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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안보 환경…한국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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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안보 환경…한국의 선택은? 한반도브리핑 <95> 한미동맹 조정의 필요성과 역사
국제정세의 급변이 다시금 실감나는 시대다. 올해 들어 국제 유가가 요동치면서 세계경제의 전반적 위축 현상이 일어났고 이는 우리 경제에도 큰 충격을 주었다. 이달 초 발생한 그루지야 사태를 맞아 미국과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확장과 민족 문제를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신(新)냉전의 가능성마저 점쳐지고 있다. 동북아에서도 독도에 대한 일본의 해묵은 생트집에 이어 제주도 남쪽의 이어도에 대한 중국의 뜬금없는 문제 제기까지 나와 영토 문제가 이 지역에서 살아 있는 이슈임이 새삼 드러났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선전하는 우리 선수들의 경기를 보면서 국민들은 극적인 성취감을 만끽하고 있다. 그러나, 누구나 알고 있듯이 국제 스포츠는 또 다른 차원의 국력 경쟁이며, 각국 정부는 이를 국민 사기와 자신감을 고취하는 기회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오랜 기간 올림픽 종목이나 경기 방식 자체가 해당 스포츠 종주국 또는 우세국의 국제적 위상을 반영하여 선정되어 왔으며, 올림픽 메달 경쟁과 시시각각 변화하는 각국의 메달 순위에서 국제정치의 변화무쌍함을 연상하는 것도 그리 무리한 일이 아니다.
▲ 푸틴 러시아 총리와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냉전 시절 안보 환경과 한국의 선택

이처럼 '급변하는 안보 정세'는 이 문제를 매일매일 다루는 정부 당국자나 정책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사실 보통 사람들은 그동안 정부 정책의 변화가 있거나 아니면 단순한 정책 설명 자료를 통해서도 이 문구를 너무나 자주 접했기 때문에 이미 당연한 일로 여긴다. 이 점에서 안보정책의 관건은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균형감과 방향성을 유지하면서 국익과 가치를 기준으로 올바른 대안을 선택하고, 나아가 이를 충실하게 대내외에 설명하고 관철시키는가에 달려 있다.

냉전 시절 한반도의 안보 환경에는 세계적인 양극 구조가 그대로 투영되었다. 미·소 간의 대립은 이 지역의 지정학적 구도 및 국가간 갈등과 결합되어 미국과 일본, 한국으로 이어지는 남방 3국과 소련과 중국, 북한으로 이어지는 북방 3국 간의 대결로 나타났다. 남북 분단정부의 수립부터 냉전질서의 연장이었고 6.25전쟁과 그 이후의 극심한 적대관계도 '대리전'의 성격이 짙었다. 미·소가 세계정치를 좌우하던 시절, 약소국의 대외정책엔 두 초강대국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고 한국의 안보정책 역시 미국의 영향력 하에 있었다.

그에 더해 남북한 간에는 동족상잔의 전쟁을 거친 만큼 더욱 적대적인 구조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 결과 1960년대 미·소 데탕트가 논의되던 시점에도 양쪽은 극렬한 군사적 충돌을 이어갔으며, 1970년대 미·중 화해와 수교가 진행되면서 잠시 대화의 물꼬가 트였지만 이내 막혀 버리고 말았다. 1980년대 후반 미·소 간의 신데탕트와 1990년대 초 냉전의 종식으로 세계정치의 구조가 일변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반도가 '냉전의 섬'으로 남아 있게 된 것은 이러한 사정과 무관치 않다.

역사의 흐름에 비추어 한국 안보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한반도가 평화의 반석 위에 자리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부정적 영향력을 차단하고 지역 갈등을 극복하며 남북간 화해를 추진하면서 스스로의 힘을 길러 일정 부분 자력으로 이를 확보하는 길밖에 없다.

지정학적 입장 차이와 지역국가간 갈등이 엄존하는 상황에서 냉전이 끝났다고 동맹까지 해체할 수는 없으며, 동맹 구조를 개선해 과도한 영향력을 차단하면서 기존의 안보 지원 역할을 일정 기간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 점에서 그동안 한미동맹 조정과 자주국방이 한 축으로 진행된 가운데, 동북아 지역다자안보협력과 남북관계 개선이 또 다른 한 축으로 추진된 것은 전방위적으로 한국 안보를 공고화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2008년 8월 한미정상회담과 동맹 조정

정세 급변속에 벌써 세간의 기억 속에선 가물가물 하지만, 바로 2주 전인 지난 6일 한미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2002년과 2005년에 이어 세 번째로 한국을 방문했는데, 지난 2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5개월 만에 벌써 세 번째 이명박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은 몇 차례의 정상회담에서 지난 정부와의 한미동맹 조정 과정에서 나타난 불협화음을 정리했고, 특히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일부 껄끄러웠던 양국 관계를 나름대로 수습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5년간은 글자 그대로 한미동맹의 조정기였다. 미국은 9.11 이후 세계전략의 전환에 따라 동맹과 주한미군의 변환을 시도했고 한국도 보다 균형적인 관계로의 발전을 희망한 국민 여론을 수용하면서 협상에 임했다. 미국은 참여정부 출범 전인 2002년 11월에 더글러스 페이스 국방차관을 한국에 보내 동맹 조정에 관한 협의를 제안했고, 이는 그 해 12월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정식으로 수용되었다.

그 후 2003년 4월부터 시작된 협상에서 주한미군 감축, 기지 이전 및 재배치, 군사임무 전환, 전략적 유연성, 전시 작통권의 전환 등 중요한 이슈들이 다루어졌고 거의 해결되었다. 하나하나가 무척 크고도 어려운 문제였고 한·미간 협의 과정에서 낯을 붉히는 일이 있었지만 이제 큰 강을 건넜다고 평가된다.

이로써 1990년대 초 탈냉전과 함께 이른바 '한국 방위의 한국화'를 기치로 진행되던 주한미군 역할 변경 이후 10여 년 만에 재개된 동맹 조정 협상은 거의 끝이 났다. 한·미 양국의 변화된 입장이 반영된 협의 결과의 기초 위에 앞으로 양국관계의 안정적 발전이 기대된다. 이번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도 "전시 작통권 전환 및 주한미군 기지 이전과 재배치에 관한 관련 합의를 지속적으로 이행"한다고 되어 있다.

지난 4월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주한미군 추가 감축 중지 결정에 이어 나온 이번 양국 정상 간의 합의 정신에 비추어 앞으로 한·미 정부간에 기존 협의 결과를 대체로 충실히 이행하는 가운데 세부 사항에 대한 실무조정 수준의 협의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 8월 한미정상회담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부시 미 대통령 ⓒ문화체육관광부

21세기 한미동맹의 미래 비전

지난 4월 한미정상회담에서는 한미동맹을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 시장경제의 가치와 신뢰를 바탕으로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21세기에 맞는 새로운 전략적인 동맹으로 발전시킨다는 데" 합의하고, 그 구체적 모습을 부시 대통령 방한시에 밝히겠다고 한 바 있다.

그 뒤 몇 달 동안 한·미간에 전략동맹의 방향을 세부적으로 적시할 '21세기 미래동맹 비전' 공동문건에 관해 관심이 모아져 왔으나, 이번에 11월 대선 이후 등장할 미국의 차기 정부를 고려해 문건 채택이 미루어진 것은 잘된 일로 본다. 이는 앞으로 상당 기간 양국관계의 기초가 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으로서 무척 신중하고도 진지하게 협의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21세기 안보환경의 변화와 미래 수요에 보다 잘 대처하기 위해 한미동맹을 전략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구조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 또 두 정상은 "한미동맹이 공통의 가치와 신뢰를 기반으로 안보 협력뿐 아니라 정치·경제·사회·문화 협력까지 포괄하도록 협력의 범위가 확대·심화되어 나가야 하며, 지역 및 범세계적 차원의 평화와 번영에도 기여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사실 이와 같은 방향의 미래 동맹 비전은 그동안 한·미 정상간 기존 논의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2003년 5월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는 "민주주의, 인권, 시장경제의 가치 증진과 한반도 및 동북아의 지속적인 평화와 번영을 위한 포괄적이고 역동적인 동맹관계를 구축해 나가자는 데" 합의했다.

또 2005년 11월 '한미동맹과 한반도 평화에 관한 공동선언'에서는 한미동맹이 "아시아와 세계에서 민주주의, 시장경제, 자유 및 인권이라는 공동의 가치 증진을 위해 있다는 데" 동의하고, "양자, 지역 및 범세계적인 상호 관심사안을 협의하기 위해 장관급 전략대화를 출범시키기로 합의"한 바도 있다.

포괄협력에 바탕한 국제평화 역할 확대

이처럼 그동안 한·미 정상 수준에서 논의된 것은 동맹의 협력 범위를 군사동맹을 뛰어넘어 포괄적으로 확대함으로써 전면적 관계발전의 준거로 활용하자는 점과 더불어 이와 같은 포괄적 협력 역량을 바탕으로 지역 및 세계 평화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자는 점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엄존하는 지역 갈등을 고려하는 한편 당면한 국제 평화 요구에도 적절히 부응한다는 전략적 판단과 연결된 것이다.
▲ 필자 서주석 박사 ⓒ프레시안

이와 같은 동맹의 개략적 발전 방향에 비추어 이를 단순히 '냉전 시대의 군사동맹'으로 규정하면서 "지나간 역사의 유물"이라고 폄하한 주변국의 일부 반응은 지나치게 교조적인 해석이라고 본다. 아직도 논의가 분분하지만 나토가 구소련권 위협의 해소에도 불구하고 유럽에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과 더불어 북·중 군사동맹도 상존하고 있음을 함께 보아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그동안 일부에서 제기되어 왔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과도한 확대 해석이나 미사일방위(MD) 체제에 대한 무조건적인 참여 주장 등은 모두 사실과 다르거니와 주변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한 측면도 있다. 향후 상당 기간 남북관계의 급변 상황이나 통일 과정 진입 등 우리 안보의 어려운 고비에서 외부 후원 역할을 담당할 한미동맹의 미래 발전을 위해 이제부터라도 내외에 충분히 설명해 나가야 할 것이다.

* 이 글의 내용중 일부는 8월 11일자 <국제신문>에 실린 필자의 칼럼을 수정·보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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