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에서 출발한 이들은 새만금과 평택 대추리를 거쳐 22일 서울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들은 이날 부안 생태문화활력소 주변 해창갯벌에서 출정식을 갖고 열흘 간의 여정에 나섰다. 해창갯벌은 2003년 3월 28일 수경 스님과 문규현 신부가 새만금을 살리기를 위한 삼보일배를 시작했던 곳이기도 하다.
이들은 출정식에서 "한미 FTA로 인해 위기에 빠진 생명의 권리를 묻기 위해 대장정을 시작한다"면서 "우리 주위의 소수자들과 함께 '걸으면서 질문하기' 행진을 하며, 연구자 스스로 소수자가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FTA는 우리 안에서 이미 작동하고 있다"
이들은 한미 FTA 반대를 가장 핵심적인 취지로 내걸고 있다. 연구공간 수유+너머는 이미 지난달 홈페이지에 한미 FTA에 반대한다는 표어를 내걸은 바 있다.
연구공간 수유+너머의 고병권 공동대표는 '대장정 선언'에서 "한미 FTA는 단순한 자유무역협정이 아니라 두 나라 경제를 통합시키는 협정이고, 나아가 우리 삶의 미국적 재편을 요구하는 협정이며, 경제적 재앙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삶 전체에 재앙을 몰고 올 것이라고 확신한다"면서 "우리는 한미 FTA에 반대하기 위해 걷는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우리는 한미 FTA가 우리 안에서 이미 작동하고 있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면서 "우리 사회에는 FTA의 재앙을 이미 체험하고 있는 다양한 소수자들이 있으며 정부는 이 모든 것들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체의 이익을 위해 한미 FTA가 불가피하다고 말하는 정부에게, 불가피하다며 배제해버린 이들을 제외하고 남은 '전체'는 누구이며 그 이익은 누구의 이익인지 답하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생명의 권리를 묻기 위한 대장정'
이들은 대장정 기간에 거쳐가는 지역의 시민사회단체 사람들을 만날 예정이다. 12일 거치게 되는 군산시 대야면에서는 군산 농민회, 18일 도착할 평택 대추리에서는 대추리 주민들과 함께 하는 식이다. 21일 안산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는 이주노동자 노동조합 사람들을 만날 계획이다.
'연구공간 수유+너머'의 연구자들은 "낮에는 함께 걸으며 공부하고, 저녁에는 토론하며 공부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장정 기간에 '새만금과 생명', '장애인 이동권과 활동보조인제도', '대추리 미군기지와 평화' 등의 주제로 세미나와 포럼을 열거나 소수자들의 발언을 듣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우리 스스로가 대중이자 소수자"
'연구공간 수유+너머'의 이 대장정은 '지식인 스스로가 대중 혹은 소수자 되기'를 표방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대장정 선언에서 고병권 공동대표는 "추상적인 지표와 통계수치들로 대중의 구체적 삶을 표현하는 지식에 반대한다"면서 ""새만금 갯벌의 가치를 거기에 세워질 공장의 가치로 표현하고, 쌀시장 개방으로 유랑하게 될 농민들의 수를 도시에 생길 서비스직의 수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지식인들을 비판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식인이 대중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지식인 스스로가 대중일 때뿐"이라며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대중이며 소수자라는 것을 깨닫기 위해, 또 우리 스스로가 대중이자 소수자가 되기 위해 걷는다"고 밝혔다.
이 대장정에는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대장정에 참가할 의사가 있는 이들은 '연구공간 수유+너머'의 홈페이지()와 대장정 홈페이지()에서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처음에는 물과 흙과 바람이 소수자였습니다. 처음에는 새만금의 조개와 천성산의 도룡뇽만이 소수자였습니다. 처음에는 늙은 농부와 어부들만이 소수자였습니다. 처음에는 장애인과 비정규직, 여성, 청년들만이 소수자였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만물이 소수자입니다. 우리는 이 모든 투쟁들이 함께 하고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걷습니다. 각자 처해 있는 삶의 구체적 상황이 다르고, 각자 지키고 싶은 삶의 내용이 다르지만, 우리 모두는 각자의 삶이 파괴된 이유를 다른 이의 삶이 파괴된 자리에서도 발견합니다. 나는 내 자리에서 싸우지만, 내 친구가 싸우는 자리 또한 내 자리임을 압니다. 그래서 나는 친구에게로 걸어갑니다. 홈 패인 차별의 공간에서 우리 모두는 장애인이고, 시민권이 거부되는 곳에서 우리 모두는 이주노동자이며, 삶이 불안정한 곳에서 우리 모두는 비정규직 노동자이고, 삶의 터전을 잃게 된 곳에서 우리 모두는 농민이며, 생명을 위협하는 곳에서 우리 모두는 새만금의 조개입니다. 이들과 만나기 위해, 이들과 함께 하기 위해 걷겠습니다." <대장정 선언문- 위기에 빠진 생명, 그 권리를 묻는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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