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코나바이러스 과에는 구제역을 일으키는 아프토바이러스를 비롯하여 엔테로바이러스(폴리오바이러스, 콕사키바이러스 A 및 B, 에코바이러스), 리노바이러스, 헤파토바이러스(A형 간염 바이러스), 카디오바이러스(뇌심근염 바이러스)가 있다.
콕사키 A 바이러스나 엔테로바이러스 71(EV71) 등은 사람에서 구제역과 증상이 유사한 수족구병(Hand, foot, and mouth disease)을 일으킨다. 수족구는 주로 7세 이하의 영유아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보통은 감기처럼 가볍게 앓고 지나간다. 2010년 3월 중국에서 43만 명이 수족구에 감염되어 260명이 목숨을 잃었다(치명율 0.006%).
▲ 소아마비를 일으키는 폴리오(Polio)바이러스와 구제역을 일으키는 아프토(Aphto)바이러스의 친연 관계를 보여주는 바이러스 트리(tree). ⓒ프레시안 |
폴리오바이러스는 소아마비의 원인체로 1909년 카를 란트슈타이너(1868~1943년)와 어윈 포퍼(1879~1955년)가 처음 발견했다. 란트슈타이너는 1900년 혈액형의 존재를 처음으로 밝혀냈으며, 그 공로로 193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폴리오바이러스는 구제역 바이러스보다 12년이나 뒤늦게 발견되었으나, 강력한 백신 정책으로 제3세계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거의 근절되었다.
백신을 연구하는 일부 전문가들은 구제역도 소아마비처럼 강력한 백신 정책으로 근절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제역 바이라스와 소아마비 바이러스는 외형도 비슷하고 바이러스 구조도 유사하다. 그러나 현재의 과학 수준에선 구제역을 소아마비처럼 예방하기가 쉽지 않다.
▲ 구제역 바이러스의 외형. ⓒ프레시안 |
구제역 바이러스의 단백질 막인 캡시드(capsid)는 60개의 기본 단위체(protomers)로 배열되어 있다. 각각의 기본 단위체는 바이러스 단백질(VP 1~4)로 알려진 4개의 폴리펩티드(polypeptide)로 구성되어 있다. VP 1~4는 구조 단백질(structural protein)이기 때문에 그 함유량에 따라 백신의 유효성을 좌우한다.
구제역 바이러스의 기본 구조는 아래 그림과 같다. 구제역 바이러스 RNA에는 1개의 번역 가능 영역(open reading frame)이 존재한다. 바이러스 입자는 숙주 세포의 표면 수용체에 결합한 후 번역 기구를 이용하여 1개의 폴리 단백질을 합성한다. 그 다음에 폴리 단백질은 바이러스 유전자에 코딩되는 단백질 분해 효소에 의해 단계적으로 스스로 절단되어 기능을 가진 바이러스 특이 단백질이 된다.
▲ 구제역 바이러스의 구조. 바이러스 단백질(VP 1~4)로 구성된 캡시드(capsid)는 구조 단백질이며, 그 함유량에 따라 백신의 유효성을 좌우한다. ⓒ프레시안 |
구조적 단백질 P1의 최종 산물은 VP1, VP2, VP3, VP4가 되는데, VP4와 VP2는 VP0이라는 전구체를 거친다. 구제역 바이러스의 감염과 면역에 관여하는 주요한 항원 결정기는 VP1 분자 위에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비구조 단백질 P2와 P3는 최종적으로 각각 2A, 2B와 2C 및 3A, 3B, 3C, 3D가 된다.
이들 단백질은 바이러스의 증식에 관여하며, 3C는 L과 함께 프로테아제 활성을 가진다. 2A의 기능은 명확하지 않지만 다른 피코나바이러스보다 크기가 작고, 2B에는 B세포 항원 결정기가 존재하며, 3D는 VIA항원에서 RNA의존 RNA 폴리머라이제인 것 등이 밝혀졌다.
▲ 구제역 바이러스의 복제 과정. 바이러스 입자는 숙주 세포의 표면 수용체에 결합한 후 번역 기구를 이용하여 1개의 폴리 단백질을 합성한다. 그 다음에 폴리 단백질은 바이러스 유전자에 코딩되는 단백질 분해 효소에 의해 단계적으로 스스로 절단되어 기능을 가진 바이러스 특이 단백질이 된다. ⓒ프레시안 |
구제역 바이러스는 교차방어시험법을 통해 7가지의 혈청형(serotypes)으로 분류되었으며, 80여 개의 아형(subtypes)으로 세분될 수 있다. O, A, C, SAT 1, SAT2, SAT3, Asia 1 등 7가지 혈청형은 서로 교차면역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아형들 사이에도 교차면역이 미약하며, 돌연변이가 아주 잘 일어나기 때문에 계속 새로운 변종이 생기고 있다. 따라서 한 방의 백신으로 구제역을 예방할 수 있는 슈퍼백신은 아직까지 개발되지 못했다.
▲ 구제역 바이러스의 혈청형 및 아형과 지리적 분포. ⓒ프레시안 |
반면 소아마비를 일으키는 폴리오바이러스는 3개의 혈청형(PV1~3)이 있으며, 경구용 생독 백신과 주사용 사독 백신이 모두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다. 백신에는 3가지 혈청형을 모두 포함되어 있다. 백신 효과도 뛰어나서 경구용 생백신의 경우 3회 접종 후에는 96% 이상에서 항체가 형성되며, 4회 접종 후에는 장기간 면역을 가진다. 주사용 사독 백신도 3회 접종 후 99%에서 항체가 형성된다.
구제역은 감염된 동물의 수포액이나 침, 유즙, 정액, 호흡시의 공기, 분변 등을 통한 직접 접촉으로 전염이 된다. 또 농장주, 농장 노동자, 수의사, 인공수정사, 사료 공급자, 분뇨 처리업자, 도축장 출하 차량 운전자 등의 작업복, 장갑, 신발, 차량, 사료 등을 통해서도 간접 감염이 가능하다. 그 뿐만 아니라 공기로도 전염이 가능하다.
호흡기, 소화기, 상처 난 피부 등을 통해 감염이 이루어진 동물은 임상 증상이 나타나기 1일~4일 전에 체내에서 바이러스가 증식되어 혈액에 바이러스가 다량 존재하게 된다. 그 이후에야 혀, 잇몸, 주둥이, 유두, 발굽 등에 물집이 생기는 임상 증상이 나타난다. 구제역에 감염된 동물이 숨 쉬는 공기에는 많은 바이러스가 함유되어 있다. 소는 하루 평균 12만3000개, 돼지는 하루 평균 4억 개의 바이러스를 호흡을 통해 뿜어낸다. 소는 하루에 우유를 통해 500억 개, 오줌을 통해 10억 개, 분변을 통해 100억 개의 바이러스를 배출한다.
반면 소아마비는 대변-입을 통한 경구 감염, 모친으로부터 수직 감염, 사람과의 접촉 감염에 의해 전염된다. 주로 소화기를 통해서 감염이 이루어진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988년부터 2000년까지 지구상에서 소아마비를 완전히 퇴치한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소아마비 완전 퇴치 선언의 해는 2003년, 2004년, 2008년, 2010년 등으로 계속 미루어지고 있다. 2010년 2월 23일부터 2011년 2월 22일까지 1년간 총 974건의 소아마비가 보고되었는데, 최근에도 나이지리아, 타지키스탄, 콩고민주공화국, 인도 등에서 발병하고 있다.
현대 과학은 아직까지 구제역을 백신 주사 한 방으로 예방하는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만일 구제역 슈퍼백신이 개발된다면 인플루엔자 백신에도 응용될 수 있으며,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 소아마비처럼 구제역도 백신을 통해서 예방함으로써 인류가 완전히 퇴치한 전염병 목록에 올라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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