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yrian Impasse)
바사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인기없는 인물 중 하나로 떠올랐다. 거의 모두가 그를 폭군, 심지어 피에 굶주린 폭군이라고 비난한다. 알아사드에 대한 비난을 거부하는 정부들마저도 그가 억압적인 방식을 바꾸고 국내의 반대파들에게 정치적 양보를 하도록 권고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알아사드는 어떻게 이 모든 조언들을 무시하고 시리아의 정치적 통제를 계속하기 위해 최대한의 힘을 계속 사용하려 하는가? 왜 그를 물러나게 하기 위한 외부의 개입은 없는가? 이런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의 역량부터 측정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알아사드는 매우 강력한 군대를 보유하고 있고, 현재까지 소수의 예외를 제외하면 시리아 군과 무력을 가진 다른 기관들은 정권에 대한 충성을 유지하고 있다. 둘째, 그는 시리아가 점점 내전 상황으로 가는 것 같은 와중에도 여전히 국민 절반 이상의 지지를 받고 있다.
정부의 주요 직위와 군 장교단은 이슬람 시아파의 한 줄기인 알라위파의 수중에 있다. 알라위파는 전체 인구에 대비하면 소수파이며, 따라서 만약 수니파가 다수인 반정부 세력이 집권할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날지 두려워하고 있다. 기독교도와 이슬람 드루즈파, 쿠르드족 등 다른 소수 집단들 역시 수니파 정권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대부분의 상업 자본가들도 아직 알아사드와 바트당 정권에 등을 돌리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이유만으로 충분할까? 만약 이것이 전부라면 알아사드가 정권을 더이상 유지할 전망은 불투명하다. 알아사드 정권은 경제적 곤란을 겪고 있다. 반군 무장단체인 '자유시리아군'은 이라크 수니파와 아마도 카타르로부터 무기를 지원받고 있다. 세계 언론과 정치인들의 '알아사트 탄핵' 합창소리도 나날이 커져가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1~2년 내로 알아사드가 물러나거나 시리아 정권이 근본적으로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알아사드를 가장 큰 소리로 비난하고 있는 이들이 실제로는 그의 퇴진을 바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누구인지 하나씩 짚어보자.
▲지난달 31일 뉴욕에서 열린 유엔 안보리 회의를 앞두고 힐러리 클리턴 미 국무장관(가운데)이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왼쪽), 알랭 주페 프랑스 외무장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
먼저 사우디아라비아. 사우디 외무장관은 "폭력사태는 멈춰야 하며 시리아 정부에는 더 이상의 기회가 없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매우 강력한 메시지로 들리지만 곧바로 "국제사회의 개입은 배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실 사우디는 알아사드에 반대한다는 명분을 원하긴 하지만 그를 대신할 정부에 대해 매우 두려워하고 있다. 사우디는 알아사드 이후의 (아마 거의 무정부 상태일) 시리아에서 알카에다가 자리잡을 것이며, 알카에다 제1의 목표가 사우디 정권 타도라는 것을 안다. 그러므로 "국제사회의 개입은 없어야 한다."
다음은 이스라엘. 이스라엘은 이란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또 시리아의 바트당 정권이 친(親)이란 국가인 것도 맞다. 하지만 모든 것을 고려해볼 때, 시리아는 이스라엘에게는 비교적 조용한 이웃이며 안정화된 섬과 같은 존재였다. 시리아가 레바논의 무장정치조직 헤즈볼라를 돕고 있는 건 맞지만 헤즈볼라 또한 상대적으로 조용히 지내왔다.
이스라엘이 무슨 이유로 바트당 정권 퇴진 이후 시리아의 혼란이라는 위험을 감당하고 싶어하겠는가? 알아사드 이후 누가 정권을 잡을 것이며 그들이 이스라엘에 대항한 '지하드'(성전)를 확대함으로서 정당성을 찾지 않으리란 법이 있는가? 그리고 알아사드의 몰락은,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안정적 상태를 유지하고 있던 레바논을 휘저어 헤즈볼라의 급진주의가 새로이 강화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이스라엘에게 알아사드의 몰락이란 '잃을 것은 많되 얻을 것은 많지 않은' 사태다.
그리고 미국. 미국 정부는 좋은 말만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매우 조심하고 있다. 지난 11일자 <워싱턴포스트>의 머리기사 제목은 "대학살이 벌어지고 있지만, 미국에게는 시리아에 대한 '좋은 옵션'이 없다"였다. 기사는 미국 정부가 "군사적 개입을 할 의도가 없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네오콘 성향 학자인 찰스 크러서머 등의 압력에도 개입 의도는 없다는 것이다. 크러서머는 "이 사태는 단지 자유에 관한 것만은 아니다"라는 것을 인정할 만큼 솔직한 인물이다. 그에 따르면 사실 이 사태는 이란 정권을 망쳐놓는(undo) 것과 관련돼 있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가 '좋은 옵션'을 찾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따로 있다. 오바마 정부는 리비아 사태 당시 미국의 개입이 있어야 한다는 압력을 이기지 못했다. 미국인의 인명 피해는 적었지만 개입의 결과로 미국이 지정학적으로 이익을 얻었는지는 의문이다. 리비아의 새 정권이(리비아에 '정권'이 들어섰다고 말할 수 있다면) 카다피 정권보다 나은가? 이라크에서처럼 장기간의 국내 불안정이 시작되는 것은 아닌가?
따라서 러시아가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시리아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했을 때 미국 정부에서는 안도의 한숨이 나왔을 것이다. [사태에 관여하는] 정도를 높여 미국이 리비아에서와 같은 개입을 시작해야 한다는 압력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또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인해 오바마 대통령은 시리아 사태를 빌미로 한 공화당의 공세로부터도 해방됐다.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모든 비난을 러시아에게 돌리기만 하면 됐다. 라이스 대사는 참으로 외교적이게도 러시아에 대해 "역겹다"고 말했다.
그리고 프랑스. 한때 시리아를 지배했던 시절을 잊지 못하고 있는 프랑스의 알랭 주페 외무장관은 소리를 지르며 알아사드를 비난한다. 그러나 군사 개입은? 농담이시겠지. 곧 선거도 다가오고 있는 마당에 해외 파병은 인기를 끌 수 있는 방안이 아니다. 특히 리비아에서처럼 작전이 아주 쉬운 것도 아니라면 더욱 그렇다.
터키도 있다. 터키는 지난 10년 동안 아랍 세계와 놀랄 만한 관계 개선을 이뤄냈다. 터키는 자국 국경 근처에서 내전이 벌어지는 상황을 분명 꺼리고 있고 일종의 정치적 타협이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 아흐메트 다부토글루 터키 외무장관은 "우리는 반정부 세력의 탈영병들에게 무기나 지원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확언했다. 터키는 모두의 친구가 되고 싶어하고 있다. 게다가 터키는 자국 내의 쿠르드족 문제를 숙제로 안고 있는데 시리아는 이 문제 해결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아직까지는 그렇게 하지 않고 있지만 말이다.
그러면 누가 시리아에 개입하기를 원하는가? 아마도 카타르일 것이다. 하지만 카타르가 얼마나 돈이 많은 나라이건 간에 군사적으로는 약체다. 최종 결산 결과는 다음과 같다. 알아사드에 대한 비난이 얼마나 큰 소리로 나오든, 또 내전이 얼마나 추악하든 간에 실제로 알아사드가 물러나기를 바라는 이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알아사드는 권좌를 유지할 개연성이 아주 높다.
* <월러스틴의 '논평'>은 세계체제론의 석학 이매뉴얼 월러스틴 예일대 석좌교수가 매달 1일과 15일 발표하는 국제문제 칼럼을 전문번역한 것입니다. <프레시안>은 세계적인 학자들의 글을 배급하는 <에이전스글로벌>과 협약을 맺고 월러스틴 교수의 칼럼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 * 저작권 관련 알림: 이 글의 저작권은 이매뉴얼 월러스틴에게 있으며, 배포권은 <에이전스 글로벌>에 있습니다. 번역과 비영리사이트 게재 등에 필요한 권리와 승인을 받으려면 [email protected]으로 연락하십시오. 승인을 받으면 다운로드하거나 전자 문서로 전달하거나 이메일로 보낼 수 있습니다. 단 글을 수정해서는 안 되며 저작권 표시를 해야 합니다. 저자의 연락처는 [email protected]입니다. 월러스틴은 매월 2회 발행되는 논평을 통해 당대의 국제 문제를 단기적인 시각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조망하고자 합니다. * ( )는 원저자의 표기이며, [ ]는 옮긴이가 추가한 내용입니다. |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