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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6자회담 재개'에 외교역량 총동원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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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6자회담 재개'에 외교역량 총동원할 때" [기고] 포괄적 일괄타결이 필요하다
지난 19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 탕자쉬안 국무위원의 면담내용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하지만 북한의 입장은 변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핵이라는 수단을 통한 한반도의 비핵화 실현'이라는 일견 모순된 원칙이 바로 그것이다.
  
  북한의 핵실험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하는 행위로서 단연코 용납할 수 없는 행위다. 그러나 이와 별도로 우리는 이후의 상황을 예측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현 구도를 '있는 그대로' 살펴보는 작업 또한 진행해야 한다. 사태에 대한 냉정한 대응만이 위기를 가속화시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지금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해석 혹은 주장을 살펴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외교안보에 있어 기초가 되는 것은 '평가'가 아니라 '현상'이다.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해석의 차이 인정해야
  
  1992년 2월 19일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이 발효됐다. 여기서 '한반도 비핵화'는 이렇게 설명되어 있다.
  
  "1. 남과 북은 핵무기의 시험, 제조, 생산, 접수, 보유, 저장, 배치, 사용을 하지 아니하고, 2. 핵에너지를 오직 평화적 목적에만 이용하며, 3. 핵재처리시설과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유하지 않겠다."
  
  하지만 2006년 현재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의 개념은 전혀 다르다.
  
  "조선반도에서 우리의 일방적인 무장해제로 이어지는 '비핵화'가 아니라 조미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조선반도와 그 주변에서 모든 핵 위협을 근원적으로 제거하는 비핵화이다." (10월 3일 북한 외무성 성명)
  
  92년 공동선언이 말하는 '비핵화'는 '한반도 내에서의 핵무기 제조 금지'다. 한반도라는 지역적 한계를 전제로 한다. 그러나 2006년 '북한 핵시험 발표 외무성 성명'이 말하는 '비핵화'는 '북미관계 정상화를 통한 근본적 비핵화'이다. 북한 입장에서 해석하자면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적대시정책을 계속하는 이상, 한반도만의 '지역적' 차원에서의 비핵화는 의미가 없다. 그렇다면 이런 '대북 적대시정책으로부터 한반도의 비핵화'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해법은 바로 '북미 적대관계의 청산'에 있게 된다는 것이다.
  
  한반도에 있어서 비핵화 문제에 대한 논의는 바로 이런 근본적 차이에 대한 인식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김일성의 유훈으로서의 비핵화
  
  1994년 4월 17일, 김일성 북한 국가주석은 미국 CNN과 회견에서 "조선반도를 비핵화하는 것은 우리 공화국 정부의 일관한 정책입니다. 우리는 조선반도를 비핵화하기 위하여 계속 꾸준히 노력할 것입니다"라고 했다.
  
  김정일과 탕자쉬안의 면담에서도 한반도 비핵화가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는 점이 강조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일성 유훈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4일 유엔 주재 북한대표 박길연 대사의 발언도 마찬가지였다. 유엔 안보리 발언에서 박 대사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도 조선반도 평화와 비핵화"라고 공식화했다.
  
  "우리 민족은 수령님을 시조로 하는 김일성 민족이고, 현대 우리나라는 수령님이 세운 김일성 조선이다."(95년 김일성 83회 생일기념보고대회 보고문) 이렇듯 김일성 주석은 곧 북한의 국체이자 정체이다.
  
  따라서 북한이 '유훈으로서의 비핵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핵문제를 해결할 준비가 돼 있다'는 또다른 표현이다. 다만 북한식 비핵화는 북한의 체제 보장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이 문제는 북미 양자대화와 6자회담을 통한 북한의 체제안전보장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북미대화나 6자회담 개최는 필수적이다.
  
  북한의 리근 북미국장이 지난 3월 7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통한 북미관계 개선을 하는 게 아니라, 관계개선을 통한 비핵화를 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이 바로 북한이 제시한 해법인 셈이다.
  
  그래서 포괄적 일괄타결이 필요하다.
  
  북한도 여전히 대화를 강조한다. 지난 1월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중국의 후진타오와의 정상회담 결과 발표내용이다.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견지하고 있으며, 공동성명을 이행하고, 6자회담을 지속하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했다.
  
  핵실험 후인 10월 11일의 북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도 그랬다. 여전히 '대화와 협상을 통한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이야기했고, 핵실험이 '9.19 공동성명에 모순되지 않으며 그 이행을 위한 적극적인 조치'라고까지 했다.
  
  지금까지 북한은 미국에 대해 '선(先) 금융제재 해제'를 요구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 '선 6자회담 참가'를 요구했다. 한마디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식의 선 양보만을 고집해 온 것이다. 바로 이 부분에 참여정부의 외교정책이 존재해야 했다. 하지만 필자가 일관되게 '무능'하다고 비판하고 있는 참여정부 외교안보팀은 말로만 '북핵문제 해결에 있어서 주도적 역할'을 외쳤을 뿐, 어떠한 주도적, 조정자적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만일 탕자쉬안 방북과 관련하여 보도된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의 "미국의 입장이 정 그렇다면 우리가 6자회담에 먼저 복귀할 테니 미국은 6자회담에 임한 뒤 가까운 시일 내 금융제재를 해제하라"는 취지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한반도 비핵화의 단초를 열 수도 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4월 13일 도쿄에서 "방코델타아시아은행(BDA)의 동결자금을 손에 쥐는 순간 6자회담장에 갈 것"이라고 했고, 5월 30일 홍창일 주 독일북한대사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돈을 우리 손에 가져다 놓으면 그 날로 6자회담에 다시 나올 것"이라 했다.
  
  나아가 북한은 지난 8월 26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우리는 평등한 원칙에서 (6자회담 공동성명에 대한) 합의를 이행하자는 입장이다. 이 합의가 이행되면 우리가 얻을 것이 더 많으므로 6자회담을 더 하고 싶다"라고 했다. 6자회담의 유용성과 필요성을 인정하는 일관된 입장이다.
  
  지난 9월 14일 한미정상회담은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법'에 합의했다. 다시 강조하거니와 '포괄적'이라는 의미는 '당근과 채찍'이라는 의미이고, 1단계로 6자회담 복귀와 2단계로 9.19공동성명 틀 내에서의 북핵문제 해결이라는 단계적 의미를 담고 있다.
  
  지금이라도 한국과 미국은 북핵문제에 대해 포괄적이고 일관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그 시작은 6자회담에 대한 복귀의 틀을 만드는 일이다. 물론 북한은 현 단계에서 '핵폐기를 전제로 핵활동에 대한 전면적 동결'에 나서야 한다. 한국은 주도적 역할을 통해 BDA 문제에 대한 창조적 해결방안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 해법은 동결자금의 일시적 혹은 전면적 해제에 있다. 동결자금에 대한 법적 평가는 별개의 문제다. 돈을 압수할 만한 국제법적인 근거가 빈약한 이상, 북핵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위해 동결을 일시적으로 해제하자는 것이다. 6자회담의 틀 내로 끌어들여 북핵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시간은 북한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체제 안정을 통해 혁명3세대가 새로운 지도체제를 승계할 수 있도록 안정적 기반을 만들고 싶을 것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북한식 개혁개방정책에 나아가려 할 것이다. 6자회담 참가국 어느 누구도 대화와 외교적 해결의 필요성을 부인하고 있지는 않다. 그렇지만 6자회담은 표류중이다. 해법이 이미 북한 측에게 제시되고 있는데도 여기에 막무가내로 응하지 않고 있는 것은 결국 '무능'한 외교안보팀 탓이다.
  
  결론적으로 북한의 메시지는 일관되고 있다. 대북 적대시정책을 포기케 하고 919 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체제안전보장으로 나가겠다는 것이다. 북한식 비핵화인 것이다.
  
  전쟁은 남북한의 '공멸', 민족의 '절멸'을 의미한다. 감정적인 대응보다 위기를 관리할 수 있는 역할을 찾고, 착종된 상태를 유화시킬 수 있는 '공간'을 창출해야 한다. 지금 불필요한 PSI 논란보다 'BDA 동결자금의 해제를 통한 6자회담 재개'에 외교적 역량을 총동원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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