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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막은' 박근혜, 국정 마비 우려에도 국회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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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막은' 박근혜, 국정 마비 우려에도 국회 탓 여당·보수언론까지 비판해도 정부조직법 원안 통과 고수
박근혜 대통령이 여야 및 보수·진보언론 등 각계 각층의 비판에도 '정부조직법 원안 통과'를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박 대통령은 27일 오전 열린 박근혜 정부 첫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하루빨리 국회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주셨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다"고 국회를 압박했다.

이날 수석회의에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내정자가 참석하지 않은 것도 대야 압박을 위한 무대장치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오늘 김 실장이 참석하지 못했다"며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안보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정부조직법이 통과되지 못해서 안보 분야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셔야 할 분이 첫 수석회의에도 참석을 못 한다는 것이 정말 걱정스럽고 안타깝게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한 핵심 과제로 삼고 있는 미래창조과학부도 지금 통과가 안 되고 있다"며 "정치라는 것이 다 국민을 위한 것인데 이 어려움을 어떻게…"라고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불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조직법 개편안 통과가 지연되고 있는 것은 원안 통과만을 고수하고 있는 박 대통령 쪽에 오히려 귀책 사유가 있다는 지적이 야당은 물론 여당과 보수언론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이날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은 최고·중진 연석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국회를 존중한다는 말을 한 것은 여당만이 아니라 야당도 존중한다는 의미"라며 "하지만 인수위는 두 달이라는 짧은 시간에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만들었고 이 과정에서 여당의 의견조차 묻지도 않았다"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그 동안 여당이 청와대에 끌려만 다녔는데 이는 행정이 정치를 주도하는 것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쐐기를 박았다.

보수 성향 일간지들도 박 대통령이 '고집'을 꺾기를 종용했다. <조선일보>는 이날자 사설에서 "박 대통령은 야당을 국정 운영의 동반자로 여기겠다고 다짐했던 마음가짐으로 되돌아가 '정부 조직 없는 박근혜 정부'라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박 대통령이 자신의 정부조직법은 글자 하나도 고치지 않고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며 야당을 압박한다면 국민이 이를 수긍할 수 있겠는가"라고 질타했다.

<조선>은 "야당이 정부조직법 처리에 비타협적인 태도만 취해 왔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야당은 인수위가 지난 1월 30일 정부조직법을 처음 제출했을 때는 15가지 조정안을 내놨다가 요구 사항을 계속 줄여 왔고, 현재는 방송통신위원회 기능 중 일부를 미래창조과학부로 넘기는 것 하나만을 문제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도 '새 정부, 언제까지 결손 상태로 갈 건가' 제하 사설에서 "새누리당도 야당과의 협상에서 유연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며 "100% 원안 사수에 매달리는 건 협상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중앙>은 박 대통령에게 "대통령으로서 중요한 건 국민행복의 총량 증가다. 자신의 의지 관철 여부는 별 의미가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박근혜 "공공요금 인상, 서민 부담감 걱정"

한편 박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최근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 등 인상요인이 누적됐던 가공식품 가격, 공공요금 등이 한꺼번에 인상되는 경향이 있다"며 "서민층의 부담감이 더욱 가중될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서민 부담이 완화될 수 있도록 가격 인상요인을 최소화하고 부당편승 인상 등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는 등 관계당국이 물가 안정을 위해 더욱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지시했다.

전날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소득 하위 20%인 1분위의 엥겔지수는 20.79%로 200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2~4분위도 전년 대비 엥겔지수가 상승했다. 최고 소득 구간인 5분위는 오히려 낮아졌다.

또 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주요 국정운영 방향을 제시했는데, 그 후속조치들이 제대로 진행되도록 철저히 계획을 잘아 달라"며 "공약 사항을 점검하고 문제점들을 파악한 후 반드시 시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공약 실천 의지를 재강조했다.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서는 "세금을 거둘 것부터 생각하지 말아 달라"며 "먼저 최대한 낭비를 줄이고 지하경제를 양성화하는 등 노력을 중심으로 가능한 안을 마련해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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