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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노무현 외교의 '마지막 구원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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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노무현 외교의 '마지막 구원투수'

[분석] 유엔 사무총장 출마의 의미와 문제점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의 유엔 사무총장 출마는 참여정부 외교안보의 마지막 승부수가 될 전망이다.

남북정상회담이라는 또 하나의 카드가 있긴 하지만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면서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의 잔여 임기 3년간 '버티기'에 들어갔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우세한 상황이다. 북한이 정상회담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고 판단한다면 회담의 성사 자체가 안개 속에 파묻힐 수도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지난해 6자회담 9.19공동성명 외에 이렇다 할 외교적 성과가 없는 현 정부로서는 유엔 사무총장 배출이라는 상징성에 사활을 걸 공산이 크다. 청와대가 외교안보라인을 총동원해 총력 지원 체제에 돌입했다는 후문도 이를 뒷받침한다.

***철학·전략 부재의 참여정부 대외 정책**

그간 현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자이툰 부대의 이라크 파병에서 시작해 미군기지 이전 협상의 '졸속' 논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사실상 '무조건적인' 합의, 미국 주도의 확산방지구상(PSI) 참관 등의 고비고비마다 '참여정부의 외교안보가 과연 말 그대로 자주적이었다고 할 수 있겠느냐'는 비난이 줄을 이었다.

"사진이나 찍으러 미국에 가지 않겠다"던 노무현 대통령의 짐짓 '자주적인' 발언들은 그야말로 말뿐이었고 실제로는 미국의 세계 경영 전략을 그대로 수용했던 게 참여정부의 외교였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엔 용산기지를 비롯한 수많은 미군기지의 환경오염 치유 비용을 우리 정부가 대부분 부담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면서 미군기지 이전협상이 졸속으로 처리됐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또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합의하는 과정에서 외교안보라인이 대통령에게 부실 보고를 하면서 결국 미국의 입장에 완벽하게 끌려 다녔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는 실망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이에 대해 정치권의 한 인사는 "참여정부에게 바랐던 건 완벽한 자주외교가 아니라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의 현실 속에서 조금이라도 다른 여지를 만드는 것이었다"며 "처음에는 뭔가 해보려는 의지가 없지 않았지만 미국이라는 벽에 부딪혀 그대로 주저앉았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이번에 유엔 사무총장 출마는 외교 전략과 철학의 부재에서 비롯된 이같은 난맥상을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간판으로 가려보려는 의도라는 설명이다.

***반기문, 참여정부 외교안보의 중심**

문제는 반 장관이 이같은 비판을 받고 있는 참여정부 외교안보정책의 한 가운데에 있었던 인물이라는 점이다. 반 장관은 노 대통령 집권 직후 청와대 외교보좌관을 1년간 지냈고, 2004년 1월부터는 외교부 장관에 임명되어 현재 역대 외교장관 중 세번째로 긴 임기를 자랑하고 있다.

노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과 40여 년에 이르는 외교관·행정가 경험으로 쌓아 놓은 튼튼한 인맥을 바탕으로 반 장관은 이라크 파병과 북핵 협상, 대미 협상 등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해 왔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라는 총괄 기구가 있긴 하지만 실제 중요한 결정은 반 장관으로부터 나왔다는 게 중론이다.

따라서 참여정부가 별다른 외교 철학이나 비전 없이 결국은 모조리 미국의 손을 들어줬다는 비판은 곧 반 장관에 대한 평가와 다름없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특히 2003년 말에서 2004년 초 사이에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한 한미간 외교각서를 대통령 보고 없이 주고받았던 주역 위성락 당시 북미국장을 주미공사로 '영전'시킨 데에는 반 장관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반 장관은 불평등한 조약으로 악명높은 1990년 미군기지 이전 관련 양해각서와 합의각서를 우리 정부가 합법적이라고 재확인해준 91년 5월 소파(SOFA) 합동위원회 각서에 서명해 이미 지나치게 친미(親美)적이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장관직 내놔야" 목소리도**

유엔 사무총장 출마를 선언한 상황에서 외교부 장관 자리를 계속 지켜야 하느냐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결정할 사안"이라면서 "전직 유엔 사무총장들이 모두 현직을 유지하면서 당선됐고,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외교장관을 만나 우애를 다지고 유엔 개혁에 대한 의견을 나누면서 자질을 인식시키기에는 장관직을 유지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문제 될 것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현직을 유지할 필요성이 뚜렷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선거운동을 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처지에서 장관 자리를 유지하는 건 장관직 자체나 후보 역할 모두에 좋지 않다는 분석도 많다. 외교부 일각에서는 2001∼2002년 한승수 외교부 장관이 유엔총회 의장을 겸임할 당시 겸직에 대한 안팎의 비판이 있었던 사실을 시인하고 있다. 특히 북핵 문제와 한미FTA 등 외교적 과제가 산적한 현실에서 외교 수장의 마음이 다른 데에 있다면 곤란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참여정부의 한 전직 고위 관리는 "유엔 사무총장은 국가가 아닌 개인 자격으로 선출되는 것인데 이를 위해 외교부 장관직을 이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혹시 선출이 안 되더라도 유엔 사무총장 후보를 이유로 장관직을 유지하려는 계산이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14일 반 장관의 장관직 수행에 대해 "아직 그에 대해서 논의된 바는 없다. 좀더 봐야겠다"고 답변을 유보했다.

***'사무총장과 비상임이사국 어떤 것이 나은가' 판단해야**

반 장관의 유엔 사무총장 출마가 우리 정부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 진출에 장애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정부 관계자들에게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정부는 현재 유엔 개혁안과 관련해 상임이사국 확대를 반대하면서 대신 비상임이사국의 확대를 주장하는 이른바 '커피 클럽'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반 장관이 유엔 사무총장에 선출되면 국가별 균형을 중시하는 유엔에서 우리 나라에 비상임이사국을 주기 어렵다는 평가다.

외교안보라인에 있는 한 정부 관계자는 "반 장관이 낙선한다면 그건 비상임이사국 진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며 "그러나 사무총장에 출마하지 않는다면 비상임이사국이 될 가능성은 매우 큰데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지, 어느 쪽이 가능성과 실익이 큰지 전략적으로 사고해야할 문제다"고 말했다.

***"다 양보해서 얻는 유엔 사무총장이 주는 게 뭐냐" 비판도**

정부가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간판'에 사활을 건 나머지 정작 중요한 문제들을 협상 없이 그대로 양보하고 있다는 것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가장 중요한 문제다.

특히 미국과의 외교에서 그같은 문제들이 드러난다는 분석인데,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전격적인 합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재개, 갑작스럽게 시작된 한미FTA 협상 등을 통해 미국에게 전폭적인 양보를 하면서 유엔 사무총장에 대한 지지와 맞바꾸려 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위조 화폐 문제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 오던 정부가 이태식 주미대사를 통해 미국과 꼭같은 입장을 천명한 것도 그같은 맥락에 따른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증폭시키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단국대 김학린 교수는 〈프레시안〉 기고문에서 "차기 사무총장 선거운동 차원에서 미국을 비롯한 상임이사국의 지지와 동의를 얻기 위해 우리의 정치 경제적 이익을 훼손할 수 있다"며 "한국의 후보가 현직 장관일 경우 이러한 현상을 더욱 두드러질 것이다"고 주장했다.

앞서 인용한 전직 고위 관리는 "유엔 사무총장은 물론 개인과 국가의 영광"이라면서도 "그러나 유엔 사무총장이 자국을 위해 실제로 할 수 있는 역할이 제한적이고, 반 장관 스스로 갖고 있는 친미 성향은 반미적인 분위기가 강한 유엔의 분위기에서 오히려 역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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