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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영국ㆍ프랑스에 원유 수출 중단…3차 석유파동 위기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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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란, 영국ㆍ프랑스에 원유 수출 중단…3차 석유파동 위기감 [분석] 이스라엘 이란 공격설, 이란의 군함 파견 등 긴장 고조
이란이 영국과 프랑스에 대한 원유 수출을 전면 중단했다고 발표하면서 국제유가가 요동치고 있다. 국내 유가와 밀접한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은 117.45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이러다가는 '제3차 석유파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19일 이란 정부가 영국과 프랑스에 대해 이미 원유 수출을 중단했다고 공식 발표한 배경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영국은 이란산 원유 비중이 수입 원유의 1%가 안되고 , 프랑스는 3% 정도에 불과하며, 사실상 지난해부터 이란산 원유 수입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상징적 조치"라고 지적했다.

▲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 미국의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가 배치돼 있다. ⓒAP=연합
"EU 전체에 대한 압박. 분열 노린 조치"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유럽연합(EU) 회원국 전체로는 이란산 원유 수입 비중이 18%라는 점에서 의존도가 큰 다른 나라까지 포함해 압박을 가하며, EU 회원국들의 분열을 노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란 국영 TV는 지난 15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포르투갈, 스페인, 그리스 등에도 수출 중단 방침이 결정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리스의 경우 이란산 원유가 수입 원유의 3분의 1를 차지하고 있고,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원유의 13% 정도를 이란으로부터 들여오고 있다. 이때문에 이 나라들은 이란에 대한 제재를 주도하는 영국, 프랑스, 독일과 달리 이란에 대한 제재를 서두르는 것을 꺼리고 있다.

현재 EU는 오는 7월부터 이란산 원유 수입을 전면 중단하는 제재 조치를 예정하고 있지만, 이란이 먼저 원유 수출 중단을 선언하면서 역습을 가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스라엘, 4~6월 이란 공격설 끊이지 않아

여기에 이스라엘이 조만간 이란을 공격할 것이라는 설도 계속 나돌고 있어 불안감이 더욱 고조되는 상황이다. 이미 이란은 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통해 지중해에 군함 2척을 파견했다.

현재 군함이 머물고 있는 시리아의 타루투스 항은 이스라엘에서 200km 정도 떨어진 곳으로 이곳에 군함을 배치했다는 것은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비한 조치로 평가된다.

군사전문가들은 이곳에 이란이 군함을 파견하는 것은 1년 사이에 두 번째이며, 이같은 일은 오일쇼크를 부른 1979년 이란의 이슬람 혁명 이후 처음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 정치권에서는 오는 4월에서 6월 사이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미국은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어서 이스라엘을 말리느라 애를 먹고 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베니 간츠 이스라엘 합참의장은 "이스라엘은 스스로를 방어할 것이며, 이란 공격의 최종 결정도 스스로 내릴 것"이라고 미국의 간섭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보이기도 했다.

급기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톰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이스라엘에 급파하고, 마틴 뎀프시 미 합참의장과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은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은 중동 지역에 중대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공개 경고를 하는 상황이다.

서방측에서는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는 사태가 일어나면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제재가 효과를 나타낼 때까지 시간을 두고 지켜보자는 입장인 반면, 이스라엘은 어떤 제재도 이란의 핵 개발을 막지 못한다며 군사 공격의 불가피성을 강조해왔다.

도닐런 백악관 보좌관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에후드 바라크 국방장관 등 이스라엘 고위관계자들을 만나 이란 문제를 논의했으나 의견이 어느 정도 조율됐는지 알려지지는 않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3월 초 워싱턴에서 열리는 오바마와 네타냐후의 정상회담에서 이란 해법을 최종 조율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통제 불가능한 '중동의 핵 확산 도미노' 경고

하지만 이란의 핵개발을 저지하기 힘들 것이라는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은 '중동 냉전'이라는 새로운 용어로 중동의 핵확산 도미노를 우려하기도 했다.

이란이 핵무기 개발에 성공할 경우 중동의 다른 국가들도 핵무장을 시도할 것이고, 이런 사태는 새로운 냉전을 부른다는 것이다. 문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소련이 서로 핵무기를 보유하면서 지속된 냉전과 달리 안전장치나 통제가 불가능한 '핵 냉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이란을 반드시 공격할 것이라는 설이 나오는 배경에도 이런 문제가 있다. 현재 중동에서 사실상 유일한 핵보유국인 이스라엘은 이란이 핵무기를 갖게 되면 생존의 기반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란이 핵무기를 갖게 되면 이란과 중동 패권을 놓고 경쟁해온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중동의 강대국들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뻔하다는 것.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사우디, 터키, 이집트 등 중동 강대국도 핵무장을 시도할 것"이라며 이란 공습의 당위성을 설파하고 있다.

서방에서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 능력에 대해 "이란에 대한 제재가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이란이 마음만 먹으면 1년 이내에 핵무기를 개발해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서방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최근 이란이 제2의 우라늄 농축 시설로 공개한 포르도라는 곳에서는 이미 20% 농축 우라늄을 생산하고 있으며, 무기급 고농도 우라늄으로 농축하는 데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해 공습한다고 해도 역효과만 부를 뿐 사실상 물리력으로 이란의 핵개발을 저지할 수단도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포르도는 산악지대 지하에 있어 지금으로서는 최신형 벙커버스터 등으로도 결정적 타격을 주기 어렵다는 것이다.

협상 위한 힘겨루기 과정?

최근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긴장 국면은 이란과 서방 어느 쪽도 전쟁 상황으로 가길 원하지는 않는 가운데, 협상을 위해 최대한 힘겨루기를 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이란은 원유 수출 중단과 군함 파견 등의 무력시위를 벌이는 와중에 이란측 핵협상 대표 사이드 잘릴리 명의로 미국 측에 서한을 보내 협상 재개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이란의 외무장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 등 소위 'P5+1' 6개국 간 핵협상이 터키 이스탄불에서 재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란과 6개의 핵협상은 지난해 1월 이스탄불에서 열렸다가 결렬된 후 교착상태에 있다.

또한 당초 21~22일 예정된 국제원자력기구(IAEA) 대표단의 이란 현지 실사도 하루씩 앞당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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