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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겼다! 내 속에 품고 싶다! 그 이름은 기생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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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겼다! 내 속에 품고 싶다! 그 이름은 기생충! [프레시안 books] 서민의 <기생충 열전>
'기생충에게 관심과 사랑을'이라고 외치며 사람들에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항상 해왔던 이야기가 있다.

'기생충 붐이 돌아왔으면 좋겠다.'

많은 기생충학자들의 노력으로 지금은 거의 사라진 기생충들이 다시 폭발적으로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시금 옛날처럼 기생충에 관심 가지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1960~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기생충 연구는 공중 보건과 기초 의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고소득 국가들에서 기생충이 점차 사라져가며 지금은 오히려 '소외열대질환'이라는 이름까지 가지게 되었다. 이 문제가 적절한 보건 환경도 갖추어져있지 않고 감염의 위험에 대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취약계층에 점차 집중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또 그만큼 세상 사람들의 관심에서 소외되어 있다는 의미다.

▲ <기생충 열전>(서민 지음, 을유문화사 펴냄). ⓒ을유문화사
하지만 기생충은 그보다 훨씬 더 많은 가능성과 잠재성을 가진 생물들이다. <기생충 열전>(서민 지음, 을유문화사 펴냄)에도 등장하다시피, 기생충은 인류의 역사를 설명해주기도 하고, 예술적 상상력의 원천이 되기도 하며, 최근에는 심지어 질병을 치료하는 치료제로 쓰이기도 한다. 나는 기생충이라는 이 흥미진진한 세계를 더 많은 사람들이 공유했으면 했다. 그런 희망으로 기생충 관련 책(<기생충, 우리들의 오래된 동반자>(후마니타스 펴냄, 2010))을 냈지만 바라던 기생충 붐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런데 그 꿈이 최근 이루어져 가고 있는 것 같다. 서민 교수의 활발한 활동으로 기생충에 대한 관심이 늘어가고 있고, 기생충 관련 다큐멘터리도 방영되었으며, 기생충이 포털 사이트에서 실시간 검색어로 등극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서민 교수의 책이 있다.

<기생충 열전>에는 오랫동안 기생충학에 몸담아온 학자의 열정과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들어가 있다. 불과 몇 년 되지 않는 경험을 바탕으로 쓴 내 책과는 차원이 다른, 깊이가 있는 저작이다. 기생충을 책으로만 배운 사람과 오랜 실전 경험을 통해 익혀온 분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서민 교수는 특히, 한국에서 출토된 미라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기생충들을 연구하는 데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 경험을 토대로, 과거에는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없듯 신분고하와 관계없이 모두가 기생충에 감염되었기에 기생충이 '평등의 상징'이었다고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최근 영국에서 리처드 3세의 유골이 발견되었는데, 유골이 발견된 흙에서 회충알이 발견되어 왕조차 기생충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는 기사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책의 곳곳에는 한국 기생충학자들의 치열한 노력과 열정이 고스란히 녹아 들어가 있다. 한국의 기생충학자들은 기초의학의 불모지에서도 혁혁한 공을 세워왔다. 한국의 기생충 관리 사업은 세계적으로 성공적인 사례로 손꼽힐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학자들의 노력이 체계적으로 기록된 적은 없는데, 이 책에서는 그런 숨은 뒷이야기들이 많이 들어가 있다.

▲ 2006년 발견된 조선시대 여성의 미라에서 참굴큰입흡충의 알도 나왔다. ⓒ을유문화사 제공

서민 교수 본인이 눈에 기생하는 동양안충이라는 기생충을 직접 눈에 넣은 이야기나 다른 학자들이 견본으로 쓸 성충을 얻기 위해 자신의 몸 안에 기생충을 키웠던 이야기를 보면 가슴 한 켠이 뭉클해진다. 기생충 하나쯤 몸에 키워보는 것은 모든 기생충학자들의 로망 아니던가. 책의 내용을 살짝 발췌해 보자.

"장디스토마의 세계적 대가이신 서울의대 채종일 교수는 이 기생충에 걸리면 어떤 증상이 생길지, 또 몇 마리쯤 감염돼야 증상이 나타날지 궁금했다. 기생충학의 오랜 전통답게 채 교수는 스스로 실험 대상이 되기로 하셨고, 연구원으로 일하던 김재입 선생에게 도움을 청했다. (…)

- 일곱 마리를 먹은 채 교수의 증언: 5일째부터 궤양 비슷한 통증이 있었다. 7일째가 되니 온몸의 쇠약감이 느껴졌다. 이 증상은 기생충 약을 먹었던 28일째까지 간헐적으로 계속됐다. 설사는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 스물일곱 마리를 먹은 김 선생의 증언: 7일째부터 배가 살살 아파오기 시작했다. 그러다 갑자기 궤양 비슷한 심한 통증이 찾아왔고, 온몸의 쇠약감이 느껴졌다. 이 증상은 기생충 약을 먹었던 28일째까지 쉬지 않고 계속됐다. 너무 아파서 잠도 못 잘 지경이었다. 19일째부터는 설사가 나오기 시작했으며, 하루도 설사를 안 한 날이 없다."


정말 가슴 두근거리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자칭 기생충 애호가로서 기생충 한마리쯤 몸에 품어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은 단순히 기생충의 학술적인 면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찾을 수 없는 다양한 기생충들을 하나하나 조명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삶과 보다 긴밀히 접촉한다. 대변을 통해 나온 기생충 조각 -촌충- 을 병원에 들고 온 남성의 이야기, 선모충 감염 증세가 있는 사람의 부인에게서 문의 메일을 받은 이야기, 미나리즙을 먹고 간질에 걸린 여성들의 이야기 등, 실제 현장에서 기생충에 감염된 사람들과 만나고 이를 진단하는 과정을 풀어내는 서술은 추리소설을 읽는 듯 흥미진진하다. 과거 '대통령과 기생충'이라는 기생충 추리소설을 내셨던 저력이 나오는 듯하다.

또 한국 내 기생충 주요 감염 경로나 주의사항 등을 상세히 적어 놓았는데, 주로 외국의 정보에 의존하고 있는 일반 의학 정보 포탈에서는 찾을 수 없는 내용이라 더욱 가치가 있다. 서문에 있는 말 그대로 국민 보건의 향상에 일조할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마지막으로 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묘미는 바로 곳곳에 들어있는 기생충 사진들이다. 내가 책을 낼 때는 기생충 사진이 너무 혐오스러울 수 있다는 이유로 각 장의 끝에 사진들을 '격리 조치'시켜 사진만 따로 볼 수 있게 해두었다. 하지만 <기생충 열전>에는 진짜 기생충학자다운 자신감으로 구석구석 현장감 넘치는 사진들을 '적나라하게' 배치했다.

기생충은 그 생김새만으로도 매력이 넘친다. 충격적인 이미지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지만 그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적절한 삽화의 사용은, 독자들이 느낄 수 있는 기생충의 매력을 배가시키기에 충분하지 않나 생각한다.

책의 감상은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겠다. 진짜배기가 나왔다. 책을 읽으며 내 공부가 얼마나 부족했는지, 그리고 한국의 기생충에 대해서 얼마나 모르는 것이 많았는지 새삼 깨달았다. 다시금 기생충에 대한 사랑과 열정에 불을 지펴주신 서민 교수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앞으로도 그의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기생충에 대한 관심과 저변이 점점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이 책을 계기로 '기생충 붐'이 꼭 돌아왔으면 좋겠다. 기생충에게 관심과 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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