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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국현 오류'를 극복해야 진보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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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국현 오류'를 극복해야 진보가 산다! [프레시안 books] 선대인의 <프리라이더>·<세금 혁명>
2007년 대선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을 때의 일이다. 일부 진보 언론들이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에게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을 때, 나는 문 후보 캠프에서 일하고 있던 모 교수에게 메일을 보내 대선 공약을 조정하도록 권한 적이 있었다.

당시 문국현 후보는 경제 성장률 8%, 일자리 500만 개, 교육 예산 70조 원이라는 공약을 내걸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경제 성장률 7%, 일자리 300만 개 공약에 다수의 전문가들이 코웃음을 치고 있던 차에 한 술 더 뜨는 문 후보의 공약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대선 공약에 다소 낙관적인 '과장'과 '거품'이 있을 수밖에 없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그의 공약은 지나쳤다.

문국현 후보의 거품 공약

문국현 후보 공약의 가장 큰 약점은 재원 마련 방안이 부실하다는 것이었다. 당시 문 후보는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의 견해를 받아들여 건설 비리를 줄이면 50조 원이 확보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토목 건설 부문에서 30% 이상의 거품을 거둬 내면 50조 원이 확보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이런 주장을 놓고, 나는 공공 부문의 건설비는 50조 원 정도고, 또 이 중에서 토목을 제외한 주택 부문에서 거품이 빠지면 주택 구입자들이 이익을 보는 것이지 그것이 바로 정부 세입으로 들어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토목 비중 축소로 50조 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루쯤 지나 그 교수로부터 답신이 왔다. 자세한 내용을 문서로 보내 달라는 것이었다. 문서가 그 쪽으로 전해지자 그들을 돕는다는 꽤 유명한 부동산 전문가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리고 여러 가지 해명이 이어졌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귀담아 들을 만한 내용은 거의 없었다. 그들로서는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이미 대선 공약은 발표되었고, 그것을 뒤집는다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을 테니까.

어쨌든 문국현 후보의 경제 성장률 8%, 일자리 500만 개 공약, 교육 예산 70조 원이라는 공약은 국민들의 마음을 전혀 움직이지 못했다. 다만 '유한킴벌리의 패러다임 변화와 이로 인한 성공 신화'에 대한 기대를 일으켜 상당 수의 지지자들을 모았을 뿐이다. 그러나 잘 알다시피 그 정도로 선거에 영향을 주기엔 역부족이었다.

문국현의 오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 <세금 혁명>(선대인 지음, 더팩트 펴냄). ⓒ더팩트
최근에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이 50/50 전략을 들고 나왔다. 주요 골자는 부동산 관련 세 등을 증세하여 50조 원을 확보하고, 토목 사업 등을 줄여서 역시 50조 원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처음 이 구호를 들었을 때 문국현 후보의 공약을 떠올렸다. 토목 사업 등을 줄여 50조 원을 확보한다는 주장이 문 후보 공약을 그대로 빼닮았기 때문이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선대인 부소장의 구호에는 부동산 관련 세 등을 증세하여 50조 원을 확보한다는 점이 추가되었다.

물론 구호가 모든 것을 설명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그가 잇따라 펴낸 두 권의 책, <프리라이더>, <세금 혁명>(더팩트 펴냄)을 읽어 보니, 문국현 후보와 다른 점도 상당히 있었다. 그러나 대안의 근거가 충실하지 않다는 점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공공 토목 사업 감축으로 30~50조 원 재원 확보?

선대인 부소장은 그의 책, <세금 혁명>에서 이렇게 주장한다.

"전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퍼져 있는 하드웨어형 토건 사업 예산은 100조 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하드웨어형 토건 사업 예산 100조 원 가운데 30% 가량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343쪽)

하드웨어형 토건 사업 예산이 100조 원 가량이라는 주장이 과연 사실일까. 한국은행이 발표한 산업 연관 표를 보면, 2008년 우리나라 연간 건설 투자 총액은 168조 원이었고, 이 중 민간 부문 건설 투자액은 122조 원, 공공 부문 건설 투자액은 46조 원이었다.

공공 부문 건설 투자액이 46조 원이라는 것은 중앙 정부, 지방 정부, 공기업, 기타 공공 기관의 건설 투자 총액이 46조 원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건설 투자는 건축 투자와 토목 투자로 나뉘고, 이 중에서 공공 부문 토목 투자는 약 31조 원에 해당한다.

중앙정부의 1년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25조 원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공공 부문 토목 투자가 31조 원에 그치는 이유는 한국은행이 건설 투자비를 산출할 때, 토지 매입비를 계산 과정에서 제외하기 때문이다.

도로 건설비가 3분의 2를 차지하는 공공 부문 토목 투자비 중 토지 매입비 비중이 20%라 가정하면 공공 부문 토목 투자비 총액은 어느 정도 될까. 대략 39조 원 정도다. 이 중에서 20%를 절감하면 7.8조 원이 확보되고, 25%를 절감하면 9.8조 원이 확보되며 30%를 절감하면 12조 원이 확보된다. 선 부소장의 목표치 50조 원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보유세는 종합부동산세, 재산세만이 아니다!

선대인 부소장은 또 다른 그의 책, <프리라이더>에서 이렇게 주장한다.

"만약 부동산 보유세를 전체 부동산 자산의 0.5%만 과세한다고 해도 매년 32.5조 원의 세수를 거둘 수 있다. 2008년 현재 5.7조 원의 세수를 걷고 있으므로 26.8조 원의 세수를 추가로 거둘 수 있게 된다." (81쪽)

2008년 우리나라 보유세가 5.7조 원이라는 그의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 국세청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08년 우리나라 보유세 총액은 10조6791억 원이었고, 2009년에는 9조6773억 원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우리나라 GDP 대비 보유세 비율이 1%에 근접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국세청과 행정안전부 집계 내용과 OECD 발표 내용 사이에는 다소간 차이가 있다.

이 글에서는 OECD통계를 기준으로 분석한다.


선대인 부소장이 5.7조 원을 언급한 것은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만을 보유세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오해다. 부동산 보유세에는 크게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가 있고, 종합부동산세의 부가세(surtax)로 농어촌특별세가 있으며, 재산세의 부가세로 지방교육세, 도시계획세, 공동시설세가 있다.

부동산 보유세를 미국 수준으로 증세하자고?

선대인 부소장처럼 보유세를 26.8조 원 더 거두면 보유세 총액은 얼마나 될까. 2010년 보유세 총액이 OECD 기준에 비추어 9.2조 원이라 가정하면 총 36조 원이 되고, GDP 대비 비율은 3.07%가 된다. 미국 수준 2.83%보다 더 높다.

그렇다면, 거래세를 어떻게 할 것인가? GDP 대비 보유세 비율을 미국 수준으로 높여 놓은 것까지는 좋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미국 수준에 도달하려면 20.8조 원의 거래세도 미국처럼 0으로 낮추어야 한다는 곤혹스러운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물론 선대인 부소장처럼 보유세를 26.8조원 늘리고, 거래세를 20.8조원 내리면 결과적으로 6조 원의 추가 세수가 확보된다. 그러나 어쨌든 부동산 보유세로 26.8조 원을 더 거둘 수 있다는 수치가 지나치게 과장되어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혹자는 우리나라 PIR(연소득 대비 주택 가격 비율)이 미국보다 높기 때문에 보유세 비율도 더 높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미국의 보유세는 지역 공동체 주민들의 지방 교육 투자를 위한 자발적인 '헌금'의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PIR과 GDP 대비 부동산 관련 세금 비율을 비교하려면 미국이 아니라 OECD 평균과 비교해야 한다는 반론이 가능하다.

참고로 OECD 30개 회원국의 GDP 대비 재산 관련 세금 비율은 2% 내외이고, 우리나라는 3% 내외다. 우리나라의 PIR(연소득 대비 주택 가격 비율)이 선진국보다 더 높기 때문에 부동산 관련 세금을 더 거둬야 되지만, OECD 평균보다 1.5배 이상 더 거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1가구 1주택 양도소득세로 5조원 확보?

선대인 부소장은 또 그의 책, <프리라이더>에서 양도소득세 증세 등으로 5조 원, 임대소득세 증세로 6조 원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의 양도소득세 증세론은 1가구 1주택에 대해서 양도 소득에서 1억 원을 공제하고, 양도소득세를 부과하자는 것이다.

그가 미국의 1가구 1주택 양도 소득 공제액과 세율에 대해 정밀하게 조사하지 않은 것은 분명하지만 일단 취지는 좋다고 본다. 미국은 1가구 1주택자 양도 소득에서 부부의 경우 50만 달러, 독신의 경우 25만 달러를 공제하고 양도소득세를 부과한다.

다만 미국의 1가구 1주택 양도소득세 세율이 일반 소득세율에 비해 상당히 낮다는 점, 또 1가구 1주택에 대해서는 장기 보유 특별 공제를 해 주어야 하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 안정세가 지속될 경우 양도소득세 세수가 현격하게 줄어든다는 점은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특히 이 세금은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경우 대규모로 줄어들기 때문에 선 부소장처럼 주택 가격 대폭락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곤혹스러운 세금이다.

전·월세나 상가의 임대소득세에 대해서도 그가 좀 더 정교한 연구 과정을 거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선진국 수준이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선진국 수준에 대한 연구가 거의 안 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가며

선대인 부소장 대안 중 현실성이 있는 대안들을 추려보면 토목 비중 축소로 10조 원, 보유세·양도소득세·임대소득세 등 부동산 관련 세로 10조 원, 도합 20조 원 정도다. 물론 20조 원도 적은 액수가 아니고, 또 토목 비중 축소로 10조 원 이상을 마련한다는 것은 야당들의 대안과도 일치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정 정도 의미가 있다.

다만 이 정도 대안으로 100조 원(50조 원+50조 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2007년 문국현 후보와 같이 일회성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선진국과 한국의 현황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를 통해 더욱더 충실한 근거들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선대인 부소장과 그 그룹에게 큰 기대를 갖는 독자와 시민을 실망시키지 않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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