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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민의'는 어디서 찾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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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진짜 '민의'는 어디서 찾을 수 있나 이효성의 언론마당 <26> 인터넷매체와 여론
언론은 흔히 민의의 대변자로 말해진다. 그러나 신문이나 방송과 같은 대표적인 언론을 통해 우리들이 접하는 것은 주로 권력자, 정치인, 고위관료, 재벌, 저명인사, 전문가 등과 같은 엘리트의 주장이지 민의는 아니다. 이들 전통적인 언론에서 민의 즉 일반인들의 목소리는 찾기 어렵다. 오늘날 전통적인 언론에 민의의 대변자라는 허상은 남아있을지 몰라도 진정한 의미의 민의는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이런 문제점을 인식한 미국의 언론들은 1990년대 초부터 이른바 공공 저널리즘(public journalism)이라는 새로운 저널리즘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공공 저널리즘은, 단순화하여 말하면, 언론이 가급적 일반인들의 목소리를 많이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언론들이 이제까지 객관주의 저널리즘이란 미명 아래 공공의 문제에 관하여 지나치게 엘리트의 의견만을 전달한 나머지, 일반인들은 엘리트의 무대가 되어버린 정치에 무관심하게 되었고 그런 엘리트 정치를 조장한 언론에도 등을 돌리게 되었다는 반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공공 저널리즘에도 불구하고 언론이 진정한 의미의 민의를 대변할 수 있는 공적 논의의 장 즉 공론장(公論場)으로 역할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종이신문들은 그 지면의 제약과 기술적 한계와 지나친 정치적 편향성 때문에 진정한 공론장으로 역할하기보다는 특정한 의견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선전장이거나 대중조작의 무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방송은 일반인들의 논의를 매개할 수 있는 기술적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기계적 중립성을 내세우는 특성 때문에 보수적인 의견을 대변하는 성향이 강하고, 민감한 정치적 쟁점에 관해 활발한 논의를 매개하는 대신 이를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오늘날 민의를 제대로 표출시키는 공론장으로 역할하는 언론이 있다면 그것은 오랜 전통의 오프라인 언론이 아니라 갓 태어난 온라인 언론이다. 온라인 언론은 인터넷의 특성인 무제한의 공간, 즉각적인 피드백의 가능하게 하는 쌍방향성, 그 밖의 여러 기술적 장점을 살려 활발한 논의의 장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대자보>, <서프라이즈> 등과 같은 인터넷 매체들은 그 일천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탄생한 이후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정치적 사안이나 쟁점이 발생할 때마다 필자와 독자들이 그 사안에 관한 활발한 논의를 벌이고, 그 결과로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여론을 형성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

특히 2002년 16대 대통령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래 고비마다 인터넷 매체들은 네티즌들의 활발한 여론형성의 장이었다. 예컨데, 민주당 김민석 의원의 정몽준 후보진영에로의 이탈, 대선 전날 밤 정몽준 후보의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철회 선언, 노무현 대통령과 평검사들과의 텔레비전 토론에서 평검사들의 태도 등은 인터넷 매체에서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그 결과로 네티즌 사이에 강력한 여론이 형성되었다. 지금은 노무현 대통령이 대북송금 특검법 법률안을 원안대로 공포한 것에 관해 인터넷 매체에서 활발한 논의가 벌어지고 있다.

인터넷 매체의 독자의견들에는 욕설, 인신공격, 지역차별적 발언 등과 같이 합리적 논의와는 거리가 먼 언어적 폭력에 불과한 배설적 표현도 있다. 이 때문에 오프라인 언론들에 의해 인터넷과 온라인 언론들이 도매금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그러나 그런 폭력적 언어, 배설적 표현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표현이 좀 세련되거나 정제되지 못한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독자의견의 대부분은 합리적인 논의에 속하는 것들이라 할 수 있다.

시민기자들이 자신들의 기사를 자유롭게 올릴 수 있고, 독자들의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인터넷 매체야말로 공공의 문제에 관한 논의에 일반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민주적인 열린 공간이다. 인터넷 매체는 진정한 민의가 형성되고 표출될 수 있는 공론장이다. 그와 같이 일반인들이 참여하는 논의에 의해 인터넷 매체에서는 진정한 의미의 여론이 형성되고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말하자면, 인터넷 매체를 통해서 지금까지 정치과정에서 배제된 일반인들이 참여하는 참여민주주의가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인터넷 매체들이야말로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정치적 쟁점에 관하여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 또는 관심 있는 사람들이 참여해서 활발하게 논의를 벌이고 그 결과로서 여론을 형성할 수 있는 공론장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다. 과거에 신문에게 부여되었던 공론장 역할은 오늘날 전자매체 특히 인터넷 매체에 넘어갔다. 사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종이신문은 지면의 제약을 받고 상호적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매체의 성격상 진정한 의미의 공론장이 되기는 어렵다. 실제로도 신문은 쟁점에 대해 여러 사람들이 참여하는 논의의 장을 마련하기보다는 장막 뒤에서 형성된 특정 세력이나 개인의 의견을 단순히 전달하는 무대인 경우가 많다.

오늘날 우리 신문들은 민의의 대변자로서 공론장으로 존재하기보다는 특정 세력의 대변자로서 대중조작의 장으로 존재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따라서 민주주의를 위해서 진정한 공론장으로 역할할 수 있는 새로운 매체의 출현이 요구되었다. 다행히 전자 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인터넷이라는 획기적인 매체가 새로 등장했다. 인터넷은 그 기술적 특성으로 인하여 진정한 공론장으로 역할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게다가 한국은 전국 방방곡곡에 초고속 인터넷망이 보급되어 있고, 그 이용료가 저렴하다.

그러니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여건과 인터넷의 여러 기술적 장점을 십분 활용하여 일반인들이 참여하여 활발하게 토론을 벌일 수 있도록 한 진정한 의미의 공론장으로서 역할하는 온라인 언론들이 등장하여 각광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근대 유럽에서 시민계급에게 카페가 수행했던 것과 같은 역할을 오늘날 한국에서 네티즌들에게 온라인 언론들이 수행하고 있다. 하버마스가 말한 이상적인 공론장이 대한민국에서 인터넷 매체에 의해 실현되고 있는 셈이다. 오프라인 매체 특히 몇몇 종이신문에 의해 그 발전이 저해되었던 한국의 민주주의는 이제 인터넷 매체에 의해서 그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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