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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천리로 진행되는 차베스의 개헌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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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천리로 진행되는 차베스의 개헌 논의 [김영길의 '남미 리포트']<341> '개헌, 두 번의 실패는 없다'
"본격적인 볼리바리안 혁명의 시작은 이제부터다. 지난 10년간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진정한 자유와 참된 사회주의를 위한 민주 정치제도를 정착시켰다. 이제부턴 사회 전체를 바꾸는 혁명에 매진할 때다."

지난달 23일 실시된 베네수엘라 지방자치 단체장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국민들을 향해 던진 메시지다. 차베스는 이어 혁명의 마무리를 위해서는 3선연임을 제한한 대통령 임기에 관한 헌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지난해 말 '21세기형 신사회주의 헌법'을 내세우며 헌법개정안을 국민투표에 부쳤으나 뼈아픈 좌절을 맛본 차베스가 정확히 1년 만에 다시금 헌법 개정을 서두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차베스가 이끄는 베네수엘라사회주의연합당(PSUV)은 지난달 실시된 베네수엘라 지방자치 단체장 선거에서 80%에 육박하는 득표를 기록하는 대승을 거두었다. 전국 23개 주에서 17명의 주지사를 당선시켰고 동시에 실시된 시장선거에서는 335개 시에서 264명의 시장을 차베스계 인물로 채웠다.

차베스가 선거 결과를 놓고 크게 고무된 건 80%에 가까운 득표와 지지도보다는 전통적으로 야권 강세지역, 오일벨트, 석유화학 공업 단지, 철강 생산 단지 등 전략적인 요충지역에서 고르게 지지기반을 다졌다는데 있다. 사사건건 차베스 정책에 딴지를 걸었던 부유층 지역들을 상당 부분 장악한 것이다.

차베스가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얻은 또 다른 자신감은 야권을 일사불란하게 이끌 갈 지도자가 전무하다는 것과 보수언론들의 영향력 역시 예전 같지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주류언론들의 차베스 때리기가 더 이상 약발을 받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번 선거에서도 베네수엘라 보수언론들은 예외 없이 사회불안을 조성하고 차베스에 대해 독재자라거나 종신집권을 회책한다는 등 각종 유언비어를 퍼뜨렸지만 베네수엘라 유권자들은 소신껏 PSUV 인물들에게 표를 던졌다. 편파, 왜곡 등 고전적인 언론플레이를 무력화시킨 것이다.
▲ 베네수엘라 전역에 확산되고 있는 ' 차베스 물러나지 마세요' 운동 ⓒ<ABN> 통신 카라카스

다만 이번 선거에서 베네수엘라 최대의 도시이자 수도인 카라카스 시장을 야권 인사에게 빼앗긴 것은 차베스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지만 차베스는 수도권 장악에는 실패했지만 시장이라는 위치가 주지사들에 비해 정치적인 영향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에서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다.

현지 정치평론가들은 차베스가 개헌을 서두르는 건 지난번 실패를 교훈 삼아 철저하게 민심의 동향을 파악했고 보수언론들의 기세가 꺾인 지금이야말로 자신의 꿈을 실현시킬 호기로 판단했을 거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또한 자신의 집권 10주년을 맞아 볼리바리안 혁명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분석도 힘을 받고 있다. 나아가 차베스의 트레이드마크인 '선거불패 신화'를 이어가기 위해 그 승부수로 개헌안 국민투표를 다시 선택했다는 설도 고개를 들고 있다.

개헌안 국민투표를 합법적으로 집행하기 위해 법률검토를 이미 끝낸 차베스 행정부와 PSUV는 8일부터 본격적으로 국민투표 홍보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베네수엘라 헌법은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 결정을 위해서는 전체 유권자 15% 이상의 개헌 지지 서명과 39% 이상의 국회의원 동의, 국무회의의 인증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국회를 장악한 PSUV는 여권 의원들의 동의는 물론 국민들의 개헌지지 서명운동에 앞장설 것을 결의했다.

위에 열거한 조건들이 구비되면 국회는 국립선관위에 결과를 통보하고 관련서류들을 제출하게 된다. 개헌관련 서류를 접수한 선관위는 내부 결의를 통해 국민투표의 합법성 가부를 결정하고 국민투표 발의에 하자가 없다는 판결을 내리게 되면 곧 바로 투표일을 공고하게 된다.

그러나 현재의 베네수엘라 정치 분위기상 헌법 개정 국민투표는 이미 대세로 부상을 하고 있다. 차베스는 베네수엘라 의회를 완전 장악했을 뿐만 아니라 자치단체장들까지 자신의 당원들이 8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차베스가 개헌 논의에 불을 댕기자마자 베네수엘라 전역은 PSUV 청년조직원들을 주축으로 '차베스, 물러나지 마세요'라는 운동이 열풍처럼 번지고 있는 것도 예사롭지가 않다.

따라서 대통령 임기제한 철폐를 비롯한 '21세기형 신사회주의 헌법'은 국민투표를 통해 합법성을 띄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현지의 분위기다. 차베스가 두 번의 실패는 반복하지 않을 거라는 얘기다.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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