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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교황 누가 되든, 개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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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교황 누가 되든, 개혁은 없다" [해외시각]"교황청, '무오류'에 발목잡혀 쇠퇴중"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생전 사임'을 발표한 불과 몇 시간 뒤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 돔형 지붕 위로 번개가 내려쳐 화제가 되고 있다.

'생전 사임'은 교황청의 금기를 깨는 충격적이고 이례적인 결정인 만큼 신자들 사이에서는 '대성당 벼락 사건'을 교황의 '생전 사임'와 연관시키며 "신의 어떤 계시가 아니냐"고 수군거렸다.

베네딕토 16세는 "나이와 건강문제로 직무 수행을 더 이상 하기 어렵다"면서 사임의사를 밝혔으나 '권력 암투설' 등 의혹이 무성하자, 13일(현지시각) 다시 공식석상에 나와 자신의 사임은 "교회를 위한 선택이었으며 오로지 나의 자유의지로 이뤄진 것"이었다고 소문을 진정시키려 했다.

이제 관심은 3월 중 교황 선출을 위한 추기경들의 비밀회의 '콘클라베'에서 누가 차기 교황으로 선출될 것이냐에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교황 선출권을 지닌 추기경 중 이탈리아 출신이 4분의 1을 차지하는 등 유럽이 지배하는 구조이지만, 비유럽권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남미나 아프리카 출신 교황이 선출될 수도 있다는 등 '지역적 관심'을 보이거나, 이번에는 '비교적 젊은 교황'이 탄생하지 않을까 예상도 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것은 베네딕토 16세처럼 시대착오적인 절대주의를 추구하다가 '실패한 교황'이 되는 전철을 밟지 않을 교황이 선출될 수 있느냐는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교황의 사임 배경에 대해 "교황이 생전에 사임한 경우가 몇 번 있었으나, 나이나 건강 문제로 사임한 경우는 없다"고 지적했던 <뉴욕타임스>는 이날 "새로운 교황? 기대 안한다(New Pope? I've Given Up Hope)라는 칼럼을 게재해 주목된다. 필자는 퓰리처상을 수상한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역사학자 개리 윌스다. 윌스는 특히 가톨릭 교회사에 정통한 학자다. 윌스는 이 글에서 현재의 교황청 시스템에서 개혁적인 교황이 선출될 수 없다고 단언한다. 다음은 이 글의 주요내용이다.편집자.
▲ 성 베드로 성당에 있는 사저에서 모습을 드러낸 교황 베데딕토 16세. 지난 11일 교황이 사임 의사를 밝힌 몇 시간 뒤 베드로 성당 지붕에 벼락이 내리쳤다. ⓒ로이터=뉴시스

절대왕정 같은 교황청 체제, 시대에 적합한가

절대왕정이 불신받는 현대 시대에 교황청이라는 절대체제는 유지가능하며 적합한 체제인가? 절대왕정에서 변화는 가능하다고 해도, 위에서 오는 것이다. 가톨릭 교회에서 변화를 원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교황이 등장할 때까지 기다리라는 말을 듣는다. 교황만이 변하지 않는 교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권위를 갖고 있다. 하지만 변화를 가로막는 것이 바로 그 권위다.

물론, 교황은 더 이상 세속적 권력을 가진 절대군주는 아니다. 19세기 들어 이탈리아에 의해 세속적인 영토를 잃어버린 뒤 당시 비오 9세는 도덕적 절대왕정이라도 구축하려고 애를 썼다. 비오 9세는 1870년 바티칸 공의회를 소집해 "교황은 무오류"라고 공식선언했다.

그 뒤부터 교황이 기술적으로 무오류라고 할 수 없는 말씀을 하면서도 영원한 진리를 말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영원한 진리를 말할 능력이라는 것은 마이다스의 손을 갖는 것만큼 위험하다. 교황은 한 번 말하면 영원한 진리라는 이유로 이를 취소할 수 없다.

교황 바오로 6세 때 피임을 반대하는 교회의 입장을 재검토하기 평신도까지 포함해 구성된 위원회는 "어떠한 근거도 찾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당시 종교재판소를 담당한 추기경 알프레도 오타비아니는 교황에게 "신도들은 피임은 회개하지 않고 죽으면 지옥에 갈 대죄로 여기고 있다"고 보고했다. 그래서 여전히 교회의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들은 금욕을 하지 않는 한 많은 자식들을 가져야 했다.

교황 선출권 가진 추기경들, 기존 체제의 산물

바오로 6세가 "비오 9세가 사람들을 심각하게 잘못 인도했다"고 말할 수 있었을까? 교황이 오류를 인정하면 천당과 지옥행을 결정할 도덕적 권위는 어떻게 될까? 결국 바오로 6세는 도덕적 절대군주의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 추가 회칙을 발표하면서, 취소할 수 없는 영원한 진리를 더 많이 쌓는 길로 갔다.

오늘날 미국의 많은 가톨릭 신자들은 바오로 6세의 위원회와 같은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교황들은 비오 9세와 바오로 6세의 입장을 고수하고, 이런 입장에 충실한 사람들을 주교로 임명했다.

미국의 일부 주교들이 지난 대선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종교적 자유"를 파괴하고 있다고 비난한 이유도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 정책이 피임을 지원하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톨릭 신자들 중 오바마에게 투표한 사람들이 더 많았다. 보통 정부라면 통치자와 국민 사이에 이런 불일치가 있다면 논의가 이뤄질 것이다. 하지만 영원한 진리들은 논의대상이 아니다.

베드로 시대에 없던 교황 체제

새로운 교황이 이런 불일치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신자들도 있다. 하지만 새로운 교황을 뽑을 추기경들은 피임 문제 등에서 '영원한 진리'를 재확인한 교황들에 위해 그 자리에 오른 사람들이다.

비밀회의에서 전임 교황의 가르침을 거스를 사람이 새 교황으로 선출될까? 그런 교황이 선출된다고 해도 자신이 올라온 기존 체제를 무너뜨리지 않고 체제를 개혁할 수 있을까?
권력 체계는 새로운 얼굴에 의해 바뀌지 않는 법이다. 절대왕정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예수가 베드로에게 "베드로야, 이 바위 위에 내 교회를 지을 것"이라고 말했을 때, 베드로는 충실한 신도였지 신부나 교황이 아니었다. 베드로의 시대에는 신부나 교황이라는 게 없었다.

나중에 누가 쓴 지 모르는 <히브리서>에서 사제니 교황이니 하는 기묘한 아이디어가 나온 것이다. 신부와 교황이 신의 은총을 전달하는 유일한 매개체라는 것은 교황 절대체제 시대의 잔해이다.

이런 시대가 시들고 있는 것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여전히 쇠퇴를 인정하길 거부한다. 그들은 새로운 교황에게 뭔가를 기대할 것이다. 하지만 달라질 것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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