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바사르 알아사드 대통령과 접촉을 갖고 대화를 통한 사태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미하일 프라드코프 해외정보국(SVR) 국장은 이날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알아사드 대통령을 만났다.
이 만남에서 알아사드는 폭력 중단을 위한 노력에 협조할 것이라면서 반정부 세력과 대화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시리아 야권의 입장은 알아사드의 퇴진이 전제가 돼야 한다는 것이어서 대화를 통한 해법의 가능성은 불투명한 상태다.
한편 6일 미국과 영국이 시리아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하고 대사관 업무를 중단한데 이어,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5개 유럽 국가들도 주 시리아 대사를 불러들였고 사우디 등 6개 걸프협력위원회(GCC) 소속 국가들은 대사 소환 뿐 아니라 자국 주재 시리아 대사를 추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시리아는 국제사회에서 고립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당대 최고의 중동전문기자로 꼽히는 영국 <인디펜던트>의 로버트 피스크는 이날 칼럼에서 시리아 사태 해결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피스크는 러시아 외에도 이란, 이라크, 레바논 등 지역 국가들이 알아사드를 비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알아사드 정권은 이집트의 무바라크나 리비아의 카다피 정권과는 달리 나토(NATO)의 군사 개입이나 군 주력부대의 이반에 직면하지는 않았다면서 이같은 '현실'을 냉정히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칼럼의 주요 내용이다. () <편집자>
▲바사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왼쪽)이 7일 다마스쿠스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
"알아사드가 카다피처럼 무너지리란 건 착각"
알아사드 대통령은 물러날 것 같지 않다. 아직까지는, 그리고 앞으로 상당히 오랫동안. 중동 언론들은 알아사드가 [리비아 사태 당시 반군이 제2의 도시 벵가지를 장악하고 서방 등 국제사회로부터 정통성을 인정받았던] '벵가지의 순간'을 맞고 있다고 말하지만 이런 보도들은 대개 워싱턴, 런던, 파리에서 전해지는 기사다.
중동 현지에서는 서방이 얼마나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른다. 오래된 얘기지만 또 해야 할 것 같은데, 이집트가 튀니지하고 달랐던 것처럼 바레인도 이집트와는 달랐다. 또 예멘은 바레인과 달랐고 리비아도 예멘이 아니었다. 그리고 시리아는 리비아와도 명백히 다르다.
시리아 반정부 세력들이 서방에서 벌이고 있는 활동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페이스북에 올라온 가공할 만한 홈스 포격 장면, 무장 반정부단체 자유시리아군(FSA)의 성명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분노, 러시아가 시리아인들의 고통에 눈을 감고 있다는(마치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사람들 1300명이 이스라엘에 학살당해도 미국은 눈을 감고 있는 것처럼)데 대한 놀라움 등은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왜 체첸의 사망자들에게도 신경을 쓰지 않고 있는 러시아가 홈스에 신경을 쓰겠는가?
때문에 사태를 다른 각도에서 볼 필요가 있다. 물론 우리 모두는 시리아 정보기관이 인권 침해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또 알아사드 정권은 선거로 선출된 정권이 아니며 시리아 정부가 부패했다는 것도 사실이다. 유엔이 지난 주말 부끄러운 모습을 보인 것도 맞다. (리비아 사태 때 '비행금지구역' 설치가 정권 교체로 이어진 것을 지켜봤던 러시아가 미국 등에 동조할 것으로 기대했던 클린턴 장관의 생각은 미스터리지만)
사실상 시아파 정권인 알아사드의 알라위파 정부의 붕괴는 시아파 종주국 이란에게는 참을 수 없는 상처다. 그러면 다른 중동 국가들은? 우리 스스로 알아사드의 입장이 되어, 다마스쿠스의 대통령궁 창문으로 이 지역을 내다보자. 걸프 국가들은 시리아에 등을 돌렸다. 터키도 돌아섰다. (하지만 터키는 통 크게도 알아사드에 대한 자국 망명을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동쪽을 보자. 충실한 동맹국 이란은 알아사드와 함께 서 있다. 이란의 새로운 '절친' 이라크는 대(對) 시리아 제재를 거부했다. 서쪽에서도 충성스러운 소국 레바논이 제재를 거부했다. 아프가니스탄 국경에서 지중해에 이르기까지, 알아사드는 최소한 시리아의 경제적 붕괴를 막아줄 동맹국들을 확보하고 있다.
문제는 서방이 이를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방에는 무시무시한 이란과 신뢰할 수 없는 이라크, 비열한 시리아와 겁먹은 레바논에 대해 싱크탱크들이 내놓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만 넘쳐난다. 서방은 이 기만적인 이야기들에 둘러싸여 알아사드가 혼자가 아님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는 알아사드를 찬양하거나 그의 정권 연장 시도를 지지한다는 뜻이 아니다. 현실이 그렇다는 것이다.
터키는, 마치 클린턴 장관처럼 한차례 분노를 쏟아내긴 했지만, 시리아 북부와의 국경 근처에 '완충 지대'(cordon sanitaire)를 설치하지는 않고 있다. 요르단도 시리아 남부 인근에 완충 지대를 설치해 달라는 시리아 야권의 주장을 수행하지 않고 있다. 수상쩍게도 이스라엘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시리아는 이라크, 이란, 레바논과 교역을 계속할 수 있다. 국가 전체가 시아파인 이란과, 시아파가 다수파인 이라크, 시아파가 주류는 아니지만 최대 정파인 레바논은 마지못해라도 알아사드의 편에 설 것이다. 우려스럽지만 일이 돌아가는 모양새가 그렇다.
미치광이 카다피에게는 막강한 화력을 가진 반군과 나토라는 현실적인 적이 있었다. 알아사드의 적들은 칼라시니코프 소총은 갖고 있지만 나토의 지원은 없다. 또 알아사드는 다마스쿠스와 알레포를 장악하고 있다. 이 도시들은 중요한 지역이다. 그의 주요 군 병력도 반군에 투항하지 않았다.
'좋은 친구들' 사이에도 악인들이 끼어 있게 마련이다. 서방은 리비아에서 이 사실을 잊었었다. 심지어 리비아의 '좋은 친구들'이 자신들의 반군 사령관을 살해하고 투옥된 수감자들을 고문 끝에 살해했는데도 말이다. 서방의 군대는 벵가지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시리아의 타르투스항에는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러시아 해군이 진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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