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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는 왜 '월가 출신 협상가'를 총재로 선출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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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는 왜 '월가 출신 협상가'를 총재로 선출했나 [분석] "그리스 지원 진짜 목적은 월가 은행 구하기"
프랑스 재무장관 크리스틴 라가르드(55)가 예상대로 국제통화기금(IMF)의 차기 총재로 선출됐다. 그는 성추문으로 돌연 낙마한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총재의 후임으로 7월5일부터 5년간 임기를 수행하게 된다.

IMF는 28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본부에서 집행이사회를 마친 뒤 성명을 통해 "라가르드 후보가 집행이사국들의 만장일치로 총재로 선출됐다"고 발표했다.

라가르드가 선출된 것에 대해 IMF 주변에서는 1946년 IMF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여성이자 비경제학자 출신이 총재가 되었다는 점이 화제가 되고 있다. 또한 라가르드 지지자들은 그가 경제와 정치, 외교에 모두 정통한 뛰어난 협상가라는 점을 들어 "시대가 요구한 적임자"라고 평가한다.
▲ 라가르드가 28일(현지시간) IMF 차기 총재로 선출된 직후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AP=연합
25년 월가 로펌 출신, 그리스에 물린 '프랑스' 재무장관 역임

하지만 일각에서는 글로벌 경제위기의 2막이라고 할 수 있는 유럽 재정위기 속에서도 64년 역사의 국제통화기금(IMF)의 보수적 체제에 이변은 없었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대두되고 있다.

IMF의 총재직은 40%의 지분을 가진 유럽과 17%의 지분을 가진 미국이 합의하에 지금까지 유럽 출신이 독식해온 것이 관행이었으며, 실제로 IMF 출범 이후 스트로스칸까지 10명의 총재 모두 유럽 출신이다. 특히 그 중에서 프랑스 출신이 두드러졌는데, 4명이 프랑스 출신이고 스트로스칸에 이어 또다시 이번에도 프랑스 출신이 총재로 선출됐다.

또한 라가르드는 미국 월가에서 25년이나 일하면서 월가의 로펌 베이커 앤드 매킨지에서 회장까지 역임한 '월가 출신'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미국은 IMF 집행이사회 직전 공개적으로 라가르드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이때문에 라가르드가 취임 이후 최우선 과제로 꼽히고 있는 그리스 사태 등 유럽의 재정위기에 대해 공평하고 엄격한 정책을 취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리스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은행들이 프랑스의 3대 은행(BNB파리바, 소시에테제네랄, 크레디아그리콜) 등이며, 이들 은행은 최근 무디스로부터 그리스 문제와 관련해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경고받기도 했다.

라가르드는 IMF 총재로 선출되기 전, 프랑스 정부의 입장과 마찬가지로 "그리스에 대한 지원은 필요하지만 채무재조정은 결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한 바 있다. 어떠한 형태의 채무재조정도 그리스의 사실상 디폴트를 의미하고, 이에 따른 투매 현상이 빚어지면 그리스 국채를 보유한 은행들이 타격을 받으며 유럽의 재정위기가 확대된다는 것이다.

핌코 CEO "IMF가 정치적 계산에 휘둘리고 있다는 비판 극복해야"

이러한 입장은 IMF와 유럽연합의 그리스 지원 논의의 실제 목적은, 그리스 사태가 월가의 은행들에게 주는 충격을 최대한 연착륙시키는 것이며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유럽과 미국의 교감이 가장 잘 이뤄지는 프랑스 출신이 IMF 총재가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세계 최대 채권투자업체 핌코의 모하메드 에리언 최고경영자(CEO)도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한 글에서 "라가르드는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 등에 대한 IMF의 지원 방안이 지나치게 정치적 계산에 휘둘리고 있어 공평함과 엄격함이라는 IMF의 평판이 훼손되고 있다는 타당한 비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부터 업무를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또한 에리언은 재정위기에 대한 국제적인 해결사 역할을 할 금융기관이 오히려 문제에 얽혀들어가는 신세가 되지 않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에리언은 유럽중앙은행(ECB)이 그리스의 재정위기가 지급불능의 위기라는 본질을 부인하는 이유는 ECB 자체가 그리스 국채에 너무 많이 물려있는 '이해당사자'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라가르드는 IMF가 이전에 제공한 막대한 대출, 특히 그리스에게 들어간 자금 등으로 부실해진 IMF의 재정을 다시 재건하는 데 착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르코지와 얽힌 아킬레스건도

이밖에 라가르드는 지난 2008년 사르코지 대통령의 후원자인 아디다스의 전 소유주 베르나르 타피가 제기한 정부와의 소송에서 지나치게 많은 정부배상금을 결정했다는 특혜 시비와 직권남용 의혹이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다.

당시 이 사건은 정부가 객관적인 보상액을 훨씬 넘어서는 2억2000만 유로(약 3400억원)의 정부 배상금을 결정해 사르코지의 정치자금 문제 해결에 라가르드가 총대를 맺다는 관측이 무성했다.

그래서인지 사르코지 대통령은 라가르드를 IMF 총재 후보로 적극 후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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