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는 극동문제연구소의 교수진과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한반도 문제 관련 정책소식지입니다. 이번 9호는 '북한의 후계체제 :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5편의 글이 실렸습니다. 9월 첫째 주 동안 매일 1편씩 소개됩니다.
1972년 설립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는 북한·통일 문제에 관한 연구와 정책 제안 활동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는 최고의 민간 연구기관입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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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금년 9월 상순 당대표자회를 개최하여 '최고지도기관을 선거'하겠다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결정서를 지난 6월 23일 발표함으로써1) 권력구조 개편 방향이 주목되고 있다.
북한은 공식적으로 당 우위의 사회이다. 북한의 헌법 11조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조선로동당의 령도 밑에 모든 활동을 진행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국가 기관들이 활동의 정당성과 명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당의 권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물론 당이 가진 전국적인 네트워크와 조직, 사상적 역할도 큰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이번 당대표자회를 통해 당의 핵심 권력기구인 중앙위원회와 그 산하의 정치국 및 상무위원회, 비서국 등에 어떤 세력들이 포진하는가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북한에서 전당적 차원의 행사가 개최되는 것은 1980년 6차 당대회 이후 30년만이다. 당대회의 기능을 대신하지만 사업총화와 당의 기본노선 등을 토의, 결정하는 당대회와 달리 긴급한 현안을 토의, 결정하거나 인사문제를 다루는 당대표자회로만 보면 1958년과 1966년에 이어 44년만에 열리는 것이다.
이제까지 두 차례 개최된 당대표자회를 보면 모두 권력구조 개편과 관련된 조직인사문제가 중점적으로 다루어졌다. 1958년 당대표자회는 1956년 발생했던 소위 8월 종파사건을 마무리하였다. 1966년 당대표자회에서는 당중앙위원이 교체되고 당총비서제가 도입되었다. 이번 당대표자회도 예고된 대로 최고지도기관 선거 즉 권력구조 개편이 중심이 될 것이다.
현 시점에서 북한의 권력구조 개편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북한의 미래에 대해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첫째는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권력승계와 밀접히 연관된 세력재편이 이루어질 수 있다. 이는 다시 후계자의 공식적인 직위 확보 및 독자적 지지세력 구축문제와 권력승계의 안정적 추진을 위한 후원·관리 메커니즘 구축문제와 연관된다.
현재 북한에서는 김정은의 후계구도 공고화를 위한 작업들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후계 내정자로 알려진 김정일 위원장의 3남 김정은의 생일인 1월 8일이 올해 비공식적인 휴무일로 지정되었다는 소문과 함께 김정은을 찬양하는 시나 노래가 대중적으로 보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김정은이 김정일 위원장의 현지지도를 수행하면서 정책적인 행보도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2)
김정은의 초상휘장 제작이 완료되었고3) 계층별 조직별로 김정은 위대성 교양자료가 배포되고 있다4)는 보도도 있다. 이런 점에서 9월 상순 개최될 당대표자회에서 김정은이 당 중앙위원회 및 정치국·비서국 등의 어떠한 직위를 차지함으로써 후계자 지위를 공식화할 것인지가 주목된다.
▲ 김정은의 생일인 올해 1월 8일 파주 오두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선전마을의 김일성 사적관의 모습. 북한에서 세습 통치자들의 생일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일례로 김 위원장은 2009년 1월 8일 김정은의 생일에 맞춰 그를 후계자로 결정했다는 교시를 노동당 조직지도부에 하달했었다. ⓒ연합뉴스 |
김정은이 후계자로서의 지위를 공식화하는 것 이상으로 과연 김정은의 권력기반으로 새로운 세대가 권력상층의 전면에 모습을 드러낼지의 여부도 주목된다. 북한의 현 지도부와 김정은 간에는 최소한 한 세대 이상의 격차가 존재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세대교체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번 당대표자회를 통해 김정은과 비슷한 연배의 젊은 세대로부터 60대에 이르기까지 대체로 한국전쟁 이후 세대가 권력 핵심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주목되는 이유이다. 이렇게 되면 김정일 위원장 이전 세대는 사실상 퇴장하게 된다. 이들을 위한 조직 개편도 있을 수도 있다. 이 경우 당의 원로들은 퇴장의 길에 들어서지만 경우에 따라 권력승계의 명분과 정당성을 제공하면서 중심추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 과거 중국 공산당이 만들었던 고문위원회가 하나의 참고사례일 수 있다. 중국에서 등소평은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연소화를 추진하면서 1982년부터 1992년까지 중앙과 성급에 고문위원회를 설치하여 원로들이 당 사업에서 참모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자연스럽게 물러날 수 있는 길을 만들었다.5)
이번 당대표자회를 통해 김정은이 후계자로서의 공식적인 지위를 확보하고 자신의 권력기반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세대를 권력중추에 충원시킨다고 하더라도 김정은의 권력승계가 과거 김정일의 권력승계만큼 순조로울지는 의문이다. 김정은의 경우는 김정일 위원장에 비해 훨씬 더 험난한 권력승계의 길을 갈 수도 있다. 우선 가장 강력한 버팀목인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 완전치 못하다는 점이다. 또 김정은이 나이가 어리고 사회적, 정치적 경험이 일천한 것도 결정적인 취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 북한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연합뉴스 |
문제는 장성택 부위원장이 과연 '킹 메이커'로서 후계자를 후원하는 역할에 그칠 것인지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김정은이 자신의 권력기반을 확대하면 할수록 장성택이라는 막후의 실세와 충돌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장성택 부위원장의 득세에 대비한 견제장치는 지난해 국방위원회 확대개편에서 이미 만들어지기 시작하였다. 북한은 2009.2.19 국방위원회와 당 중앙군사위원회의 공동결정으로 오극렬 당시 당 작전부장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함으로써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2명에서 3명으로 늘어났다.
또한 그 해 4월 12기 1차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을 개정하여 국방위원장에게 최고영도자의 지위를 부여하고 국방위원회는 국방위원장의 지시를 집행하며 국방분야를 넘어 '선군혁명로선을 관철하기 위한 국가의 중요정책'을 수립할 수 있는 기관으로 격상시켰다.
그리고 국방위원회 위원을 4명에서 8명으로 확대하였다. 공안 관련의 장성택 당 행정부장과 주상성 인민보안부장,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부부장, 군 관련의 주규창 당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과 김정각 총정치국 제1부국장을 위원으로 추가하였다. 군 관련 인사뿐 아니라 당과 내각의 공안 관련 부서장들이 국방위원회에 포진하게 되었다.
이는 국방위원회가 사실상 국가를 대내외로부터 보위할 수 있는 물리적 수단을 모두 관장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최고 권력기구로 자리 잡았음을 의미한다. 또한 이는 후계자의 입장에서 이 기구를 장악하면 권력유지를 위한 핵심적인 수단을 공고하게 확보할 수 있음을 뜻하기도 한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 보면 국방위원회의 확대개편은 향후 권력승계 과정에서 물리적으로 어려움을 야기할 수 있는 공안기관과 군부가 한 곳에 집결해 상호 견제하면서 일원적으로 관리될 수 있는 틀이 만들어졌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권력승계를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권력 집중과 상호 견제 장치가 동시에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당 우위의 사회에서 당의 최고지도부가 어떻게 구성될지가 여전히 중요한 현실적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당대표자회에서 기존의 국방위원회 위원들이 당의 지도부에 어떤 방식으로 어떤 위치에 진입할지가 주목되는 사안이다.
만약 정당성과 명분을 제공할 수 있는 당의 지도부가 물리적 억제력을 중심으로 실질적 권한을 보유한 국방위원회와 상당한 차별성을 지닐 경우 당과 국방위원회는 상호 견제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된다. 반면 국방위원회 위원들이 당의 핵심 지도부로 진입하게 되면 양대 권력기구가 일체화되고 이는 국방위원회 위원들이 사실상 정당성과 명분, 실질적 권한을 모두 장악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국방위원회가 명실상부한 최고 권력기구로 명분과 실질을 모두 장악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둘째는 당이 1994년 김일성 사망 이후 선군정치가 시작되면서 상대적으로 추락한 위상을 회복하고 조직, 사상적으로 약화된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 이는 권력승계 차원을 넘어서 기본적으로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을 위한 통치체제의 재정비가 완료됨을 의미한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당은 심각한 위상 저하와 기능 약화에 시달려 왔다. 우선 조직적인 측면에서 당의 중추기관이 사실상 무기력한 상태에 빠져 있었다. 당중앙위원회 정치국은 1980년 6차 당대회에서 정위원 19명, 후보위원 15명으로 출발하였으나 2010년 현재 각각 3명과 5명만 남았고 상무위원도 당시 5명이었으나 2010년 김정일 위원장만 남았다.
중앙군사위원회도 1980년 19명에서 2010년 6명만 남았다. 6개월에 1회 이상 열리도록 규정된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가 1993년 6기 21차 회의 이후 열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앙당의 권한과 기구도 축소되어 정책기능이 저하된 가운데 특히 6·25당시 행적 재조사를 통한 대규모 '간첩단' 숙청사건으로 1997년 당 농업비서 서관희, 평남도당 책임 비서 서윤석, 본부당 책임비서 문성술 등 고위간부들이 간첩죄로 숙청되었고 1999년까지 2천여 명이 처벌되는 과정에서 심각한 위기를 겪었다.7)
사회적으로도 당의 위상과 기능이 심각하게 손상되었다. 국가공급체계의 붕괴에 따라 주민들이 자구적 차원의 사적인 경제활동을 활발히 전개하면서 당의 조직, 사상적 통제 자체가 형해화되었고 지방당 차원으로 내려가면 부정부패 문제 등으로 인해 당의 영도적 위상 자체가 붕괴되기도 하였다.
이에 비해 김일성 사망 이후 선군정치가 시작되면서 군부는 중요 경제단위를 직접 장악하는 등 위상이 크게 강화되었고, 유래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했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2000년대 들어 실리가 강조되고 그에 입각한 내부 경제개혁이 추진되면서 내각도 상대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다.
이번에 당대표자회가 개최되어 최고지도기관이 새로 구성되면 당은 조직적인 측면에서 면모를 일신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최고지도기관이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이는 또한 사회적으로 당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최근의 움직임들을 더욱 가속화시키는 효과를 지닐 수 있다.
지난해 실시된 150일 전투와 100일 전투는 당이 주도한 속도전의 일환이었다.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을 위한 경제성장과 그를 통한 후계자 업적 쌓기가 주요 목적이었지만, 이는 당이 과거와 같은 주민동원과 통제 역할을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북한은 지난해 헌법 개정과 국방위원회 개편 등을 통해 정권기관을 정비하였다. 이에 앞서 2008년부터는 국가의 통제력을 회복하기 위한 각종 법규들을 제·개정해 왔다. 2008년 국가예산수입법과 토지임대법을 개정하고 2009년에는 노동정량법, 농장법, 부동산관리법, 물자소비기준법, 종합설비수입법 등을 제정하고 기존의 양정법과 농업법을 개정하였다. 그리고 올해에 주민행정법과 노동보호법, 상업회의소법 등도 제정하였다.
물론 당이 어느 정도 면모를 일신한다고 해도 과거와 같은 위상이나 기능을 완전히 회복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방위원회가 사실상 최고영도기관으로서 체제보위를 위한 핵심 기관들을 실질적으로 통할하고 있는데다 사회적으로도 국가의 공급시스템이 붕괴되면서 주민들의 사적경제활동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심화되고 정치사상적 일탈도 이미 보편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앞으로 다가올 김정일 이후 시대에는 당이 과거와 같이 실질적 통제와 조정능력을 회복하기보다 이데올로기 재생산과 조직 기능을 중심으로 정당성과 명분을 제공하고 국방위원회가 산하 기관과 내각 등을 통해 실질적으로 통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결국 후계자의 입장에서도 국방위원회를 어떻게 장악하는가가 여전히 중요한 문제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군부와 공안세력 등 체제보위를 위한 물리력을 통솔하면서 대외정책과 국가개발은행 설립 등 경제정책으로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국방위원회가 상당기간 권력승계를 포함한 북한의 대내외정책을 주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NOTES
1) 「조선중앙통신」 2010년 6월 26일자.
2) 김종우, 김범현, "북, 세습 조기구축 주력…김정은 수시 동행," 「연합뉴스」 2010년 6월 24일자.
3) 조광정, "김정일 사망 대비하나? 김정은 배지(초상휘장) 제작 완료," 「열린북한통신」 2010년 8월 15일자.
4) 문성휘, "북, 노동당 대표자회의 대표선출 시작," 「자유아시아방송」 2010년 8월 18일자.
5) 南海仙 저, 박문봉, 김성무 편역, 「이야기로 읽는 중국 개혁·개방 30년」(북경: 민족출판사, 2008), p. 90.
6) Chico Harlan, "North Korea succession: Kim Jong Il appoints Jang Song Taek caretaker for Kim Jong Eun," The Washington Post, August 16, 2010.
7) 한기범, 「북한 정책결정과정의 조직행태와 관료정치: 경제개혁 확대 및 후퇴를 중심으로(2000~09)」, 경남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 논문, 2009, p. 35.
* 원제 : 김정은 후계체제와 당·정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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