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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등 재벌보험사 강제분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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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삼성생명등 재벌보험사 강제분리할까 이동걸 인수위원 드라이브에 삼성그룹 등 초비상
"재벌문제에 관한 한 초강성으로 알려진 인수위의 이동걸 위원이 어떤 금융정책을 펼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대그룹 구조조정본부 임원의 말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이동걸 금융담당 인수위원(50)은 DJ정부 출범 이래 금융개혁에 깊숙이 관여한 금융전문가이다.

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예일대 박사 출신의 이 위원은 산업연구원 재직시절이던 지난 97년 YS정권말기 금융개혁위원회 전문위원을 맡은 것을 연으로, DJ정부 출범후 청와대에 파견나가 대통령경제비서실, 정책기획비서실 등에서 IMF 금융구조조정 일을 하다가 99년 한국개발연구원(KDI), 2000년 한국금융연구원 등에서 금융개혁 관련 리포트를 양산했다. 이 위원은 99년 청와대에서 연구소로 나온 뒤에도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으로 DJ정부의 금융개혁에 관여해왔다.

때문에 인수위에서 맡게될 이동걸 위원이 맡게 될 핵심업무는 금융개혁이 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융·재벌개혁관 뚜렷한 소신파**

"이동걸 위원은 누가 쓰라고 해서 쓰는 스타일이 아니다."

지난해 이 위원과 금융연구원에 1년가량 같이 있었던 한국은행 이광주 국장의 평가다. 그만큼 소신과 관점이 뚜렷하다는 얘기다.

이동걸 위원의 소신을 보여주는 예는 많다.

그런 대표적 예가 지난 2000년 2차 공적자금 조성의 불가피성을 역설한 대목이다. 99년 8월 대우사태가 터지면서 2차 공적자금 조성이 불가피했다. 그러나 200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야당인 한나라당이 국가부채 논쟁을 제기하고 나서면서 여당과 재경부, 금감위 등은 "2차 공적자금을 조성할 필요 없다"는 어불성설의 방어전략을 폈다. 그러자 금융시장은 극도로 불안해졌고 제2차 금융위기설이 파다했다.

이때 이동걸 위원이 그해 5월 민주당과 가진 정책토론회에서 "최소한 40조원 규모의 2차 공적자금 조성이 시급하다"고 역설하고 나섰다. 이헌재 재경부장관, 이용근 금감위원장 등이 불필요를 주장하고 있을 때였던 만큼 보통 배짱으론 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결과 그해 7월 재경부, 금감위 수장들이 바뀐 뒤 2차 공적자금은 조성됐다.

2000년 KDI에서 금융연구원으로 직장을 옮기는 과정도 간단치 않았다. 대우는 KDI가 여러 모로 좋았다. 하지만 중경회 실세중 하나인 이진순 KDI원장과의 갈등이 컸다. 리포트 내용을 둘러싼 갈등으로 재벌개혁 문제가 주된 쟁점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동걸 위원은 "2000년 7월 진념 경제팀이 출범한 이래 DJ정부 초기에 이룩한 재벌개혁이 원대복귀하고 있다"고 공개리에 비판했다. 이같은 논조는 정부산하기관인 KDI의 수장인 이 원장과 갈등을 빚었고, 결국 이 위원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금융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겨가 소신껏 글을 써댔다.

***재계의 초미의 관심사, 금융사 계열 분리청구제**

금융개혁은 DJ정부의 최대 경제개혁 성과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금융이 일본을 앞질렀다"는 국제금융계의 평가가 그 증거다. 실제로 국내 최대은행인 국민은행의 신용등급은 일본 최대은행인 도쿄미쓰비시은행보다 높다. 때문에 금융개혁은 다른 경제 현안들에 비해 노무현 새정부가 받는 압박감은 덜할 전망이다.

또한 DJ정부때부터 금융개혁에 깊게 관여해온 이동걸 위원이 새 정부의 금융청사진을 그리는 금융담당 인수위원이 된 만큼 금융구조조정의 일관성도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실제로 인수위는 2일 재경부가 당면한 긴급현안으로 보고한 조흥은행 조기매각과 관련해서 "정부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밝히는 등 현정부가 추진해온 금융구조조정의 일관성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같은 입장 정리에는 평소 정부의 은행보유지분 조기매각을 요구해온 이동걸 위원의 견해가 크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정책의 일관성에도 불구하고 맨앞의 대기업 임원의 우려에서도 읽을 수 있듯 그가 그려낼 제2차 금융개혁 그림에 대한 경제계의 관심은 크다. 특히 재계의 지배 아래 있는 보험, 증권 등 제2금융권의 관심은 크다 못해 긴장감까지 흐르고 있을 지경이다. 이동걸 위원의 재벌관이 제2금융권 구조조정에 투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재계가 특히 주목하고 있는 대목은 '금융사 계열 분리청구제'의 도입 여부다.

***노 당선자의 재벌개혁 6대과제의 핵심**

노무현 당선자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대선공약 <노무현의 약속-4대 비전·20대 기본정책·1백50대 핵심과제>에서 이를 약속했다.

20대 기본정책중 9번째 과제로 설정된 '재벌개혁 등 공정한 경쟁질서 확립'은 모두 6가지 핵심과제로 구성돼 있다.

재벌의 정경유착 관행 근철 및 공정한 시장질서 구축
재벌계열사간 상호출자.채무보증 금지 및 출자총액 제한 유지
증권분야 집단소송제 조기 도입
상속·증여세의 완전포괄과세 도입
회계정보 및 공시의 투명성 강화

그리고 마지막 하나가 "재벌기업의 금융기관 사금고화를 방지하기 위한 '금융회사 계열분리 청구제' 도입"이다.

노무현 당선자는 그후 경실련 초청강연, TV토론 등 대선기간중 여러 차례 금융사 계열분리 청구제 도입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동걸 위원의 일관된 '재벌의 사금고화' 경계론**

금융회사 계열분리 청구제란 현재 재계의 절대적 영향권아래 있어 '재벌의 사금고화' 위험이 큰 보험·증권·카드·종금 등 제2금융권에 대해서도 은행과 마찬가지로 소유지분 제한 등의 규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다.

이는 이동걸 위원이 99년 KDI 재직시절부터 일관되게 주장해온 개혁안이었다.

"은행을 제외한 보험·증권·종금·카드·투신 등 제2금융권에서 5대재벌 계열 금융사의 시장점유율이 자산 기준으로 지난 97년 3월말 22.5%에서 98년 3월말 30.4%, 99년 3월말 34.7% 등으로 급격하게 높아지고, 수신의 경우도 18.6%에서 34.0%로 상승했다.

이런 추세로 볼 때 앞으로 비은행 금융산업에서 5대 재벌의 자산 및 명업지중은 5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5대 재벌을 중심으로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결합이 보다 강화될 것이다. 이같은 재벌의 금융지배 확대는 고객의 이익 침해, 금융기관의 사금고화, 금융의 자원배분 기능 왜곡 등과 같은 문제를 낳고 있다."(1999.6.25 한국금융학회 주관 워크숍 '금융구조조정의 향후과제'에서 김세진 금융연구원 위원과 공동발표한 주제발표에서)

IMF사태후 제2금융권에서의 재벌 지배력 확대를 우려하던 이동걸 위원은 2000년 들어 정부의 방카슈랑스(은행+보험) 도입 결정 등 금융업종간 장벽허물기가 본격화되자 한층 긴장감을 높였다.

"외국의 경우 이미 투신사와 파이낸스가 업무제휴를 통해 은행의 전통업무인 예금과 대출을 수행하는 등 병행은행 현상이 보편화된 상태며, 국내에서도 제2금융권이 발달하면서 유사한 형태로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런 대표적 예가 리스사와 은행.카드사와 은행.투신사등의 업무결합을 통한 리스채 및 회사채 발행과 인수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인터넷뱅킹과 인터넷파이낸스가 활성화할 경우 자금이체와 인출이 용이해져 병행은행 현상이 더욱 뚜렷해질 것이며, 이에 따라 은행들은 전통적 업무영역이 크게 위축되는 등 수익구조가 악화될 것이다. 이렇게 타 금융기관간 업무결합이 많아질수록 금융기관의 연쇄부실화 가능성이 커지는 등 금융시스템 전체의 위험도가 높아질 것이다.

아울러 비은행 금융기관이 사실상 은행업무를 하게 됨으로써 기존의 은행소유제한 효과가 반감되는만큼 제2금융권에 대한 산업자본의 지배금지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2000.6.19 보고서 <병행은행 현상과 정책대응>에서)

***삼성생명이 주 타깃**

2000년 최초로 '제2금융권에 대한 산업자본의 지배금지' 방안을 언급한 이동걸 위원은 지난해 들어서는 '기업 분할명령제'라는 구체적 대안을 내놓았다.

"과도한 시장지배적 사업자나 계열사간 편법지원 등을 통해 사세확장에만 치중하는 거대재벌에 대해 기업분할을 명령할 수 있도록 공정거래법을 강화해야 한다. 앞으로 법의 토대위에서 모든 기업관련 정책을 취해야 하는만큼 이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2001.7.5 금융동향에 기고한 <출자총액제한 논쟁의 시비>에서)

기업 분할명령제란 현재 미국이 채택하고 있는 제도로 특정기업의 시장지배력이 워낙 커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판단될 때 법원이 '반독점법'에 근거해 기업을 쪼개도록 하는 명령이다. 실제로 미국의 최대통신사인 AT&T가 이 명령에 의해 7개 회사로 분할됐으며, 최근에는 MS(마이크로소프트)가 분할위기에 직면하기도 했었다.

사실상 이 위원이 제기한 기업 분할명령제는 DJ정부의 중장기 추진과제이기도 했다. 한 예로 비슷한 시기에 KDI는 재경부의 용역을 받아 작성한 <비전2011> 중간보고서에서 "기업의 독점력 확장 및 남용에 대한 시정장치로 기업분할과 계열분리 청구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며, 현재 30대 그룹에만 한정된 상호출자금지를 모든 기업으로 확대,적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위원의 주장에서 특히 주목해야 하는 대목은 "특히 보험, 전자 등을 주력으로 그룹형태의 불공정행위를 펴고 있는 대기업에도 이 제도를 적용해야 한다"는 대목이다. 다름아니라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쌍두마차로 하고 있는 국내최대기업인 삼성그룹을 지칭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생명은 사실상 삼성그룹의 지주회사다. 얼마 전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상무보로 승계가 이뤄지는 과정에 에버랜드가 명목상 지주회사로 자리매김되기는 했으나, 각계열사 지분 보유 및 대출 등을 통해 여전히 실질적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회사가 다름아닌 삼성생명이다.

이런 만큼 이동걸 위원이 삼성생명을 금융사 계열사분리 명령의 대상으로 언급한 대목이 갖는 의미는 중차대하다. 유사시 노무현 정부와 삼성그룹과의 전면대치를 의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도입시기만 못 박아도 재계는 비상**

노무현 당선자는 지난해말 기자간담회에서 경제정책과 관련, "충격적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출자총액제한 유지, 증권 집단소송제 도입, 증여상속세 완전포괄주의 도입 등을 언급하며 이들 제도는 반드시 관철하겠다고 말했다.

노 당선자의 이같은 입장표명은 재벌관련 6개 핵심과제 가운데 '금융계열사 분리명령'을 제외한 것으로,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중장기 과제로 자리매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일 인수위에 경제개혁 우선순위를 매겨 보고한 재경부 고위 관계자는 "독점 폐해를 법원에서 입증하기가 그리 쉽겠느냐"며 이 제도의 조기도입에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정부의 이런 입장은 최근 대한생명을 한화에 매각하는 등 재벌사에게 보험사를 넘겨준 만큼 이해가는 반응이다.

이동걸 위원과 함께 재직한 금융연구원의 한 관계자도 "보수적인 김병주 서강대교수조차 보험사들이 계열사 지분유지에 사용되고 있다는 이유에서 금융계열사 분리명령제 도입을 주장했을 정도로 재벌소유 보험사들의 폐해가 존재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단기간에 이를 해소하려면 이를 대체하기 위한 자본력 조달 등에 문제가 생겨 사실상 삼성그룹 해체로 이어질 텐데 과연 쉽겠느냐"고 회의적 입장을 보였다. 그는 따라서 "금융계열사 분리명령은 중장기 정책과제로 설정하고 그 대신 재벌가 및 계열사간 내부거래 감독을 강화하는 단기정책을 추진하는 게 현실적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같은 신중론에도 불구하고 재계는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당장 이 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몇년후 도입하기로 시한을 못 박는기만 해도 재계가 느낄 위압감은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재계가 이동걸 위원의 일거수일투족에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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