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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훈처, 편향된 '안보 교육'으로 대선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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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국가보훈처, 편향된 '안보 교육'으로 대선 개입" [국감] 강기정 "국정원 이어 조직적 개입"…정부 "균형잡히지 않은 내용 시정돼야"
지난해 대선 당시 국가정보원 뿐 아니라 국가보훈처 역시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주장이 추가 제기됐다. 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앞서 보훈처가 지난해 일반인 대상 '안보 교육'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강연을 했다고 폭로한 데 이어, 여론 주도층을 대상으로 한 교육에서도 "믿기지 않을 정도의 편향성"을 보였다는 자료를 추가 공개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강 의원이 14일 보훈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보훈처는 2012년 5월부터 11월까지 각 지방에서 '오피니언 리더'(여론 주도층) 과정을 진행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 3회(6.22~23, 10.30, 11.15), 부산 1회(7.10), 대구 1회(5.29), 광주 1회(6.28), 대전 1회(6.29) 등이며 자유총연맹과 새마을부녀회 등 단체가 교육에 참여했다.

문제는 이 강연의 내용이다. 대구에서 진행된 교육에서 연사인 박영근 한동대 교수는 "북한의 전위세력들인 좌익들이 이제 국회로 진입하는 세상이 되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대북지원에 원칙이 없었다. 이런 예산집행은 무원칙의 대표적 사례이며,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폭력에 가까운 행패를 부리는 것"이라고 하는 등 과거 정부와 원내에 진입한 정치세력을 비난했다.

또 "국가발전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정권 유지만을 위하여 인기만을 추구하는 정권은 포퓰리즘을 근간으로 하는데 그 특성은 (…) 성장보다 분배를 우선시하며 가진 것이 없음에도 모두에게 고루 시혜하는 복지정책에 최고의 가치를 두고 있다"는 등 '안보'를 넘어 특정 정책 성향에 대한 비판도 쏟아냈다.

대전에서는 이춘근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미 국방대학(NDU) 보고서를 인용해 "한국 진보정권 집권시 북한 위기에 통일 추진 않을 듯"하다며 "(NDU는) 청와대의 주인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추진방향이 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진보정부가 들어설 경우 통일을 추진하지 않는 반면, 보수정부라면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에서는 김세중 연세대 교수가 "4.19와 5.16은 상호배제적, 대척적 사건이 아니라 한국이 산업화와 민주화의 달성을 통해 성숙된 근대국민 국가체제로 발전해가는 과정에서 상보적 관계에 있던 사건들로 이해할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5.16 군사정변이 4.19 혁명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또 "4.19의 후광에 힘입어 성립한 민주당 치하에서 민주주의는 건전한 제도화보다 무절제한 원심력을 자극해 정치 사회의 균열과 갈등을 증폭시키는 제도로 변질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강 의원은 "참여단체의 선정기준과 강사섭외 기준, 제작된 강의 자료의 감수가 정부기관에서 진행했다고 믿기지 않을 정도의 편향성을 보이고 있다"며 "대선 개입이 분명해진 만큼 검찰은 즉각 수사에 나서야 할 것이고, 민주당 차원에서 보훈처장에 대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을 검토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이 사업은 보훈처 산하 보훈교육연구원에 위탁한 것이나 보훈처가 지방청에 계획을 하달하는 등 직접 나섰고, 예산 통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절차적 문제도 제기했다. 그는 "보훈처가 대선기간 사회여론을 주도할 수 있는 보수단체 회원들을 초대해 일방적 안보교육을 진행하고, 호텔 식사와 기념품을 제공한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강 의원은 지난 10일 공개한 자료에서는 보훈처가 마련한 '안보 교육 표준교안'의 내용을 비판하며 특히 이같은 교안을 활용한 안보 교육이 지난해 총 1411회 22만7528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강 의원은 이를 "보훈처가 2012년 총선 직후인 4월 25일 전문강사단 워크숍을 시작으로 조직적으로 대선에 개입한 정황"이라고 주장했다.

'표준 교안'의 내용을 보면 "6.15와 10.4 선언은 북한에 대한 대대적 지원과 연방제 통일을 하자는 주장이 담겨 있다"거나 "북한이 남한의 돈과 쌀을 본격적으로 빨아들인 김대중, 노무현 정권 당시", "북한에 주는 돈, 쌀 비료는 평화를 부수는 것" 등 황당한 수준의 주장이 버젓이 담겨 있다.

교안에는 "시민단체, 사회단체, 정치권까지 속수무책을 파고 든 종북, 친북세력은 천안함 폭침도 북한이 한 게 아니(라고 주장한다)"거나 "87년 민주화 이후 사회 곳곳에 파고든 종북·친북세력은 거짓을 진실로 만들어 낼 선전능력, 대규모 집회를 이끌어 낼 동원능력도 갖추게 되었다. 안전한 미국산 쇠고기를 광우병 위험물질로 둔갑시켜 촛불시위를 일으켰다"는 내용도 있다.

국무조정실장 "균형잡히지 않은 사안…명백히 시정돼야"

강 의원은 이날 세종시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무총리실 대상 국정감사에서 김동연 국무조정실장을 상대로 이 문제를 추궁했다. 김동연 실장은 NDU 보고서와 관련해서는 "인용이긴 하나 명백히 시정돼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고 강 의원의 문제 제기를 받아들였고, 특히 '북한에 주는 쌀과 비료는 평화를 부수는 것'이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내용을 봐서는 균형잡히지 않은 시각이 있는 것 같다. 보훈처와 협의해 시정하도록 해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강 의원은 김 실장에게 한 질의에서 박승춘 보훈처장이 해임돼야 한다고 주장했고, 김 실장은 "정확한 내용을 본 후에 검토할 사안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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