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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도입 주장, 여전히 설득력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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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도입 주장, 여전히 설득력 없다

〈기고〉 김선수 청와대 비서관의 '2월 입법' 주장에 대해

'로스쿨 도입은 결코 올바른 사법개혁이 아니다'는 요지의 나의 기고문에 대해 아직까지 공개지면을 통한 반론을 보지 못했다. 나의 기고문에 대한 반응인지, 그것과 상관없는 추진 작업인지는 몰라도 청와대의 사법개혁비서관은 청와대 홈 페이지에 로스쿨 도입법은 2006년 2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입법되어야 한다는 요지의 글을 게시했다(〈프레시안〉 2월 13일 보도).

청와대 홈페이지에 가서 김선수 사법개혁 비서관의 글을 자세히 읽어봤다. 김 비서관이 2월 국회에서 이 법이 통과되어야 하는 이유로 그의 글에서 제시하고 있는 것은, 내가 이해한 바로는 다음과 같다.

1. 선진 사법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필요하다.
2. 로스쿨은 2008년 3월에 신입생을 받아야 하는데 2월 국회에서 입법되지 못하면 제도의 시행이 1년 늦어질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사법개혁의 추동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3. 입법이 지연될 경우 국민들에게 크나큰 실망을 안겨줄 수 있고, 법학전문대학원을 준비하고 있는 대학들,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할 계획을 갖고 있는 대학생들과 대학입시생 등 많은 국민들이 심각한 혼란을 겪게 될 것이다.
4. 그 시스템의 정당성 여부는 전적으로 국민의 관점에서 평가될 문제이고, 정파적 입장에 따라 달라질 문제가 아니다.

위 주장들 중 어디에도 '우리나라 법조인 양성제도로, 현재의 사법시험제도를 보완하는 것보다, 전혀 새로운 로스쿨을 도입하는 것이 타당한가?'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없다.

로스쿨 도입 반대론을 요약하면, 그 제도가 도입 목적으로 내세운 법조인의 경쟁력 강화와 전문성 제고에 역행하며, 지금보다 더 깊이 있는 법률교육을 제공하지 못할 것이고, 현행 사법시험제도가 갖고 있는 문제라고 제기된 것들에 대해서도 해답을 제공하지 못하며, 법조인 양성비용과 국민의 법률비용이 증가될 것이고, 저소득층 자녀들의 법조계 진출이 어려워지는 등의 부작용이 클 것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반대이론에 대해서 김 비서관이 조목조목 반론을 펴서 관심있는 국민들과 국회에 로스쿨 도입 필요성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었다면 이 법안의 신속한 통과가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김 비서관의 글은 그런 자료를 제공하지 못했다.

과제물의 답변이 틀렸다고 지적하는 사람에게 자기가 얼마나 열심히 준비를 했고, 이 과제물이 통과되지 못하면 이번 학기 졸업이 어려울 수도 있고, 이번 학기 졸업을 못하면 부모님께서 매우 실망할 것이라는 등으로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은 올바른 대응이 아니다. 통과를 하려면 빨리 돌아가서 정답을 가지고 와야 한다. 과제물을 제출한 학생이 조르고 애원한다고 해서 답안이 맞는지 틀리는지 검토도 하지 않고 통과시켜 줄 채점자는 없다.

로스쿨 도입을 반대하는 이유는, 이 제도가 김 비서관의 주장과 달리'선진사법제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김 비서관, 아니면 로스쿨 도입을 주장하는 누구라도, 로스쿨 도입이 우리나라에 현실에 적합한 사법개혁이라고, 설득력있게 설명한다면 지금의 국회에서는 아무도 반대할 만한 '정파적 이익'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쉽게도 아무도 로스쿨의 도입 타당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정부가 이 법안을 철회하지 않는 한, 국회는 '전적으로 국민의 관점에서 이 시스템의 정당성과 타당성을 평가'해서 입법 여부를 결정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2008년 3월에 로스쿨 신입생을 받아야 하는 것은 그 법안에 그렇게 정해두었기 때문이다. 그 법안이 폐기되면 2008년이 아니라 2080년에도 대한민국에서는 로스쿨에 신입생을 받을 필요가 없다. 몇 개 대학이 그 법의 통과를 기대하고 준비를 시작했다는 사실이 온 국민에게 손해를 끼칠 법안을 통과시킬 이유는 되지 못한다. 지금 추진되는 로스쿨은 대학원 과정이다. 아직 학생 선발 방법도 나오지 않은 대학원 과정의 로스쿨 진학을 벌써부터 준비하고 있는 대학입시생들이 있다는 것은 과장으로 들린다. 혹시 그런 학생들이 있었다 하더라도 로스쿨 법안이 폐기되면 지금부터 준비해서 법과대학으로 진학하면 법조인이 되는 데 아무 지장이 없을 것이다.

로스쿨 도입이 사법개혁안의 전부는 아니다. 법조인 양성제도로서 로스쿨 도입안이 철회되더라도 다른 사법제도 개혁안들이 추진되는 데는 아무런 영향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여러 개의 개선안을 만들다가 보면 하나 쯤 틀린 안이 나올 수도 있다. 틀린 안을 밀어부쳐서 잘 만든 다른 안까지 빛을 잃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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