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인천, 시민의 힘으로 81개교서 ‘친환경급식’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인천, 시민의 힘으로 81개교서 ‘친환경급식’

[프레시안 캠페인] 학교급식도 교육이다⑤

지난 5월 4일 인천시청 기자실에서는 ‘친환경학교급식지원을 위한 추경예산의 확보’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사진참조). ‘인천학교급식시민모임’(이하 인천급식모임)이 인천시의 2005년 학교급식지원예산이 조례제정 취지보다 기대에 미치지 못함에 따라, 다가올 추경예산에서 학교급식지원 예산을 확보하여 줄 것을 요구했던 것이다.

인천시의 올해 친환경급식지원 예산은 20억원(시비 10억원, 구비10억원)으로, 지역 내 81개 초·중·고교 및 유치원, 보육시설을 대상으로 친환경급식이 시행되고 있다. 조례의 자구문제로 친환경급식이 시행되지 않고 있는 서울·경기에 비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듯 하지만 애초 인천시의 예산계획에 50%나 축소된 예산이 집행되고 있는 셈이다.

***“최대예산 확보” 약속했던 안상수 시장의 ‘말 바꾸기’**

실제로 지난 2004년 8월말 인천시가 2005년 친환경학교급식예산으로 43억원을 편성·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이 지역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었다. 당시 인천급식모임은 조례제정 때 일반회계예산의 1%를 학교급식지원 예산으로 해 줄 것을 요구했었다. 그러했기에 인천시의 43억원이란 예산은 전면급식을 시행하기 위한 단계적 추진예산으로 이해했다. 또 조례제정 뒤 안상수 인천시장은 예산편성에 대한 인천급식모임의 질문에 대해 “명분만 있는 학교급식은 하지 않겠다. 최대한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인천시는 조례제정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와는 다르게 2005년 학교급식지원 예산편성과정에서 애초 계획된 43억원이 아닌 고작 14억원만을 편성했을 뿐이었다. 인천급식모임은 즉각 “인천시의 학교급식지원예산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라는 성명을 내고, 시의회 상임위를 방문해 이번 예산편성의 부당함성을 제기했다. 결국 인천급식모임의 시의회 상임위 방문 등으로 14억원의 예산은 현재 20억원으로 증액 편성돼 81개교 학교에 친환경급식을 시행하게 됐다.

하지만 현재 인천시의 확보된 급식예산은 인천지역 전체학교수의 17%에 불과하며, 아이들의 안전한 급식을 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예산이다. 완전한 친환경학교급식으로 가기 위한 첫해의 예산으로는 그 규모로 볼 때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 것이다.

당장 친환경급식을 시행하고 있는 학교 학생들의 식사량이 늘어나고 있으며, 더위와 함께 발생할 식중독사고 및 위생 사고에 대비해 안전한 급식이 요구되고 있다. 단지 관리감독으로만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학교급식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만 안전이 보장된다는 말이다. 이는 안전한 친환경학교급식을 시행해야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다. 무엇보다 보육시설, 어린이집, 초등학교 등에서 친환경급식의 중요성이 요구되는 바 이들에 대한 전면적인 친환경급식은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하고, 이에 대한 예산은 우선적으로 지원돼야 한다.

인천급식모임은 인천시가 대규모 개발 사업(예를 들어 송도신도시 개발과 같은)에는 수백, 수천억원의 예산을 투자하면서 아이들의 밥상은 예산편성의 우선순위에서 밀어내고 있는 현실에 대해 시민홍보를 강화하는 한편 구체적 예산 요구를 위한 조사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조만간 안상수 시장과의 면담을 추진하고, 그 결과에 따라 집회 또는 시민서명 등을 통해 친환경학교급식 지원을 위한 추경예산 확보에 나서 예정이다.

***아이들을 위한 마음, ‘시민의 힘’은 위대했다**

인천급식모임(공동대표 김정택 목사외)은 지난 2003년 7월 인천지역 23개 시민사회단체가 참가해 만든 단체이다. 전라남도의 주민발의에 의한 학교급식조례제정운동이 시민운동의 모범사례로 전파되면서 인천지역에서도 친환경학교급식의 중요성이 논의되기 시작했고, 이를 위해 조례제정운동을 시작했다. 출범 당시 단체의 명칭은 ‘학교급식환경개선과 조례제정을 위한 인천시민모임’이었다. 조례제정도 중요하지만, 학교의 급식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시급한 문제라는데 인식을 같이 한 단체의 명칭이었다.

당시 인천시민모임은 △친환경급식의 중요성을 알리며 △제도화하는 운동을 확산하고 △시민이 참여민주주의를 체험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 등 ‘일석삼조’의 운동방식으로 주민발의에 의한 학교급식조례제정운동을 전개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2003년 9월에는 주민발의 청원에 대한 대표자증명교부서가 발부됨에 따라 본격적인 주민발의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인천의 주민발의 청원을 위해서는 20세 이상인 3만여명의 서명이 있어야 했다. 거리서명이 연일 이어졌고, 전교조·민주노총을 비롯한 단위 중심의 서명운동이 조직됐다. 각 기초단체별로 조례제정운동본부를 꾸려 ‘저인망식’의 서명운동도 진행했다. 성과는 대단했다. 서명운동을 벌인 지 3개월이 채 안되어 목표로 잡았던 3만여명을 훨씬 웃도는 4만여명의 서명을 확보했다. 드디어 2003년 12월 26일에는 고대하던 기자회견을 갖고 인천시민 3만8천6백50명의 서명명부를 제출했다.

이러한 시민들의 움직임에 대해 인천시는 “학교급식 문제는 인천시교육청의 소관”이라며 조례제정을 못마땅해 했다. 그러나 시민들의 요구가 워낙 거센 터라 결국 담당부서를 농정과(농산물유통담당)로 선정한 뒤 시민단체와 실무적인 논의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인천시도 곰곰이 생각해 보니 지역 농산물 시장을 확산하는 것에는 반대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이윽고 조례제정안은 인천시의회 상임위, 본회의를 거쳐 마침내 통과됐다. 인천지역 최초의 주민발의에 의한 조례였다.

이에 앞서 인천급식모임과 인천시는 친환경급식의 실행을 위한 준비로써 ‘친환경급식시범학교’를 실시키로 했었다. 조례가 제정·공포되기 전인 2004년 4월에 준비단계를 마쳤고, 5월부터 인천지역 각 기초단체별로 1개씩 모두 10개 초등학교에 학교당 3천5백만원의 예산으로 9개 품목(쌀, 두부, 순두부, 고추장, 된장, 쌈장, 간장, 떡볶이떡, 떡국떡)의 식재료를 지원했다. 품목은 지역농업의 근간인 쌀과 유전자 조작 농산물의 확률이 가장 높은 콩의 가공식품이었다.

***“친환경급식을 위한 대장정은 이제 시작에 불과”**

이번 급식조례제정운동으로 친환경학교급식의 혜택을 받게 된 81개교 학생과 학부모들은 모두 큰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다. 각 학교의 영양사들 또한 학생들의 급식만족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올해 초 학교급식의 방향을 결정하는 학교운영위원회에서는 구태가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 직영급식으로 전환이 결정되었는데도 위탁급식을 고집하거나, 식재료의 수의계약 등 아이들의 밥상보다도 급식실무의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행태들이 여전히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어렵게 통과시킨 조례안에도 보완해야할 점이 많다. ‘인천시학교급식조례’는 전남과 마찬가지로 식재료를 일단 ‘우수 농산물’로 표기하고 있다. 애초 주민발의에 의한 청원조례(안)에는 ‘우리농산물’로 표기돼 있었지만 “WTO협정 위배” 운운하는 반대의 목소리와 싸우기보다는 하루 빨리 아이들에게 안전한 학교급식을 제공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 결정에는 한편으로 수입농산물이나 질 낮은 식재료를 구입하는데 시 예산이 지원된다면 시민의 커다란 비판에 직면하게 게 될 텐데 인천시가 그렇게 무리수는 두지는 않을 것이라는 나름대로의 논리도 작용했다.

하지만 법치국가에서 ‘제도는 시민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조례에 ‘우리 농산물’ 표기를 넣는 것은 단순한 단어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아이들의 밥상과도 직결되고, 3백만 농민의 생존과도 직결된 문제이다. 또, 신자유주의의 거대한 물결에 대항해 가는 민족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이러한 중요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음에도 ‘우리 농산물’ 표기를 시민의 힘으로 정면 돌파하지 못했다는 부분은 일정정도 지적받아야 할 것이다.

여기다가 직영급식을 위한 지원예산과 학교급식 종사자들의 처우개선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점 등은 향후 인천급식모임이 추진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인천급식모임은 그 동안 학교급식의 시급한 시행을 위해 민·관의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존중해 오며 많은 문제점들에 대해 가능한 이해와 양보를 기조로 의견조율을 해오고 있다. 하지만 서두에서 밝힌 대로 정작 인천시는 미래의 주인공이 될 아이들에 대한 예산편성에 난색만 표시하고 있다.

따라서 인천급식모임은 현 시점에서 더 이상의 이해와 양보는 무의미하며, 학교급식지원예산의 확보를 위해서 보다 강력한 입장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앞으로 인천급식모임은 미뤄두었던 숙제를 하려고 한다. 그 방향은 △학교급식법 개정을 위한 연대 △학교급식조례 재개정 △이를 위한 기초단체별 조례제정 등이 될 것이다.

***<인천 학교급식조례제정 주요일지>**

- 2003. 4 인천시민사회 단체, 학교급식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공유, 공동해결을 논의함
- 2003. 7. 15 ‘학교급식환경개선과 조례제정을 위한 인천시민모임’ 발족 기자회견
- 2003. 8. 12 학교급식조례 주민발의 청원 기자회견 및 청원서 접수
- 2003. 9. 2 조례청원에 따른 대표자증명서 교부
- 2003. 10. 17 학교급식조례 제정을 위한 시민토론회 개최(부평구청 중회의실)
- 2003. 12. 26 주민 4만1백50명 조례제정청원서명→3만8천6백50명 서명명부제출
- 2004. 2. 26 학교급식 아카데미 개최
- 2004. 4친환경급식학교 시범사업 시행
- 2004. 4. 23 인천광역시의회 본회의 수정통과
- 2004. 5. 10 인천시학교급식지원조례제정 공포(제3745호)
- 2004. 12월 시민모임, 시의회 방문 등으로 20억원 편성(시비10억원, 구비10억원)
- 2005. 3. 학교급식환경개선과 조례제정을 위한 인천시민모임 명칭 개칭→인천학교급식시민모임

***<인천학교급식시민모임 참가단체 명단>**

가톨릭환경연대/강화도환경농업농민회/계양생협/남동연수생활협동조합/내일청소년생활문화마당/민주개혁을위한인천시민연대/실업극복국민운동인천본부/우리농어촌살리기운동천주교인천교구본부/인천녹색소비자연대/인천녹색연합/인천여성노동자회/인천생활협동조합/인천지역공부방연합회/인천참여자치연대/인천평화의료생활협동조합/인천지역학교운영위원협의회/인천환경운동연합/전국공무원노동조합인천지역본부/전국교직원노동조합인천지부/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인천지역본부/전국여성노동조합인천지부/주민자치를여는희망21/참교육학부모회인천지부/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푸른소비자생활협동조합/참좋은생협(이상 26개 단체)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