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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부시 한밤 중에 무슨 얘기를 나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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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노무현-부시 한밤 중에 무슨 얘기를 나눴나 [기고] '주한미군의 이라크 차출' 가능성 우려돼
10일 저녁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과의 전화에서 '이라크 신(新)정책구상'을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미국의 새로운 포괄적 정책의 배경을 이해하며 이라크의 안정과 재건을 위한 부시 대통령의 의지"를 지지했다.
  
  대통령으로서의 외교적 입장을 전적으로 이해하고 표현방식에도 동의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 상황에서 '미군의 이라크 증파'와 '주한미군의 이라크 차출가능성'을 염려해보지 않을 수 없다. 결론적으로 필자는 주한미군을 차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유는 이렇다.
  
  첫째, 전략적 유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2006년 1월 19일 당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의 고위급 전략대화에서 전략적 유연성을 전격 합의했다. 한미간의 합의가 있는 이상 주한미군의 이동에 대한 권한은 전적으로 미국의 몫이다. 한국은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존중해야 하며, 미국은 한국과 사전협의를 거칠 필요가 없다고 합의했기 때문이다.
  
  미군 입출국의 자유, 전략물자 출입의 자유, 기지 사용의 자유 등이 전략적 유연성의 핵심내용이기 때문에 주한미군을 이라크로 빼내더라도 한국이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어떠한 명분도 존재하지 않는다.
  
  전략적 유연성 문제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중앙일보 강찬호 워싱턴 특파원이 지난 1월 8일자 기사에서 "추가로 동원된다면 2004년 3500명이 이라크로 차출된 적이 있는 주한미군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둘째, 미군은 현재 본토 내에서 병력 모집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어려움을 말해주는 대표적인 기사가 2006년 12월 26일자 보스턴글로브에 실렸다. 이 신문은 "미 국방부는 외국에서 신병을 모집하거나 미국 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에게 시민권을 신속하게 부여하는 조건으로 입대를 권유하는 방안까지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물론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에서는 입대를 통해 시민권을 얻는 사람들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미군 당국에 따르면 2001년에 750명이 이같은 방식으로 시민권을 취득했고, 2005년에는 4600명으로 늘어났지만 병력은 여전히 부족하다. 미 국방부는 육군 3만 명, 해병대 5000명 가량이 늘어나야 한다는 입장이다.
  
  예비군 병력을 재소집하는 데에 미국 내의 반발이 심하다는 것도 문제다. 지난 2일자 파이낸셜타임즈 기든 래치만(Gideon Rachman)의 컬럼은 "미 육군 참모총장 피터 슈메이커 장군은 만일 대통령이 예비군 추가소집 명령을 내리지 않을 경우, 미국 모병제 시스템이 붕괴할 수도 있음을 의회에 경고했다"고 썼다.
  
  현재 미국의 병역법에 따르면 52만2000명 규모의 주(州)방위군과 예비군을 대상으로 한 해외파병 소집명령은 1회에 한한다. 따라서 현재 대통령이 이라크 파병을 위해 소집 가능한 예비 병력은 9만 명 수준이다.
  
  만일 현행 법률을 개정해 주방위군 및 예비군 파병 소집 횟수를 2회 또는 3회로 늘린다면, 부시 대통령은 정치적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수의 고참 공화당 의원들마저도 차기 대선과 미군철수 여론을 의식해 추가파병에 대해 공개적 비판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병역법 개정은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셋째, 유럽 주둔 미군을 이라크로 증파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유럽 주둔 미군은 1980년대 후반 31만5000명에서 현재 10만 명 수준으로까지 감축되었다. 여기에 추가로 7만 명까지 감축한다는 계획이 진행 중이다.
  
  제임스 존스 미 유럽사령부 사령관(파이낸셜타임즈, 2006년 12월 26일)은 "미군의 유럽 주둔이 필요한 것은 아프리카 등 문제다발지역으로의 신속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이고 아프리카가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이를 감안해 병력의 전진 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유럽에서 미군감축은 너무 과도하게 진행되어 추가 감축계획은 재고되어야 한다고 미 국방부에 공식 보고했다. 이런 점을 고려해 볼 때 유럽주둔 미군을 이라크로 추가 파병하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넷째, 상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의 반대가 강하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결코 자신의 정책구상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부시 행정부의 최고정책은 곧 '테러와의 전쟁'이고, 그 핵심은 결국 이라크전쟁일 수밖에 없다. 이 전쟁의 실패는 부시 행정부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이고, 이는 곧 부시 대통령의 정체성에 대한 실패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증파와 현실 사이에서 부시 대통령의 선택은 명백해진다. 잘 훈련되어 있는 미군, 그리고 증대되어가는 한국군의 방위분담 등을 고려해 볼 때 주한미군의 이라크 차출이 나름대로 편한 선택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전략적 유연성을 인정한 이상 주한미군의 차출은 미국 대통령의 합법적 권한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미국은 이미 전략적 유연성 문제를 한국 정부와 협의할 당시 '미군의 장기주둔변화 등'에 대해서는 '협의'를 할 것이나, '다른 상황'에 대해서는 그때그때 '통보'하는 데 그친다는 것을 공식 전달한 바 있다. 미국으로서는 어떠한 걸림돌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관점에서 한 가지 의문을 제기해 본다. 왜 굳이 부시 대통령이 자신의 정책구상을 발표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사전설명을 하고 양해를 구했으며, 노 대통령은 여기에 강력한 지지를 표명했는가라는 것이다.
  
  가능성의 문제라는 것을 이야기하면서, 혹여 주한미군의 이라크 차출에 대한 논의가 있었는지 여부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2004년 5월 17일 밤 노무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성공적인 이라크 주권 이양을 위해 주한미군 일부의 차출이 불가피함을 설명"했고, 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이해를 표시"했다. 그리하여 주한미군 제2사단 병력 3600명이 이라크로 차출됐다. 이 병력은 현재까지도 복귀하지 않았다.
  
  필자는 '전략적 유연성의 인정'이 자칫 '사실상의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지게 되는 상황에 대해 일관되게 경고해 왔다. 어쩌면 그 상황이 우리의 눈앞에 도래해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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