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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정상회의, 부시 지고 후진타오 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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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정상회의, 부시 지고 후진타오 뜨고 [김영길의 '남미 리포트']〈339〉 페루 휩쓴 '아시아 파워'
페루에서 열린 제16차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의 무관심 속에 특별한 결과 도출 없이 23일 오후 폐막됐다. 그러나 이번 회의는 공동 합의보다는 개별접촉을 통한 국가간 상호 실익 챙기기에 분주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APEC 정상회의는 중남미 전체국가들 중 멕시코와 페루, 칠레 등 3개국만이 참여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지 언론들이나 정계의 외면을 받아왔다.

특히 이번 회의는 미국 발 경제위기와 임기 말 레임덕 현상을 보이고 있는 조지 부시 대통령이 참석을 했지만 지금까지 맹방으로 불리던 멕시코와 페루 정상들로부터 푸대접(?)을 받는 등 남미에서 미국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 자리이기도 했다.

멕시코의 펠리페 칼데론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의 성명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미국 발 경제위기로 인해 멕시코의 피해가 막심하다"며 멕시코인들의 불법 이주를 막기 위해 국경에 설치된 장벽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시했다.

칼데론 대통령은 이어 "버락 오바마 당선자가 변화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이전 정부처럼 계속적으로 보호 장벽을 쌓는다면 크게 실수하는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칼데론은 또 차기 미국 정부는 현 정부가 저지른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멕시코가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에 계속 얽매여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우리에겐 미국과 캐나다 시장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 제16차 APEC 정상회의장 ⓒ페루 <라 레뿌블리까>

알란 가르시아 페루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에 대한 언급은 삼가고 있는 눈치다. 하지만 주요행사나 의전 등에서 미국을 제쳐놓고 중국을 비롯한 한국, 일본을 중심으로 삼고 있다는 인상을 깊게 풍겼다. 세계 초대강국 국가 원수로서는 자존심이 상할만한 일대사건이다.

가르시아 대통령은 이번 APEC 정상회의 기간 중 중국과 일본, 한국 정상들을 차례로 만나 각종 투자협정과 기술이전, 자원개발에 관한 협정 등을 체결하는데 올인하는 모습을 보였었다. 따라서 마지못해 마련된 부시와의 자리는 그야말로 '체면치레용'이었을 뿐이다.

부시와 가르시아 두 정상이 만나 확인한 건 미국과 페루가 체결한 FTA가 2009년에 가서야 발효될 것이라는 사실과 미국과 페루의 동반자적인 관계는 신정부가 들어서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점 등이었다. 원론적인 대화수준에 그친 것이다.

현지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라 레뿌블리까> <엘 꼬메르시오> <델 빠이스>등 페루의 주요언론사들은 연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행보를 대서특필하면서도 부시의 발언이나 행보는 크게 다루지 않고 있는 분위기였다.

페루에서 연일 상종가를 치고 있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페루는 우리의 전략적인 동반자"라고 추겨 세우고 "페루의 광산, 금융기관, 건설분야, 섬유산업에 2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가르시아 페루 대통령은 마추픽추와 만리장성을 합성한 배경으로 양국정상의 사진을 담은 대형액자를 후진타오에게 선물하며 "페루가 중국의 전략적인 동반자가 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화답하고 "페루는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체결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그는 이어 "21세기 들어 중국은 놀라운 속도로 경제발전을 이루었다"며 "중국의 자본과 기술이 페루의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금과 은, 아연, 구리 등 지하자원의 보고인 페루가 이번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아시아 국가들에게 적극적인 구애의 손길을 보내고 있는 양상이다.

한국 정부와 기업인들은 오랜 기간 동안 남미에서 전략적 자원 확보에 공을 들여온 중국과 일본을 특별히 주목해야 할 것이다. 자원외교를 외치고 있는 한국 정부가 이번에 페루에 기울인 노력이 중국과 일본에 밀려 해외순방 성과수준으로 전락하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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