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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A, 중남미 군부독재자 양성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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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SOA, 중남미 군부독재자 양성소 '先軍정치'의 미국 <5>
***지금까지 중남미 군부ㆍ경찰 6만명 양성**

학살과 고문, 인권탄압으로 악명높은 중남미의 군부와 독재자들에게는 한가지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이들 대부분이 미국의 군사학교인 SOA(School Of Americas)에서 교육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SOA는 오랫동안 중남미 출신 군대와 장교를 대상으로 군사교육과 훈련을 시켜온 미 육군의 교육기관이다.

SOA의 공식발표에 따르면 이곳을 거쳐간 중남미 군인과 경찰의 수는 6만명이 넘는다. 이들은 대부분 고국으로 돌아가 군사독재정권의 지도자와 협력자로 일하며 숱한 인권탄압을 자행했다. 이들의 면면을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SOA 졸업생 리마 에스트라다는 과테말라에서 악명높은 정보기관 D-2를 운영해온 군부지도자다. D-2는 반정부활동을 막는다는 구실로 과테말라 군대가 4백48개의 마야인 마을을 파괴하고 수천명의 민간인을 학살하는 데 협력했다. 그는 지난 98년 D-2의 잔학행위를 폭로하려던 후안 제라르디 주교를 살해한 혐의로 과테말라 법정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역시 SOA를 나온 엘살바도르의 아틀라카틀 부대 사령관 호베르토 도브송은 89년 오스카 로메로 대주교를 포함한 다수의 예수회 성직자들과 민간인을 살해했다. 93년 유엔 진상 위원회는 엘살바도르 내전 당시 민간인을 상대로 잔학행위를 한 장교들의 명단을 공개했는데 이중 3분의 2가 SOA출신이었다.

아르헨티나의 호베르토 비올라와 레오폴도 갈티에리, 파나마의 마누엘 노리에가와 오마르 토리호스, 페루의 후안 발라스코 알바라도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중남미의 유명한 군사독재자들은 대부분 SOA 졸업생 명부에 올라있다. 94년 멕시코의 오코싱고 학살을 주동한 군부책임자, 페루와 온두라스에서 학살부대를 이끌던 주요지도자들도 모두 SOA를 거쳐간 자들이다.

이밖에도 민간인 9백명이 희생된 엘살바도르의 엘모조테 학살 주동자 12명중 10명, 콜롬비아 내전 중 잔학행위 혐의자 2백46명중 1백명 이상이 SOA 졸업생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무수한 인권탄압, 잔혹행위를 저지른 중남미의 군부와 경찰 대부분이 SOA와 관련을 맺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인권단체들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사례와 SOA 졸업생들이 훨씬 많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1946년 설립, 케네디행정부때 SOA로 개칭**

SOA의 역사는 1940년대에 시작됐다. 1946년 미군이 파나마에 중남미와 카리브해 지역의 군대를 훈련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한 카리브 훈련 센터가 SOA의 전신이다. 1963년 케네디 정부시절 SOA로 개명됐다. 제3세계의 반미 자주화 움직임에 대한 대응으로 유연대응전략에 따른 것이었다. 유연대응전략의 핵심은 CIA 등 미 정보기관과 미 특수군의 협력하에 제3세계에서의 반미정권의 출현을 저지하자는 거이다.1984년 SOA는 파나마 운하 협정에 따라 파나마에서 현재 위치인 미 조지아주 포트베닝으로 자리를 옮겼다. SOA는 미국의 해외군사훈련 프로그램(IMET)의 일부로 운영된다.

지금까지 가장 많은 SOA 졸업생을 배출한 나라는 콜롬비아다. 현재까지 1만명이상의 콜롬비아 군대와 경찰이 SOA에서 교육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콜롬비아는 중남미에서도 가장 시민들에 대한 인권침해가 심한 나라로 꼽힌다. 40여년간의 내전을 통해 2백만 이상이 희생되고 지금도 하루에 한 번꼴로 대량학살이 일어나는 나라가 콜롬비아다. 물론 여기에는 SOA 졸업생이 깊숙이 개입돼있다.

시민들에 대한 납치, 고문, 학살로 악명높은 '우익민병대(Paramilitaries)'는 콜롬비아 정부군과 정부군을 지원하는 미국의 비호를 받으며 강력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그런데 이 우익민병대의 잔학행위 주동자들은 대개 SOA에서 교육을 받은 자들이다. SOA를 졸업하고 현재 플랜 콜롬비아(Plan Colombia : 콜롬비아의 사회경제발전과 마약소탕, 반군척결을 위해 콜롬비아 정부가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종합계획)를 이끌고 있는 마리오 몬토야 우리베 장군도 70년대 우익민병대와 관련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SOA는 마약소탕작전, 정보전, 반정부게릴라와의 전쟁, 특공작전 등의 주제를 가지고 중남미의 군대를 훈련시켜왔다. 그러나 지난 96년 SOA가 이런 표면적인 교육 프로그램 외에 인권탄압을 장려하는 내용의 교본으로 학생들을 교육시킨 사실이 폭로됐다. 1996년 9월 미 국방부는 종교ㆍ인권단체의 압력에 못이겨 82년부터 91년까지 사용된 7종의 스페인어 훈련교본을 공개했다. 이 교본에는 학살, 고문, 약탈, 체포기술을 가르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수년전부터 미국내 인권단체 폐교 요구**

2000년 미국의 여야 의원 1백50명은 SOA를 폐교하고 의회의 조사를 요구하는 법안을 발의했으나 하원에서 10표차로 부결됐다. 대신 SOA는 지난해 1월 17일 '안보협력을 위한 서반구 연구소(WHISC :Western Hemisphere Institute for Security Cooperation)'로 개칭됐다. 이와 함께 최소 8시간 이상의 인권 프로그램을 새로 마련하고 의회 차원의 감시활동을 인정하는 등 개혁조치가 취해졌다.

반면 일부 의원과 많은 시민단체는 WHISC는 SOA와 본질적으로 달라진 게 없으므로 완전히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일부 의원들은 WHISC의 폐교를 요구하는 내용을 담은 새 법안(HR1810)을 다시 제안했고 많은 종교ㆍ사회단체들도 이 법안에 찬성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한마디로 SOA가 포장만 바꿨을 뿐, 여전히 민주주의와 인권을 억압하는 군대를 양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SOAW(SOA Watch)는 SOA에 반대하는 최대 시민단체이다. 지난 1990년 로이 보르헤스 신부가 설립한 이 단체는 SOA의 완전 폐교를 주장하며 철야농성, 단식, 시위 등의 평화적 저항운동을 벌이고 언론과 의회에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등의 활동을 벌이고 있다.

SOAW는 WHISC가 여전히 전투기술, 특수군작전훈련, 정보전 교육 등과 같은 각종 군사교육과 훈련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반면 인권과 민주주의 교육에는 관심이 없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바뀐 인권 프로그램은 콜롬비아의 우익민병대와 같은 특정지역의 문제를 전혀 다루지 않으며 외부 인권 전문가의 도움도 받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 SOA 인권교육 교관이었던 찰스 콜은 인권교육은 SOA의 전체 교육과정 중 아주 작은 부분만을 차지한다고 지적한바 있다고 SOAW는 전한다.

SOAW는 매년 11월 포트베닝에 있는 SOA의 정문 앞에서 엘살바도르 학살 희생자를 추모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지난해 11월 18일 열린 추모집회에는 사상 최대 인파인 1만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테러리스트 훈련을 중단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SOA가 중남미 군부를 통해 저지른 잔학행위에 항의했다. 이날 1백10여명의 시위대가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경찰에 구속수감됐다. 이들은 재판결과에 따라 수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있다. 2000년 집회당시에는 89세의 수녀를 비롯한 26명의 시위가담자가 구속돼 6개월형을 선고받았다.

FBI는 테러를 '폭력적인 방법으로 시민을 위협하고 정부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전세계의 양심있는 지식인과 언론, 시민들은 이 말이 SOA 졸업생들에게 정확히 들어맞는 말이 아니냐고 비꼰다. 내전과 폭력으로 고통받으며 기본적인 인권마저도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중남미 민중들, 그들의 등뒤에는 SOA의 검은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있다.

SOAW를 비롯한 60여개 시민단체, 환경단체, 노동자, 인권단체들은 오는 4월 19일부터 22일까지 워싱턴에 모여 SOA의 폐교와 미국의 플랜 콜롬비아 지원중단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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