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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총독'과 '노란 피부의 하얀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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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식민지 총독'과 '노란 피부의 하얀 가면' [기고] 버웰 벨 주한미군 사령관의 허구와 모순
동국대 사회학과의 강정구 교수가 한국의 국방개혁을 우려한다는 버웰 벨 주한미군 사령관의 내정간섭적 발언을 비판하는 글을 보내왔다. ( ☞관련기사 바로가기)

강정구 교수는 북한의 군사력을 낮게 평가하면서도 북한의 위협론을 들어 한국의 국방개혁을 비판하는 벨 사령관의 논리는 모순과 자가당착이라고 꼬집고 그같은 비판의 근거를 제시했다.

강 교수는 또 그같은 모순된 주장을 펼치는 벨에 대해 '한국의 안보를 더 생각하는 벨 사령관'이라고 추앙하는 국내 보수 언론과 논객들을 '노란피부의 하얀가면'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편집자>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이 제 버릇 개 못 주듯이 지난 7일 미 하원 군사위에서 우리 국방개혁 하나인 병력감축, 징병제 변화, 복무단축 등에 딴지를 걸면서 또다시 총독행세를 일삼았다. 내친김에 북핵 2.13합의로 한반도가 숙원인 평화체제로 이행하려는 발돋음을 내밀자 북한에 대한 허위사실과 위협론을 내걸면서 판깨기에 나섰다.

이번 발언은 한편으로는 미국 내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을 은근히 자극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로 나아가 기득권을 상실할까 전전긍긍하는 한국 내 수구냉전 기득권 세력에 빌미를 제공해 줄 것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벨의 내정간섭은 한두 번 아닌 상습범 수준

그는 한낱 군사령관 주제에 마치 20세기 식민지 총독인 것처럼 행세해 왔던 역대 주한미군사령관의 전철을 21세기인 오늘날에도 그대로 밟고 있다. 그는 연초부터 평택 미군기지 확장과 이전이 예산이나 정치적 이유 때문에 중단된다면 '여기에 맞서 싸우겠다(I'll fight this)'며 협박성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한국일보>의 김정곤 기자는 "회견이 끝나자 곳곳에서 '주한미군 사령관이 식민지 총독인 줄 아는가'라는 웅성거림이 들렸다"고 당시 분위기를 1월 11일자 자사 신문에서 전했다.

내친 김에 그는 전시작전통제권이 한국에 반환되고 "연합사가 해체되면 조직을 정비해 정전에서 전시로 전환될 때 유엔사 지휘관계에서 하나의 통합이 필요하다"면서 "유엔군사령관은 모든 유엔 지원전력에 대한 작전지휘권을 보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록 그가 '유엔군사령관의 지휘 대상에 한국군은 포함되지 않음을 분명히 했다'고 전해지지만 유엔사 강화론이나 주한미군의 한국군 지원 역할 등을 고려할 때 이 군더더기 말은 한낱 사탕발림에 지나지 않음은 분명하다. 곧, 유엔사를 외피로 해서 전시작통권의 형식적 반환 이후에도 주한미군이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실질적으로 또 지속적으로 장악하겠다는 마각을 그대로 드러낸 셈이다.

무려 65년 가까이 남의 나라에 빼앗긴 작전통제권을 되찾아 이제 겨우 주권국가로서 구색을 제대로 갖추겠다는 데, 일개 군사령관이 이것마저 안 되겠다는 식으로 주권침해 발언을 눈치도 보지 않고 마구 뱉을 수 있다니 정말 어이없는 일이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여러 가지 한미 안보현안을 거론하며 "한국 측 요구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몇 차례나 강조했다 한다.

이렇게 상습 수준의 내정간섭이 자행되니 평택의 험프리 기지 사령관이라는 이가 새로 확장하는 평택기지는 최소한 100년 이상 가도록 지을 것이라는 '영구' 미군기지화 발언을 거리낌 없이 내뱉는 실정이다. 그야말로 주한미군은 위아래 할 것 없이 당사국 주권 정도를 우습게 여기는 꼴이다.

꼬리 내린 진보논객과 부화뇌동에 급급한 '노란 피부의 하얀 가면'들

이러한 내정간섭 상습행위에 진보논쟁을 일삼는 대부분의 논객들은 민족적 자존심으로 당당하게 대응하기는커녕 '민족이란 말일랑 나의 사전에는 없다'는 식으로 아예 외면해 버리거나, 우리 사회의 냉전성역인 미국을 건드리는 일이니까 모르는 척 꼬리를 내린다. 물론 친미자주를 내세우는 자가당착의 현 정부에게도 기대할 바가 못 된다.

더구나 자신의 열등감 때문에 식민 모국의 '식민지적 무의식' 구조 속에 스스로 빠져 마치 식민 모국의 모든 것을 자신의 정체성 또는 화신으로 오인하는 나르시시즘, 곧 '식민화된 무의식'에 빠진 것으로 프랑츠 파농이 질타하는 이 땅의 기득권 냉전지배세력이야 말해 무엇할까.

이러다보니 벨의 각본대로 "한국 사람보다 한국 안보 더 걱정하는 벨 사령관" "벨 주한미군사령관의 충고에 귀 기울여야" 식의 예찬과 부화뇌동이 이곳저곳에서 잇따르고 있다. 또 지금 진행 중인 한미 FTA협상에서 최재천 의원이 밝힌 것처럼 "한미 FTA와 충돌하는 국내 법률은 총 169개인데 미국은 단 한 개의 법률도 개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 불평등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데도 현 정부의 '꼭대기'와 고위관료는 맹목적으로 FTA를 밀어 붙이고,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현 정부에서 유일하게 계승할 것은 한미FTA 밖에 없다고 맞장구를 치고 있는 실정이다.

그야말로 알제리 민족해방투쟁가인 파농이 이야기 하는 '검은 피부 하얀 가면'이 아프리카 땅에서 이곳 한반도 남단으로 옮겨와 상층부가 온통 '노란 피부 하얀 가면'이 된 꼴이다. 이대로 그냥 둘 수는 없는 일이다.

벨의 최근 발언이 허위사실이거나 허위사실에 가깝고, 자기 모순적이고, 내정 개입이고, 역지사지의 균형을 상실한 일방주의 일변도이고, 또 한반도 평화파괴 지향적인지를 들추어 그의 '하얀 가면'을 벗겨 보겠다.

이를 통해 벨에게 일개 외국군 사령관에 불과한 주제에 감히 남의 주권에 왈가불가하는 점령사령관 행세를 하는 잘 못을 깨닫게 하고, 다시는 그 뿐 아니라 후임자들까지도 자기 주제 파악을 제대로 할 것을 경고하고자 한다.

동시에 그의 주권침해 행위에 당당하게 맞대응하기보다는 찬양과 부화뇌동하기에 급급한 이 땅의 '노란 피부 하얀 가면'의 형상을 한 언론, 저질 정치세력, 반평화-호전세력, 맹목적 절대 안보주의로 권세를 누린 세력 등에 벨의 '하얀 가면' 실체를 보여 주겠다. 이로써 그들에게 객관적 사실과 합리적 사고를 바탕으로 하얀 가면의 포로 신세에서 벗어나 제 중심 찾기를 촉구하고자 한다.

벨의 북한위협론은 모순투성이의 자가당착

벨의 북한위협론은 허구와,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으로 가득 차 신뢰의 여지가 없는 수준이다. 그는 북한이 "막대한 군사력 지출을 줄이"지 않고, 8만 명의 특수군 - 250문의 장사정포 - 지상군 전방배치율 60% - "국제사회를 속여 온 역사" 등을 갖고 있고, "항공기는 상당한 전투력을 갖고 있"고, "전례 없는 미사일 발사와 핵장치 폭발실험 등" 도발적인 군사 행동을 저질렀기 때문에 여전히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제시한 북한위협론을 자기 스스로의 증언과 논거로 곧이어 뒤집어엎는 자가당착을 범하고 있다.
▲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 ⓒ연합뉴스

첫째, 그는 전반적으로 북한군은 남한을 공격할 능력이 없다고 중언했다.

"냉전종식 이후 지난 15~20년 동안 북한의 군사력은 저하됐다. 그들의 재래식 군사력은 20년 전의 군사력이 아니다. (…) 경제난과 중국과 러시아로부터의 군사적 지원중단으로 과거에 비해 군사훈련수준과 전투준비태세가 떨어지고 있다. (…) 현 상태대로라면 북한군이 한국을 공격할 능력을 유지할지 의심스럽다."

둘째, 공군력에서는 조종사의 체공 훈련에서 북한은 남한과 미군의 10%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는 리언 J 라포트 전임 사령관 등이 이미 밝힌 것으로 북한공군 조종사들은 조종사로서의 전투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조종사가 전투력을 유지하려면 연 간 최소한 100시간 이상 체공훈련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한 조종사는 월 15시간 정도 체공훈련을 한다(2005년 3월 8일 미 상원 군사위 2006년 예산안 청문회, 라포트 주한미군사령과 증언). 아마 이것이 과도하다고 판단해서인지 남한은 조종사 체공훈련을 연 150시간에서 130여 시간으로 줄인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이에 비해 북한 조종사 체공훈련은 년 12~15시간 정도여서 남한 조종사의 1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바로 이 점을 벨은 시인하지 않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북한군의 대부분 항공기는 냉전시대에 구입한 것이다. 그들은 새로운 항공기를 제작하지 않았고 전통적인 공급국들로부터 새로운 항공기를 얻지도 못하고 있다. (…) 물론 북한은 우리 공군이나 해군, 한국군이 훈련하는 수준으로 훈련하지는 않는다. 북한공군의 비행시간은 우리 공군과 해군 조종사들의 10%에 불과하다. 그래서 나는 북한공군의 능력에 대해 우려하지 않는다. 과소평가해서는 안 되지만 우리는 북한 공군력에 신속하고 결정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셋째, 이렇게 빈약한 북한군과는 대조적으로 남한군의 우세를 확신한다고 증언하고 있다. 이는 리영희 교수를 필두로 함택영 교수가 "1994년 북한의 군사력은 남한의 40~60% 정도라는 것이 최소한 우리가 고찰한 바의 결론이다"라고 말하며 이미 밝혀진 것이다. (함택영, <국가안보의 정치경제학> 243-244쪽)

"한국군은 경쟁력이 있다. 한국은 현대적인 군대와 현대적인 전투지휘능력과 좋은 장비를 구비하고 있다. 냉전이후 북한군은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 있었던 (중·러와의) 훈련프로그램도 더 이상 실시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북한군은 전투력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 면에 있어서 아주 소외돼 있다. 한국군 지상군과 미국의 해·공군력을 합치면 북한군보다 훨씬 더 강하다고 확신한다."

벨의 북한위협론은 허구투성이인 '하얀 가면'

벨은 북한위협론 근거로 '막대한 군사비 지출', 60%의 지상군 전방배치율 등 군사력, 항공기의 전투력, 미사일 발사와 핵시험에 따른 '군사행동'을 내세우고 있다. 이들은 그야말로 허구투성이로 진실을 은폐하는 '하얀 가면'이다.

첫째, '막대하다'는 군사비를 보자. 최근에 국방부가 펴낸 <2006 국방백서>는 201쪽에서 2004~06년 북한의 군사비를 각각 3.9억, 4.6억, 4.7억 달러로, 또 북한의 총예산을 각각 25.1억, 29.0억, 29.4억 달러로 기술하고 있다.

이는 북한이 2004년 경제관리개선조치로 환율을 대폭 조정한 이후 북한 공식통계를 기준으로 삼고 있으므로 실상을 제대로 알려면 경제개혁 이전의 자료가 필요하다. 2001~03년의 북한 GNI(국민총소득)는 각기 157억, 170억, 184억이고, 총예산은 각기 98.1억, 100.1억, 112.5억이며, 북한 공식발표 군사비는 14.1억, 14.9억, 17.7억이며 국방부 추계는 GNI 30% 수준으로 일관해 2000년에서부터 2003년까지 4년 동안 모두 50억 달러로 동일하게 계상하고 있다.

이제 이 통계를 남한과 미국의 군사비와 비교해 보자. 2006년과 2007년만 보더라도 충분할 것이다. 2006년 남한 국방비는 22조5129억 원으로 약 230억 달러이고 2007년은 24조7000억 원으로 약 250억 달러이다. 미국 국방비는 2006년 약 4400억 달러, 2007년 약 4800억 달러이다(전체 국방비 가운데 이라크·아프칸 전비를 뺀 금액).

아예 비교가 필요치 않을 정도다. 2006년 기준 남북 군사비는 무려 230:4.7로 100:2 수준이다. 북한 군사비를 GNI 30% 수준이란 국방부와 벨의 추정은 전혀 근거 없는 억지에 불과하다. 설사 억지로 수용한다 하더라도 북한 군사비는 2006년 기준으로 기껏해야 9억 달러다. 230:9는 100:4 수준이다. 미국과 비교는 1000;1 또는 1000:2 정도다.

또 2006년 북한예산 전체인 29.4억 달러를 전액 군사비에 투입한다고 가정하더라도, 2006년 기준으로 북한 군사비는 남한 군사비의 13%에도 못 미친다. 이러다 보니 남한의 <2006 국방백서>도 북한 군사력 증강을 겨우 다양한 '미사일 실험, 천마호 전차생산, 장사정포 탄약 성능개량'만 기술하고 있을 따름이다. 외국 첨단 무기구입에서 세계 최상의 서열을 기록하는 남한, 외제무기 구입이 아예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북한, 이렇게 극명히 대조되는 게 남북의 분명한 실체이다.

이런데도'막대한 군사비 지출'이란 새빨간 거짓말을 내뱉는 벨은 분명'허구라는 하얀 가면'을 쓰고 있음에 틀림없다. 이런 가면을 쓴 그네들도 문제지만, 더 문제는 '하얀 사람'과 '하얀 가면'을 찬양하는 우리네 '노란 피부의 하얀 가면'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지상군 전방배치율 60%는 남한군의 전방 배치율 역시 이를 능가한다는 사실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다. 또 주한미군이 평택이라는 후방기지로 이동함으로써 전쟁발발 초기 미군의 피해를 줄일 수 있어 오히려 미국이 쉽게 대북 선제공격을 할 수 있다는 점이나, 현대전의 특징인 신속기동성과 투사력 확장 등을 고려하면 전후방 배치율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 정도의 군사지식 기초도 모르는 사람이 4성장군인 군사령관이 되다니 기이한 느낌이다.

이런데도 북한군 전방배치율을 근거로 북한위협론을 주장하는 그의 도덕적 수준도 문제이거니와, 이렇게 실상이 아닌 허상을 이야기해도 이제까지 통하면서 이곳 '노란 피부 하얀 가면'무리들에게 금과옥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문제가 된다.

또 북한 항공기 전투력이 위협요인이라 지적했지만 실상은 완전히 거꾸로다. <2004국방백서>와 <2006 국방백서>는 전투기 보유를 남북이 각각 530:830, 500:820 여대로, 지원기 200:520, 190:510대 등으로 기술하고 있어 북한이 마치 우세한 것처럼 서술하고 있지만 이는 질적 수준을 감안하지 않는 진실 호도이다.

북이 보유하고 있다는 670대의 미그-15/17/19는 폐기물에 불과하고, 130대의 미그-21기 역시 제한적이기에 공군전투력 산정에서 재고돼야 하는 것들이다. 최신예로 분류될 수 있는 전투기에서 북은 16대의 미그-29기(2003년 일본방위백서) 46대의 미그-23, 35대의 SU-25 등 총 97기를 보유하고 있다. 남한은 153대의 F-16, 130대의 F-4, 185대의 F-5 등 총 468대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다 이미 도입되기 시작한 동북아 최고수준이라는 40대의 F-15K 도입이 2008년으로 끝나게 되고, 또 추가로 F-15K 급 20대가 도입된다.

북한 지원기는 주로 수송기, 훈련기, AN-2 등을 포함해 510대라고 국방백서는 기술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 최초의 초음속 고등훈련기라고 극찬하는 한국산 T-50 40대가 2011년까지 남한군에 도입되어 북한의 낙후한 훈련기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또 <2006 국방백서>가 저속·저공으로 아군 후방 깊숙이 특수전 부대를 침투시킬 수 있는 북한의 AN-2기를 이야기 하지만 이 지원기는 그야말로 저속에다, 저공, 소음투성이로 특수부대를 공중에서 투입하기 이전에 그대로 노출되어 요격당하는 수준이다.

공군력 비교에는 또 항공전자장비의 성능이 필수적인데, 동일한 등급의 전투기일 경우에도 남이 보유한 항공전자 장비능력은 최첨단으로 북의 것과는 천양지차다. 외화를 투입할 수 없는 북한이 고가의 항공전자 장비능력을 보유하고 유지할 수 없는 것은 불문가지다.

이처럼 현존 공군력 비교만으로도 벨이 이야기 하는 항공기 전투력의 위협은 실상이 아니라 허상임이 입증된다. 여기에다 남한이 추진하고 있는 국방개혁에 따른 천문학적인 첨단무기 도입 계획을 감안하면 공군에서도 4대의 조기경보통제기, 무인정찰기, 공중급유기 등 북한은 꿈도 꾸지 못하는 수준이다.

국방개혁을 위해 2006년부터 2020년까지 국방예산 총 621조 원과 전력투자비에만 272조가 소요된다고 국방부는 밝히고 있다. 이렇게 되면 북한군쯤은 아예 고려대상에서 제외된다. 한국은 동북아 군사긴장만 고조시키는 발원지가 되고 군사대국화는 국민의 고혈을 짜는 액이 되어 액막이굿을 벌여야 할 판이다.

균형잡힌 '군사행동의 위협' 인식 전무

마지막으로 벨이 말하는 미사일 발사와 핵시험에 따른 '군사행동의 위협'을 따져보자. 먼저 '군사행동의 위협'이라는 점에서 항상적으로 행해지는 미국의 실체를 간략히 보겠다. 미국은 작전계획 5027·5030·5029 등의 북한섬멸 침략작전계획, 연례행사로 실시되고 있는 RSOI/FE-을지포커스 등의 대북침략 군사훈련, 2003년 가을부터 지속되고 있는 저강도전쟁, 콘플랜 8002라는 핵우산전략 등등으로 한반도를 전쟁위협에 몰아넣는 '군사행동의 위협'을 거의 항상적으로 지속·강화해 왔다.

2·13합의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논의가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이 시점에도, 2007년 RSOI-FE 훈련이 3월 하순에 실시된다. 벨이 밝힌 것처럼 최초로 여단 급 병력이 증원되고, 나이트호크로 불리는 F-117 스텔스전폭기 1개 대대, 최신예 핵항공모함인 레이건호, 핵잠수함까지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 만리포에서 실시된 이 훈련에서는 "평양의 고립을 위해 북한 서해안 한 지역을 상정한 작전"이란 말이 나왔고, 정밀타격을 위주로 하는 선제공격부대인 스트라이커 부대 등이 투입돼 방어가 아닌 선제공격용 훈련임이 확인됐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이 위협적 군사행동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위와 같은 미국의 '군사행동의 위협'은 북한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그야말로 상시적이고 가공할 정도다. 더구나 핵문제를 해결하겠다는 6자회담은 미국의 시간끌기와 명분 쌓기에 의해 전망이 없는 상태였다. 이러한 미국의 가파른 북한체제붕괴전략 위협에 따른 북한의 미사일·핵 '군사행동의 위협'과 미국의 그것은 구분되어야 한다.

벨 식의 일방주의 시각이 아니라 미국의 1994년 북미 제네바합의 폐기, 2005년의 9·19공동성명 사문화 등과 결부되어 전개된 원인과 결과라는 관계 속에, 역지사지의 균형 잡힌 시각으로 '군사행동의 위협'을 위치시킬 때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 벨이란 자가 이를 모를 리 없겠지만, 북한 일에 관한 한 이런 필요를 느끼지 않은 채 함부로 이야기해도 시비꺼리가 안 되는 우리네 현실이 더욱 문제이다.

주한미군사령관의 내정개입으로 좌초된 김대중 정부 국방개혁

이제 국방개혁과 관련된 벨의 내정개입 문제를 살펴보겠다. 먼저 그의 전임자인 틸러리 전 사령관에 의해 김대중 정권의 국방개혁안이 좌절됐던 사실을 볼 필요가 있다.

김대중 정권이 시도했던 국방개혁은 1군과 3군의 통합, 지상작전사령부 창설, 2015년까지 56만 육군 병력을 35만으로 감축하는 등의 내용이었다. 이는 비대한 군부에 대한 개혁 요구와 함께 한반도 평화통일 기반 조성을 위한 토대 형성을 위해 긴요한 과제였다. 그러나 그같은 개혁안은 미국의 내정개입으로 인해 국군간호사관교 폐교와 국군체육부대 해체라는 지엽적인 개혁으로 끝이 났다.

당시 틸러리 한미연합사령관은 1998년 8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국방개혁안을, 특히 전방 1·3군의 통합을 반대하는 편지를 천용택 국방장관에게 보냈다. 아래의 8월 20일 편지는 미국이 우리의 군령권 못지않게 군정권에 개입·통제하고 있음을 그대로 보여 준다.

"연합사와 지상구성군사령부를 분리시키는 것은 장차 전투시 통합 능력 발휘에 제한, 지구사가 연합사와 분리시 연합사 부사령관이 지구사에 위치하게 되므로 CP TANGO에서의 연합작전 지휘 제한, 1·3군 사령부를 지상작전사령부로 통합하면 근접전투의 능력 발휘가 향상될 것이나 적절한 C4I 체제가 필요, 육군 항공강습부대 창설은 바람직하나 준비 기간을 충분히 갖고 추진, 2군 사령부 기능 보강과 국군수송사령부 창설은 한미 양군의 RSOI를 강화시키는데 있어 매우 바람직함."

이 편지에서 보듯이 국방개혁으로 생길 지상작전사령부가 한국군의 독자적인 지상작전능력을 강화하고, 사실상 연합사 지상구성군사령부 기능을 대체하는 결과가 되어 미국의 한국군 통제력이 약화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미국의 내정개입 뿌리는 1954년 한미합의의사록 부록 B로부터 비롯된다. 한미합의사록'부록 B'1항은 1955년 회계연도에 한국군 '인가 병력'을 육군 66.1만(20개 사단), 해군 1.5만, 공군 1.65만, 해병대 2.75만으로 모두 72만 명으로 규정하고 있다. 1958년 개정 한미합의의사록은 1959년 회계연도의 총 인가병력을 63만 명, 육군을 565,000명으로 규정했으며, 이 육군 규모는 이후 50년 가까이 거의 고정되었다.

한국 국방개혁은 미국 국익용이고 승인사항인가?

이러한 역사적 뿌리 속에 벨의 국방개혁에 대한 내정개입이 자리 잡고 있다. 그는 한국군(예비역 포함) 370만을 200만 명으로 줄이는 참여정부의 국방개혁을 지목해 "한국군의 감축과 징병제의 변화는 북한 위협에 대한 한반도의 전쟁억지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며 "한국 정부는 북한군이 유사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이같은 대규모 병력 감축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한국군 복무단축 계획에 대해서도 "비무장지대를 중심으로 도사리고 있는 위협에 대한 매우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등 주권 침해 발언을 거침없이 계속했다.

벨의 우려와는 달리 현 정부의 국방개혁은 병력감축으로 군사력이 약화되는 것이 아니라 병력감축을 통해 전력증강 구성비를 높여 군사력을 강화시키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방개혁의 중심목표는 현대전에 대처할 수 있는 '정보·지식 중심의 첨단 정보과학군'으로의 발전이다. 앞에서 본대로 이를 위해 2006년부터 2020년까지 국방예산 총 621조원, 전력투자비에만 272조가 소요되고, 국방비를 연평균 8~9% 증액하게 된다. 국방개혁 이전인 지금도 세계 8위의 군사비와 6위 정도의 군사력을 가진 남한에게 북한위협론은 완전 허구다. 이런데도 국방개혁 이후를 우려한다는 벨의 발언은 터무니없는 생트집에 불과하다.

병력감축 그 자체만 보더라도 벨의 우려는 근거가 없다. 참여정부 개혁안은 68만 여 병력을 2015년까지 40만으로 감축하려던 김대중 정부의 국방개혁보다 후퇴한 것으로 28만 병력을 감축해 2020년에 50만 규모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한나라당 송영선 의원의 주장처럼 출산율 저하에 따른 자연감소분에 불과하다. 송 의원의 지론대로 오히려 국방개혁 목표인 한국군의 경량·신속·첨단화를 위해서는 정규군을 30만으로 축소하고, 육군도 16만으로 대폭 감축해야 한다. 현대전에 적합한 '정보·지식 중심의 첨단 정보과학군'과 신속기동군을 추진하는 모든 나라는 병력을 감축하고 있다. 또 30만 이상의 병력유지 국가가 극히 제한적이고, 일본만 하더라도 24만 병력보유란 점에서 한국군 50만 병력은 과대한 것임에 틀림없다.

북한 110만 병력의 감축과는 상관없이 한국군의 대북 전력 절대 우위와 강화는 불변이다. 지금 전력투구하고 있는 미국의 군사혁명은 군의 경량화·신속기동화·모듈화이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도 병력을 감축하면서 전력은 오히려 더 강화됐다. 자기 나라의 감군은 전력강화고, 천문학적인 군사비를 투입해 동일한 성격의 군사변환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군의 감축은 전력약화로 이어진다는 게 벨의 주장이다. 논리나 인과적 연결성이 반 푼어치도 없는 그의 주장은 그야말로 이중 잣대라는 자기기만 행위와 뭐가 다른가?

실상이 이런데도 이를 모를 리 없는 벨이 허구적인 북한위협론을 내세우면서 특히 지상군 감축을 우려하는 저의는 딴 곳에 있다고 봐야 한다. 곧, 미국의 해공군력과 한국의 지상군이 합동연합작전을 펴 한국지상군의 희생 속에 미국의 동북아패권과 지구촌 패권을 노리는 고도의 노림수가 곁들여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현재 한국군은 육·해·공군의 병력 비율이 80.47: 9.99: 9.54로 지상군 초비대화라는 기형성을 띠고 있다. 이것도 바로 미국이 50년대 이승만 정권에 강요한 한미합의의사록으로 묶어 두었기 때문이고, 앞으로도 이런 한국군 지상군 과잉을 미국의 해·공군력으로 연계시켜 미국 국익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자는 음흉한 저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벨은 한국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적 참여, 미국 시스템과 통합 가능한 자체적인 미사일방어체계(MD) 구축, 주한미군 주둔비 50%의 분담 등을 공개적으로 요구 또는 피력하는 내정간섭 행위를 자행했다.

앞의 두 건은 한반도를 전쟁위협에 내몰게 하는 위험천만한 사항이므로 논의의 여지가 없다. 뒤의 주한미군 주둔비 50% 한국분담 건은 불법과 자발적 예속성을 띠고 있으므로 그 실상을 간략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주한미군 주둔비 분담에 얽힌 불법성과 복마전

벨은 이미 1월 18일 서울 외신기자클럽 강연에서 "주한미군 미2사단을 서울 북부에서 평택으로 옮기는데 드는 비용의 50% 가량이 방위비분담금으로 집행될 예정"이라고 밝혔고, 이번에는 앞으로 미군 주둔비의 한국 분담금을 50%까지 올려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주둔비 한국분담금을 미 2사단 이전비용으로 전용하는 것은 불법이다. 왜냐면 연합토지관리계획(LPP) 협정(2004년 말 국회 비준)에 따라 미군기지 23곳의 대체시설 건설비용은 미국이 부담하기로 되어 있고, 또 당시 반기문 외교장관을 비롯해 현 정부는 '원인제공자 부담원칙'에 따라 용산기지 이전비용 약 5조6000억은 한국부담으로, 2사단 이전비용은 미국 부담으로 합의했다고 분명히 밝혀 왔기 때문이다. 이런데도 주둔비 한국분담금을 미국이 부담해야 할 2사단 이전비용에 전용하는 것은 협정위반이고, 국민과 국회를 기만하는 것이며, 국민부담만 가중시키는 것이다.

이전비용에는 한미 간의 이면 계약과 함께 국민속이기가 개재된 것이 분명한 것 같다. <한겨레>는 팰런 미 태평양사령관이 미 하원 세출위원회 보고에서 한국이 미군기지 이전비용으로 주둔비분담금 16억8000만 달러를 포함해 68억 달러를 부담한다고 말했다고 지난 2월 2일 보도했다. 또 2005년 3월 10일 라포트 주한미군사령관은 미 하원 세출위원회에서 이전비용 총액 80억 달러 중 미군 부담은 6%(4억8000만 달러)라고 밝혔다 한다.

최재천 의원은 당시 국회에서 혹시 주둔비 한국분담금으로 2사단 이전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했고, 이에 유엔 사무총장이 된 반기문 당시 외교부 장관과 외교부 북미국장은 삿대질을 하면서 부인했다고 전한다.

이에 대해 김규현 국방부 국제협력관은"미군기지 이전 협상 처음부터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기지 건설을 위해 쓴다는 것을 전제했던 것으로 안다"고 시인하고,"방위비 분담금도 미국에 일단 준 돈이니만큼, 미국 계정에서 지출되는 것이 법적으로도 맞다"고 밝혔다(<한겨레> 2월 2일자) 그야말로 짜고 치는 고스톱이다.

이러다보니 2003년에 6559억 원이던 분담금이 미군병력이 감축된 2007년에 오히려 7255억 원으로 늘어난 것은 미국이 부담키로 한 미 2사단 이전비용을 지원해 주려 했기 때문이라는 시민단체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의 주장은 설득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또 2004년에는 480억 원으로 보고됐던 이전 관련 C4I비용이 최근의 '미군기지이전 시설종합계획(MP) 협상결과' 문건에서는 무려 8배에 가까운 3816억 원(4억600만 달러)으로 계산된 것을 보면, 용산기지 밖의 미군주택 임대료까지 포함해 총 10조 원 가까이 한국이 덤터기 쓴다는 평통사의 추정은 정당한 것 같다.

그야말로 미군기지 이전과 주둔비 등에 관련된 일들은 복마전이고 난장판이다. 이런 과정 속에 평택기지 이전이 '중단된다면 이에 대해 싸울 것(I will fight this)'이라는 벨의 협박성 발언이 나왔다.

물론 이같은 식민지 총독 행세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그렇지만, 이들에 빌미를 끊임없이 제공하는 이 땅의 '노란 피부 하얀 가면'의 문제 또한 극명하다. 더욱 큰 문제는 미국과 관련되면 무엇이든 성역으로 인식되어 이런 복마전을 확인하고도 침묵으로 일관하는 우리네 언론, 관료, 정치인, 군부, 지식인 등의 고질병이다. 이러다보니 평택기지 이전 협정이 전형적인 자발적 예속성으로 귀착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평택기지 이전·확장의 위험

100년 이상 견딜 수 있도록 짓겠다는 평택미군기지 이전·확장은 한반도를 위한 게 전혀 아니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한반도 안보는 한국군만으로도 충분하고 남을 정도로 대북 절대 우위이기 때문이다.

근본목적은 중국을 포위·봉쇄·공격하는 데 세계에서 가장 적합한 평택이란 곳에 주한미군을 집중배치하고, 신속기동군으로 재편해 동북아지역군과 세계기동군이란 임무를 수행하도록 하고, 이로써 21세기 미국의 세계패권과 동북아 지배를 공고화하기 위한 것이다.

동시에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주한미군이 미국의 군사목적을 위해 제 멋대로 한반도를 출입할 수 있는 '선결조건'도 확보해 한반도는 미국 해외전쟁의 발진기지가 되었다.

이 결과 한국군과 주한미군사이 역할이 재편되어 한국군은 한반도 문제를 전담하고, 주한미군은 동북아와 세계문제에 전담을 하게 된다. 주한미군은 한반도문제에 지원군 역할을 한다고 하지만 지원도 필요 없을 정도로 한국군이 막강하기에 실제 한반도 안보를 주한미군에 의존할 필요는 전혀 없다.

이런데도 주한미군을 철군시키기보다 평택으로 기지 이전확장을 하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 국익을 위한 것이다. 이전으로 한국의 국익은커녕 오히려 한반도가 미국이 주도하는 전쟁의 발진기지와 침략기지가 되어 남의 전쟁에 휘말리는 위험천만의 도박에 들어 선 셈이다.

1894년 청일전쟁은 일본 땅도 청나라 땅도 아닌 이곳 조선 땅에서 시작되어, 조선 사람은 개죽음을 당하고, 조선 땅은 남의 전쟁터로 황폐화 되었다. 이제 평택기지 이전확정과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허용으로 이런 끔찍한 '제2의 청일전쟁' 유발성을 자초한 셈이다. 물론 미국이 자국군대 후방배치로 대북 선제공격을 쉽게 할 수 있어 한반도 전쟁위험성도 높아졌다고 보아야 한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800만 평 가까운 기지제공, 이전비용 대부분인 10조 원 부담, 연간 10억 달러의 주둔비분담(직접지원비로 간접지원비까지 계상하면 연 20억 달러 추정) 등을 하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대미 자발적 예속성과 공미(恐美) 자폐주의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가면은 벗겨져야

이제까지 살펴본 대로 해방 이후 지금까지 이 땅에는 식민지 총독과 같은 부류에서 오는 외압적 하얀 가면과 우리네 스스로 안달이 나 움켜잡은 자발적인 하얀 가면이 온 누리를 휩쓸어 왔고 만연해 왔다.

언제까지 우리는 이런 외압적 하얀 가면을 신주 모시듯 해야 하고 공미(恐美) 자폐주의에 빠져 자발적 예속성에 안주해야하나?

이들 하얀 가면은 앞에서 확인한대로 참과 진실과 합리성과 인류사회의 보편주의에 바탕을 두지 않은 채 오히려 그 역행에 바탕을 두면서 형성·공고화 됐다. 이제 우리는 누구의 가면이든 가면일랑 단호하게 벗어 던져야 한다. 그리고는 우리네 있는 그대로와 원하는 그대로의 참모습을 가꾸고, 당당하게 보여주고, 또 보전해야 한다. 이 글도 이런 도정을 앞당기기 위한 몸부림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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