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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파행이 '차라리 다행'이었을 어떤 안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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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파행이 '차라리 다행'이었을 어떤 안건 내용과 형식 모두 문제인 '방위비분담금 비준동의안'
주택법과 사학법이 3월 국회로 넘어갈 것으로 보이면서 수많은 '민생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가 예상되지만 사학법 논란에 따른 본회의 공전이 '차라리' 낫다는 자조섞인 말을 듣는 안건도 있다.
  
  2007년부터 2008년까지 주한미군에 7255억 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7차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에 관한 비준동의안이 그것이다.
  
  지난 2일 통일외교통상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 비준을 남겨놓고 있는 이 안건은 내용상의 문제뿐만 아니라, 형식에 있어서도 헌법 절차를 위반했기 때문에 본회의를 통과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통외통위, 이전비용 전용 문제점 알고도 통과
  
  내용상으로는 방위비분담금이 서울 북부에 있는 미 2사단의 평택 이전에 전용되어 '이전을 요청한 쪽에서 돈을 댄다'는 기지이전협정의 기본 원칙에 위배된다는 게 문제다.
  
  이는 버웰 벨 주한미군 사령관이 지난 1월 18일 "주한미군이 미 2사단을 서울 북부에서 평택으로 옮기는 데 드는 비용의 50% 가량이 방위비분담금에서 집행될 예정이다"라고 말함으로써 확인된 것이다.
  
  벨 사령관의 발언이 뒤늦게 조명되자 시민단체들은 방위비분담금의 4개 항목 중 '군사건설비'와 '연합전력증강비'가 기지이전 비용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지목했다. 그리고 방위비분담금을 기지이전에 전용하면 결국 약 10조원 가량의 이전 비용 중 94~95% 이상을 한국 정부가 감당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는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총액을 기준으로 이뤄지고 군사건설비 항목은 미군의 주둔에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평택기지 건설에 써도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에게 주고나면 미국돈이므로 우리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방위비분담금은 회계상 한국 정부의 돈이기 때문에 기지이전 비용으로 사용한다면 불법전용에 다름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통외통위는 2일 "항목별로 편성된 금액을 미군이 재량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문제가 있는 바, 미측의 집행보고서에 대한 감사절차 등이 필요함"이라고 시민단체 지적의 타당성을 인정했다.
  
  통외통위 전체회의는 또 법안심사소위가 부대의견으로 제시한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였는데, 거기에는 "방위비분담협정과 (미 2사단 이전에 관한) 연합토지관리계획협정은 별개의 협정임에도 불구하고 분담금 예산이 미군기지 이전비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바, 정부는 향후 미측과 협의하여 개선방안을 강구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같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통외통위는 찬성 14, 반대 2(권영길·김원웅 의원)로 비준안을 통과시켜 앞뒤가 안 맞는 결정을 내렸다.
  
  정부는 국회 예산권 무시…국회는 자기 권리 스스로 제한
  
  절차상으로는, 방위비분담금협정 비준안이 국회에 제출되기도 전인 지난해 12월 정부가 방위비분담금을 이미 예산에 책정했고 국회가 이를 통과시킴으로써 국회의 예산심의·확정권을 침해했다는 문제가 있다.
  
  국회 역시 방위비분담금 비준안이 처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방위비분담금 예산을 책정해 자신들에게 부여된 비준동의권을 스스로 제한했다.
  
  헌법 절차에 따르면 정부가 체결된 협정의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회부하면, 통외통위가 심의하고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된다. 이 절차가 끝나야 방위비분담금의 법적 근거가 생기고 이에 따라 방위비분담금 예산안이 국회 국방위원회와 예결산특위를 거쳐 본회의에서 통과될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해 11월 방위비분담금을 요구했고 분담금협정 체결은 그로부터 한참 후인 12월 22일이었다. 또 국회가 본회의에서 방위비분담금 예산안을 통과시킨 날은 12월 27일이었고, 외교통상부가 국회에 비준동의안을 제출한 날은 2일 뒤인 29일이었다.
  
  이같은 문제를 제기한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은 "중요한 절차들이 누락되고 뒤바뀌면서 국회는 법적인 근거 없이 예산을 심의·확정했고 정부는 이를 방조했다"며 "실체도 없고 합법적이지도 않은 수천억 원의 예산 사용이 정부와 국회의 상호 묵인하게 통과된 것은 명백한 헌법위반"이라고 지적했다.
  
  통외통위는 "정부는 매번 협상때마다 방위비분담금 예산이 국회를 통과한 후 협정 비준동의안을 제출해 국회의 예산심의·확정권을 침해하는 절차적인 문제를 시정할 것"이라는 법안심사소위의 부대의견을 받아들여 이 문제 역시 시인했으나 비준안 통과 여부의 근거로는 삼지 않았다.
  
  이에 대해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은 지난 2일 "통외통위의 이런 지적은 예산권과 조약 비준권을 갖고 있는 국회가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보고 있으며 정부의 불법·부당 행위에 제동을 거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이 부대의견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본회의 비준안 처리를 유보하고 미국과의 재협상을 요구하는 결의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는 지난달 27일 논평에서 국회 역시 이같은 절차적 문제에 대해 지난 십여 년간 아무런 문제제기가 없었음을 지적하며 "국회는 미군기지 이전사업이나 방위비분담금 등 주한미군 주둔에 관한 한미간 협상에서 그 어떤 견제, 감시역할을 하지 않는 거수기 역할을 해 왔다"고 비난했다.
  
  방위비분담금 협정이 본회의를 통과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이 외에도 몇 가지 더 있다. 그러나 현재 국회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아무런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고, 오로지 사학법을 둘러싼 갈등만이 언론의 조명을 받고 있다.
  
  만일 이번 사학법이 3월 국회로 넘어가고 이번 임시국회의 마지막 날인 6일 오후 본회의가 열린다면 '양당 합의로 민생 관련 법안 통과'라는 환호 아닌 환호 속에 이 방위비분담협정 비준 동의안도 수많은 문제점들을 뒤로 한 채 80여 건의 법안들 틈에 섞여 무사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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