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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를 보면 안다…"한국은 미국의 식민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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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를 보면 안다…"한국은 미국의 식민지구나!" [왜 다시 '한미 FTA'인가] 쇠고기는 한미 FTA의 '선결 조건'
노무현 정부가 시작하고,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급물살을 타는 모양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6월 미국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 회담에서 한미 FTA 재추진을 공식 언급했다.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측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이런 식이라면 올해 안에 미국, 한국 의회에서 한미 FTA가 통과될 전망이다.

한미 FTA는 최근 미국이 맺은 FTA 중에서 가장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한국 시민의 사회적 권리를 침해하는 조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 때문에 노무현 정부, 이명박 정부를 막론하고 많은 시민이 이를 염려하며 여러 가지 방식으로 저항했다. 2008년의 촛불 집회는 그 정점이었다.

이제 다시 한미 FTA가 추진되는 상황에서 <프레시안>은 지금 시점에서 한미 FTA의 주요 쟁점을 다시 한 번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이 기획은 남희섭, 박상표, 우석균, 이해영, 정태인, 홍헌호 씨 등 지난 수년간 한미 FTA 문제점을 지적하는데 앞장서왔던 전문가들의 제안으로 성사됐다. 이들은 앞으로 7회에 걸쳐서 한미 FTA의 문제점을 한 번 더 경고한다. <편집자>


한미 FTA, 드디어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 이해영 한신대학교 교수
노무현의 뒤늦은 걱정 "한미 FTA, 이대로는 곤란하다" : 경제평론가 정태인 씨

'뜻밖의 성과'와 '미국이 준 선물'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과 관련하여 정부 관료나 대통령이 구사하는 현란한 언설들은 언제나 한국어를 모국어로 쓰고 있는 국민들을 바보로 만들어 버리는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7월 12일 라디오 연설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뜻밖의 성과가 있었다"면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추진 시한까지 정하면서 조속한 타결 의지를 강하게 천명했다"고 밝혔다. 도대체 이게 무슨 뜻인가?

오바마 대통령이 '조정(adjustment)'이라고 표현했지만 미국이 추가로 개방하라고 요구하는 핵심 사안은 '쇠고기'와 '자동차' 두 가지 분야이다. 그런데 어떻게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 수입 개방 요구와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 수출시 관세 무역 장벽을 더 낮추라는 요구를 들어줘야 하는 상황을 '뜻밖의 성과'라고 우길 수 있을까? 미국으로부터 받을 것은 전혀 없고, 얼마나 더 주느냐 덜 주느냐만 판가름해야 하는데 무슨 '성과'가 있다는 얘기인지 도대체 알 도리가 없다.

문득 지난 촛불 집회 당시에도 이와 비슷한 논리의 발언을 들은 적이 있는 것 같다. 지난 2008년 7월 1일 국회에서 한미 쇠고기 협상대표였던 민동석 당시 농림수산식품부 농업통상정책관은 "한미 쇠고기 협상이 한미 정상 회담용 선물이라는 논란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한나라당 김기현 의원의 질의에 "선물이라는 표현이 계속 나오는데 제가 느끼는 감은 선물을 꼭 줬다고 그러면 우리가 미국한테 준 것이 아니라 미국이 우리한테 줬다고 생각을 한다"는 기상천외한 답변을 했다. 야당 의원은 책상을 치며 발끈했을 뿐더러 고함을 치며 항의까지 하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감으로써 국정 조사가 파행으로 치달았다.

그야말로 정부 관료와 대통령은 일반 국민들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그들만의 독특한 정신 세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 틀림없는 듯싶다.

그 나라들도 '미국의 선물'을 받았을까?

현재 일본, 타이완, 멕시코, 중국, 오스트레일리아는 모두 한국보다 까다롭고 강화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조건을 유지하고 있다.

우선 일본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조건은 '20개월 미만, 모든 연령에서 광우병 위험 물질(SRM) 금지, 수출 증명(EV) 프로그램 의무화'이다. 아카마츠 히로타카 일본 농림수산부 장관은 2010년 4월 미일농림장관회담에서 톰 발색 미국 농무부 장관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의 재검토를 요청한다고 하더라도 내각 산하의 식품안전위원회 개최를 요청할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음으로 타이완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은 '30개월 미만, 내장, 분쇄육(ground beef), 뇌, 척수, 눈, 두개골, 소 혀, 횡격막, 고환 등 수입 금지'를 고수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타이완은 한국보다 더 강화된 검역 조건을 받아냈다. 타이완 정부가 의회에 보고한 내용을 보면, "한국은 5개 로트에서 위해 식품이 발견되지 않으면 다시 수입을 재개하는데, 타이완은 기존 법대로 5개 로트의 3배인 15개 로트를 검사하여 합격한 후, 정상 검사 절차 및 비율을 회복할 것이다"고 자랑하고 있다.

멕시코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조건은 '30개월 미만, 선진회수육(AMR) 금지, 수출 증명(EV) 프로그램 의무'이다. 멕시코는 이미 미국, 캐나다와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했다. 그런데도 한국에서 수입 가능한 선진회수육(AMR)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으며, 한국이 포기한 수출 증명(EV) 프로그램까지 의무화하고 있다.

중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조건은 광우병 발생을 이유로 '전면 수입 금지' 상태이다. 최근 중국 정부는 캐나다에서 개최된 G20 회담 기간 중 중-캐나다 정상 회담을 통해 30개월 미만의 뼈 없는 살코기(Boneless Beef)의 중국 시장 개방을 발표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조건은 광우병 발생을 이유로 '전면 수입 금지' 상태이다. 오스트레일리아는 2004년 5월 미국과 FTA를 체결했으며, 당시 FTA 협상 과정에서 "광우병(BSE) 식품 안전과 위생 검역 조치와 관련하여 국제수역사무국(OIE)이 기준을 변경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니, 과학적 근거에 기반을 두고 국제 기준과 일치시키겠다"는 취지의 부속 서한(side letter)까지 교환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정부는 미국의 통상 압력에 굴복하여 2010년 3월 1일자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발표했으나,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대로 다시 광우병 발생 국가산 쇠고기 수입 금지 조치를 2년간 연장했다.

▲ 일본, 타이완, 멕시코, 중국, 오스트레일리아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조건은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격하다. ⓒ프레시안

왜 미국산 쇠고기만 특혜를 받는가?

한국으로 쇠고기 수출이 허용되는 국가는 현재 미국, 멕시코,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 4개국이다. 그런데 멕시코,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산 쇠고기 수입 조건에는 "수출 전 5년 동안 소해면상뇌증(광우병)의 발생 사실이 없고"라는 조항을 명문화하여 광우병 발생 후 5년간 수입 중단 조건이 있다. 과거 한미 양국이 1998년에 합의했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에도 '광우병 발생 후 5년간 수입 중단'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으나, 2008년 4월 쇠고기 협상에서 광우병 비발생 조건을 완전히 삭제하였다.

이뿐만 아니라 멕시코,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산 수입 조건에는 "수출 육류를 생산하는 육류 작업장(도축장, 가공장 및 보관장)은 수출국 정부 기관이 지정한 시설로서 한국 정부에 사전 통보하고 그중 한국 정부가 현지 점검 또는 기타의 방법으로 승인한 작업장이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다시 말해 한국 정부가 작업장 승인권을 가지고 있어 검역 주권을 확보하였다.

그러나 현행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에는 "미국 농업부의 검사하에 운영되는 미국의 모든 육류 작업장은 한국으로 수출되는 쇠고기 또는 쇠고기 제품을 생산할 자격이 있다. 작업장은 한국 정부에 사전 통보되어야 한다."고 하여 작업장 승인권이 미국 정부로 넘어 갔다.

더군다나 멕시코산 쇠고기 수입 조건에는 "수출 쇠고기를 생산하기 위한 소는 수출 국내에서 출생 및 사육된 것이어야 한다"는 완전 사육국 기준의 엄격한 원산지 기준이 적용되어 있다. 하지만 현행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에는 "도축 전 최소 100일 이상 미국 내에서 사육되어야 한다"는 완화된 도축국 기준을 두었다. 이에 따라 멕시코산이라도 100일만 지나면 미국산으로 원산지 세탁이 가능하다.

이와 같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조건은 멕시코,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산 쇠고기 수입 조건과 견주어 볼 때 엄청난 특혜를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0개월 이상 개방이 아니라 수입 금지 재협상을!

▲ 지금은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를 개방할 때가 아니라 수입 금지 재협상을 요구할 때다. ⓒ프레시안
2008년 8월 19일, 한나라당, 민주당, 선진과창조모임의 원내 대표는 "향후 미국과 일본, 타이완 등 우리나라 주변국 간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 협상 결과가 2008년 4월 18일에 체결된 한미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 협상 및 후속 추가 협상 결과보다 수입국의 입장에서 개방의 폭이 축소될 경우, 미국과 주변국 간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과 동일 수준의 조건으로 정부가 한미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을 재협상 하도록 한다"고 합의했다.

이러한 여야 합의에 기초하여 이명박 정부는 미국과 쇠고기 수입 조건 재협상에 나서서 '뜻밖의 성과'가 아니라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켜낼 '제대로 된 성과'를 얻어내야 마땅하다. 이명박 정부는 재협상을 통해 '내장, 뇌, 척수, 등뼈, 분쇄육, 선진회수육'의 수입을 금지시켜야 한다. 또 광우병 추가 발생시 잠정 수입 중단 조치, 검역 과정에서 광우병 위험 물질 검출 시 수입 물량 전체 불합격, 작업장 수출 승인 취소 시 1년간 재승인 보류 등의 검역 주권도 되찾아야 한다.

미국과의 재협상은 국민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유력한 방안일 뿐만 아니라 광우병 발생으로 쇠고기 수입이 전면 중단된 캐나다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에 대응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도 된다.

만일 이명박 정부가 30개월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을 "한미 FTA와 별개"라고 적고 "한미 FTA 미국 의회 통과의 선결 조건"이라고 읽는다면, 2008년 촛불 항쟁 시즌2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더 이상 국민들은 "4대강 살리기"라 적어놓고 "대운하"라고 읽는다거나, "국민과의 소통"이라 적어놓고 "MB 산성 또는 민간인 사찰"이라고 읽을 만큼 바보가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경제 위기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 서민들이 한밤에 도심에서 촛불을 켜 들고 '쥐잡기 놀이'를 전 국민 스포츠로 즐길 만큼 한가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한다. 다음번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에서는 미국과의 제대로 된 쇠고기 수입 조건 재협상을 통해 평범한 서민들의 정서와 일맥상통하는 '뜻밖의 성과'와 '한국 정부가 준 선물'을 진심으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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