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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위원장의 핵포기, 어떻게 설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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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위원장의 핵포기, 어떻게 설득할까?" [정상회담 전망과 과제] ⑨ 북한ㆍ미국에 이렇게 말하자
6자회담이 재개되는 가운데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닷새 뒤로 다가왔다. 북한과 미국이 9월 초 스위스 제네바에서 연내 북한 핵시설 불능화와 핵 프로그램에 대한 전면적인 신고, 그리고 미국 측이 북한의 테러지원국 명단 제외 및 적성국교역법 적용 종료 등 정치·안보적 상응조치를 제공한다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해 이번 6자회담에서는 북핵 폐기의 2단계 일정표가 도출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우세했다.

그러나 지난 2주간 영미권 언론과 미 행정부의 고위책임자들이 북한-시리아 핵 거래 의혹을 계속 제기하고 있어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또 남북정상회담이 8월말에서 10월초로 연기되어 정상회담의 성공을 기반으로 남북 협력을 획기적으로 제고하려던 정부의 계산에도 착오가 있을 수 있게 되었다.

정상회담의 두 가지 목표

이런 맥락에서 정부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두 가지 목표를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 먼저 정부는 2·13합의 이후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자금 송금 지연 때문에 북한이 핵 폐쇄 이행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쌀 차관 제공을 유보함으로써 남북관계의 정체를 가져오고 북핵문제 해결과정에서도 밀려났을 뿐 아니라 북미간에 계속 합의되는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과정에서도 소외되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또한 이번 정상회담을 기회로 삼아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고 군사문제를 논할 수 있는 고위급 대화채널을 정례적으로 확보함으로써 명실 공히 북핵문제 해결 및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주역으로서의 위상을 구축해야 한다.

또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국민의 여망과 국제사회의 요청을 최대한 달성해 남북관계 발전과 한미관계를 위시한 국제사회와의 협력이 선순환적 상승작용을 가져오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이번 정상회담이 우리 국민과 국제사회가 바라는 북핵문제 해결에 최대한 기여하고, 한반도 평화정착과 남북간 호혜적 경협 증진도 이를 고려해 진전시킴으로써 국민 여론과 미국을 포함한 주변국들의 지지를 획득하는 것이다.
▲ 지난 21일 서울 삼청동 남북대화사무국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공식수행원 워크숍에 참가한 이재정 통일부 장관과 권오규 재경부총리, 김장수 국방부 장관 ⓒ연합뉴스

'남북 주도' 우려하는 미국 우려 다스려야

물론 그 길이 순탄할 수만은 없다. 먼저 조지 부시 미 행정부의 전략적 이해관계를 잘 살펴 이를 슬기롭게 활용해야 한다. 부시 행정부가 작년 10월 북한 핵실험 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재재를 추진하면서도 결국 북한과의 양자대화를 수용하고 협상을 통한 해결쪽으로 정책을 전환한 것은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러나 이는 정책을 전환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어 부시 대통령을 강력하게 압박한 것을 고려하면 정치인 부시의 당연한 선택이었다. 무엇보다 대북 강경일변도 정책이 오히려 북한을 핵실험과 핵 보유로 몰아왔다는 비난이 미국 내외에서 빗발쳤고, 이라크 정책의 실패로 인한 중간선거의 패배와 민주당의 의회 장악, 그리고 이라크 정책과 대북 강경책을 주도했던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퇴조, 대북 대화 주창자의 득세 등이 협상을 통한 북핵 해결을 모색하게 한 것이다.

그러나 북한 핵시설 폐쇄라는 2.13합의 1단계가 성공적으로 끝나고, 북한 핵시설의 연내 불능화라는 2단계 일정표가 도출될 것이 예상되며 이에 따라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명단 제외 등 부시 행정부의 대외정책이 협상기조로 굳어지려하자 이에 불만을 가진 미국 내 세력들이 총공세에 나서고 있다. 딕 체니 부통령을 수반으로 미 행정부에 아직 남아있는 네오콘과 존 볼튼 등 실각한 네오콘들이 그들을 지지하는 보수 및 유태계 언론, 군산복합체, 국방부와 힘을 합쳐 북한-시리아 핵협력 의혹을 구체적인 증거 없이 계속 확대 재생산하면서 부시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물론 부시 대통령의 중동정책이 무조건적인 이스라엘 지지 노선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이스라엘 정부의 불만과 이스라엘의 안보를 중시하는 미국 내 유태계 언론이 이스라엘과 적대관계에 있는 시리아에 대한 경각심을 북돋고자하는 의도도 이에 연관된 것으로 여겨진다. 이에 정치인 부시나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도 미국 내 여론 주도세력의 압박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않고 북한의 핵확산을 경고하고 북한을 '야만국가'로 지칭하는 등 정책 변화 가능성을 개진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북핵문제가 원만히 해결되면 한반도 평화체제와 동북아 다자안보 협력 등을 엮은 포괄적인 동북아 평화 구상을 펼치면서도 북한의 태도 여하에 따라서는 언제라도 대북 강경책을 재개할 수 있다고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미 행정부는 대북 강온 양면책을 휘두르면서 북핵문제 해결 과정을 계속 주도하고자 하므로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상황과 구도가 변한다면 북한에 대한 고삐를 놓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즉 미 행정부는 대북 정책 주도권이 약화될 가능성과 한국이 북한의 일탈된 정책의 도피처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동시에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한반도 안보 문제에 관한 우리의 역할을 강화하는 동시에 미 행정부의 우려를 무마하면서도 부시 대통령이 대북 강경파의 공세에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정책을 펼치고, 남북정상회담도 이런 방향에서 운영해야 한다.

김정일 위원장, 이렇게 설득하자

이번 정상회담이 북핵문제 해결의 동력을 강화한다면 상기 세 가지 목표를 다 충족시킬 수 있다. 관건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설득하는 데 성공하느냐에 있다. 그런데 김 위원장에게 핵은 군부의 불만을 무마하고, 국민에게 자긍심을 주면서, 경제 파탄의 원인을 미국의 봉쇄와 제재에 돌려 통치 실패의 책임을 회피시켜주는 한편, 남한에 대한 군사적 우위 확보 및 외부로부터의 군사 공격 억지, 그리고 대미 협상 등에 동시에 유용한 수단이 되는 등 최고로 소중한 전략자산이므로 포기시키기가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북한이 최종적으로 핵을 포기하려면 무엇보다도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북한을 압박하고 있는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이 포기되어야 한다. 따라서 남북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에게 무조건적인 핵 포기 약속을 받아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과도하다. 물론 노무현 대통령은 최선을 다해 설득에 나서야 한다. 먼저 북한의 핵개발은 남북이 공식 합의한 한반도비핵화선언을 전적으로 위배한 것임을 따져야 한다. 즉 우리가 관여할 권한이 있음을 인식하고, 이를 행사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이제까지 남측이 미국의 대북 압박이 최고조에 이르지 않도록 완화해주는 역할을 사실상 수행해 주었지만 북한이 또다시 일탈된 행동을 한다면 마냥 북한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밝히는 동시에, 미국에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오히려 무력 제재에 나설 수도 있으므로 미국과 화해할 수 있는 공전절후의 기회를 놓치지 말 것을 설득해야 한다.

한편 북한이 핵폐기에 성실히 임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상태에서 주한미군의 전력을 포함한 남북간 재래식 군사력 균형 유지가 가능할 것임을 약속할 수 있다. 동시에 '우리민족끼리' 원칙에 따라 한반도 평화체제를 남북한이 주도하기 위해 남북국방장관회담을 정례화할 것을 요청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무장지대로 변한 비무장지대(DMZ)를 명실 공히 비무장화하는 등 남북간 군사적인 긴장완화 조치를 행하고, 특히 청와대와 북한 수뇌부간 직통전화를 재개통함으로써 남북간 비상연락체계를 갖추는 한편 이를 통해 얻은 최고급 북한정보를 우방국과 공유함으로써 우리의 외교 협상력을 강화하여야 한다.

김 위원장을 설득하는 데 유용한 기제는 바로 남북경협 진흥책이다. 그러나 일방적이고 시혜적인 대북 지원은 국민 여론에 반하고 한미공조를 해칠 수도 있다. 이를테면 노무현 대통령이 작년 5월 울란바토르에서 "북한에 많은 양보를 하려 하고 있다"고 밝혀 북한의 기대수준만 높이고 오히려 남북관계는 후퇴한 사례를 참조해야 한다.

따라서 몇 가지 원칙을 준수해 명분에 맞는 경협을 추진해야 한다. 북한의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과 금강산사업을 유지한 것이 현명했듯 향후에도 민간기업이 경제논리에 따라 자발적으로 사업을 추진한다면 이는 얼마든지 용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외에도 호혜성이 보장된다면 어느 정도 비대칭적이라도 시행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북한이 핵 폐기에 성실성을 보이고, 이산가족 대량상봉이나 국군포로 및 피납자의 귀환을 용인한다면 어느 정도의 시혜적인 대북 지원도 가능할 것이다.

또한 북한이 핵 불능화 및 신고 과정에 성실성을 유지한다면 미국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해주어, 국제금융을 차용한 대규모 남북경협 사업이 가능할 수 있음을 설득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김 위원장으로 하여금 국제사회를 향해 자신의 육성으로 비록 조건부라도 북한의 궁극적인 핵포기 의사를 명확히 밝히도록 한다면 미국의 지지를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일본 정부가 북핵문제 해결보다 납치문제 해결을 우선적으로 추구한다면 이 역시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을 어렵게 할 것이지만, 압력보다는 대화를 중시하는 후쿠다 야스오 총리 내각이 들어섰으므로 북일관계 정상화로 100억 달러에 달하는 일본의 식민지 배상자금을 받는다면 북한 경제 재건에 매우 유용하다는 점을 김 위원장에게 설득함으로써 핵폐기 결심을 촉구할 수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이 핵문제를 원활하게 해결해 철도연결과 무역 증진을 포함한 남·북·러, 남·북·중 3각 경제협력과 동북아 경제 협력 진흥을 적극적으로 바라고 있으므로 김 위원장 설득에 지원세력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노 대통령이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 설득에 성공해 정부가 북핵문제 해결 및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명실상부한 주역이 되고, 남북 교류·협력 진흥과 경제공동체 형성을 통한 사실상의 통일로 나아가며, 한미동맹과 다양한 양자간 군사협력 및 동북아 다자안보 협력을 통해 중층적인 평화·안보체제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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