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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과 이란의 전쟁, 느리지만 외길 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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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과 이란의 전쟁, 느리지만 외길 수순" [해외시각] "미 대선 다가올수록, 돌발 악재 우려돼"
지금도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에 영향을 미친다는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전 카터 대통령 안보보좌관은 이란의 핵개발에 대한 서방 세계의 강력한 제재가 예기치 않은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강력한 제재는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경우, 상대방의 강력한 대응과 상승 작용을 일으키면서 서로 원하지 않더라도 전쟁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이란은 서방의 원유 수입 중단 등 제재가 예정되자 먼저 '원유 수출 중단'으로 역습을 가하면서 국내 주수입 원유인 두바이유는 배럴당 120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란 부근의 아라비아해에서 이동중인 미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에 탑승한 미군들. ⓒAP=연합


반면 이란의 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움직임은 지지부진하다. 20~21일 핵문제 협상을 위해 이란을 방문한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예상대로 핵시설 사찰은커녕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고 22일(현지시각) 밝혔다.

미국의 주류 매체들도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 공격 임박설 등을 퍼뜨리며 뭔가 큰 일이 터질 것처럼 보도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의도적으로 이란의 핵개발에 대한 위험성을 부풀리려는 언론 플레이라는 비난도 적지 않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2003년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일으킬 때 미국의 주류 매체들이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WMD)에 대한 오보들을 쏟아낸 때와 지금은 여러 가지로 다르다면서 실제로 전쟁으로 치달을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다음은 '이란을 둘러싼 논쟁 속, 전쟁 위협 증폭(In Din Over Iran, Rattling Sabers Echo)'라는 기사의 주요 내용이다. <편집자>


이라크 전쟁 앞둔 때와 다른 점들

미국은 보기에 따라 사상 최장기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이미 6300명이 전사하고, 4만6000명이 부상당했다. 전비는 3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두 전쟁은 예상보다 훨씬 오래 지속됐다. 결과도 실망스럽고 불확실하다.

그런데 또 전쟁의 기운이 감돈다. 이란의 핵프로그램을 둘러싼 말싸움은 최근 몇 주 사이 심각하게 격앙됐다.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할 것이라는 경고 수위를 높이고, 미국의 정치인들도 더욱 호전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이란은 강경하게 맞받아쳤다.

이스라엘과 이란이 암살을 획책하고 있다고 상호 비방하는 사이,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이 원하지 않아도 끌려들어갈 전쟁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지난 2003년 이라크 전쟁을 앞두고 벌어진 상황처럼 기자들이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대해 과장된 보도를 하고 있는지를 둘러싸고 비슷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분명히 그 때와 다른 점이 있다.

2003년에는 부시 정부가 이란을 '현존하는 위협'으로 부각시킨 반면, 오바마 정부의 관료과 정보기관들은 호전적 언사들을 진정시키려고 애를 쓰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은 최근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은 아직 핵무기를 만들지 결정하지 않았다"면서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면 지역의 불안정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이란이 서방의 제재에 대해 강경한 대응 방침을 계속 거론하고, IAEA는 이번에 이란을 방문한 임무가 실패했다고 밝힌 가운데, 미국의 관료들은 핵협상을 다시 하자는 이란의 제의를 받아들이려고 하고 있다.

"느리게 진행되는 쿠바 미사일 위기"

그러나 예기치 않은 사건들이 스스로 상황을 만들어갈 수 있다. 하버드대의 핵전략 전문가인 그레이엄 앨리슨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갈등의 전개과정을 '느리게 진행되는 쿠바 미사일 위기'라고 비유해왔다.

서로 상대방에 대해 정보가 부족하고, 적대감은 강하고, 자칫하면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올 위험이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앨리슨은 "역사를 볼 때, 정치적으로 뜨거운 현안이 되고 상황을 통제할 능력은 불충분할 때 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란, 이스라엘, 미국 사이의 역학관계를 보면 느리지만 충돌로 가는 거의 외길 수순으로 움직이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2003년 때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벌어지는 논란들과 비교할 때 다른 점은 또 있다. 이스라엘이 중심에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무기를 자신의 존재 자체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한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시설이 조만간 타격이 불가능한 지하 깊숙한 곳으로 숨어들어가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입장은 미국에서 정치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공화당 대선 후보 중에는 론 폴을 빼고는 이란을 공격하겠다면서 자신들을 이스라엘의 보호자로 자처하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의 일부 상원의원들은 여야 합동으로 지난 21일 오바마 대통령에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이들은 이 편지에서 이란과 협상을 다시 한다는 것은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위한 시간을 벌어줄 뿐이라고 경고했다.

참 호전적인 미국인들

10여년에 걸친 전쟁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정치인들의 호전성을 지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퓨 리서치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58%가 미국은 필요하다면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무력을 사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반대하는 응답자는 30%에 불과했다.

냉전 이후 안보위협 사건들을 연구해온 콜럼비아대 리처드 베츠는 조사 결과에 대해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그만큼 피를 봤으면 또다른 전쟁을 꺼리는 게 인지상정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미국외교협회에서 분쟁방지를 연구하는 미카 젠코는 "역사에서 볼 수 있는 오래된 패턴"이라면서 "다음 번 전쟁은 이번 전쟁보다 훨씬 나을 것이라는 믿음이 항상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의 군부와 정보기관들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정치인들의 거친 언사들에 신중한 대응을 하고 있다.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청문회에서 "이란이 핵무기를 만들려고 한다고 생각하느냐"고 다그치자, "그들은 그 결정을 아직 내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런 공방은 이라크 전쟁을 떠올리게 한다. 대량살상무기의 존재는 부시 정부가 이라크를 침공한 주요 명분이었다. 하지만 전혀 사실무근인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뉴욕타임스>를 포함한 미국의 언론들은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있다는 보도에 대해 결국 독자들에게 사과했다. 그런데 지금 또다시 위협을 과장하는 보도를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듣고 있다.

대선 유세 과정에 발언 수위 높아지면...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의 옴부즈맨들은 지난해 12월부터 특정 신문의 제목과 기사로 이란에 불리한 증거들을 과장하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연일 전쟁설이 나도는 가운데 암살이나 폭탄 테러가 분쟁을 촉발시킬 위험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이란 과학자들이 이스라엘이 기획에 의해 잇따라 살해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스라엘의 외교관들이 3개국에서 이란 측이 설치한 것으로 의심되는 폭탄 테러의 대상이 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이란 태생의 미국 시민권자가 이란의 사주로 주미 사우디 대사를 살해 했다고 미국 당국이 주장했다. 클래퍼 국장은 지난 1월 의회에서 "이런 의혹 제기에 대해 이란 관료들은 자신들의 정권을 위협하는 것으로 생각되는 미국의 행동에 대해 미국에서 보복 공격할 의지가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고 난 뒤, 이란이 미국 내에서 어떤 공격 행위를 한다면 미국은 군사적 보복에 나서야 하는 상황으로 몰릴 것이다.

전쟁에 대한 여론을 연구해온 듀크대의 피터 피버는 "오바마 정부의 정책은 현재 이란에 대한 미국인의 여론에서 정확하게 가운데에 서있다"고 말했다. 이란의 핵무장에 대해서는 강경하게 반대하면서 당장의 군사 행동이나 제재 수위를 높이는 것에는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11월 대선이 다가오면서 발언의 수위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피버는 "이것이 선거 유세에서 외교정책을 언급할 때 따르는 전형적인 위험"이라면서 "복잡한 입장을 설명하려고 하면, 모호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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