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사르 알아사드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퇴진 요구를 일축하고 있다. 알아사드 정권은 반정부 시위대가 '테러리스트'이며 이들의 뒤에는 '서방의 음모'가 개입돼 있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중동 전문기자로 유명한 영국 <인디펜던트>의 로버트 피스크는 1일(현지시간) 칼럼을 통해 알아사드 대통령을 정면 비판했다. 피스크는 시리아가 과거 서방에 맞선 저항으로 아랍 지역에서 존경을 받아 왔다는 근대사를 언급하며, 알아사드는 빛나는 과거를 이용해 정권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피스크는 이어 설사 알아사드가 정권 유지에 성공하더라도 이후 그가 통치할 시리아는 더 끔찍한 상태가 될 것이라며 "알아사드에게 주어진 시간이 다했다"고 경고했다. 다음은 칼럼의 주요 내용이다. () <편집자>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시리아 중서부 홈스 인근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 모습. ⓒ로이터=뉴시스 |
"비난에도 무신경한 알아사드, 하지만…"
폭력 사태는 더 악화되고 있다. 아랍연맹(AL)은 절망해 시리아에서 손을 뗐다. (☞관련기사)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유엔에서 분노로 씩씩거리고(huff and puff) 있지만 시리아 정권과 바트당 지지자들은 '쫄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 놀라지 않고 있는 쪽은 아랍인들 뿐이다. '하나의 아랍의 어머니'(Um al-Arabia wahida)를 자칭하는 시리아는 '터프한' 나라다. 시리아 지도부는 아랍에서도 가장 고집이 센 집단 중 하나이며, 적은 물론 동료들로부터의 공격에도 익숙해져 있다.
시리아 정권이 이 정도의 저항에 직면한 적이 없다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희생자 규모는 알아사드의 아버지 하페즈 알아사드 당시 대통령의 무자비한 진압으로 2만 명이 사망한 1982년 하마 봉기(☞관련기사)에는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널리 퍼진 반역의 분위기, 군의 대규모 탈영, 모든 아랍 동맹국의 이반(레바논 제외), 서서히 내전으로 진행되는 국면 등은 시리아가 독립 이후 맞은 최악의 위험이다. 알아사드가 어떻게 버틸 수 있을까?
물론 러시아가 있다. 러시아의 푸틴-메드베데프 정권은 지난번 리비아 사태 때 유엔에서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막지 못해 카다피 정권의 붕괴를 가져왔던 전철을 밟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이란도 있다. 시리아를 아랍으로 향하는 교두보로 여기는 이란은 시리아에 가해지는 국제적 공세가 자국과의 동맹 때문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일리가 있다. 시리아의 바트당 정권과 슬람 알라위-시아파를 기반으로 하는 알아사드 대통령을 몰아내는 것은 이란의 이익에 반한다.
이스라엘도 있다. 이스라엘은 시리아 사태에 대해 거의 입도 벙긋하지 않고 있다. 알아사드의 빈자리에 훨씬 더 비타협적인 정권이 들어설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시리아는 하나의 상징이다. 아랍인들의 시각에서 보자면 시리아는 중동의 불의한 평화를 거부하며 서방에 홀로 맞서 왔다. 시리아는 안와르 사다트 전 이집트 대통령이 [1979년 미 캠프 데이비드에서] 이스라엘과 맺은 평화조약을 유일하게 반대했다. 또 야세르 아라파트 전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이 이스라엘과의 저주받은 '평화'에 합의한 것[1993년 오슬로협정] 역시 거부했다.
역사적으로 봐도 시리아는 1920~46년 시리아를 신탁통치했던 프랑스 점령자들에 홀로 맞섰다. 많은 레바논인들이 자신들의 역사를 잊기로 한 반면 시리아는 1차 대전 이후 레바논 국민 다수가 프랑스의 보호국으로 독립하느니 시리아의 일부로 남아있기를 바랐던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 이는 [1919년 1차 대전 승전국들의 중동 문제 처리를 위해 현지 여론조사를 벌였던 미국의] 킹-크레인 위원회의 조사 결과에도 나와 있다.
시리아는 미국처럼 확장에 기반한 국가가 아니며 오히려 꾸준히 영토를 잃어 왔다. 시리아는 프랑스의 음모로 레바논을 잃었고, 1939년에도 터키를 반(反) 히틀러 동맹에 합류시키겠다는 프랑스의 헛된 희망 때문에 알렉산드라타(현재 터키의 항구도시 이스켄데룬)를 잃었다. 또 1967년에는 이스라엘에 골란 고원을 빼앗겼다.
정권이 아닌 민족로서의 시리아는 아랍 세계에서 널리 존경과 공감을 받고 있다. 알아사드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알아사드는 이집트의 무바라크처럼 서방에 굽신거리지도 않고, 리비아의 카다피처럼 미치지도 않았다.
하지만 [집권 바트당의 이념적 기반] 바트주의는 '아랍주의'가 아니다. 바트당 지지자들이 뭐라고 주장하든 말이다. 수십 년 동안 정국은 안정됐지만 시리아에서는 부패가 사라지지 않았다. 또 바트주의는 독재를 조장했다. 즉, 무정부 상태보다는 독재가 낫고, 자유보다는 평화가 낫다는 식이다.
지금은 당황스럽게도 과거 이뤄졌던 끔찍한 충돌과 잔인한 상황이 재현되고 있다. 1976년 시리아의 '평화유지군'이 레바논에 들어갔을 때, 몇 년 후에는 레바논군이 시리아에서 '평화유지군'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면 농담으로 받아들여졌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실제로 레바논의 모든 세력을 대표하는 평화 사절단이 시리아에 파견되는 것은 시리아 내전을 막을 하나의 방법이다. 물론 이는 불가능할 것이지만 이런 얘기가 나올 정도로 중동의 정치 변동이 큰 폭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다.
다시 현실로 돌아오자. 시리아 정부는 늘 그랬던 것처럼 또다시 '나홀로 싸움'을 벌이려 하는 것처럼 보인다. 알아사드 부자(父子)의 노선은 '인내'다. 즉 '굳게 버텨라. 전 세계 모든 이들이 엄청난 비난을 퍼부어도, 미국이나 이스라엘에서 어떤 위협이 들어와도 버텨라. 그러면 언젠가는 유리한 운이 다시 찾아올 것이다'라는 것이다.
하지만 홈스 등 시리아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시무시한 학살과, 고문·참수가 횡행하는 현실은 아사드 정권에게 더 이상 허락된 시간이 없음을 의미한다. 시리아 민중들은 마치 이집트, 리비아, 예멘 민중들처럼 죽어가고 있다. 그들이 주권 자치의 존엄성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레바논 북부와 의회 내에서도 일정한 호응이 일고 있다. 그렇다고 시리아 정권이 걱정하지는 않겠지만.
정권의 생존을 위한 싸움은 끔찍한 것이다. 알아사드는 시리아가 산산조각나기 전에 자신이 약속한 개혁들을 스스로 완수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시리아 외부에서는 그가 성공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없다. 여기서 또 하나의 질문이 나온다. 정권이 살아남았다 치자. 그 다음에 그 정권이 통치할 시리아가 어떤 모습일 거라고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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