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books'에서 상반기를 뜨겁게 달구었던 '마니아 서재'가 첫 번째 연재 '슈퍼 히어로 코믹스'에 이어 두 번째 연재를 시작합니다. 이번에는 우리가 열광하는 슈퍼 히어로 중에서도 가장 잘 알려져 있는 캐릭터 배트맨을 다룹니다. 배트맨 시리즈에 등장하는 매력적인 캐릭터들, 배트맨이 코믹스와 영화에서 보인 다양한 모습과 그것들을 창조한 작가들을 톺아보는 기획입니다. 이른바 '배트맨과 다크 히어로 특집'입니다. 이번 '마니아 서재'의 길잡이도 최원택 씨가 맡습니다. 5회에 걸쳐 연재된 지난 '슈퍼히어로 코믹스' 특집에서 독자 여러분을 안내한 바로 그 필자입니다. 오랫동안 미국 코믹스·드라마를 사랑해 온 그는 잡지 <드라마틱>에서 미국 드라마를 담당한 기자였고 지금은 다양한 매체에서 칼럼니스트로 활약 중입니다. 미드 사용 설명서 <미드의 성분>(페이퍼하우스 펴냄)을 펴내기도 했습니다. 최 씨가 안내할 배트맨의 세계는 6월 15일부터 7월 13일까지, 5주에 걸쳐 매주 금요일 '프레시안 books' 업데이트와 함께 만나볼 수 있습니다. 첫 글은 '배트맨의 기원과 현재'라는 주제로 이 캐릭터의 탄생과 변천사를 훑어봅니다. 이 주제는 다음주까지 2회로 이어집니다. 이번 '마니아 서재'에서도 독자 여러분과 함께 하는 퀴즈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이번 연재 마지막 순서에도 모든 연재를 읽어야 풀 수 있는 일곱 가지 퀴즈가 실립니다. 퀴즈의 정답을 모두 맞힌 분 가운데 추첨을 통해 세미콜론에서 펴낸 '다크 나이트' 배트맨 시리즈(전11권, 3명)와 <배트맨 : 이어 원>(30명)을 증정합니다. 응모 방법 등의 상세한 내용은 연재 마지막 글에 공지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합니다! |
2005년 <배트맨 비긴즈>로 시작한 크리스토퍼 놀런의 배트맨 3부작이 2008년 <다크 나이트>를 거쳐 2012년 <다크 나이트 라이즈>로 끝을 맺는다. 한국에서도 7월 19일 개봉 예정이다.
팀 버튼의 <배트맨>(1989년)과 <배트맨 리턴즈>(1992년) 이후 점점 그저 그런 액션 오락 영화로 전락했던 배트맨을 되살린 크리스토퍼 놀런 배트맨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기에 그 기대감은 세계적인 규모로 조성 중이다. 가깝게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멀게는 인터넷으로 그 기대감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 (왼쪽부터) <배트맨 비긴즈>(2005),. <다크 나이트>(2008),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 포스터. |
한국에서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7월 20일에 개봉하는 미국보다 하루 빨리 개봉하는 셈이라 개봉 당일 극장에는 아마 외국인 관객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어벤저스> 개봉 당시에도 좌석 한 열을 외국인들이 채웠는데, 자막을 보고 반응하는 한국 관객과는 다른 부분에서 웃는 등 반응을 시간차로 보이는 것이 꽤 흥미로웠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경우 전작들을 돌이켜볼 때 웃을 만한 구석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므로 시간차 웃음소리를 들을 일은 많지 않겠지만.
어찌 보면 세계적인 이벤트가 된 <다크 나이트 라이즈> 개봉을 앞두고 '프레시안 books'로부터 배트맨에 집중하는 글을 실어보는 것은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망설일 수밖에 없는 제안인 것이, 포털 사이트 검색창이나 서브컬처를 다루는 위키 등에 '배트맨'이라는 세 글자만 쳐보아도 배트맨에 대한 흥미진진한 글들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염치없게도 이렇게 배트맨에 대해서 뭔가를 쓰고 있는데, 그 글들에 담긴 정보를 '나'라는 기계에 한데 모아 넣고 재분류하고 다듬고 가공하여 내놓는 글도 어떤 가치를 갖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1970년대 후반에 태어나 미취학 아동 시절 아마도 불법으로 복제한 (1960년대 TV 시리즈 <배트맨>의) 자동차 '배트모빌'을 가지고 놀면서 배트맨을 처음 접했던 입장에서, 흑백텔레비전으로 슈퍼맨과 함께 배트맨이 나오는 애니메이션 <슈퍼 특공대>(Superfriends)와 AFKN에서 방영하던 1960년대 TV 시리즈 <배트맨>를 봤던 입장에서 배트맨이라는 캐릭터를 직접 정리해보고 싶다는 욕심에 굴복하고 말았다.
그래서 배트맨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을 철저하게 배제하지는 못할 것 같다. 배트맨이 어린 남자아이들에게 남겨준 강렬한 인상은 나 같은 보통 독자뿐 아니라 배트맨의 스토리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창작자들도 작품 후기에서 빠짐없이 토로하는 바이니 이 점 미리 양해를 부탁드리고 싶다.
▲ 1960년대 TV 시리즈. |
▲ 1960년대 TV시리즈에 등장하는 '배트모빌' |
걱정이 된 부분이 하나 더 있다. 3월 초 진행된 '마니아 서재' 코너의 '슈퍼 히어로 코믹스 ① 슈퍼맨 대 배트맨'(☞바로 가기)이라는 제목으로 이미 배트맨에 대해서 어느 정도 정리한 바 있다. 당시의 글은 슈퍼맨과 배트맨의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을 부각한 글로 슈퍼맨과 배트맨이 함께 등장하는 작품들도 많이 언급했다.
이번에는 보다 더 배트맨에 집중하여 배트맨이라는 캐릭터의 기원과 역사로 시작해 국내 번역 출간된 그래픽 노블과 영화 애니메이션을 통해 배트맨의 모든 것을 속속들이 다뤄볼 예정이다. 이미 배트맨에 정통한 이들이 보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겠지만 아직 배트맨이 낯선 이들에게 나침반과 같은 정보들을 제공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할 것이다.
덧붙이자면 '슈퍼 히어로 코믹스 ① 슈퍼맨 대 배트맨'의 또 다른 제목인 "슈퍼맨이 배트맨을 절대 이기지 못하는 이유"는 본문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슈퍼맨이 배트맨을 항상 절대 이기지 못한다기보다는 몇몇 작품에 국한된 결과이다. 작가가 어떤 캐릭터에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 두 히어로 간의 관계나 승패는 수시로 바뀐다.
다만 초능력을 가진 슈퍼맨이 초능력 없는 보통 인간인 배트맨에게 종종 패배하는 경우가 있어 그 점을 부각하다 보니 약간은 도발적인 제목이 붙게 되었다. 슈퍼맨에게는 슈퍼맨의 강점과 약점이, 배트맨에게는 배트맨의 강점과 약점이 있다. 이 둘은 영원한 라이벌이며 기획과 작가와 작품에 따라 심지어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이나 한 작품 안에서도 둘의 경쟁과 싸움은 장군 멍군을 거듭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두 영웅은 악당들에게 맞서 협동한다. 저스티스 리그라는 이름 아래.
배트맨의 기원 : 만화 밖에서
브루스 웨인은 어떻게 해서 배트맨이 되었는가. 일단 영화 <배트맨>(1989년), <배트맨 비긴즈>(2005년)를 보면 그 내막을 알 수 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브루스 웨인은 어려서 (악당들에게) 부모님을 잃고요. 세계를 돌아다니며 무술을 익혔더래요." 다시 고담 시로 돌아와 배트맨이 되는 과정은 <배트맨 비긴즈>가 이견의 여지없이 확실히 재정리를 해두었다.
그렇다면, 배트맨이라는 캐릭터 자체는 어떻게 탄생 즉 창작되었을까? '슈퍼 히어로 코믹스① 슈퍼맨 대 배트맨'에서 라이벌로 다룬 슈퍼맨의 등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1938년 6월, <액션 코믹스> 1호에서 첫 선을 보인 슈퍼맨은 창간호만 20만 부를 인쇄하고 <액션 코믹스> 7호부터 매달 50만부로, 곧 90만 부로 판매 부수가 늘어난 뒤 1939년에는 <슈퍼맨>이라는 독립된 이름으로 출간되어 130부씩 꾸준히 팔려나갔다.
<액션 코믹스>를 출간한 출판사 디텍티브 코믹스(Detective Comics, 'DC 코믹스'의 전신)의 편집장 빈 설리번은 슈퍼맨의 엄청난 성공에 자극 받아 더 많은 히어로들을 기획하려 했다. 이 기획에 부응한 이가 바로 당시 스물세 살이었던 만화가 밥 케인(1915~1998년)이다.
밥 케인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비행기(ornithopter, 오니솝터라고 날개를 펄럭이며 나는 비행기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와 당시 유명한 배우 더글러스 페어뱅크스가 주연했던 영화 <마스크 오브 조로(The Mark of Zorro)>(1920년)의 가면 쓴 영웅 조로를 결합한 배트맨을 고안해 내었다.
1926년에 나온 무성 영화 <박쥐(The Bat)> 역시 배트맨의 아이디어에 큰 기여를 했다. 이 영화에는 박쥐 가면을 쓴 살인자가 등장하여 배트맨처럼 갈고리와 밧줄을 사용해 건물 위로 올라가고 배트 시그널(경찰이 배트맨을 부를 때 사용하는 박쥐 모양의 불빛) 역시 등장한다. 이 신호를 살해할 대상들에게 공포를 심어주기 위해 사용한다는 점이 배트맨과 다르다.
▲ 롤랜드 웨스트의 <박쥐> |
밥 케인의 요청에 따라 배트맨의 스토리 작가로 합류한 빌 핑거(1914~1974년)는 밥 케인의 아이디어를 더 정교하게 가다듬어 현재 우리가 접하는 배트맨의 이미지를 만들어내었다. 검은색과 회색 계통의 어두운 복장에 박쥐의 귀처럼 양쪽이 뾰족 솟은 가면과 박쥐의 날개를 연상시키는 펄럭이는 망토는 빌 핑거의 아이디어가 반영된 부분이다.
밥 케인과 빌 핑거에 의해 탄생한 배트맨은 1939년 5월 <디텍티브 코믹스(Detective Comics)> 27호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다. 2010년의 경매에서 100만 달러 이상으로 팔린 <디텍티브 코믹스> 27호에 배트맨이 등장하는 에피소드는 여섯 쪽 분량의 "화학 기업 사건(The Case of the Chemical Syndicate)"으로 그 내용은 분량에 걸맞게 간소하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시리즈에서 게리 올드먼이 연기하고 있는 제임스 고든 서장의 집에 친구 브루스 웨인이 방문한다. 요즘 뭐 재미있는 일 없냐는 브루스 웨인의 질문에 고든은 "배트맨이라고 불리는 자가 자신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고 대답한다. 그 때 전화벨이 울리고 고든은 화학 회사의 경영자가 칼에 찔려 살해당했다는 보고를 받는다.
칼에는 경영자의 아들 지문이 묻어있지만 아들은 범행을 강력히 부인한다. 그 때 경영자의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경영자 대신 전화를 받은 고든에게 그는 며칠 전 화학 회사 경영자가 살해 협박을 받았는데 최근에 자신 역시 똑같은 협박을 받았다며 자신이 다음 차례가 될까 두렵다고 토로한다. 고든의 제안에 따라 함께 사건 현장에 있던 브루스 웨인은 전화통화를 듣고는 고든에게 할 일이 있다며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 보겠다고 말한다. 그 와중에 경영자의 집에 전화를 걸었던 이는 결국 자택에서 괴한의 총에 맞아 살해된다.
지붕에서 대기하던 배트맨은 괴한들을 때려눕히고 단서를 얻어 배후의 진범을 추적한다. 그리고 화학 공장에서 진범으로부터 다음 희생자를 구해낸다. 진범은 품속에서 권총을 꺼내들고 쏘다가 배트맨의 주먹을 맞고 산성 용액이 가득 찬 통 속에 빠지게 된다. 배트맨은 그 광경을 바라보며 담담히 말한다.
"저런 부류에게 딱 맞는 최후로군(A FITTING ENDING FOR HIS KIND)."
산성 용액 탱크에 악당이 빠지는 상황은 후에 영화 <배트맨>(1989년)에서 반복된다.
▲ <디텍티브 코믹스> 27호에 등장하는 배트맨. |
이렇게 악당의 목숨을 빼앗고도 아무 거리낌이 없는 배트맨의 모습은 박쥐 귀가 바로 귀 옆에 붙어 있는 가면 만큼이나 낯설다. 최근의 배트맨의 경우 아무리 악당이라도 함부로 죽이지 않는 불살의 영웅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초창기의 배트맨은 이처럼 악당의 목숨을 빼앗는데 아무 거리낌이 없었다. 여섯 쪽 정도의 분량이다 보니 액션도 주먹으로 때려눕히는 것 외에는 없다. 하지만 이 첫 등장부터 지금까지 계속 유지되고 있는 특징이라면 배트맨이 단서를 수집하여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Detective)이라는 점이다.
배트맨이 첫 등장한 <디텍티브 코믹스> 27호는 온라인 문서 공유 사이트 '스트리브드(www.scribd.com)'에서 볼 수 있다. (☞)
배트맨의 기원 : 만화 안에서
▲ <디텍티브 코믹스> 33호. |
수년에 걸쳐 뛰어난 과학적 지식과 체력을 연마한 브루스 웨인은 어느 날 벽난로 앞 안락의자에 앉아 어떻게 하면 범죄자들을 겁먹게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그 때 열려있던 창문으로 해답이 날아 들어온다. 바로 거대한 박쥐.
"박쥐! 저거야! 이건 계시(omen)다…. 나는 박쥐가 되어야 해!"
이렇게 해서 배트맨이 탄생하게 된다.
▲ <배트맨 이어 원>(프랭크 밀러·데이비드 마추켈리 지음, 리치먼드 루이스 그림, 곽경신 옮김, 세미콜론 펴냄). ⓒ세미콜론 |
괴한의 이름도 <디텍티브 코믹스> 33호에서는 언급되지 않지만 1948년에 출간된 <배트맨> 47호에서 조 칠(본명 조셉 칠튼)이라는 이름을 얻는다. 하지만 팀 버튼의 영화 <배트맨>에서 브루스 웨인의 부모를 살해하는 괴한은 후에 조커가 되는 잭 네이피어(잭 니콜슨)이다. <배트맨 비긴즈>(2005년)에서도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이 되는 과정은 <디텍티브 코믹스> 33호를 기초로 변주된다.
결국 배트맨의 탄생과 활약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은 복수심이다. 그 복수심은 범죄자 개인에 대한 증오로 흐르지 않고 범죄 자체를 막는 것에 집중하는 높은 경지로 승화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조커를 비롯해 사람 목숨을 가볍게 여기는 잔인무도한 악당들이 심지어 자신과 가까운 사이의 사람들을 살해하거나 크게 다치게 하더라도 배트맨은 그 악당을 죽이지 않고 기어이 생포하여 아캄 정신병원에 집어넣는다. 아무리 초인적인 능력이 없는 배트맨이라고는 하지만 이런 초인적인 인내심만 보자면 배트맨을 슈퍼 히어로라고 부를 만 하다는 생각이 종종 들기도 한다.
배트맨은 왜 죽이지 않는가?
하지만 부모님을 잃은 사건으로 촉발된 분노와 증오는 여전히 배트맨의 가슴 깊숙이 남아있다. 마치 언제든 폭발할 것만 같은 시한폭탄처럼. 그 복수심을 수시로 억누르는 배트맨의 모습을 우리는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에서 수시로 감지할 수 있다. 때로는 결국 억제하는 데 실패하여 광기로 치닫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
이렇게 언제든 터질 수 있는 복수심과 범죄자들에 대한 증오를 억누르는 배트맨의 아슬아슬한 내적 갈등은 이제는 배트맨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매력으로 거론된다. 영미 쪽 독자들도 왜 배트맨은 악당을 죽이지 않는가에 대한 의문이 수시로 제기되는 것을 인터넷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답변은 대개 이렇다. 아무리 악당이라도 일단 생명을 빼앗으면 자신 역시 그 악당과 다를 바 없어진다는 투철한 윤리 의식과 명예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배트맨의 이 어둡고 복잡한 매력이 처음부터 설정되지 않았음을 <디텍티브 코믹스> 27호를 비롯한 초창기 배트맨에서 잘 알 수 있다. 초창기 배트맨은 악당을 살해하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심지어 사람의 목숨을 아주 빠르고 간편하게 빼앗을 수 있는 총도 사용한다. 생명을 빼앗는 무기라는 공적 이유와 부모님의 목숨을 빼앗아간 물건이라는 사적 이유로 배트맨이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고 알려진 총기를 말이다.
그렇다면, 배트맨은 언제부터 불살생을 철칙으로 삼게 되었을까? 혹시 1940년대 후반과 1950년대 걸쳐 가혹하게 진행되었던 미국 내 만화 규제 때문이었을까? 인터넷에서 왜 배트맨은 악당을 절대 죽이지 않는지 검색하면 1948년과 1954년의 가혹했던 만화 규제에 대한 이야기가 종종 언급된다.
▲ "우리는 어떤 무기로도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 |
만화 규제와 배트맨
그렇다면, 일찍부터 총기 사용과 살생을 금해온 배트맨은 이후 진행된 규제로부터 자유로웠을까? 결코 그렇지 못했다.
우선 미국 만화계가 어떤 규제를 겪었는지를 간략히 살펴보자. 제2차 세계 대전 직후부터 미국에서도 만화의 유해론이 제기되었다. 1947년 경찰공제조합을 비롯해 사회에서 만화가 범죄를 멋진 것으로 묘사한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이듬해 만화를 출간하는 출판사들은 '만화 잡지 출판 협회(Association of Comics Magazine Publishers)'를 결성하고 만화에 대한 자율 규제에 들어갔다. 범죄를 긍정하거나 동정하는 묘사뿐 아니라 폭력과 선정적인 장면을 자체 규제했다. 하지만 만화는 시장성과 창작자들의 열정에 따라 더욱 급진적인 매체가 되어갔다. 당연히 보수주의자들의 만화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 역시 커져갔다.
▲ CCA 승인 마크. |
배트맨 역시 이런 규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는데 일단 악당들이 사용하는 폭력의 수준이 문제가 되었다. 미친 살인마 조커조차 살인을 하지 않고 범죄 역시 우스꽝스러운 광대 짓만 일삼는 캐릭터가 되었다. 가령 수돗물에 태연히 독을 풀어 고담시를 위협하던 조커가 수돗물을 젤리로 만든다거나 좋은 성적을 받은 아이의 성적표를 훔쳐 아이를 울린다거나…. 하지만 배트맨이 이 혹독한 시절을 이 정도로만 겪은 것은 아니다. 프레드릭 웨덤이 책 <순수의 유혹>에서 배트맨을 콕 집어 공격했기 때문이다. 프레드릭 웨덤이 배트맨에 가한 공세가 이후 배트맨 시리즈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해서는 이어지는 글에서 자세히 말하고자 한다.
▲ "조커가 성적표를 훔쳐갔어요!" |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