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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면 수입 10% 늘고 비만이면 14% 줄어"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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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면 수입 10% 늘고 비만이면 14% 줄어" …그래서? [프레시안 books] 캐서린 하킴의 <매력 자본>
먼저 분명히 해둘 게 있다. 실용서가 아니다. 번역서의 부제가 '매력을 무기로 성공을 이룬 사람들'이지만 그렇다. 그러니 행여 이 책에서 '성공'의 비결 또는 노하우를 찾으려 한다면 분명히 실망할 터다. '매력'을 키우기 위한 방법이나 이를 활용하는 지침은 거의라 할 정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이는 지은이가 영국 런던 정치경제대학 사회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 런던 정책 연구원의 연구위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사회학자란 점에서 우선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이 책은 옥스퍼드 대학교의 저널 <유럽 사회 연구>에 발표했던 논문 '매력 자본(Erotic Capital)'을 확장, 발전한 것이다. 학문적 연구의 성과물이란 이야기다. 학문적 접근이 실용성과 거리가 멀라는 법은 없지만, 430쪽에 이르는 번역서 중 주(註)와 참고문헌, 찾아보기가 차지하는 부분이 100쪽을 넘을 정도로 꽤나 진지한 책이다.

매력 자본의 정의(제1장 매력 자본이란 무엇인가)에서 시작해 남녀관계에 미치는 영향(제2장 욕망의 정치학, 제3장 억압받는 매력 자본), 결혼·취업·승진 등에서의 영향(제5장 결혼 시장에 등장한 매력 자본, 제7장 직장 생활을 좌우하는 매력 자본)을 다룬 내용에서 가장 궁금한 것은 '매력 자본'의 정의.

▲ <매력 자본>(캐서린 하킴 지음, 이현주 옮김, 민음사 펴냄). ⓒ민음사
지은이는 아름다운 외모, 성적 매력, 인간관계를 매끄럽게 하는 친화력(책에서는 '사회적 요소'라 표현했다), 건강함과 유머 등을 아우르는 '활력', 그리고 옷 스타일이나 화장법 등을 포함하는 사회적 표현력, 섹슈얼리티 6가지를 매력 자본의 요소로 꼽았다. 그러면서 이 6가지가 합쳐진 매력 자본을 경제 자본, 문화 자본, 사회 자본에 이은 제4의 개인 자산이라 규정한다. 참고로 이야기하자면 세 자본은 프랑스 사회학자 부르디외의 개념을 빌려온 것으로 문화 자본이란 학력, 훈련기술, 근무 경험 등을 가리키는 인적 자본을, 사회 자본은 무엇을 아는지가 아니라 누구를 아는지가 사회관계에서 힘을 발휘함을 뜻한다.

어쨌거나 하킴은 이를 토대로 "매력 자본은 회의실에서 침실에 이르기까지 인생의 모든 부문에서 지능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양하고도 흥미로운 통계를 동원해 보여준다.

키가 크면 소득이 10~20퍼센트 늘어난다, 매력적인 남성은 평균보다 14~28퍼센트, 매력적인 여성은 12~20퍼센트 더 많이 번다, 비만일 경우 보통 체중인 사람보다 14퍼센트 수입이 적다. 전체 노동인구의 소득에서 10~20퍼센트는 외모 프리미엄 때문이다. 이런 건데 일단 화제가 될 만은 하다.

영국과 미국, 아르헨티나에서 시행된 한 연구에 따르면 '외모 프리미엄'으로 15퍼센트까지 소득이 상승할 수 있다는 구절도 나오고, 기업의 관리자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43퍼센트가 옷차림 때문에 직원을 승진이나 연봉 인상 대상자에서 제외한 적이 있다고 답했음도 알려준다. 매력적인 사람들의 취직률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10퍼센트 정도 높다는 '사실'도 실렸다.

그런데 딱 여기까지다. 책의 흥미로운 부분은. 매력적인 사림일수록 취업, 결혼 등에서 유리하다는 것은 상식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 보면 오히려 여러 가지 의문이 생긴다.

우선 지은이가 인용한 조사와 통계의 문제다. 통계와 조사는 표본의 설정에서 설문 내용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상식이다. 그러니 읽는 이의 신뢰를 얻으려면 조사 주체와, 표본 설정 방법, 설문 내용 등을 밝혀줘야 한다. 학문적 연구에서는 그것이 더욱 엄밀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책에 인용된 각종 조사가 인용되는데 조사 주체나 표본 선정 방법 등 구체적 사항에 관해 본문에선 언급이 없다. 일반 기업 관리자 3000명을 조사했다지만 표본의 숫자가 조사의 신뢰도를 보증하는 것은 아니란 통계학의 기본에 속한다. 조사 대상을 정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수치가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하킴은 인과관계와 상관관계의 구분을 명확히 하지 않았다. 예를 들면 지은이는 40대 나이에 미국 최초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된 버락 오바마나 카리스마 넘치는 닉 클레그 영국 자유민주당 당수가 2010년 총선 당시 TV 토론에 출연한 뒤 지지율이 70퍼센트 급등한 것을 매력 자본이 위력을 발휘한 사례로 들었다. 그런데 과연 개인적 매력만이 이들의 정치적 성공에 기여했을까. 제시한 정책이나 당 지지율 등은 전혀 무관했을까, 관련이 있다면 어느 정도나 기여했을까.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하버드 졸업생의 소득이 매력 여부에 의해 갈렸다는 사례도 마찬가지다. 과연 집안 배경이나 성적과는 연관이 없었을까. 도대체 그들의 매력은 어떻게 측정했을까. 여기서 "사회과학에서 통용되는 척도를 만들어낸다면 노벨상을 받을 것"이란 이야기가 떠오른다. 40년이나 묵었으니 쑥스럽긴 하지만 대학 신입생 때 강의 시간에 들은 것이다. 매력의 유무와 그 크기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지은이는 이를 의식한 듯 매력은 시대와 문화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지만 매력이란 심지어는 받아들이는 개인에 따라도 달라지는 것 아닐까. '매력 자본'이란 역어(譯語) 자체는 정말 잘 된 것으로 읽히지만, '매력(魅力)'이란 말은 도깨비가 홀리는 힘이란 뜻으로 그 누구도 알 수 없다는 뜻이니 말이다.

매력 자본이라 하면서도 키와 외모 등에 치우친 사례에 집중했다는 인상을 주는 이 책에서 화제가 될 부분은 페미니즘에 각을 세우는 듯한 지은이의 시각이다. 예를 들면 가부장제일수록 여성의 매력 자본을 드러내는 것을 저지하는데, 이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무기는 성매매 종사 여성을 낙인찍는 것이라며 성매매의 자유화를 허용하는 듯한 지적이 그렇다. 이와 함께 미인대회를 반대하고 "뚱뚱해질 권리가 있다"는 식의 페미니즘은 그런 남성들의 '음모'에 동조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설명 역시 논란의 가능성이 크다.

독일의 문호 괴테는 "하늘이 푸른 것을 알기 위해 온 세상을 돌아다닐 이유는 없다"고 했다. 매력적일수록 사회생활의 프리미엄이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것이 몇 퍼센트의 소득 차로 나타나는지 등을 굳이 알아야 할까. 그것도 신뢰도가 의문스러운 조사를 통해서 말이다. 이 책의 모태가 된 하킴의 논문을 두고 영국의 저명한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는 "재기가 넘치고 상당히 독창적이며 흥미롭다"고 평했다는데 어떤 맥락에서, 어느 대목을 두고 그랬는지 궁금하다.

매력 자본이란 개념으로 '상식'을 담아낸 점이 눈길을 끌긴 하지만, 그리고 그것을 '학문'이라 하면 할 말은 없지만 "(매력이 힘을 발휘하는)이유를 설명해 주거나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게 아니라 현상을 보여주는 데 그친" 이 책을 덮으며 드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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