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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공격 결정, 남은 건 시기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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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라크 공격 결정, 남은 건 시기뿐! '先軍정치'의 미국 <3>
***전쟁 준비 태세에 들어간 이라크**

이라크 신문 '바벨'은 지난 18일 1면 사설을 통해 미국이 이라크에 대한 대규모 군사공격에 앞서 심리전을 전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라크에 대한 공격 의도를 끊임없이 반복함으로써 우리 국민들로 하여금 미국의 군사공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만들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벨'은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맏아들 우다이가 소유하고 있는 신문이다.

또 이라크 집권 바트당의 기관지인 '알 토라'는 같은 날 "미국은 새로운 위기를 조성, 이라크 공격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유엔 무기 사찰 문제를 새삼 제기하고 나섰다"며 미국을 비난했다.

이라크는 지난 15일 약 1년만에 수도 바그다드에서 방공훈련을 실시했다. 바그다드에서 방공훈련이 실시된 것은 지난 해 2월, 미 전투기가 바그다드 남부의 방공 레이더시스템을 폭격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주부터 불거지기 시작한 미국의 '이라크 침공설'을 이라크측이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증거다.

한편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19일 부시행정부는 후세인을 축출할 것인지, 또 어떻게 축출할 것인지에 대해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백악관과 국방부 관리들은 최근 워싱턴 주재 외교관들에게 빨라도 5월 이전에는 이라크를 공격할 가능성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했다.

얼핏 상반돼 보이는 이들 두 나라의 움직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둘 다 옳다고 할 수 있다.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를 공격하기로 마음을 굳힌 상태이며 그 시기는 5월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아프간전 이후 이라크전 승리 자신감**

워싱턴포스트는 이 날 기사에서 부시행정부내 한 고위관리들의 말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아프가니스탄이 우리의 심리상태를 바꾸어 놓았다. 성공에의 확신이 한층 높아졌다"

당초 예상보다 훨씬 빨리, 또 미군 피해자가 거의 없이 아프간전쟁을 승리로 이끈 것이 이라크 공격에 대한 자신감을 높여주었다는 얘기다.

이 신문은 또 중동전문가들의 말을 빌어 미 정부의 최근 움직임 중 최소한 2가지는 미국의 이라크 군사공격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나는 미국의 아프간전쟁을 관장하는 중앙사령부 소속 육·해·공·해병의 최고위 지휘관들이 모두 현지에 모여 있다는 점, 또 다른 하나는 오는 3월로 예정된 체니 부통령의 중동 11개국 순방이다.

특히 지난 1991년 미 국방부장관으로 걸프전을 치렀던 체니 부통령이 이 지역을 방문하는 것은 군사행동에 앞선 우방국 정부들과의 사전 조율을 위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들 11개국 중 4개국은 이라크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논쟁은 끝났다"**

워싱턴포스트 외에도 지난 주 미국 언론들의 보도를 보면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공격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지난 11일자 뉴욕타임스는 "부시 행정부가 최근 2가지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면서 "하나는 이라크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것, 또 다른 하나는 미국은 국제여론의 향배에 관계없이 이를 밀어붙인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지난 12일 USA투데이와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는 행정부 고위 관리의 말을 빌어 "후세인을 제거할 것인가, 말 것인가가 문제가 아니다. 그 논쟁은 이미 끝났다"고 전했다.

이들 언론보도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과 같은 걸프만 지역의 군사동향이다.

***걸프만 지역으로 집결하는 미 군사력**

- 미국과 영국 전투기들의 이라크 방공시설에 대한 폭격이 강화되고 있다. 가장 최근의 공습은 지난 1월 22일부터 24일까지 바그다드에서 남동쪽으로 1백70마일 떨어진 탈릴 지역에 가해진 것이었다.

- 아프가니스탄의 군사작전이 사실상 중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천명의 해병과 전투 요원들이 이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 미 국무부와 CIA의 대표단이 지난 달 쿠르드족이 장악하고 있는 북부 이라크를 방문해 바그다드 침공시 군사지원 세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인지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

- 1천명이상의 지휘.통제 요원들이 최근 미국내 기지로부터 걸프지역으로 파견됐다. 이들은 자신들보다 훨씬 많은 숫자의 대규모 병력을 통제하게 될 것이다.

- 미 중앙사령부 소속 해병 병력의 최고 지휘관이 플로리다 본부로부터 바레인으로 이동했다. 바레인 현지에는 이미 중앙사 소속 육·해·공군 최고지휘관들이 체류하고 있다.

한편 미국은 이라크와 전쟁시 가장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가 될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터키에 강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인접 국가들에 회유와 압력**

이란은 최근 부시 정부에 의해 '악의 축'으로 지목됐다. 이는 이란이 중동지역에서 나름대로 제 목소리를 내고 있을 뿐 아니라 최근 서부 아프가니스탄의 주도권을 두고 미국과 갈등이 고조돼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이유는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할 때 이란이 그 빈 틈을 파고들지 못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 1991년 걸프전 당시 미국은 이라크가 완전히 붕괴됐을 경우 이란이 중동지역의 절대강자로 등장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이라크와의 전쟁을 조기에 끝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미국 언론의 주요 표적이 돼왔다. 최근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한 미국 언론은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 왕정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고 -이는 사우디 왕정에 대한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차라리 군사정권을 세우라고 말하고 있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선뜻 협조를 하지 않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우회적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터키에 대해서는 강경책보다는 회유책을 쓰고 있다. 이달 초 IMF는 미국의 주도에 따라 터키에 1백6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비슷한 상황에 처한 아르헨티나와는 완전히 반대되는 조치였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터키의 대이라크 전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또 다른 미끼를 던지고 있다. 이라크 모술 유전에 대한 - 이 유전은 터키와 이라크 국경에서 채 1백마일도 떨어져 있지 않다 - 권리 양여, 카스피해로부터 지중해 연안에 있는 케이한 항구에 이르는 송유관 건설에의 자금 지원 등이 그것이다.

그 대가로 터키는 미국의 북부이라크 공격 때 탱크와 지상군을 지원하라는 압력을 받을지도 모른다. 터키 신문 밀리옛의 칼럼니스트는 최근 터키 정부가 이라크 내부에서 쿠르드족의 반란이나 반정부 쿠데타가 일어나기를 기다리지 말고 차라리 군대를 바그다드로 진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터키 부총리 메수트 일마즈는 의회 간부회의 연설에서 "우리는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면서도 우리의 이해와 주도적 역할을 배제하는 모든 진행과정에 대해서 참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가진 주도권이 무시되거나 국가이익이 훼손되게 놔두지도 않을 것이다"라며 미국의 일방적 이라크 공격에 대해 경고했다.

터키 정부는 이라크에 전쟁이 일어날 경우 이라크 남부에 있는 쿠르드족의 독립운동이 본격적으로 일어나 터키 남동부에 살고 있는 수백만의 쿠르드인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런 우려에 대한 확실한 보증으로 일마즈는 전쟁에 승리해 이라크를 분할하게 되면 1차대전 당시 영국에 빼앗겼던 옛 오스만 제국 영토를 전리품으로 되찾아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러시아 언론, '오는 9월 공격 개시' 보도**

러시아 신문 네자비시마야 가제타가 지난 6일 러시아 군 정보기관의 보고서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오는 미국 정부는 9월 이라크 공격을 시작으로 중동지역에 연속적인 전쟁을 계획하고 있다. 이 신문은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빌미로 이라크 공격에 필요한 병력을 이 지역으로 집중시키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쿠르드족 지도자들을 끌어들이고 북부이라크 쿠르드족 거주지역에 활주로를 복구하는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러시아군 보고서는 미국은 공습과 대리전 중심의 지상군 강습을 통해 8주안에 후세인 정부를 무너뜨리는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전략은 이란과 시리아가 반미 저항을 시작할 경우 이들에게도 똑같이 취해질 것이다.

러시아 언론이 보도한 이 공격시간표는 상당히 정확한 정보로 판단된다. 왜냐하면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라크에 대한 지상 공격은 늦은 여름까지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 여름에는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높은 기온 때문에 미군의 지상 작전이 불가능하다.

- 병력의 이동 및 공군기지 건설과 보급선 확보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 코소보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거치며 거의 고갈돼 버린 미국의 정밀 무기를 군수업체가 생산하기 위해서는 수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

- 지상군 작전이 시작되기에 앞서 상당 기간의 공습이 선행돼야 하는데 이들 정밀 무기들은 사전 공습에 꼭 필요한 무기들이다.

***미 중간선거와 이라크 침공**

그러나 미국이 늦여름 전까지 군사 작전을 전개할 수 없는 근본적인 이유는 병참이나 기후와 같은 군사적 고려에 있는 것이 아니다. 여름 이후 군사 작전을 전개하면 미국의 대이라크 전쟁은 중간선거 기간(11월) 중에 일어나게 된다. 부시 정부와 공화당은 다시 한번 애국심과 단결로 자신들을 포장할 것이며 반대파에게는 역적의 이름을 뒤집어씌울 것이다.

9.11 테러나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없었다면 부시 정부는 지금 엄청난 대중적 반대에 부딪혀 있을 것이다. 경기후퇴, 대량해고 등 각종 경제적 실정의 책임을 지고 있는 데다 엔론과 같은 부패기업의 범법행위에도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테러가 야기한 혼란을 등에 업고 야당인 민주당까지도 폭넓게 부시를 지지하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부시 정부는 확실히 위기에 처해 있다.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고민하는 지도자보다는 외적과 싸우는 최고사령관이 국민들에게는 훨씬 어필하는 법이다. 한마디로 부시 정부는 정치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전쟁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미 언론계의 부시 옹호자중 한 사람인 월스트리트저널의 편집국장 로버트 바틀리는 지난 1월말 부시의 '악의 축' 발언 직후 TV에 출연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엔론 사건 정도는 이라크 침략이 시작되면 곧 잊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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