁에 돌입했다. 미국은 군사적으로는 세계 제일의 초강대국이었지만 경제적으로는 유럽연합, 그리고 일본.중국.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이 이끄는 동아시아 경제블록에 밀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미국은 유라시아 대륙에서 경제적으로 많은 부분을 잃게 되고 말 것이라는 우려에 직면했다. 1990년 이후 미국의 군사행동은 단지 인종청소행위나 이슬람의 호전성에 대한 반대 뿐 아니라 이와 같이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세계질서에 대한 반발로 설명될 수 있다.

1990년 이후 미국이 대규모 군사개입을 할 때마다 전에는 미군의 군사적 교두보가 전혀 없었던 지역에 새 미군기지들이 잇따라 만들어졌다. 세계사적으로 매우 중대한 이 시점에 미군은 세계의 전략 요충지에 군대를 투입, 이들 지역에 대한 지정학적 영향력 행사의 근거를 차근차근 마련해 가고 있다. '유로 블록'과 '엔 블록'의 부상 속에 미국의 경제력은 쇠퇴했다. 그러나 군사적으로 미국은 여전히 초강대국이다. 미국은 전략적 요충지를 군사력으로 지배함으로써 경제적 경쟁자들에 대한 미래의 대항무기로 삼으려 하고 있으며 군사력이 뒷받침되는 '달러 블록'을 만들어 주요 경쟁국의 도전에 쐐기를 박으려 하고 있다.

***전쟁을 위한 군사기지**

미국의 군사전략가들은 새로운 무력개입을 계획할 때마다 다가올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새 군사기지를 건설하고 해당국 군사시설에 대한 사용권, 또는 주둔권 확보 등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미국은 전쟁이 끝난 후에도 군대를 철수시키지 않은 채 현지에 주둔해 해당국 국민들의 원성을 샀다. 소련이 제2차 세계대전 후 동유럽을 해방시킨 뒤 직면한 것과 같은 상황이다. 미국은 단순히 무력개입을 지원할 목적으로 새로운 미군 기지를 만든 것은 아니었다. 이와는 반대로 새로운 미군 기지를 건설하기 위해 무력개입을 명분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사실 궁극적으로 본다면 전쟁 자체보다는 그에 따르는 새로운 미 군사기지의 건설이 미국의 군사전략가들과 미국의 적들에게 더 중요한 것인지 모른다. 9.11 테러는 걸프전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었다. 오사마 빈 라덴은 이라크 독재정권에 대항하는 사우디의 이슬람 근본주의 독재정권을 지원했다. 걸프전을 계기로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걸프만 지역에 미군을 영구주둔시켰고 이는 테러의 뿌리를 심어 놓은 셈이 됐다. 발칸 지역과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의 영구주둔은 앞으로 이번 테러와 유사한 '부메랑 공격'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지난 10년간 미국의 모든 대외 무력개입이 보스니아에서 파키스탄에 이르는 전 지역을 미국의 지배 하에 두려는 음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미국은 지난 10년간 군사개입이 필요한 상황을 적절히 활용해 서쪽으로는 유럽, 북쪽으로 러시아, 동쪽으로 중국 사이의 중간지대에 군사적 교두보를 만들고 점차 이 지역을 '미국의 세력권' 안에 편입시키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또한 미국의 일련의 군사개입은 유럽과 동아시아에의 석유공급에 대한 미국기업들의 통제력을 사실상 증대시켜 왔다. 한마디로 이는 음모가 아니라 자본주의적 기업 활동의 일상적 행태이다.

***걸프전**

아랍 동맹국에 대한 원래 약속과는 달리 미국은 1991년 걸프전이 끝난 후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에 대규모 군사기지를 계속 주둔시켰고 바레인, 카타르, 오만, 아랍에미리트 등 걸프지역 국가들에 대한 군대주둔권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터키에 있는 기존 미 공군기지의 위상은 한층 높아졌다. 걸프전쟁으로 미국은 영국이 지난 70년대 초에 포기한 중동지역에 대한 영향력의 인수를 마무리지었다. 하지만 미국은 이 지역에서 나오는 석유의 5% 정도만을 수입하고 있다. 나머지는 유럽과 일본에 수출된다.

프랑스의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걸프만에서의 미국의 영향력 확보는 유럽과 동아시아 등 경제강국에의 석유공급에 대한 통제력을 행사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걸프전 후에도 계속 군대를 주둔시키기로 결정한 것은 사담 후세인에 대항하고 이라크에 지속적인 타격을 가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중동의 석유부국이자 동시에 전제정권인 이들 국가 내부에서 폭발하지도 모른 국민들의 잠재적인 불만을 억누르기 위해서였다.

***소말리아 전쟁**

92-93년 소말리아에 대한 미국의 무력간섭은 실패로 끝났다. 그러나 왜 하필이면 이 시점에 미국은 이른바 '인도주의적' 개입을 하게 됐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70년대와 80년대 미국은 소련이 지원하는 에티오피아에 대항해 전쟁을 벌이고 있는 소말리아 독재자 시아드 바레를 지원했다. 그 보답으로 바레는 미 해군이 소말리아내 해군 항구들을 사용하도록 허가했다. 홍해 남단에 위치한 이 항구들은 수에즈 운하와 인도양을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에 해당된다.

바레가 퇴진한 후에도 미국은 소말리아의 계속되는 혼란과 기근을 구실로 군대를 다시 진군시켰다. 그러나 미국은 모가디슈의 군부 지도자 모하메드 아이디드에 대항해 다른 쪽 군부 지도자를 편드는 실수를 범했다. 모가디슈의 전투는 영화 '블랙 호크 다운'에서 낭만적으로 묘사됐다. 18명의 미군과 수많은 소말리아인이 희생됐다. 결국 미군은 물러났지만 홍해를 가운데 두고 소말리아의 해군기지들 반대편에 있는 예멘의 아덴항에 해군 기지를 사용할 권한을 얻었다. 2000년 빈 라덴은 이 지역에 있는 미 전함 콜호를 공격했다.

***발칸 전쟁**

미국은 95년 보스니아, 99년 코소보에 차례로 무력개입했다. 표면상의 이유는 세르비아의 '인종청소'에 맞서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같은 발칸지역의 크로아티아나 알바니아가 자행한 '인종 청소'에는 아무런 군사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이 군사개입으로 미국은 5개 국가에 새로운 미군 기지를 건설할 수 있었다. 헝가리, 알바니아, 보스니아, 마케도니아, 코소보 남동부의 본스틸 기지 등이 그곳이다.

유럽의 나토 동맹국들도 이 군사행동에 참가했지만 미국과 같은 수준의 정치적 우선과제를 갖고 있지는 않았다. 유럽 연합이 참전한 것은 단순히 미국과의 결속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 지역의 신질서 형성과정에서 완전히 소외되는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특히 코소보 전쟁에서 유럽은 나토를 지휘하는 미국과는 별도로 독자적인 군사행동을 하려고 노력을 기울였다. 미국이 유럽연합의 동쪽 변방에 대규모 군사기지를 확보해 둔 것은 중동지역으로의 군사력 행사는 물론, 부분적으로는 장래 유럽연합군이 독자적 군사행동에 나서게 되는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아프간 전쟁**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은 표면적으로 9.11 테러에 대한 응징이었다. 어느 정도는 탈레반 정권을 겨냥한 것이기도 했다. 아프가니스탄은 역사적으로 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중동에 걸쳐 있는 매우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이다. 또한 이 나라는 카스피해의 유전에서 인도양에 이르는 우노칼사의 석유 수송관이 지나가는 길이기도 하다.

미국은 이미 9월 11일 이전에 이웃나라 우즈베키스탄에 군대를 주둔시켰다. 전쟁이 시작된 후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키르기즈스탄, 타지키스탄 등에 미군 기지를 건설했거나 기지사용권을 획득했다. 아프가니스탄의 계속되는 불안정(소말리아처럼 군벌간의 대립이 심했다)을 이유로 미국은 이 지역에도 군대를 영구히 주둔시키기로 했고 심지어 미 달러화를 아프가니스탄의 새 통화로 정하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중앙아시아 지역에 생겨나고 있는 미국의 새 군사기지들은 카스피해의 유전을 보호하기 위한 영구 군사거점이 되고 있다.

***왜 전쟁인가?**

평화의 가능성이 열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굳이 이 나라들과 전쟁을 벌인 이유는 이 지역에서 지정학적 우위를 확보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전임 조지 부시 대통령은 1991년 2월 이라크와의 지상전을 감행했다. 당시 사담 후세인은 소련의 권유에 따라 쿠웨이트에서 이미 군대를 철수시켰는데도 말이다. 그는 또한 1992년 소말리아의 심각한 기근이 나아졌음에도 이를 구실로 소말리아에 군대를 진군시켰다. 클린턴 대통령은 1999년 유고슬라비아가 이미 랑부예 평화 회의에서 철군 의사를 여러 번 밝혔음에도 코소보에서 철군하라며 세르비아와 전쟁을 벌였다. 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001년 빈 라덴의 신병을 인수받기 위한 탈레반측과 충분한 외교적 협상 없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다. 미국은 반탈레반 세력(압둘 하크가 이끄는 파쉬툰군)이 스스로의 힘으로 탈레반 정권과 싸우게 놔두지도 않았다. 미국은 전쟁을 최후의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그들의 더 큰 목표를 위한 편리한 기회 정도로 생각했다.

지정학적 우위를 계속 확보하기 위해 미국은 이 전쟁들에 대해 쉽사리 승리를 선언하지 않았다. 만일 미국이 1991년 사담 후세인을 축출했다면 아랍의 동맹국들은 미국에 대해 군대 철수를 요구했을 것이다. 그러나 후세인은 여전히 권좌에 앉아 있고 미국은 이를 빌미로 이라크를 계속 폭격하는 등 군사행동을 멈추지 않고 있으며 이 지역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계속 유지했다. 오사마 빈 라덴과 물라 오마르가 전쟁 네 달이 되도록 붙잡히지 않았다는 사실은 중앙아시아와 남아시아에 미군이 계속 주둔할 수 있는 명분이 되고 있다. 후세인, 빈 라덴, 오마르 이 세 사람이 살아서 활동하고 있는 한 이들은 당분간 미국의 전쟁계획에 아주 유효한 명분이 돼줄 것이다.

***준비 중인 전쟁**

이라크는 확실히 미국의 새로운 군사행동의 주요 목표이다. 부시 대통령은 아버지 부시가 끝내지 못한 일을 끝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유럽과 동아시아 사이의 '중간 지역'에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미국의 의도는 이 지역에서 독자 노선을 걷고 있는 이라크와 이란 모두를 긴장시키고 있다. 부시는 이라크의 반후세인 세력들이 아프간의 북부동맹이나 코소보 자유군처럼 친미 군사세력이 돼줄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 있는 듯하다. 그는 또한 이란에 대한 위협이, 이미 이슬람 강경분자들의 세력을 강화시켜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란의 온건개혁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이미 부시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가식적으로라도 해왔던 중재 노력을 포기한 마당에 만일 미국이 이라크와 이란을 상대로 전쟁을 벌인다면 미국과 이슬람과의 모든 우호관계는 끝장날 것이다.

미국의 군사전략가들은 소말리아와 예멘이 다음 공격대상이라고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미군은 홍해 상에 떠있는 해군 함정을 통해 소말리아와 예멘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은 1993년 모가디슈와 2000년 아덴에서의 재앙을 막고자 간접적 무력개입을 택할지 모른다. 빈 라덴은 미국의 새 군사기지 건설을 저지하고자 소말리아의 아이디드 정권을 지원했다. 그의 아버지는 전통적으로 반미 정서가 강한 남동부 예멘 출신이다. 미 정부의 우선순위는 빈 라덴의 영향력을 줄여 특정지역에 국한시키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소말리아와 예멘의 전략적 요충지에 해군을 진군시켜 군사적 영향력을 되찾는 것이다.

아프간 전쟁 이후 미국의 가장 직접적인 군사행동은 필리핀 남부에서 벌어지고 있다. 미국은 아부 사야프가 이끄는 이슬람 무장 게릴라와 싸우고 있다. 미국은 아부 사야프 무장 세력을 민다나오와 술루 지역에서 수십년간 정부에 반대하며 자생적으로 성장해온 모로 반군의 일부가 아니라 빈 라덴의 행동에 고무돼 일어난 조직이라고 보고 있다. 미 특수군 '교관'들은 실제 전투 지역에서 필리핀군을 '훈련'시키며 합동작전을 수행중이다.

그들의 목표는 2백명의 반도들을 손쉽게 굴복시켰던 그레나다에서의 승리를 재현해 전세계적으로 반(反)빈 라덴 선전효과를 거두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지역에서의 미국의 군사작전이 정착하게 된다면 반군 소탕작전의 대상은 민다나오 지역의 모로 반군이나 나아가 공산반군쪽으로 옮겨갈 공산이 크다.

그렇게 될 경우 필리핀에서 미국이 달성하고자 하는 보다 원대한 목표에 큰 도움을 주게 될 것이다. 즉 지난 90년대에 상실했던 미군기지 사용권을 다시 회복하게 될 것이다. 미국은 냉전 종식 이후 필리핀 상원의 요구로 철수했던 필리핀내 클라크 공군기지와 수빅만 해군기지에 대한 통제권을 회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군사적 움직임은 좌파든 우파든 필리핀 민족주의자 모두에게 거센 저항을 받을 것이다.

부시의 북한에 대한 위협발언과 함께 미군의 필리핀 재주둔은 동아시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하는 미국의 시도로 볼 수 있다. 동시에 이 지역에서는 중국이 세계의 강대국으로 급부상하고 있고 경제위기를 겪었던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도 점차 위기에서 벗어나고 있다. 아시아 전역에서의 미 군사력의 역할 증대는 미군의 일본주둔에 대한 점증하는 불만을 완화시킬지 모른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은 미국의 세력권이 자신의 국경너머로까지 확대될지도 모른다는 중국의 두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다. 옛 소련 지역인 키르기즈스탄의 새 미군 공군 기지는 중국이 안심하기에는 너무 가까운 위치에 있다(러시아 또한 석유를 둘러싸고 OPEC의 영향력을 줄이고자 미국에 동참했지만 미군의 군사적 포위에 두려움을 다시 느끼고 있다).

한편 이밖에 다른 지역도 미국이 벌이는 '테러와의 전쟁'의 목표가 되었다. 주목할 곳이 바로 남미이다. 냉전시절 미국의 정치선전이 남베트남과 엘살바도르의 좌파 반군을 북베트남 및 쿠바 정권의 괴뢰로 만들었던 것처럼 미국은 이제 '테러와의 전쟁' 선전을 통해 콜럼비아 반군을 석유부국 베네수엘라의 동맹세력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그린 베레 출신의 베네수엘라 대통령 휴고 차베스는 빈 라덴과 카스트로에 호의적인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만일 빈 라덴이 제거되고 OPEC가 미국에 저항할 움직임을 보인다면 차베스는 미국의 다음 이상적인 공격 목표가 될 것이다. 남미의 위기는 비록 이슬람과 연관은 없지만, 이 지역을 현재 준비되고 있는 전쟁지역 중에서 가장 위험한 곳으로 만들 것이다.

***일관된 목표**

지난 10년간 걸프만, 소말리아, 발칸,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이 벌인 전쟁과 예멘, 필리핀, 콜롬비아/베네수엘라 등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새로운 전쟁, 그리고 부시가 '악의 축'으로 지목한 북한, 이란, 이라크에는 모두 공통점이 있다. 최근 미국의 군사행동이 많은 경우 석유와 관련돼 있기는 하지만 모두 석유를 얻고자 하는 미국의 욕심(또는 석유로 남는 이윤)과 관련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군사거점을 획득하려는 미국의 의도와 관련이 있다. 새로운 미국의 군사기지와 전세계 석유공급에 대한 통제력 확대는 80년대 이후 일어난 역사적인 전환과 관계가 있다. 유럽과 동아시아의 경제적 영향력 확대가 초강대국 미국과 소련의 양대 구도를 대체하기 시작한 것이다.

로마 제국은 식민지에 대한 경제적, 정치적 영향력이 감소하자 군사력만으로 버텼다. 미국은 세계 곳곳에 경쟁국들이 영향력을 확대하지 못하도록 군사력을 이용해 진입하고 있다. 그들의 목표는 '테러'의 종식과 '민주주의'의 확장이 아니다. 부시 정부는 이 목표 중 어떤 것도 실현시키려 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단기적 목표는 민족주의가 그들을 몰아낸 지역에서 다시 군사적 영향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그곳이 카스피해든, 카리브해든 세계 모든 지역의 석유자원을 장악해 유럽과 동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석유 공급 통제력을 확대하는 것이다. 궁극적 목표는 종교적 과격파, 세속적 민족주의자들, 반미 국가, 나아가 독자노선을 걷는 동맹세력 등 미국의 앞에 놓인 모든 장애물을 제거하고 거대하고 새로운 미국의 세력권을 구축하는 것이다.

미국 국민들은 지금 테러 공격으로부터 고국을 지켜주고 나아가 미국의 경제력을 강화시켜줄 석유수송관 건설, 그리고 해외 미군기지의 건설을 좋아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의 위험성이 점점 더 분명해짐에 따라 미국인들은 세계의 더 많은 국가가 미국에 등을 돌리고 또 다른 9.11을 불러올지도 모를, 매우 위험한 길로 빠져들고 있음을 깨닫기 시작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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