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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차베스와 회동 위해 물밑 접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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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차베스와 회동 위해 물밑 접촉 중 김영길의 '남미리포트' <336>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두 정상의 만남
미국의 조지 부시 행정부가 주도한 신자유주의에 가장 강력하게 대항했던 중남미 각국의 지도자들은 버락 오바마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자 일제히 환영과 축하를 보냈다. 강경일변도였던 미국의 중남미정책에 변화가 오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에서다.

특히 중남미에서 반미의 선봉장 역할을 했던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오랜 반목과 대립관계를 매듭짓고 상호협조를 통한 선린우호관계 회복을 기대하는 눈치다. 차베스는 지난 2002년부터 시작된 부시 대통령과의 악연을 청산하고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수준의 관계 회복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변화를 내세워 집권에 성공한 오바마 당선자가 'ABB'(Anything But Bush)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클린턴 시절의 중남미정책을 회복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차베스는 집권 초기 클린턴 행정부와 상당히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었다. 클린턴은 차베스의 등을 다독여주고 안정적인 석유 공급선을 확보했었고, 차베스는 클린턴과의 친분을 과시해 군부와 우파정치권의 반발을 잠재우고 집권기반을 다지려고 노력했었다.

그런데 부시의 집권과 함께 이른바 매파 정치인들이 득세하면서 차베스와의 관계가 뒤틀리기 시작했다. 부시 행정부는 지난 2002년 석유산업 국유화를 천명한 차베스를 축출하려 했고, 3일 천하로 막을 내린 반(反)차베스 쿠데타 이후 차베스는 부시 행정부에 이를 갈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반미노선, 다시 말해 반부시 노선을 걷기 시작한 것이다.

따라서 차베스는 부시의 시대가 서서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가고 정권이 바뀐 지금 반미라는 해묵은 구호를 외치는 것보다 오바마와 만나 대화를 통해 산적한 양국 현안들을 풀어나간다는 제스처를 보내고 있다. 반미에서 통미로 대외정책을 선회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차베스 측근들은 최근 오바마 당선자와 차베스의 회담이 물밑에서 심도 있게 논의되고 있다고 공개했다. 한 측근은 이어 두 지도자간의 만남은 일반적인 상식을 뛰어넘어 이른 시일(취임 전)안에 이루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대화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오바마 당선자 역시 차베스의 접근과 대화 제스처가 마냥 싫지만은 않은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진다. 양측 관계자들은 이미 회동에 대한 격식과 대화내용, 상호 요구사항을 점검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을 정도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차베스와 오바마가 자리를 함께한다면 미국은 베네수엘라로부터 일일 130만 배럴에 달하는 원유의 안정적인 공급 등 경협관계를 거론할 것이고, 차베스는 오바마에게 패권을 위한 군림이 아닌 주권국가로써 상호 동등한 관계개선 약속과 쿠바에 내려진 경제 제재조치 철회를 주문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결국 베네수엘라 정부관계자들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차베스와 오바마의 회동은 기정사실로 굳혀지는 분위기다. 만남의 격식과 그 시기가 언제냐 하는 문제만 남아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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