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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의 2배규모 폭죽...극심한 교통혼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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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의 2배규모 폭죽...극심한 교통혼잡 건국이래 최대 불꽃쇼…50분의 천국과 4시간의 지옥
하늘은 검정색 캔버스였고, 형형 색색의 불꽃은 총천연색 물감이었다. 하늘의 휘둥그런 보름달이 무색할 정도로 16일 부산 광안리의 밤은 화려했다.

2005 APEC 부산 정상회담을 기념하기 위해 벌어진 광안리 해상 불꽃쇼를 보기 위해 몰린 100만 부산시민과 관광객들은 불꽃쇼가 벌어진 1시간 남짓 동안 입을 다물지 못 했다. 각양 각색의 폭죽이 둔탁한 폭음과 함께 뻥뻥 터질 때는 연신 감탄사가 쏟아져 나왔다.

***8만1000발 불꽃쇼에 넋 잃은 100만 부산 시민들**

<사진1> 불꽃쇼와 인파

이날 불꽃쇼는 부산시와 정부, 한화가 15억 원을 들여 벌인 행사. 총 8만1000여 발의 폭죽이 쏘아 올려졌다. 지난 2002년 월드컵 기간 전체를 통털어 전국적으로 터뜨린 폭죽이 4만여 발임을 감안할 때 이날 불꽃쇼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 게다가 폭죽만 보면 지루할까봐 레이저 빔을 이용한 조명도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총 9막으로 이뤄진 이날 불꽃쇼는 단순히 폭죽만 터뜨리는 것이 아니라, 음악과 함께 각 막 별로 주제를 갖고 진행됐다. 쇼스타코비치의 왈츠곡이 나오면 폭죽은 춤이라도 추듯 화려하게 흩날렸고, 브람스의 행진곡 풍의 작품이 나올 때면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며 광안리 앞바다를 뒤덮을 듯 불꽃이 쏟아져 내렸다. 피날레를 장식하는 9막에는 25인치 짜리 폭죽이 500m 고도로 쏘아 올려져 직경 600m의 불꽃 분수를 만들어 냈다. 지금까지 국내 최대 폭죽은 12인치 짜리였다고 한다.

이날 불꽃쇼는 해상에서 폭죽을 쏘아 올리기 위해 바지선 10척이 동원됐으며, 특히 광안대교 하판의 1km 구간에서 30m 아래 바다를 향해 수천 발의 폭죽을 터뜨려 불꽃이 폭포를 이루는 일명 '나이아가라 폭죽'이 연출될 때 국가대표팀 축구 경기 시청을 포기한 100만 관객들은 쉴새 없이 '폰카'와 '디카'를 찍어대며 축구를 포기한 것에 대해 후회 없을 정도로 불꽃쇼를 만끽했다.

최근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수동카메라 매니아들도 묵직한 카메라 가방과 삼각대를 들고 나와 '건국 이래 최대의 불꽃쇼'라는 이번 행사를 카메라에 담느라 여념이 없었다.

***광안리 일대 오후부터 정체 시작. 지하철 만원, 무정차 통과 1시간**

<사진2> 나이아가라 폭죽

한편 이날 불꽃쇼 덕분에 광안리 일대는 2부제가 무색할 정도로 극심한 교통정체를 겪어야 했다. 광안리 일대로 자가용이 몰리면서 퇴근길 차량과 합쳐져 정체가 시작됐고, 불꽃쇼 관람을 위해 경찰이 광안리 해안도로와 광안대로를 차단하는 바람에 정체 구간은 급속도로 확산됐다.

광안리로 가는 길은 도로만 막힌 것이 아니었다. 많은 부산 시민들이 도로가 막힐 것을 예상하고 지하철로 몰렸지만, 부산 지하철 1호선과 2호선이 교차하는 서면역에서는 지하철이 만원을 이뤄 전동차가 거의 1시간 동안 정차하지 않고 통과했다. 전동차 안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을 정도로 가득차 동의대역에서는 고등학생 김모 군이 질식해 쓰러져 인근 병원으로 긴급 호송되기도 했다.

뒤늦게 지하철을 탄 수백 명의 시민들은 불꽃쇼가 끝날 시간이 되자 마지막 불꽃이라도 보기 위해 경성대.부경대역에서 내려 광안리 방향으로 일제히 뛰어가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동래에서 온 한 시민은 "사상 최대의 불꽃쇼라고 해서 기대를 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아름다울 줄은 몰랐다"며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남긴 것 같다"고 좋아했다.

***50분간의 천국같은 불꽃쇼, 4시간의 지옥같은 정체**

<사진3> 지하철

하지만 '50분간의 추억'은 곧 '4시간의 악몽'으로 바뀌고 말았다. 오후 9시30분경 불꽃쇼가 끝나자 100만 인파가 광안리 해수욕장 등에서 한꺼번에 몰려나왔고, 광안리 일대는 순식간에 주차장으로 변하고 말았다.

사람들은 인도와 차도, 파란불과 빨간불을 구분할 것 없이 길을 건너기 시작했고, 오토바이 행렬이 꽉 막힌 도로의 차량들 사이로 헤집고 다니기 시작했으며, '주차장' 구간을 빠져나가려는 차들이 무리하게 끼어들기를 하다 접촉사고가 일어나는 등 극심한 혼잡을 보였다.

이에 경찰들은 두손 두발 다 들었다는 듯이 길 한 가운데 서 있거나 길 가에 모여 난감한 표정만 짓고 있었고, 광안리 일대에 멈춰선 차량들은 밤 11시가 넘어서도 100m를 움직이기 힘들었다.

차들이 옴싹달싹 못하게 되자 버스 기사들은 "지하철을 이용하시라"며 승객들을 모두 하차시키기도 했고, 영업이 정지된 택시기사들은 "경찰이 이것도 예상 못 했느냐. 길을 막을 줄만 알았지, 차량 빠져나가는 동선도 짜 놓지 않았느냐"고 교통경찰들에게 화풀이 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한 할머니는 아이를 업고 차에서 내려 "찬바람을 쐬서 그런지 손주가 열이 많이 나는데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라고 경찰관에게 발을 동동 굴렀지만, 경찰관은 "앞뒤로 다 막혀 어쩔 수 없다"고 말하며 한 숨만 쉴 뿐이었다.

***광안리 일대 새벽 1시 넘어서 교통 소통…"부산시, 불꽃쇼 이후는 준비 안 했나"**

<사진4> 도로정체

지하철도 인산인해를 이뤘다. 광안리 일대 '남천', '금련산', '광안' 지하철 역에는 한꺼번에 수십만 명의 인파가 몰려 각 지하철 역 출입구마다 50m 이상의 줄이 생겼고, 지하철을 타기 위해 40분 이상을 기다려야 했으며, 버스도 길이 막혀 움직이지 못하자 일부 시민들은 걸어서 광안리를 벗어나기도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경찰이 안전사고를 우려해 지하철역 출입구 및 개찰구에서 지하철역 역사 내 인원과 승강장 승차대기 인원을 통제했고 시민들도 불평없이 줄을 잘 서 큰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하철 역의 줄은 밤 12시가 돼서야 줄어들기 시작하는 등 극심한 혼잡은 상당 시간 계속됐다.

막힌 도로는 지하철보다 더 심각했다. 오후 6시부터 막히기 시작한 도로는 9시30분 불꽃쇼가 끝나면서 아예 주차장으로 변해버렸고, 새벽 1시가 넘어서야 정체가 조금씩 풀려 새벽 2시경 정상소통이 이뤄졌다.

연제구에 사는 한 시민은 "불꽃쇼 볼 때는 정말 좋았는데, 4시간 째 길에 서 있다. 차를 주차해 두고 가려 해도 내일은 2부제에 걸리기 때문에 그럴 수도 없다"며 "진짜 선진국이 되려면 불꽃쇼를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산시가 행사 후 사람들 동선 분산 등에 신경썼으면 이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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