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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왜 바보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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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왜 바보짓인가? [박동천 칼럼] 독도를 둘러싼 '불편한 진실'
나는 독도가 한국의 영토라고 믿는다. 따라서 일본 정부가 독도 영유권을 주장한다는 것은 뻔뻔한 짓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본 국민 대다수가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믿고 있더라도, 일본의 정치인만큼 뻔뻔한 것은 아니다. 무지해서 일본 정부와 정치인들의 민족주의적 선동에 넘어간 잘못이 없지는 않지만, 이는 팽창주의적 영토 야욕과는 구분되어야 한다. 한국의 정치인들도 민족주의적 선동을 자주 악용하고, 그럴 때마다 한국 국민들도 쉽사리 넘어가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의 영유권 주장이 괘씸하지만, 이를 혼내주기 위해 한국이 일본에 선전포고를 해야 할 정도의 사안은 전혀 아니다. 독도와 관련해서 어떤 문제가 불거지더라도, 그 문제는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 평화적인 해결은 진실에 기반을 두지 않으면 불가능하고, 이 경우 '진실'이란 우리끼리 또는 저들끼리의 진실이 아니라 한국인과 일본인을 합한 2억 명 가운데 충분히 많은 수가 공유할 수 있는 진실이어야 한다.

그렇지만 한국 사회에서 독도 담론은 항상 감정에 의해 휘둘리는 불행한 주제 중의 하나다. 한반도를 침략했던 일본의 과거 행각들 그리고 과거를 반성하기는커녕 지금도 침략할 틈새만 노리는 듯한 일본 정치인들의 뻔뻔함이 한국인의 감정을 자극하는 일차적 원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국이 마냥 감정적으로만 반응할 수는 없다. 특히 한국 정부, 정치인들, 지식인들 그리고 언론계 종사자들이 일반인의 민족주의 감정을 부추기는 행태는 비판 받아야 한다.

언론의 선정적 보도의 예로는 <연합뉴스>의 2012년 8월 26일자 기사 따위를 들 수 있다. (☞관련 기사 : ) 강릉에서 이사부 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토성을 찾은 것이 독도 정벌의 증거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일본은 이사부가 우산국을 정복한 사실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우산국에 독도가 포함된다는 증거가 없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이런 기사를 보고 많은 한국인들은 다시 한 번 일본에 대해 반감을 다지겠지만, 이런 식의 선정 보도로 빚어진 반감은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는 방해만 된다.

한국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독도의 불편한 진실을 세 가지만 지적해 보자.

첫째, 독도는 분쟁 지역인가? 한국인들끼리는 "독도는 명백한 우리 땅"이라는 말을 주고받으며 서로 일체감을 확인하고 단결을 과시한다. 그런데 국제적으로도 독도가 '명백히' 한국 영토라고 인정되고 있는가? 국제적인 통설은 "독도는 한국이 점유하고 있지만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해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지역"이다.

한국 정부의 주장을 비판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받아 적는 언론계 풍토 때문에, 독도가 분쟁 지역임을 인정하면 한국에 손해라는 이야기가 널리 퍼졌다. 하지만 이것은 맥락에 따라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는 이야기다. 이걸 모든 경우에 맞는 것처럼 생각해버리면 바로 그것이야말로 한국에게 손해다.

예컨대, 이번처럼 일본이 국제사법재판소로 함께 가자고 요청했을 때, "독도는 분쟁 대상이 아니므로 국제 재판이 필요 없다"는 말은 충분히 할 수 있다. 일본 측의 주장이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우리 측의 판단을 수사적으로 강하게 표현하기 위해 "분쟁 대상이 아니"라는 문구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이렇게 일본 측 주장을 묵살한다고 해서 일본이 입을 다물진 않는다. 우리가 일본 측의 주장을 무시한다고 해서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이탈리아, 브라질, 인도 등 다른 나라들도 우리를 따라 일본 측의 주장을 무시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국제적으로 '분쟁 지역'인지 아닌지는, 영유권을 둘러싸고 말로든 무력으로든 다툼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가려진다.

독도를 분쟁 지역으로 인정하는 것과 일본 측 주장의 타당성을 인정하는 것은 별개다. 일본 측과 공개적으로 논쟁하기 위해 일단 상대방의 도전을 인정할 수도 있고, 또는 단순히 제3자적 입장에서 결론은 유보한 상태에서 양측이 논쟁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만을 인정할 수도 있다.

나는 한국인이든 일본인이든 이 논쟁의 배경과 내용을 파고들어 확인할 의지나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결론을 유보한 상태에서 논쟁의 귀추를 지켜보는 편이 건강한 태도라고 본다. 한국인이든 일본인이든, 이 문제에 관해선 울컥 열정부터 촉발되는 사람들은 논쟁의 내용을 스스로 살펴서 합리적으로 의견을 형성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언론 보도를 보니, 경기 지역 열일곱 개 초등학교 교사의 70퍼센트가 독도 논란의 배경을 잘 모른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고 한다. (☞관련 기사 : ) 같은 조사에서 응답한 초등 교사의 77퍼센트는 독도에 관해 뭔가를 가르치는 모양이다. "독도는 분명한 우리 땅이고, 일본의 주장은 말도 안 된다"는 구호 이상으로 뭘 가르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독도에 대한 일본의 영유권 주장은 오래된 사실이다. 이를 한국인들이 무시한다고 해서 지워질 일이 아니며, 일본 측이 물러날 일도 아니다. 오히려 일본 측의 주장을 제대로 반박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라도, 이 '말도 안 되는' 주장을 일본 정부는 '어떻게 말이 된다고' 우겨대는지 살필 필요가 있는 것이다.

지난 10일 경북 울릉군 독도에 도착한 이 대통령이 전망대에서 해안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둘째, 한국 정부는 독도에 관해 국내 여론이 들끓을 때마다 "조용한 외교"를 전가의 보도처럼 되뇌어 왔다. 이 "조용한 외교"라는 말은 관료들과 정치인들이 국민을 상대로 벌이는 사기극의 일환이라는 것이 나의 오래된 의견이다.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한국 정부가 독도 문제에 관해 침묵을 지킨다고 해서 일본이 조용해지지도 않고 국제 정치의 현안 목록에서 이 문제가 지워지는 것도 아니다.

독도 문제는 "명백한 한국 땅"이라든지, "분쟁 대상이 아니"라는 식의 우격다짐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아주 골치 아픈 현안이다. 더군다나 이승만과 박정희가 일처리를 잘못해서 오늘날 일본 정부가 대들 수 있는 빌미를 (이 빌미가 있다고 해서 일본에게 영유권이 넘어갈 정도는 절대 아니다) 제공한 면도 아주 크다. "조용한 외교"라는 수사는 일차적으로 이와 같은 사정을 한국 정부가 국민에게 은폐하겠다는 심보를 담고 있는 말이다.

이미 대통령 이명박은 시끄러운 외교를 선택하고 말았다. 나로서는 기껏 현병철을 임명하기 전에 국내 여론의 관심을 돌리려고 이런 짓을 했다고밖에 추측이 안 되지만, 설사 백보를 양보해서 이명박에게 무슨 국익을 고려한 수읽기 비슷한 것이 있었다 치더라도, 이미 한국 정부는 지금 일본을 상대로 아주 도발적으로 시끄러운 외교를 시행한 다음이다. 그러므로 "조용한 외교" 따위의 대국민 사기성 표어는 이 일을 계기로 완전히 폐기되어야 한다.

이 말은 앞으로 '시끄러운 외교'를 하자는 말이 아니다. 언제 누구를 상대로 조용하고 언제 누구를 상대로 시끄러울지를 정교하게 분별해서 대응해야 한다는 말이다. 아울러, 국민들을 상대로는 성사될 수도 없을 비현실적인 감정만 잔뜩 부풀려놓고, 정작 일본 정부를 상대할 때에는 전략도 목표도 없이 우왕좌왕하는 꼴을 그만 둬야 한다는 말이다.

셋째, 한국 정부가 그동안 저지른 실책을 지적하는 진보 정치인과 진보 지식인들은 반드시 현실적인 대안을 구상해서 공표해야 한다. 박정희와 김종필이 "차라리 폭파해 버렸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든지, '독도 밀약'이라는 게 아마도 있었을 거라든지 등에 관한 진상은 물론 밝혀져야 한다. 단, 박정희가 이 일을 잘못 처리했다고 할 때, 그렇다면 지금 어떻게 하는 것이 잘 하는 것인지를 진보 정치인들과 지식인들은 자문해야 한다.

일본을 욕하는 것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정신이 간단한 박근혜는 "독도는 한국 영토이기 때문에 일본이 그걸 인정하면 간단히 해결된다"고 믿는지 몰라도, 일본이 그걸 인정하지 않는 동안 어떻게 할 것인지를 박근혜보다 간단하지 않은 정신의 소유자라면 생각을 해야 한다.

이명박이 독도를 뜬금없이 방문한다거나, 느닷없이 일왕의 사죄를 요구하는 등의 행위는 독도 문제에 관한 한 변명의 여지가 없는 멍청한 짓이다. 박정희가 맺은 한일 협정 이래 50년 가까이, 독도는 어업 협정상으로 '영유권과는 상관없는' 공동 어로 수역에 속한다. 독도 주변 해역이 한국의 배타적 경제 수역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다. 한국 대통령이 독도를 한 번 방문해서 표지석을 세웠다고 일본이 독도 해역을 한국의 배타적 경제 수역으로 인정할 리는 만무하다.

한국의 역대 정권이 이 문제에 대해 잘못한 일은 화끈하게 해결하지 못한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정직하지 못한 데에 있다고 진단해야 한다.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박정희 이래 역대 군사 정권은 속으로는 일본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반박하기는커녕 수세로 몰리면서도, 겉으로는 즉 국내 보도용으로는 일본 측이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니 우리는 상대도 안 한다는 식의 허풍으로 일관했다. 일본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반박하지 못한 이유는 물론 독도라는 의제 말고 다른 곳에서 일본의 협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이명박이 레임덕을 모면해보려고 독도 퍼포먼스를 벌인 생뚱맞은 작태는 독도가 정치꾼에 의해 어떻게 이용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진보 진영이 역대 정권에 화끈하지 못했다고 비난하면, 본인들이 집권했을 때 화끈한 모습을 보여줘야 할 책임이 따른다. 그런데 독도 문제에 관해 한국 정부가 화끈하게, 다시 말해 한국 국민들의 분이 풀릴 만큼 일본을 혼내줄 수 있는 길은 없다. 독도의 경우 현상을 유지하는 가운데, 일본의 주장이 억지임을 국제 사회의 이성과 일본인들의 양심에 가급적 널리 알리고 호소하는 길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의 진보 세력은 이번과 같은 이명박의 퍼포먼스를 적극적으로 꾸짖어야 한다. 영토 문제라고 해서 아무런 책략도 계획도 목표도 없이 단지 일시적인 변덕만 가지고, 외교적 관심과는 상관없는 국내 정치적 의도에 따라, 상대방을 자극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상대가 강적일수록 (한국만이 아니라 어떤 나라에게도 일본은 적이 된다면 굉장한 강적이다) 가능한 한 상대의 감정을 건드릴 필요는 없다. 우리가 할 일과 할 말을 하다가, 상대가 허점을 보일 때 체계적인 전략을 가지고 공략해야 한다.

이명박은 이미 대북, 대중, 대미 관계를 국내 정치적인 고려만 중시하다가 망쳐 놨다. 그리고 이제 대일 관계도 망치고 있다. 고려 시대와 조선 시대에 국내 정치를 위해 외교를 망친 자들을 우리는 역적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진보 진영에서 이명박을 비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단, 그 비판이 감정에 치우친 분풀이 수준이어서는 안 된다. 독도와 관련된 불편한 진실을 분명하게 파악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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