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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신토불이' 학교급식보다 'WTO'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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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신토불이' 학교급식보다 'WTO' 선택

전북교육청이 제기한 '조례 무효확인' 소송서 원고 승소

대법원이 학교급식에 우리 농산물의 의무사용을 명시한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위배된다며 무효 판결을 내려 논란이 일 전망이다. 학교급식법 개정운동을 펼쳐 온 시민단체들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불행한 판결"이라며 강하게 반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법원 판결로 풀뿌리운동 순식간에 '와르르'**

대법원 3부는 9일 전북도 교육청이 지난 2004년 1월 제기한 관련조례 규정 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학교급식에 우리 농산물을 사용토록 한 조례는 WTO 협정에 위배된다"며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앞서 전북도 교육청은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전북도의회가 제정한 학교급식조례 규정에 대해 무효소송을 제기했으며, 뒤이어 경남·경기·서울·충북도교육청 등도 해당 지자체 조례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현재 학교급식 관련 조례규정에 우리 농산물 사용 조항을 넣은 곳은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15곳이며, 230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82곳은 이미 자치조례가 제정돼 있는 상태이고, 62곳은 현재 지역조례가 청구되거나 제정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각 지자체는 어렵게 제·개정했던 학교급식 관련 조례를 다시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또 국회에 계류 중인 7개의 학교급식법 개정안들도 대폭 손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자국 법원이 '자기검열'한 세계 최초 사례"**

대법원의 판결 소식이 알려지자 그동안 학교급식법 개정운동을 펼쳐 온 시민단체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학교급식법 개정과 조례제정을 위한 국민운동본부'의 정원각 집행위원장은 "소를 제기한 교육청이나 대법원 모두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이라며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우리 농산물을 먹게 하자는 것을 두고 다른 나라도 아닌 자국 대법원이 스스로 자기검열을 해 막는 것처럼 불행한 일이 또 어디 있겠느냐"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또 "전 세계적으로 자국 법원이 WTO의 손을 들어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일 것"이라며 "당장은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할 수밖에 없지만 9일 저녁과 10일 잇따라 범시민단체 회의를 갖고 대응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들은 학교급식에 우리 농산물을 사용하는 것은 급식의 질을 올리는 것은 물론 식량자급률이 26.9%에 불과하고 농업총생산액도 연간 30조 원 규모인 국내 농업 현실에서 연간 3조원 규모인 학교급식에 우리 농산물을 사용함으로서 '위기의 농촌'을 구하는 데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실제로 어느 국가보다 농업개방 압력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는 미국도 학교급식법 만큼은 그 목적에 △적절한 영양 공급 △바람직한 식습관 형성 △교육균등 보장과 양극화 방지 등을 명문화하면서 '국내 농산물의 수급안정 도모'라는 조항을 넣어 학교급식 식재료 만큼은 미국산 농산물로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또 일본도 학교급식의 목표를 "식량의 생산, 분배 및 소비와 연계한다"고 명시한 뒤 지난 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때 학교급식은 국내 농산물로만 조달할 수 있도록 양허를 얻어 대부분의 급식재료를 협동조합을 통해 조달하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에서는 외교통상부 등 정부 부처가 오히려 학교급식 조례안에 우리 농산물 사용을 명시했다는 이유로 서울, 경기, 경남, 전북지역의 조례를 WTO 정부조달협정 위반으로 대법원에 제소했다.

정부는 "미국, EU, 일본 등은 WTO 정부조달협정이 체결될 당시 학교급식을 예외조항에 포함시켜 학교급식 재료농산물에 대해서는 내국인 대우 원칙을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정을 받았지만 한국은 이를 명시하지 않아 우리 농산물 사용을 명문화할 경우 다른 국가들의 제소가 잇따를 것"이라고 설명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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