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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삼성 노조 가입자들은 조회·직원 모임 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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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단독] "삼성 노조 가입자들은 조회·직원 모임 배제" 삼성전자서비스지회 "탈퇴 압박 사례도"…노조 탈퇴자 다수 발생
위장 도급 의혹이 제기된 삼성전자서비스에서 노조 탈퇴 회유, 노조원 차별 대우 및 노조원의 비노조원 접촉 차단 등의 부당노동행위가 잇따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회유와 차별 대우를 이기지 못하고 노조를 실제로 탈퇴하는 사람도 발생해 노조는 적극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19일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에 따르면, 경기 ㄱ 센터(협력회사)에서 노조에 이미 가입했거나 가입 절차를 밟고 있던 17명 가운데 현재까지 11명이 조합을 탈퇴하거나 가입을 포기했다. ㄱ 센터에서 일하는 A 씨는 "(협력업체) 팀장이 개별 면담이나 저녁 식사 자리 등을 통해 조합 탈퇴를 계속 권유했다"고 전했다.

같은 일은 전남 ㄴ센터에서도 벌어졌다. 노조가 이날 <프레시안>에 제공한 녹취록에 따르면, ㄴ센터 사장은 이 센터에서 일하는 직원(노조원)과 한 통화에서 "절이 싫으면 중이 절을 떠나야지"라며 노조에 가입한 사람들이 누구인지, 그리고 몇 명인지 등을 연거푸 캐물었다. ㄴ 센터에서도 노조 탈퇴자가 소수 발생했다고 신장섭 지회 사무국장은 밝혔다.

▲ 19일 노조로 도착한 탈퇴 서류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제공

"노조 가입자들은 아침 조회 및 직원 모임에서 배제"


일부 노조 가입자들은 '조회'와 '셀'(cell)이라고 부르는 직원 모임에서도 배제돼 비노조원 접촉이 사실상 차단됐다고 주장했다. 이는 노조 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업무상 차별을 당하는 것으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ㄱ 센터 A 씨는 "이전까지는 항상 아침 8시에 출근해 센터에서 직원들이 한데 모여 '조회' 시간을 가졌었다"며 "그러다 (노동조합이 출범한 직후인) 이번 주부터 조회에 참석하지 말라고 했다. 동시에 외근 수리 기사들의 소모임 격인 '셀'에서도 빠지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협력업체인 경기 지역 ㄷ 센터 B 씨는 역시 같은 사정을 전했다. B 씨는 "ㄷ 센터에서 일하는 사람 중 노조에 가입한 사람이 극소수라 사정이 힘들다"며 "노조에 가입한 사람만 조회와 셀에서 배제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상황을 보면서 누가 마음 편히 노조에 가입할 수 있겠느냐"는 말도 덧붙였다.

한편, ㄱ 센터 측은 노조원들을 조회와 셀에서 배제한 이유를 묻자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짧게 답했다.



노조원들에겐 서비스 수임 제한…"당장 다음 달 생활이 막막하다"

'근로기준법 준수'를 요구하는 노조원을 상대로, '40시간 근로 서약서'에 사인을 강요한 협력회사들도 포착됐다. 서약서 사인을 요구하며 한 협력사 팀장은 '근로기준법대로 40시간 일하라는 거다'라는 형식을 취했지만, 이는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수리 기사들의 급여가 근로 시간이 아닌 수리 건수에 따라 수수료 형태로 책정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수리 기사들은 다소 초과 근무를 해서라도 어느 정도의 급여 수준을 유지하고자 한다. 애초에 책정된 건당 수수료가 매우 적은 금액이기 때문에, 초과 노동을 해야만 월 150만~200만 원 벌이가 간신히 가능하다는 설명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 40시간으로 노동 시간을 제한하면 이론상 이들이 하루에 할 수 있는 수리 건수는 최대 7개다. 현재는 수리 요청이 많은 성수기라, 때로는 하루 15개 이상의 수리를 나가는 노동자들도 있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근로기준법 준수'를 요구한 노동자들은 그렇지 않은 노동자들 급여의 '절반' 정도를 받게 되는 셈이다.

"40시간 근로 제한을 받았다"는 A 씨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건, 40시간을 초과한 노동에 대해 그만큼의 대가(수당)를 지불하라는 거지, 딱 40시간만 일하겠다는 게 아니지 않느냐"며 "이런 내용으로 항의하자 팀장은 (협력 회사가) 초과 수당을 줄 돈이 없으니, '삼성의 지시를 기다려야 한다' 했다"고 말했다.

A 씨는 "추가 노동을 하지 못하면 가족이 있는 사람들은 당장 다음 달부터 생활이 막막해지는 것"이라며 "가족 때문에 노조에서 탈퇴해야 한다는데, 막을 수가 없었다"고 답답해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것만 해도, ㄱ 센터 외에 서울 ㄹ센터, 인천 ㅁ센터, 경기 ㄷ센터에서 '40시간 제한' 상황이 발생했다. ㄹ 센터 노조원 C 씨가 제공한 녹취에 따르면, C 씨가 '이거(서약서) 왜 작성하라고 하냐. 40시간 이상으로 근무를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초과 근무에 따른 수당을 달라는 것 아니냐'고 항의하자, 센터 팀장은 '너희 노동조합 한다며. (40시간 이상으로는) 근무 안 한다며'라고 대응했다.

"일방적 '휴식' 강요"

심지어 ㄱ 센터는 노조원 근무표에 이전에는 없던 '휴식 시간'을 한 시간에 한 번씩 일방적으로 설정해, "수리 수임을 막아 돈 버는 것을 아예 막으려고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A 씨는 "수리 요청이 들어오면 기본 한 시간이 할당되는데, 60분마다 10분씩 쉬도록 휴식 시간을 강제했다"며 "고객이 몇 시에 수리를 와달라고 할지 어떻게 아느냐. 내 시간표를 고객이 들여다보고 수리 시간을 고르는 게 아닌 이상에야, 이런 방식의 휴식 강요는 일을 못 하도록 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신장섭 노조 사무국장은 "이런 방식의 일방적인 휴식 강요는 이전에는 없던 일"이라며 "운좋게 쉬는 시간과 쉬는 시간 사이에 딱 맞춰서 들어오는 수리 요청만 받으라는 건데, 이건 사실상 노조에 가입하면 일하지 말고 돈 받지 말란 얘기"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휴식 강요, 근로 시간 제한, 노조 탈퇴 회유 등 최근 발생한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적극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ㄱ 센터 측은 "(휴식 시간 설정과 근로 시간 제한은) 직원들과 합의한 사안"이라고 짧게 답했다. 노조 탈퇴 회유가 있었냐는 질문에는 "할 말이 없다"며 전화를 끊은 후 더는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 왼쪽이 노조 조합원의 근무표. 오른쪽은 비조합원의 근무표. 숫자 9가 찍힌 검은색 네모는 '콜'(수리)을 받을 수 없는 시간이다. 숫자 1이 쓰인 파란색 네모는 수리가 예약 완료된 것을 의미한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제공

민주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류하경 변호사는 "근로기준법을 지키겠다며 '40시간 노동' 제한을 강요하는 것은 '말장난'에 불과하다"며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임금은 소정의 근로 시간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 건당 수수료 형식으로 급여를 받는 것 자체가 근로기준법 위반이다"라고 설명했다.

류 변호사는 "급여 체계를 근로 시간에 따라 개편한 후, 그다음에 근로 시간 제한 논의를 하는 것이 노동자들의 생계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노조 탈퇴 회유와 조회 및 셀 참석 배제, 40시간 근로 제한 모두 노조원을 상대로만 일어난 만큼, 이는 노동법상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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