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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 반대 아이콘' 밥 딜런 베트남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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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 반대 아이콘' 밥 딜런 베트남 공연 "노래를 '무기'로 만든 평화의 시인"…'검열 수용' 비판도
전설적인 포크 음악가 밥 딜런(69)이 10일 저녁(현지시간) 베트남의 수도 호치민에서 콘서트를 열었다. 딜런은 로열멜버른공대(RMIT) 캠퍼스에서 가진 이날 공연에서 기타와 하모니카를 연주하며 <어 하드 레인 이즈 고너 폴>(큰 비가 내릴 것이다), <하이웨이 61 리비지티드>(다시 찾은 61번 고속도로) 등의 히트곡을 불렀다.

그는 6일 중국 베이징, 8일 상하이에서 공연을 가진 데 이어 이날 호치민에서 노래를 부름으로써 공산주의 국가에서의 첫 순회공연 일정을 이어 갔다.

딜런의 공연이 주목을 받은 것은 그의 음악이 1970년대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는 미국 반전운동의 상징이었기 때문. 베트남전 기간 동안 미국, 영국 등 서방 국가의 젊은이들은 그의 노래를 따라부르며 거리 시위에 나섰다. 영국 <BBC> 방송은 "그의 저항적인 노래는 당시 세대의 분위기를 규정했다"고 묘사했다.

실제로 전쟁을 기억하는 세대에서 딜런의 위상은 압도적이다. 짠롱안(67) 베트남 작곡가 협회 부회장은 "딜런은 음악이 전쟁을 반대하고 불의와 인종주의에 맞서 싸울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그는 음악 발전을 위해 큰 일을 했다"고 <AP> 통신에 말했다.

베트남전 참전 군인으로 15년째 베트남에서 살고 있는 미국인 스탠 카버(60) 씨는 "우리는 그를 평화의 시인이라 부른다"면서, 당시 참전했던 모든 이들에게 딜런의 노래는 희망을 전해 줬다며 베트남의 정글을 헤매던 젊은 날을 회고했다.

하지만 이날 공연 객석은 반 정도밖에 차지 않았다. 외신들은 많은 베트남 젊은이들은 전쟁 이후 태어났기에 딜런이 누구인지 들어본 적이 거의 없다는 것이 이유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8700만에 달하는 베트남 국민 중 반수 이상이 30대 이하다.

▲ '미국 반전세대의 상징' 포크 음악가 밥 딜런(오른쪽 흰 모자)이 10일 저녁(현지시간) 베트남 호치민시에서 공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검열 수용' 비판도…"젊은 날의 딜런이라면 상상도 못할 일"

한편 딜런이 중국과 베트남 당국의 사전 검열을 수용했다는 이유로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딜런은 베트남 공연 전 관계 당국에 공연에서 부를 노래의 목차를 사전 제출했지만 공연 기획사 '사이공사운드시스템' 측은 특별한 제재는 없었다고 밝혔다.

앞서 중국 공연에서도 딜런은 중국 문화부에 노래 목록을 제출해 사전 검열을 받았다. 베이징과 상하이 공연에서 그의 대표적인 저항 노래인 <블로잉 인 더 윈드>(바람 속에 날리네)와 <더 타임스 데이 아 체인징>(그들이 변할 때)이 불리지 못한 것이 이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AP> 통신은 "하지만 이것이 검열 때문인지는 확실치 않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트워치'(HRW)는 "딜런은 스스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는 비난 성명을 냈다. 브래드 애덤스 HRW 임원은 "딜런은 자유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역사적인 기회를 잡았지만 그 대신 (당국이) 자신의 노래 목록을 선택하도록 검열을 허용했다"며 "젊은 날의 그였다면 국가가 그에게 '무슨 노래를 불러라, 어떤 노래는 부르면 안 된다'고 말하도록 그냥 놔두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일간 <피츠버그 포스트 가제트>의 음악 칼럼니스트인 토니 노만은 10일 칼럼에서 "밥 딜런의 노래는 검열 너머에 있다"며 "그가 중국에서 노래를 불렀다는 그 자체가 의미 있다. 그는 이 냉혹한 세계에서 자유를 몸으로 보여주는 사람이다"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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